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 4/10 플라톤 대화편, 『이온』

작성자
bomi
작성일
2020-04-10 15:13
조회
444
삶과예술 세미나 ∥ 2020년 4월 10일 금요일 ∥ 발제자: 손보미
텍스트: 플라톤 『플라톤전집3』, 천병희 옮김, 숨, 2019. "이온"


1. 가수이자 비평가인 음유시인 이온
이온은 음유시인이다. 여기서 음유시인은 직접 시작을 하지 않고 유명한 고대 서사시들을 주로 음송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온은 주로 호메로스의 시를 음송하며 자신이 호메로스를 가장 잘 알고 잘 해석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당대의 음유시인은 오늘날로 치면 가수이자 동시에 비평가이기도 한 셈이다.

2. 기술techne과 전문지식episteme
소크라테스는 누군가가 "기술을 하나의 전체로서 습득"하고 그렇게 습득된 기술과 전문지식에 근거해 대상(작품)을 고찰한다면 그 누군가는 자신의 취향에 상관없이 모든 작품에 대해 능통하게 말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질문 1) 기술을 하나의 전체로서 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인간이 지성으로 그 전체의 패턴(혹은 논리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

3. 습득된 기술을 통해서 시를 보지 않는 이온
이온은 모든 시에 대해 잘 말하지 못하고 호메로스의 시에 관해서만 관심을 가지고 또 잘 말한다. 소크라테스가 보기에 그 이유는 이온이 기술과 전문지식에 근거해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신적인 힘에 이끌려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4. 어떤 신적인 힘: 영감
"그 돌(마그네시아 돌, 헤라클레이아 돌)은 무쇠 반지들을 끌어당길 뿐만 아니라 반지들에 힘을 나눠주어 반지들이 돌과 똑같은 일을 할 수 있게 하지요. 그래서 이 반지들이 다른 반지들을 끌어당기니, 때로는 쇳조각과 반지들이 서로 매달린 채 긴 사슬을 이루지요.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의 힘은 저 돌 하나에 달려 있다오."

5. 시를 짓는 것은 기술(과 전문지식)로 하는 것이 아니다.
"훌륭한 서사시인들이 훌륭한 시를 읊는 것은 모두 기술 덕분이 아니라 영감을 받았기 때문이며 (...) 시인은 가볍고 날개 달린 신성한 존재이며, 신들리고 제정신이 아니고 지성을 읽기 전까지는 작시할 수 없기 때문이오. 인간은 누구나 지성이 있는 동안에는 작시할 수 없고 예언을 노래할 수도 없는 법이오."
"신은 시인들에게서 지성을 빼앗고 그들을 예언자나 신통한 점쟁이들처럼 종으로 부리는 것이지요. 그들에게는 지성이 없는 만큼 그런 가치 있는 말을 하는 것은 그들이 아니라 신이며, 신이 그들을 통해 우리에게 말을 건다는 것을 우리가 알도록 말이오"

6. 아름다운 시들은 인간이 만든 인간의 작품이 아니라 신이 만든 신의 작품

7. 무사 여신
"음유시인 또는 배우인 그대가 중간 반지이고, 시인이 첫 번째 반지라오. 그러나 하나의 힘이 다른 것에 의존하게 함으로써 이 모든 것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인간의 혼을 끌어당기는 것은 신이지요. (...) 어떤 시인은 이 무사 여신에게, 다른 시인은 저 무사 여신에게 매달려 있지요. 우리는 그것을 '씌었다'고 하는데, 사실상 같은 뜻이지요."

8. 불의의 사람 vs 신들린 사람
"그대가 호메로스를 찬양할 수 있는 것은 기술과 전문지식 덕분이라는 그대의 주장이 옳다면 그대는 내게 불의를 행하고 있고.
"내가 아까부터 간청해도 그대를 그대가 가능한 것이 대체 무엇인지조차 말해주려 하지 않으니 말이오."
"하지만 만약 그대가 그 분야의 전문가도 아닌데, 내가 말했듯이 신의 은덕으로 호메로스에 씌어 알지도 못하면서 그에 관해 멋진 말을 늘어놓는 것이라면, 그대는 내게 불의를 행하는 것이 아니오. (...) 그대는 우리가 그대를 불의한 사람으로 여기기를 원하시오, 아니면 신들린 사람으로 여기기를 원하시오?

질문 2) <소크라테스의 변론>에서 언급된 "신"과 <이온>에서 언급된 "신"은 같은 의미의 신인가? 어떤 점들이 같은가? 달라지는 점들은 어떤 것인가?
- 같은 점: '신'은 개별 인간을 초월한 존재이고, 또 인간의 '지성'또한 넘어서는 존재이다.
- 다른 점(혹은 새로운 점)
이온에서 소크라테스는 '신'을 '땅(시인이 사는 지역의 돌)'이라고 말한다.
이온에서의 신은 '무사 여신'을 말하며 또 여럿이 존재한다.

질문 3) 소크라테스는 왜 이렇게 '기술: 지성'과 '영감: 신들림'을 구분하려 하고 또 이온이 스스로 '신들린 자'임을 자인하도록 몰아붙이는 것일까?
ⓐ이온이 지성이 작동하지 않는 분야에 스스로 전문가인 양 행사하는 것을 비판하기 위해
ⓑ 시는 또 시를 짓는다는 것은 누군가가 시작을 하나의 전체로서 온전히 기술과 전문지식을 습득해 그에 관한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그런 분야가 아님을 일깨우기 위해
말, 군대를 다루는 전문가(마부, 장군), 조형예술의 전문가(화가, 조각가, 공예가) 등은 있을 수 있지만, 시를 짓는 전문가는 있을 수 없다.


*예술인간
- 예술인간은 단일한 정체성을 띤 전문(예술)가가 아니다.
- 예술인간은 제자(소크라테스와의 관계)이자 스승(아카데미에서의 관계)이고 예술가이며 정치적 개혁가다.
- 예술인간은 본받아야 할 롤모델이나 떠받들어야 할 영웅이 아니다.
- 예술인간은 오늘날 새로운 주체성을 구성해내기 위해 꼭 필요한 조건이다. (오늘날 우리는 예술인간이 되길 원하고 또 강요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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