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 스펙타클의 사회 8, 9장 발제문

작성자
etranger
작성일
2019-09-01 10:55
조회
430
8장 문화 속에서의 부정과 소비

분리된 부분으로서의 문화

문화는 계급으로 분할된 역사적 사회 속에서 지식과 경험의 표상에 관한 전반적 영역이다. 즉 단일성을 갖고, 지적 분업과 분리되어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일반화의 권력이었다. 그러나 통일의 능력이 인간 삶에서 소멸하고, 대립물들이 관계의 상호작용을 상실하면서 변화가 생겼다. 이제 역사는 문화의 상대적 자율성과 이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환상을 만드는 문화사로 발현된다. 분리된 영역으로서의 문화는 자신을 부정할 수밖에 없다.(180테제) 오직 총체적인 역사적 운동만이 문화의 혁신을 이끌어 갈 수 있다. 이 운동은 자신의 총체성을 자각하면서 문화적 전제들의 지양과 모든 분리의 폐기를 향해 나아간다.(181) 이때 행동의 원칙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것이 유지될 수 없을 때, 문화의 각 결과물이 문화를 와해로 이끌어 가기 때문이다.(182) 문화사의 종말은 이렇듯 상반된 두 가지 측면, 1)총체적 역사 속에서 이루어지는 문화의 지양, 2)스펙타클적 관조 속에 사물로서 문화를 보존하는 조직으로 나눌 수 있겠다.(184) 첫 번째 경우 부분적인 지식들의 축적과 실천 이론이 서로 대립한다. 부분적인 지식은 쓸모없게 되는데, 기존 조건들에 대한 동의가 종국에 가서 이 지식들을 포기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지식 활용의 비밀을 알고 있는 실천 이론만이 오로지 모든 지식의 진리를 보유하고 있다. 두 번째 경우에는 과거에 통용됐던 사회의 공통 언어에 대한 비판적인 자기 파괴와 상품 스펙타클 속에서 이 언어의 인위적인 재구성이 서로 대립한다.(185)

예술의 현대적 와해

예술은 현대적 의미에서 독립적인 예술의 지위를 획득하자 곧바로 자신의 근원인 종교적 세계로부터 빠져나와 분리된 작품들을 위한 개별적 생산이 된다. 예술의 독립 선언은 와해의 시작이다.(186) 기 드보르는 여기서 ‘공통 언어’를 찾아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것은 실천 속에서, 즉 간접적인 활동과 이 활동에 관한 언어를 한데 집결시키는 실천 속에서 되찾아낼 수 있다. 관건은 대화의 공동체와 시적-예술적 작품들이 스펙타클 아닌, 표상하는 시간과의 유희를 실제로 누리는 것이다.(187) 예술을 사로잡고 있는 역사적 시간은 바로크 시대를 시발점으로 하여 먼저 예술 영역 속에서 표현된다. 바로크 예술은 구심점(신화적 질서)을 상실했던 한 세계의 예술이다. 그것은 무상의 원리를 표현하며, “영원함에 대항한 삶”을 선택한다. 연극과 축제는 바로크 예술의 중요한 순간이다. 그러나 ‘상실한 단일성’을 나타내는 이 역사적 예술(바로크 예술)은 오늘날 소비 속에서 다르게 재발견되고 있다. 예술적 소통이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는 시대에 “기념품들의 재수집” 차원에서 박제된 것이다.(189)

예술의 욕망이 거창하면 할수록 그 진정한 실현은 그만큼 더 자신의 능력을 벗어난다. 이 예술은 필연적으로 아방가르드적일 수밖에 없는데, 이 예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예술의 아방가르드는 예술의 소멸을 의미한다.(190) 다다이즘과 초현실주의는 현대 예술의 종말을 나타내는 두 개의 사조이다. 다다이즘은 예술의 실현 없이 예술을 폐기하고자 하고, 초현실주의자는 예술의 폐기 없이 예술을 실현하고자 한다. 두 사조는 역사적으로 서로 결합하면서 동시에 대립한다. 상황주의자들은 여기서 드러나는 내적 결함을 문제 삼고, 예술의 폐기와 실현이 동일한 예술의 지양을 위한 분리할 수 없는 측면들임을 입증한다.(191) 스펙타클적 문화의 가장 현대적인 경향은 와해된 요소들의 ‘합동 작업’을 통해 복잡한 신예술적 환경을 구축하고자 한다. 기획 의도는 분업화된 노동자를 집단 속에 잘 통합된 인격체로 재포획하는 것이며, ‘공동체 없는 재구성’을 위한 동일한 기획이 도처에 편재한다.(192)

