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7_발제] 천개의고원 제3고원(p.85-95)

작성자
objectapple
작성일
2018-10-27 17:26
조회
560
제 3고원. 기원전 1만년 – 도덕의 지질학

* 코난 도일의 <잃어버린 세계>의 주인공 챌린저 교수

p85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지구는, <탈영토화되고>, <빙원이고>, <거대분자>인 지구는 하나의 기관 없는 몸체이다. 이 기관 없는 몸체를 가로질러 가는 것들은 형식을 부여받지 않은 불안정한 질료들, 모든 방향으로 가는 흐름들, 자유로운 강렬함들 또는 유목민과 같은 독자성들, 순간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미친 입자들이다.

그와 동시에 지구 위에서는 매우 중요하고 불가피하며 어떤 점에서는 유익하지만 다른 많은 점에서는 유감스러운 어떤 현상... 바로 성층 작용(=지층화)이 그것이다. 지층들은 층이자 띠이다. 지층의 본질은 질료에 형식을 부여하고, 공명과 잉여의 시스템 속에 강렬함들을 가둬두거나 독자성들을 붙들어 매고, 지구라는 몸체 위에서 크고 작은 분자들을 구성하고, 이 분자들을 그램분자적인 집합체 속에 들어가게 하는 것이다. (코드화와 영토화를 통해)

p. 86
지층들은 신의 심판이다. 성층 작용 일반은 신의 심판의 전 체계이다. (그러나 지구 또한 기관 없는 몸체는 끊임없이 그 심판을 벗어버리고 달아나고 탈지층화하고 탈코드화하고 탈영토화된다.)

어떤 지질학 개론서의 구절 “성층 작용의 표면은 두 층 사이에 있는 보다 밀집된 고른 판이다.”
성층 작용의 표면은 지층과는 구별되는 기계적 배치물이다. (...) 따라서 배치물은 지층들 쪽을 향하는 얼굴을 갖고 있지만 (이런 의미에서 그것은 사이층이다.) 다른쪽, 즉 기관 없는 몸체나 고른 판 쪽을 향하는 얼굴도 갖고 있다. (이것이 웃지층이다.)

신은 <가재> 또는 이중 집게, 이중 구속이다.

p. 87
이중 분절은 너무나도 다양해서 우리는 일반 모델에서 출발할 수 없으며 단지 상대적으로 단순한 경우에서 출발할 수 있을 뿐이다. 첫 번째 분절은 불안정한 입자-흐름들로부터 준-안정적인 분자 단위들 또는 유사 분자 단위들(실체)을 골라내거나 뽑아내며, 여기에 연결들과 이어짐들이라는 통계학적 질서(형식)을 부여한다. 다른 한편 두 번째 분절은 밀집되고 안정된 기능적 구조들(형식)을 세우며, 그와 동시에 이 구조들이 현실화되는 그램분자적 합성물들(실체)을 구성한다. 이처럼 지질학적 지층에서 첫 번째 분절은 “퇴적작용(=침전작용)”이다. (...) 두 번째 분절은 “습곡작용”이다.

inq. 퇴적작용? 시간의 흐름?

p. 88
실체는 형식을 부여받은 질료 이외에 다른 것이 아니다. 형식은 코드 및 코드화 양식과 탈코드화 양식을 내포한다. 형식을 부여받은 질료인 실체는 영토성 및 영토화의 정도와 탈영토화의 정도에 관련된다. 그러나 정확하게 말해서 각각의 분절마다 코드와 영토성이 둘 다 있으며, 그 각각의 분절 나름대로 형식과 실체를 갖고 있다.

(각주. 미리 말하자면 첫 번째 분절은 내용의 형식과 실체, 두 번째 분절은 표현의 형식과 실체에 해당한다.)
그 중 한 유형은 유연하고 좀 더 분자적이며 겨우 질서화되어 있을 뿐인 반면, 다른 유형은 좀 더 경직되어 있으며 그램분자적이고 조직화되어있다. 사실 첫 번째 분절이 체계적인 상호 작용을 결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중심잡기, 통일화, 총체화, 통합(=적분), 위계 세우기, 목적 설정 따위의 현상-이것들이 덧 코드화를 형성한다-이 발생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두 번째 분절의 층위에서이다.

p. 89
<유기체>
이야기는 유기체 지층들로, 아니 유기체에도 커다란 성층 작용이 있다는 사실로 이행한다. 유기체의 문제, 즉 어떻게 물체로 유기체를 “만드는가?”

대장장이가 다루는 물체가 유기체가 되는 것은 그 물체에 성층 작용을 하는 기계나 기계적 배치물의 효과에 의해서이다 하는 식으로.
“충격을 가해 메와 모루가 팔꿈치와 무릎 부위에서 대장장이의 팔과 다리를 분질렀다. 그 전까지 그에게는 팔과 무릎이 없었다. 그는 고유한 관절을 가진 새로운 형태의 인간이 되었다. 이러한 모습이야말로 나중에 지구상에 널리 퍼져 노동을 하도록 정해진 인간의 모습이었다. (...) 그의 팔은 노동을 하기 위해 접히게 된 것이다.”

