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니체의 첫 책, <비극의 탄생>을 시작했습니다.

험난한 용어들 사이에서 오락가락했지만,
책에 일단 잘 올라타기만 하면 쭉 일어나갈 수 있었네요.
묘한 격정과 리듬감이 위태위태하기도 하지만, 또 즐겁기도 했습니다.
이것이 니체가 가진 문체의 매력이겠지요.

기본 내용은 비극의 탄생이지만,
저는 읽으면서 '그리스적 삶'의 탄생을 느꼈습니다.
혹은 '지독한 삶의 고통 속에서도 이를 이겨내면서 살아가는 삶의 양식'의 탄생이라고 할까요.
아직 결론이 나진 않았지만 이 생활양식이 곧 <비극>이겠죠.

그리스인들은 누구보다 삶의 고통, 삶의 허무함을 깊이 절감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허무주의나 자살로 패퇴하지 않았습니다.
그럴수록 화려한 문명, 정교한 건축물, 위대한 신화를 만들어내면서,
곧 가상을 세워가면서 살아갑니다.

진실이 아닌 거짓이라는 점에서 가상이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어차피 모든 것은 현상/가상이니까요)
가상을 세워서라도 삶을 살아가겠다는 의지가 그 핵심입니다.
그리고 그 의지, 그러한 삶의 영웅적 태도가 '그리스 비극'의 핵심이기도 하구요.

결론적으로 아폴론적인 힘과 디오니소스적 힘으로 이루어진 세계의 본질 속에서,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요.
이 문제에 앞서 대답한 사람들이 그리스인들이며, 그들의 답이 '비극'적 양식입니다.
비극을 이런 점에서 접근하고픈 니체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그러니 <비극의 탄생>이라는 책 제목은,
그리스 비극이 탄생한 과정(세계의 본질에 기반한 발생과정)을 썼다는 뜻이면서,
이렇게 이해할 때에만 비극은 비로소 우리에게 탄생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오늘날 우리에게 그리스 비극과 같은 무언가를 탄생시키고 싶다는 마음이기도 하겠지요.
(마지막 문장처럼, 니체 당대의 '비극'은 바그너와 같은 음악이겠지요)

이제 본격적인 비극의 설명으로 들어갑니다.
그 속에서 우리가 가져야할 삶의 태도를 배우고 싶네요.

다음 시간에는 13절까지 읽습니다.
재밌게 읽어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