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고원 발제문 (p738~ 748)

작성자
floor
작성일
2019-04-24 16:00
조회
342
매끈한 공간(유목 공간)은 두 개의 홈이 파인 공간 사이에 있다. <사이에 있다는 것>은 ①두 홈이 패인 공간이 매끈한 공간을 양측에서 통제하고 한정 시키며 이 매끈한 공간의 전개를 저지하고, 가능한 한 홈이 파인 공간들간의 교통의 역할에 한정시키려 하며 ② 다른 한편에선 이 매끈한 공간이 이 양쪽에 맞서 한쪽에서는 숲을 침식하는 동시에 다른 한 쪽에서는 경작지를 잠식하고 마치 파먹어 들어가는 쐐기처럼 일종의 비교통적인, 즉 어긋나는 힘을 발휘함으로써 홈이 패인 이 두 공간에 반격을 가한다는 의미이다.

유목민은 숲과 산을 먼저 반격하고 그런 다음에 농작민을 공격한다. 숲과 숲의 개간, 농업과 경지 구획, 농업 노동과 정주민의 식량보급에 종속된 목축, 도시-농촌(폴리스-노모스) 간의 교통과 교역이 <국가–형식의 이면, 곧 바깥>이다. 숲의 벌채는, 즉 목재의 획득은 동양에서는 서양에 비해 어려웠다. 목축은 정주민의 관리로부터 독립되어 있었다. 그리고 도시- 농촌 간의 교통량이 적었기 때문에 동양에서는 상업도 덜 유연했다.

그렇지만 동양이 국가-형식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고 할 순 없다. 그래서 도주하는 벡터를 따라 분주하게 움직이는 다양한 성분을 보유하고 통합시키려면 서양의 국가-형식 이상의 가혹한 권력기관이 필요했다. 국가라는 것은 항상 동일하게 조성되는 법이다. 조성의 통일성을 갖는다. “모든 국가는 내부에 실존의 본질적인 계기를 갖고 있다.” 라고 말한다. 국가는 단순히 인간만이 아니라 숲이나 밭, 논, 가축, 상품 등으로도 구성된다. 그렇지만 모든 국가가 동일한 방식으로 발전하거나 동일한 조직을 갖는 것은 아니다. 동양에서는 이 성분들이 훨씬 더 분절되어 있으며, 모든 성분들을 한데 보유하려면 <거대한 부동의 형식?>이 필요했다. 그래서 반란이나 왕권 교체 같은 걸로 흔들려왔으나 형식 자체의 부동성은 영향을 받지 않았던 것이다.

서양은 이와 반대이다. 성분들이 혼합되어 있었기 때문에 <혁명을 통한 국가-형식>의 변형이 가능했다. 동양, 아프리카, 아메리카의 대제국들에서는 광대한 매끈한 공간들이 안으로 침입해 들어와 모든 성분들 간의 간격을 유지함으로써 대제국과 대립하고 있었다. 노모스는 농업화 되지도 않고 농촌은 도시와 소통화지 않으며, 대규모 목축은 유목민이 독점하고 있었다. 즉 동양의 국가는 유목적인 전쟁기계와 정면으로 대립하고 있었다. 이 전쟁기계는 <국가의 폐지>라는 꿈을 꿀 수 있게 해주고 이를 현실화 시켜 주었다. 이에 반해 서양의 국가는 스스로의 홈이 패인 공간 속에서 전쟁 기계로부터 철저하게 보호받고 있기 때문에 국가의 성분들을 확실하게 보유할 수 있었다. 유목민과도 아주 간접적으로만 마주쳤다. P741