한편으로 분자 유형의 실재들은 서로 우연적 관계를 맺고, 군집이나 통계학적 집합을 이루며, 여기서 하나의 질서(단백질 섬유, 섬유의 시퀀스[=정보배열] 또는 절편성)가 결정된다. 다른 한편으로 이 집합 자체는 안정된 구조를 이룬다. 이 구조는 입체 합성물을 뽑아내고 기관과 기능과 조절 장치를 형성하고 그램분자적 메카니즘을 조직화하며, 심지어는 중심들을 배분하여 군집들을 조감하고 메커니즘을 감시하며 도구를 사용하고 수선하며 집합물을 “덧코드화”하게 한다(밀집 구조 안에 섬유를 포개기, 두 번째 절편성). 침전작용과 습곡작용. 섬유가 포갬.

p. 90
<세포화학>
다른 층위에서 보자면 단백질의 구성을 관장하는 세포 화학 역시 이중 분절을 통해 나아간다. 이 이중 분절은 분자 내부에서 일어나며, 큰 분자와 작은 분자 사이에서, 잇단 개정을 통한 절편성과 중합을 통한 절편성 사이에서 일어난다.

첫 번째 단계는 화학적 모형들을 찍어내고 두 번째 단계는 그것들을 조립한다. 첫 번째 단계에서 형성되는 화합물들은 일시적이다. 이 화합물들은 유기물 합성 과정에서 매개물이 되기 때문이다. 두 번째 단계는 안정된 산물들을 구축한다. 첫 번째 단계는 일련의 상이한 반응들을 통해 작동하며 두 번째 단계는 같은 반응을 반복함으로써 작동한다. 그러나 세포 화학 역시 또 다른 층위에 의존하고 있다. 이 세 번째 층위에 유전 코드가 있다.

p. 91
즉 어떤 지층에서 하나의 분절이 다른 분절로 이행한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입증된다. 왜냐하면 유전학과 지질학에서 항상 탈수라는 이행이 일어나니까. 언어학에서조차 “타액 손실”이라고 불리는 현상이 중요하다고 평가되고 있지 않은가.
inq. 탈수

p. 92
질료라고 불리는 것은 고른 판 또는 <기관 없는 몸체>이다. 즉 형식을 부여받지 않았고 [유기적으로] 조직화되지 않았으며 지층화되지 않은, 또는 탈지층화된 몸체이다. 또한 그런 몸체 위를 흘러가는 모든 것, 다시 말해 분자나 원자 아래의 입자들, 순수한 강렬함들, 물리학과 생물학의 대상이 되기 이전의 자유로운 독자성들이다.

즉 어떤 특정한 질료가 “선택”되는가라는 문제에서는 실체의 관점에서, 그리고 그것이 어떤 특정한 질서를 가지면서 선택되는가라는 문제에서는 형식의 관점에서 고려되어야만 한다(내용의 실체와 내용의 형식). 표현이라고 불리는 것은 기능(=함수)적 구조일 텐데, 이것도 역시 두 가지 관점에서 고려해야 한다. 즉 그러한 구조가 갖는 고유한 형식의 구조화라는 관점에서, 그리고 이에 의해 여러 합성물이 형성되는 한에서는 실체라는 관점에서(표현의 형식과 표현의 실체.)

p. 93
표현한다는 것은 언제나 신의 영광을 노래하는 것이다. 모든 지층은 신의 심판이기 때문에 동물과 식물, 서양란과 말벌뿐 아니라 바위나 심지어 강 그리고 지구에서 지층화된 모든 것이 노래를 부르고 자신을 표현한다. 따라서 첫 번째 분절은 내용과 관련되어 있고 두 번째 분절은 표현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분절의 구분은 형식과 실체 사이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내용과 표현 사이에서 일어난다. 표현은 내용 못지않게 실체를 갖고 있으며 내용은 표현 못지않게 형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 내용과 표현 사이에는 대응 관계도 일치 관계도 없으며 다만 서로 동형성을 전제할 뿐이다. (...) 하지만 내용과 표현이라는 두 항이 이중 분절에 앞서 미리 존재한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바로 이중 분절이 각 지층에서 자신의 노선을 그려둔 도면에 따라 두 항을 분배하고 두 항의 실재적 구분을 구성한다(반면 형식과 실체 사이에는 실체적 구분이 아닌 정신적 구분 또는 양상[=양태]적 구분만이 존재한다.)

p. 94
내용과 표현의 구분이 실재적이긴 하지만, 그렇게 구분될 때조차 그것들은 상대적이다(“첫 번째” 분절과 “두 번째” 분절 또한 완전히 상대적이다. (...) 내용과 표현은 성층 작용 함수의 두 변수이다. 내용과 표현은 매 층위마다 달라지지만 서로 옮겨가기도 하고 동일한 지층 안에서도 무한히 다양화되고 나뉜다. (...) 이런 이유로 내용과 표현 사이, 표현과 내용 사이에는 매개 상태들, 층위들, 평형 상태들, 교환들이 존재하며 지층화된 체계는 이것들을 통과해 간다.

p. 95
어떤 사슬이 다른 사슬을 복제하면 원래 사슬의 절반치가 다른 사슬의 내용이 된다. 또한 재구성된 사슬 역시도 “메신저”가 나르는 내용이 된다. 하나의 지층에는 도처에 이중 집게, 이중 구속, 가재가 있으며 도처에 모든 방향에는 때로는 표현을 가로지르고 때로는 내용을 가로지르는 다양한 이중 분절이 있다.

“표현의 면(plan)과 내용의 면이라는 항들조차 일상 용법을 따라 선택한 것이며 완전히 자의적이다. 그것들은 함수적인 정의에 그친다. 따라서 한쪽 측면을 표현이라고 부르고 다른쪽 측면을 내용이라고 부르는 것이 정당할 뿐 그 반대로 부르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내용과 표현은 서로 연계되어서만 정의될 수 있을 뿐이며, 어느 쪽도 그 이상 정확하게 정의될 수는 없다. 떼어놓고 본다면 내용과 표현은 대립적으로 또는 상관적인 방식으로만 정의될 수 있으며, 그것은 마치 동일한 함수의 서로 대립되는 기능소들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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