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 4/3 『소크라테스의 변론』 후반부

작성자
bomi
작성일
2020-04-03 19:09
조회
342
삶과예술 세미나 ∥ 2020년 4월 3일 금요일 ∥ 발제자: 손보미
텍스트: 플라톤 『플라톤전집1』, 천병희 옮김, 숨, 2019. "소크라테스의 변론"

『소크라테스의 변론』 후반부

아테나이인 여러분, 사실은 다음과 같습니다. 누가 자신이 가장 좋은 곳이라고 여겨서든 지휘관의 명령에 의해서든 일단 한곳에 자리 잡으면 위험을 무릅쓰고 자리를 지켜야 하며, 죽음이나 그 어떤 것보다 치욕(수치심)을 염려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따라서 아테나이인 여러분, 여러분이 나를 지휘하도록 선출하신 치휘관들이 포테이다이아의 암피폴리스와 델리온에서 내게 자리를 정해주었을 때 나는 누구 못지 않게 죽음을 무릅쓰며 내 자리를 지켰습니다. 그러한 내가 나중에 나 자신과 남들을 탐구하며 철학자의 삶을 살라고 신께서 정해주셨을 때 -나는 그렇다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죽음이나 그 밖의 다른 것이 두려워서 내 자리를 뜬다면, 나는 심한 자기모순에 빠질 것입니다. 심한 자기모순이고말고요. 그런 경우라면 내가 신들의 존재를 믿지 않고, 신탁에 복종하지 않으며, 죽음을 두려워하고, 지혜롭지도 않으면서 스스로 지혜롭다고 생각한다는 이유로 법정에 소환되어도 백번 옳습니다. 배심원 여러분, 죽음을 두려워한다는 것은 지혜롭지도 않으면서 스스로 지혜롭다고 생각하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것은 자기가 모르는 것을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니까요.

*첫 번째 토론거리
소크라테스가 이야기하는 '자리'에 대해.

*토론의 실마리
-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자리'는 죽음을 무릅쓰고라도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 두 종류의 자리
1) 지휘관들이 정해준 자리
2) 신께서 정해주신 자리
- 두 자리 모두 외부로부터 주어지지만 동시에 자신이 결정하고 받아들인 자리이다.

죽음이 인간에게 사실은 최대의 축복이 아닌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도, 사람들은 죽음이 인간에게 최대의 불행이라는 것을 확실히 아는 것처럼 죽음을 두려워합니다. 모르는 것을 안다고 생각하는 그런 무지야말로 가장 비난받아 마땅한 부지가 아니겠습니까? 여러분, 아마도 나는 바로 이 점에서 대부분의 사람보다도 우월할 것입니다. 내가 어떤 점에서 남보다 더 지혜롭다고 주장한다면, 나는 저승에서의 삶에 관해 충분히 알지 못하기에 내가 모른다고 생각하는 그 점에서 지혜로울 것입니다. 불의를 저지르는 것은, 그리고 신이든 인간이든 자기보다 더 훌륭한 이에게 복종하지 않는 것은 나쁜 짓이고 수치서러운 짓이라는 점을 나는 압니다. 따라서 나는 그것이 나쁘다는 것을 내가 아는 것들보다 사실은 오히려 좋은 것일지도 모르는 것들을 결코 더 두려워하지도, 회피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두 번째 토론거리
죽음을 제일로 두려워하는 어리석음에 대해.

*토론의 실마리
- 소크라테스는 죽음보다 치욕을 더 두려워해야 한다고 말한다.
- 인간은 죽음에 대해 알지 못한다.
- 인간이 알 수 있는 것은 삶에서 발생하는 일들이다.
- 죽음은 인간 최악의 일로 여기는 것은 모르는 것을 안다고 하는 것과 같다.
- 모르는 것은 안다고 여길 때 (죽음을 가장 피해야 할 것으로 여길 때) 인간은 수치스럽고 치욕스러운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덧붙이는 토론거리
성폭력과 수치심

*토론의 실마리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성폭력 피해 당사자인가 아닌가를 가르는 기준 중의 하나로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꼈는가 그렇지 않은가를 따진다.
수치심은 떳떳하지 못한 일은 했을 때 느끼는 부끄러운 감정이다.
그렇다면 수치심을 느껴야 할 자는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다.
하지만 우리(뿐만 아니라 많은 가부장적) 사회는 (유별나게도) 성폭력 범죄의 경우 "수치심"을 피해자가 느껴야 할 감정으로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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