국가의 기본 임무 중 하나가 <지배가 미치고 있는 공간에 홈을 파는 것>인데, 매끈한 공간을 홈이 패인 공간을 위한 교통 수단으로 이용한다. 그렇게 해서 유목민을 정복하고, 이주를 통제하고 외부 전체가 법이 지배하는 지대가 군림하도록 한다. 왜냐하면 국가는 온갖 종류의 흐름, 즉 인구, 상품 또는 상업, 자금 또는 자본 등의 흐름을 어디서라도 포획하는 과정과 분리될 수 없기 때문이다. 국가는 유통을 규제하고 운동을 상대화하고 여러 주체와 객체의 상대적 운동을 세부적 부분에 이르기까지 가감할 수 있도록 해야 했다. 비릴리오는 이렇게 말한다. “국가의 정치 권력은 폴리스 즉 도로 관리이다.” 집단의 유동성이나 침입해 들어오는 무리들의 힘에 대비한 제방과 필터 역할을 하는 것이 도시의 성문과 세관이었다.

국가의 운동에 대해서 살펴보면, 국가의 본질 중에 하나가 중후함이지만, 운동이 매끈한 공간을 차지하는 동체動體의 절대적 상태이기를 멈추고, 홈이 패인 공간 속에서 한 점에서 다른 점으로 이동하는 “움직여지는 것” 의 상대적 성격을 띨 것을 요구한다. 즉 끊임없이 운동을 분해해서 재구성하고 변형시킨다. 국가는 이처럼 끊임없이 속도를 규제하는 것이다. 유목민의 절대속도를 발명하고 속도와 동의어가 되는 전쟁기계를 형성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국가의 응수를 넘어서려는 모든 위협(불복종 행위, 봉기 등등) 에 맞서 국가는 홈 파는 방법으로 대응한다. 국가는 전쟁기계를 전유할 때 반드시 이 기계에 상대적 운동의 형식을 부여한다. 이러한 <운동의 상대화>는 일종의 요새와 같다. 이 요새는 유목민을 겨냥한 걸림돌로서 절재 운동에 대해 암초이자 방벽이다.

국가가 자신의 내부 공간 또는 근접 공간을 홈 파는 데 실패한 경우에는, 이 공간을 가로지르는 흐름들은 필연적으로 바로 이 공간을 겨냥한 전쟁기계의 모습에 취해 공간에 적대하는 또는 반항하는 매끈한 공간 속에서 전개된다.

<바다>는 아마 가장 중요한 매끈한 공간이자 뛰어난 수력학적 모델이다. <바다>는 모든 매끈한 공간 중에서 가장 인간이 홈 파기를 시도했던 곳으로, 고정된 항로, 일정한 방향, 상대적 운동, 그리고 수로나 운하 같은 반수력학적인 시도를 통해 육지에 종속시키려고 변형을 시도했던 공간이기도 했다. 그런데 서양은 바다를 홈파기 하는 역량을 획득한다. 지중해 향해 기술을 획득해 식민지 정복이 그러하다. 그런데 홈이 패인 공간에서의 상대적 운동들의 증가와 상대적 속도의 강렬화는 결국 매끈한 공간 또는 절대적 운동의 재구성으로 이루어졌던 것이었다. 비릴리오 말대로, <바다>는 현존 함대(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은 채 해상 위에 영구히 현존하는 의미)의 장이 되었다. 이곳에서는 임의의 한 점에서부터 모든 공간을 장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공간을 홈 파는 대신, 끊임없이 운동하는 탈영토화의 벡터에 의해 공간을 차지하는 것이다.

현대에는 이제 바다에서 <매끈한 공간으로서 하늘, 사막, 지국 전체>까지 확대된다. <자동 변환기이자 포획 장치로서의 국가>는 운동을 상대화 할 뿐만 아니라 절대적 운동을 재부여한다. 국가는 매끈한 것에서 홈이 패인 것으로 나아갈 뿐만 아니라 매끈한 공간을 재구성하고 홈이 패인 공간의 끝에 매끈한 공간을 재부여한다. 그리고 이처럼 <새로운 유목>은 국가 장치를 초월하는 조직을 가지며 <다국적인 에너지 산업, 군산 복합체> 속에도 도입되는 세계적 규모의 전쟁 기계를 수반하고 있다. 이것은 매끈한 공간과 외부성의 형식은 결코 그 자체로서는 혁명적 사명을 띠고 있는 것은 아니며 반대로 어떠한 상호 작용의 장에 흡수되는가 그리고 어떠한 구체적인 조건하에서 실행되고 설립되는가에 따라 극히 다양한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시사해준다. P744