스펙타클 비판이론

지식의 총체는 스펙타클에 대한 사유로서 현재 계속 발전하고 있다. 지식의 총체는 어떠한 입증도 없이 사회를 정당화해야 하며, 허위의식을 위한 일반 과학이된다.(194) 스펙타클 권력의 전문가들은 경멸의 언동과 성공으로 절대적으로 부패하게 된다. 왜냐하면 이들은 자신들의 경멸이 경멸당할만한 인간 - 진정한 관객 - 의 지식에 의해 확인됨을 목격하기 때문이다.(195) 스펙타클을 위한 변명(사회학)은 구조주의가 근간을 이루고 있는 다양한 학문들 속에서 비사유의 사유, 역사적 실천에 대한 공식적 망각이 된다.(196) 이러한 비판 방식은 호소에만 의존한 채, 체제의 외적 결과만 성토하는 것으로 그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전제와 방법론의 본질적인 변명의 성격을 망각한 채 자신을 비판이라고 믿는다.(197)

부어스틴은 『이미지와 환상』에서 미국을 토대로 스펙타클에 의한 상품 소비에 대해 진술하고 있지만, 그 개념에 대해 전혀 간파하지 못했다. 그는 이러한 끔찍한 과장[스펙타클]로부터 사생활 또는 “정직한 상품”이라는 개념을 제외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상품 자체가 법칙을 만든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것이다.(198) 부어스틴이 언급하고 있는 인간의 진정한 삶은 종교에 귀의했던 과거에나 존재했던 삶이다.(199) 그는 사람들이 동결된 시간 속에서 왜 “가장된 사건들”을 찾고 있는지 인식하지 못한다. 그것은 이제 자신들만의 사건을 직접 경험하는 게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200)

구조주의는 짧은 시기의 동결된 역사적 시간의 결정적인 안정성을 주장한다. 구조주의가 취하는 반역사적인 관점은 과거에도 결코 존재한 적 없었고, 앞으로도 종말을 고하지 않을 한 체제의 영원한 현전의 관점이다. 중간 관리직의 역할을 수행하는 대학들의 이론은 모든 현실을 체계의 존속으로 귀착시킨다.(201) 스펙타클의 사회를 진정으로 폐기하려면 실천력을 동원하는 인간들이 필연적으로 요청된다. 따라서 스펙타클의 비판 이론은 사회 속에 있는 실천적인 부정의 사조와 하나로 통합될 때에만 참된 것이다. 이 부정은 스펙타클의 비판(스펙타클의 현실적 조건, 즉 현재 억압의 실질적인 조건에 관한 이론)을 발전시키고, 역으로 부정이 무엇이 될 수 있는지 그 비밀을 밝히면서 자신을 자각하게 된다.(203)

비판 이론은 모순의 언어이며, 내용에서 그런 것처럼 형식에 있어서도 변증법적이어야 한다. 이 모순의 언어는 총체성의 비판이자 역사적 비판이다.(204) 자신에 대한 비판을 포함하는 이 문체는 과거의 모든 비판에 대한 현재의 비판의 우위를 표현해야 한다. 이 문체에 의해 변증법 이론의 진술 방법은 자신에 내재된 부정의 정신을 증언한다.(206) 진보는 한 저자의 문장을 면밀히 파악하고, 그 표현들을 활용하면서, 허위 관념을 삭제하고 적확한 관념으로 대체한다.(207) 전용은 단순 인용과 반대되며, 반이데올로기의 가변적 언어이다. 전용은 현재의 비판으로서 자신의 진리를 제외한 그 어떤 것에도 자신의 원리를 기초하지 않는다.(208) 문화의 진정한 부정만이 오로지 문화의 의미를 보존할 수 있다.(210) 모순의 언어를 통한 사회적 총체성 비판, 즉 통일된 이론적 비판만이 오로지 통일된 사회적 실천과 조우한다.(211)

