[발제] 4/17 플라톤 대화편, 『고르기아스』 전前반부

작성자
bomi
작성일
2020-04-17 16:38
조회
364
삶과예술 세미나 ∥ 2020년 4월 17일 금요일 ∥
텍스트: 플라톤 『플라톤전집3』, 천병희 옮김, 숨, 2019. "고르기아스"

*수사학이란?

가장 훌륭한 기술(폴로스)
말하기와 관련있는 기술 (고르)
연설-대중 앞에서 말하기-과 관련있는 지식 (고르)
다른 말하기의 기술 (예> 의술은 질병에 관해 말하기)과 달리 수사학은 수공적인 요소가 없고 그 활동과 권위가 말하기에 달려 있다. (고르)

수사학에서 사용하는 말하기-기술-는 인생의 가장 중대하고 가장 좋은 일들과 관련있다. (고르)
수사학은 설득의 생산자다.
수사학의 산물인 설득은 진실로 가장 좋은 것으로, 인류에게는 자유의 원천이자 개인에게는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서 다른 사람들을 지배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이다. (고르, 29)
- 모든 공공 집회의 참석자들을 말로 설득할 수 있는 능력
- 전문가를 노예로 부릴 수 있는 능력 (섭정능력?)
- 사업가가 자신이 아닌 나를 위해 돈을 벌도록 할 수 있는 능력
- 대중을 말로 움직일 수 있는 능력
설득하기가 수사학 활동의 전부이자 기본 목표

수사학의 산물인 설득은 다른 기술에 의해 생산된 설득(예> 짝수와 홀수의 범위를 설득하는 산술)과 달리 법정과 같은 대규모 집회장에서 군중을 상대로 진행하는 그런 종류의 설득이며, 그것은 정의나 불의와 관련한 것이다. (고르, 33)
*지식-가르침 / 설득
수사학의 설득은 (지식보다는) 확신으로 인도하는 설득이다.
수사학은 정의나 불의와 관련하여 확신을 낳는 설득의 생산자이지, 사람들을 가르치는 설득의 생산자는 아니다. 따라서 연설가는 법정 등 대규모 집회에서 정의나 불의와 관련해 사람들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설득하는 일을 할 뿐이다. (소크, 34)
조선소들을 개설하고 아테나이의 성벽을 축조하도록 설득할 수 있었던 것은 조선기술, 성벽기술이 아니라 페리클레스(정치가)의 연설(수사학)이었다. (고르, 36)
연설가는 누구에게 맞서서도 어떤 주제에 관해서도 효과적으로 말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며, 그래서 대중 앞에서 간단히 말해 무엇과 관련해서든 더 설득력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수사학은 충분히 악용될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기술을 나쁘게 사용하는 것은 전적으로 사용자의 책임이지 그 기술을 가르친 자의 책임은 아니다. (고르, 38)

수사학은 아무 기술(전문 기술, 지식은 생산하는 활동)도 아니다. 수사학은 기교를 만들어내는 그 무엇, 즉 요령이자 숙달이다.
수사학은 모종의 쾌락과 즐거움(정동)을 산출하는 요령이다. (48, 소크)
내가 수사학이라고 부르는 것은 훌륭함과는 전혀 무관한 활동의 한 분야이다. 내가 보기에 수사학은 기술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어림짐작에 능하고 조금은 용감하며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재주를 타고난 혼의 활동인 것 같다. 나는 그것을 한마디로 아첨이라고 부른다. (50, 소크)
수사학은 정치학의 한 분야의 모방일 뿐이다. 수사학은 경멸스러운 것이다. (51, 소크)
'정치학'은 혼을 돌보는 기술이다. 아첨(수사학)은 이러한 정치학의 한 분야의 모방이다. 아첨은 '혼'을 돌보는 기술인 채 분장하고는, 자신이 그 분야인 것처럼 행세한다. 또한 아첨은 가장 좋은 것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언제나 당장의 쾌락을 미끼로 어리석을 사람들을 유혹하고 속이며, 자기가 무슨 대단한 존재인 척한다.
요리술(수사학이 혼과 관련된 아첨, 요리술은 몸과 관련된 아첨)은 자기가 제공하는 것의 본성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고 각각의 원인을 말해줄 수 없다. 나는 비합리적인 것에 기술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를 거부한다. (53, 소크)


토론거리 1. 합리/쾌락

소크라테스는 합리적인 활동과 즉각적인 쾌락을 추구하는 활동을 구별한다. 하지만 이를 오늘날(근대 이후) 익숙한 구별인 이성과 감성의 구별로 즉각 대응해선 곤란할 것 같다.
소크라테스가 말하는 즉각적인 쾌락(즐거움)을 그 자체로 정동이라 말해서도 안 된다. 즉각적 쾌락은 정동의 한 가지 작동방식이다. 스피노자의 구별을 빌려오면 '즉각적인 쾌락'은 정동의 한 작동방식 즉 수동적 정동의 한 양상을 말하는 것이다.
좀 더 적극적으로 스피노자의 논의를 빌려와 소크라테스의 이야기를 해석해 보자면 "즉각적인 쾌락"은 수동적 정동을 말한다고 볼 수 있고, "지식을 생산하는 합리"는 새로운 공통관념을 구성해내는 것 즉 앎의 보다 완전한 확장을 말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합리적 사유에는 기쁨 즉 능동적 정동이 수반될 것이다. (하지만 소크라테스가 이야기하는 '합리'를 이렇게 새로운 공통관념의 구성으로까지 확장해 이야기 할 수 있을지는 좀 더 따져 보아야 할 문제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소크라테스의 합리/쾌락의 구별을 근대 이후 이성/감성(혹은 정동)의 구별로 즉각 등치시켜버리면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결과적으로 대화편 『고르기아스』의 많은 의미가 제거돼 버린다.
또한 감성/이성의 단순한 구별은 근대(자유주의)와 탈근대(신자유주의)로 이어지면서 그 겉모습만 달리하며 끊임없이 재생산된 그릇된 관념들의 공통지반이다.

토론거리 2. 좋은/나쁜 수사학

소크라테스는 수사학=설득=아첨술 이라 말한다. 그런데 이는 고르기아스와 소크라테스가 수사학을 중심에 두고 대립적인 논리를 펼치며 만들어지는 범주다. "설득"에 관해 소크라테스와 고르기아스는 서로 반쪽짜리 주장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플라톤이 만들어 낸 논의의 구조상 자연스러운 결과이기도 하다.) 하지만, 또 이 속에서 둘이 서로를 적으로 삼아 각자의 논리를 견고하게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다양한 사유들이 태어나게 하는 생산의 전쟁터처럼 보이기도 한다.
둘의 토론을 보며 좋은 수사학과 나쁜 수사학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1) 좋은 수사학의 예) 전문기술을 활용하여 새로운 공통관념을 만들어내는 진실한 수사학. (내부 고발 그룹, 증언공동체, 진보적 발명가 그룹, 노동 운동, 사회 운동 그룹, 국민청원)
2) 나쁜 수사학의 예) 모든 전문기술을 오로지 돈벌이로만 연결시키고 권력 취득의 수단으로만 활용하는 아첨의 수사학. (이윤만을 추구하는 전문가 집단과 브로커 삐끼, 자본의 인플루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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