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발제문(12~49쪽)

작성자
Yeonju Yu
작성일
2018-04-03 19:22
조회
1038
■ 다지원 페미니즘 세미나 ∥2018년 4월 3일∥발제자: 유연주
텍스트: 수전 브라운밀러, 박소영 역,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오월의봄, 2018(1975), 12~49쪽.


서문

-1970년대에 강간을 반대하는 운동이 전례 없는 새로운 전략-말하기 대회, 위기대응 센터, 24시간 신고전화, 불공정한 법조항을 수정하기 위한 주별 캠페인-을 펼치며 전국에서 폭발적으로 일어났고, 서방 세계 전체로 확산되었다. (12)

-미국 강간 반대 운동의 핵심이자 가장 뛰어난 특징은 피해자의 관점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믿기 어렵겠지만 그 당시에는 새로운 발상이었다. 대중이 강간과 아동 성 학대를 바라보는 태도는 온통 남성만의 관점을 통해 형성되어 있었다.

-그때까지도 여성은 자기 신체의 온전성을 침해하는 범죄를 당해도 드러내 말하지 못했는데, 말해도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경우가 많았을 뿐더러 상당한 수치심을 떠안아야만 했다. 여성들에게 강간이란 두려워 말할 수 없는 무엇이었다. (…) 여성의 신체적 자기결정권과 관련된 모든 것이 여성으로서는 말할 수 없는 주제였다.

-페미니스트들은 이미 몇 년 전 낙태 경험을 함께 이야기하는 의식 고양 모임을 통해 낙태권을 중요한 사회적 의제로 만든 경험이 있었다. 이 의식 고양 과정을 활용해 이번에는 여성 자신이 경험한 성폭력을 직접 말하는 것으로 싸움을 시작했다.

-(저자가 1971년 ‘뉴욕 급진 페미니스트 강간 말하기 대회’와 ‘강간에 관한 주말 학술 대회’

주최 후 느낀 충격과 환희) 여성이 실제 스스로 경험하고 증언한 내용은 여성들이 성관계에 기꺼이 동이하고도 허위 고발을 한다는 그 시대의 표준 서사와 정확히 반대였다. 2018년 대한민국의 ‘꽃뱀’ 서사, 2차 가해와 피해
내가 두 행사에서 배운 것은, 강간은 권력과 지배를 확인하려는 고의적인 행위이자, 도덕 기준 없는 남성들이 저지르는 모(13)욕 행위이며, 대부분의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살해당할까봐 두려워한다는 사실이었다.(14)


1. 강간의 대중심리

-(성 장애 연구를 개척한 리하르트 폰 크라프트에빙을 비롯한 프로이트, 알프레트 아들러, 구스타프 융와 같은 남성 연구자들뿐만 아니라 헬렌 도이치, 카렌 호나이 등 여성 연구자들도 강간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계급 억압 이론을 발전시키고 ‘착취’ 같은 단어를 일상 어휘에 추가한 마르크스, 엥겔스와 같은 이들도 강간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오직 아욱스트 베벨만이 계급, 사유재산, 생산 수단의 형성 과정에서 강간이 갖는 역사적 중요성을 이해하고 그 역할을 파악하려 시도했다. 《여성론》(1904)에서 베벨은 (…) “땅을 경작하기 위해 노동력이 필요해진다. 경작물과 가축으로 이루어지는 부는 노동력이 많을수록 커진다. 노동력을 얻기 위한 투쟁은 먼저 여성을 강간하는 것으로 시작되고 나중에는 정복한 부족 남자들을 노예로 만드는데 이른다. 정복자에게 여성은 노동자이자 쾌락의 대상이 된다. 남성은 노예가 된다.”(엥겔스가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1884)에서 보지 못한 것)(21)

-강간 문제를 ‘남성 강간 이데올로기’로서 통찰한 이는 (…) 빌헬름 라이히였다.(《성혁명》(1936))

-그리하여 강간을 분석하는 과업은 현대 페미니스트의 몫으로 남게 되었다.이제 드디어 남성 섹슈얼리티를 들여다보지 못하게 하던 속박에서 벗어나, 우리 자신의 피해 경험으로부터 진실과 의미를 발견하는 일에 착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가 맡은 이 연구 과업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강간이 역사를 가진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역사를 분석하는 도구를 이용해서 우리가 현재 처한 조건을 아는 것이다.

- 내가 아는 한 자연 서식지,즉 야생 상태에서 강간하는 동물을 관찰한 동물학자는 없다. 침팬지의 스토킹, ‘귀여운’ 펭귄의 강간, 물개의 펭귄 강간, 돌고래의 집단 강간, 죽은 물고기로 자위하는 돌고래, 수컷원숭이들의 새끼원숭이 강간 등. 동물과 인간의 차이좀? 공통점?
(22)

-남성은 강간을 할 수 있는 신체 구조를, 여성은 강간에 취약한 신체 구조를 지녔다는 사실이 양성의 생리 자체를 구성하는 기본 토대가 된다. 프로이트가 말한 바, 어린아이가 부모의 성교 장면을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는 폭력의 장면으로 오인하는 저 ‘원초적 장면’이전에, 이미 양성의 신체 구조 자체에 강간의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동성 강간의 문제


-인간의 신체 구조로 인해 강제 삽입 행위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피해갈 수는 없다. 이 단 하나의 요인이 남성 강간 이데올로기를 창조할 수 있는 조건이 되었다.(24)

-(원시의 풍경. 강간을 당한 여자의 대항, 하지만) 남자가 그녀에게 한 것과 똑같은 방식, 즉 강간으로 보복할 수는 없었다.