9장 물질화된 이데올로기

이데올로기는 역사의 분쟁적인 흐름 속에 있는 계급사회의 사유의 토대이다. 이데올로기적 사실들은 결코 단순한 망상이 아니라 현실에 대한 왜곡된 의식이다. 이 사실들은 실질적으로 왜곡된 행동을 낳게 하는 현실적 요소이다. 이데올로기의 물질화가 사회적 현실과 이데올로기를 사실상 한데 뒤섞는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212) 이것이 현대사회에서 환상의 독재에 의해 정당화될 때, 이데올로기는 실증주의적 정당성을 회득한다. 이제 역사적 승리가 아니라, 하나의 명백한 사실이 되는 것이다. 체계에 봉사하는, 본질적으로 이데올로기적인 노동의 공헌조차도 오직 모든 이데올로기적 현상을 초월하고자 하는 “인식론적 토대”의 인정으로 간주된다. 물질화된 이데올로기는 그 자체로 언표할 수 있는 역사적 프로그램도 갖고 있지 않기에, 어떤 이름도 갖고 있지 않다. 다시 말해 이데올로기들의 역사는 종말을 고한다.(213) 이와 관련하여 일레일 글레이저는 자신의 저서 『겟 리얼』에서 이런 주장을 한다.

“이데올로기는 죽었다거나 악이라는 말 자체가 가장 이데올로기적인 주장이다. 이런 주장은 어떤 편향적인 동기도 없다고 이야기하면서, 또 정치에 대해 헤아리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비판을 피하고자 정치적 목적을 감추는 것에 불과하다. ‘적은 당파적 의도에 따라 움직이고, 우리는 순리대로 할 뿐이다.’ 이것은 은밀한 전략인 동시에,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다. 그 속에는 정치와 거대 이념이 숨어 있다. 이데올로기는 열 가지 게임의 규칙을 가지고 있는데, 그 첫 번째가 이데올로기 없음을 주장하는 것이다.” (『겟 리얼』 중에서)

스펙타클은 대표적인 이데올로기다. 왜냐하면 스펙타클은 모든 이데올로기적 체계의 본질을 하나도 남김없이 진열하고 표명하기 때문이다.(215) 활동이 아니라 표상으로 세계를 이해하는 - 그리고 궁극적으로 물질을 관념화하는 - 낡은 유물론의 관조적인 성향이 구체적인 사물들이 필연적으로 사회생활을 지배하는 스펙타클 속에서 완성된다. 또한 관념론이 꿈꿨던 활동은 기호들과 신호들의 기술적인 매개를 통해, 궁극적으로 추상적 관념을 물질화하는 스펙타클 속에서 완성된다.(210) 스펙타클은 “만남의 능력 장애”를 위한 체계적인 조직이자 환각적인 사회적 사건에 의한 만남의 대체로 이해되어야 한다. 어느 누구도 더 이상 타자에 의해 식별될 수 없는 사회에서는 모든 개인이 더 이상 자신이 현실을 인식할 수 없게 된다. 분리가 자기 세계를 구축하고, 이데올로기는 이 편안한 안식처에서 서식한다.(217) 허위의식의 논리가 자신을 사실대로 인식할 수 없다면, 스펙타클에 관한 비판적 진리 탐구는 참된 비판이어야 한다. 이 비판은 화해할 수 없는 스펙타클의 적들 속에서 실제로 투쟁해야 하며, 이들이 부재하는 곳에서는 자신도 부재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즉각적인 효율성을 위한 추상적인 의지는 지배적인 사유의 법칙을 수용한다. 스펙타클을 초월하려는 비판은 [때를]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220) 우리 시대의 자기해방이란 전도된 진리의 물질적인 토대로부터 해방되는 것이다. 노동계급은 실현된 민주주의의 탈소외적 조직 형태, 즉 평의회로 모든 권력을 귀착시키면서 계급을 와해시킬 수 있다. 평의회는 실천 이론을 통제하며 그것을 행동으로 옮긴다. 오직 여기에서 개인들은 “보편적 역사와 직접적으로 결합”하며, 대화가 그 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무장된다.(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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