명제 6- 유목 생활은 필연적으로 전쟁기계의 수적 요소들을 함축한다. P745

수는 기능이나 조합을 바꾸어 전혀 다른 다양한 전략에 참여할 수 있다. 수는 이런 식으로 전쟁기계와 연결된다. 이것은 조직 또는 편성의 문제이다. 모든 국가는 10, 100, 1000,10000,,, 이런 식의 수적 조직 원리를 이용하여 군대를 편성한다. 국가는 이와 같이 전쟁기계를 전유하고 그 원리를 계승한다. 인간을 수에 따라 조직한다는 이러한 국가의 생각은 원래 유목민들의 것이었다. 노모스는 무엇보다도 수이고 산술이다. 인도 –아랍에서 유래하는 대수학이 노모스를 더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유목민이 이 대수학을 만든 건 아니다. 단지 <산술과 대수학>이 유목민적인 요소가 농후한 세계에서 출현했다. P746

이런 인간 조직화에는 3 가지 유형이 있다. 혈통적, 영토적, 수적 조직화가 그것이다. 1)혈통적 조직은 원시사회가 그러하다. 씨족적인 혈통관계는 <조상이나 임무, 상황>에 따라 결합하거나 분열는데, < 수> 도 혈통의 결정이나 새로운 혈통의 창조에 중요한 역활을 한다. <대지>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대지>는 혈통이 역동적으로 새겨질 재료이며, <수>는 각인 수단이므로 <수를 이용해 대지 위에 기입되는 혈통>은 일종의 측지학? 을 구성하게 된다.
2)국가 사회에서는 사정이 일변한다. 여기서는 <영토적 원리>가 지배적이다. 여기서 대지는 혈통과 결합하는 능동적인 물질적 요소가 아니라 하나의 대상이 된다. <토지 소유>는 인간과 대지의 탈영토화된 관계일 뿐이다. 국유건 사유건, 모두 국가의 두 극에 따라 대지의 덧코드화가 일어나 측지학을 대체한다. 혈통이나 대지, 수의 모든 절편들이 이들을 덧코드화하는 천문학적 공간 또는 기하학적 연장에 포함된다는 의미에서 영토적 조직이 전면에 나탄난다. ① 고대 국가들은 정점을 가진 내포적 공간, 즉 다양한 깊이와 층위로 분화된 공간을 감싸고 있고 ② 근대국가는, 내재적 중심, 동등하게 분할 가능한 부분들, 대칭적이며 역전 가능한 관게를 가진 등질적 연장을 펼치고 있다.
순수한 상태에 있는 것처럼 보일 때에도 <혈통과 수>를 이러한 계량적 역량에 종속시키고 있는데, 이 역량은 고대 국가에서는 제국적 내포적 공간에서 나타나고, 근대국가에서는 정치적 연장에서 나타난다. <산술과 수>는 국가 장치에서 항상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인구조사, 국세 조사, 징세 조사가 그러하다.
3) 근대적 국가-형식은 수학과 사회과학의 경계에서 출현한 모든 계산기술을 이용하지 않고는 발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국가의 이러한 산술적 요소>는 임의의 원료의 처리에서 독자적인 힘을 발휘한다. 이처럼 <수>는 항상 원료를 지배하고 이 원료들의 다양한 변화와 운동을 관리하는데 봉사해왔다. 즉 제국적 내포적 공간이나 근대적 연장에 복속시키는데 봉사해왔다. 국가는 영토적 원리 또는 탈영토화의 원리를 갖고 있으며, 이것이 수를 계량 단위에 결합시킨다. 국가에게는 수를 발전시킬 수 있는 모든 요소가 갖추어져 있으나 국가 속에 수가 독립하거나 자율적일 수 있는 조건이 존재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P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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