-가장 초기의 남성연대는 무리지어 사냥감을 찾아다니던 남자들이 한 여자를 윤간하는 형태였을 것이다. 이렇게 남성연대가 이루어진 이래로 강간은 남성의 특권일 뿐 아니라, 남성이 여성에게 힘을 과시하는 기본 무기이자 여성에게 두려움을 일으키며 남성의 의지를 관철하는 주요 동인이 되었다.

- 여성이 온몸으로 저항하고 싸우는데도 그 몸에 강제로 삽입하는 일은 여성의 존재를 지배했다고 선언하는 수단, 즉 힘의 우위와 남자다움의 승리를 증명하는 궁극의 수단이 되었다.

- 남성이 자신의 성기를 두려움을 일으키는 무기로 쓸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일은 불의 사용과 돌도끼의 발명과 함께 선사시대에 이루어진 가장 중요한 발견으로 꼽아야만 한다. 강간은 선사시대부(25)터 지금까지 결정적인 기능을 수행해왔다. 인류학, 진화생물학 등의 분야에서 ‘강간’ 연구는 어느 정도 진행되었을까?
모든 남성이 모든 여성을 공포에 사로잡힌 상태에 묶어두려고 의식적으로 협박하는 과정이 바로 강간이다.(26)


2. 태초에 법이 있었다.

-여성은 혐오스러운 육체 정복에 굴복하면서도 같은 방식-강간에는 강간-으로는 보복할 수 없었을 뿐 아니라, 그 잔혹한 격투로 인해 임신을 하고 원치 않는 아이를 출산하거나 심지어는 다치고 죽을 수도 있었다. (…) 그런데 포식자 남성 중 일부가 여성을 선택해 보호자로 행동하는 경우가 있었다. 위험한 거래는 그렇게 성사되었을 것이다. 일부일처제나 모성애, 사랑에 이끌리는 본능이 아니라 언제든 강간당할 수 있다는 공포야말로 여성이 남성에게 종속되도록 만든 최초의 원인이며, 역사적으로 여성이 어떻게 의존적 존재가 되었고 보호를 대가로 한 짝짓기에 의해 가축화되었는지 설명해주는 가(28)장 중요한 열쇠이다.

-일단 남자가 특정한 여자의 몸에 자기 것이라고 이름 붙이게 되면, 이는 전사로서 그의 위상을 보여주는 증표가 될 뿐 아니라, 커다란 성적 가능성이 있는 상대와 싸우거나, 상대의 여자를 강간해 보복한다고 협박해서 쫓아내야 했다. 그러나 여성은 남성들의 성 학대로부터 보호받기 위해 다시 또 한 명의 남성에게 터무니없이 부당한 비용을 치러야만 했다. (…) 그리하여 여성의 몸을 침해하는 범죄는 남성의 재산을 침해하는 범죄가 되었다.

-짝짓기 혹은 오늘날 우리가 결혼이라는 이름으로 알고 있는 바, 영구 보호를 보장하는 부부 관계 계약의 초기 형태는 남자가 여자를 강제로 납치해서 강간하는 행위로부터 제도화되었다.(29)

-위계적 지배 질서와 노예제, 사유재산의 개념은 이 초기의 여성 종족에 기원을 두고 있으며 여성의 종족을 기반으로 삼아야만 가능했다.

-여성의 입장에서 강간을 정의하면 한 문장으로 가능하다. 한 여성이 어떤 남자와 성관계를 하지 않기로 선택했는데 남자가 그녀의 의사에 반해 행위를 계속하면 그것이 바로 강간이라는 범죄 행위이다. (…) 여성의 관점을 반영한 이런 정의가 법에 적용된 적은 현재까지 단 한 번도 없다. (…) 고대 가부장들은 남성권력을 공고히 구축할 목적으로만 강간을 이용했다.(30) (…) 그리하여 강간은 뒷문을 통해서 법에 기입되었으니, 남성이 남성에게 저지르는 재산(여성)상의 범죄가 되었다.

-(초기 성문법) 가부장의 관점에서 강간은 새로운 거래 방식을 위반하는 범죄로 정의되었는데, 한마디로 처녀성 절도로서 공정가격을 치르지 않고 가부장의 딸을 도용하는 죄였다.

-(함무라비 법전) 독립된 여성에 대한 기록이 나오지 않는데, 바로(31) 이런 기록의 부재야말로 바빌론법 아래에서 여성이 독립적인 지위를 허용받지 못했던 현실을 드러낸다 법전에 등장하는 여성은 아버지의 집에 사는 약혼한 처녀이거나 남편의 집에 사는 적법한 아내뿐이었다.

-(성경 속 강간 이야기) 십계명에 간통하지 말라는 계명이 단독으로 한 번 나오는 것으로도 모자라, 이웃의 집과 밭, 하인, 소와 나귀에 더해 이웃의 아내를 탐하지 말라는 계명이 한 번 더 나온다, 그런데 ‘강간하지 말라’는 내용은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32)

-(디나 이야기) 히브리의 딸을 범하는 자에게 어떤 응징이 따르는지 보여주는 경고였다. 이는 젊은 여자에게 아버지의 집에서 너무 멀리 벗어나면 어떤 일을 겪는지 엄중히 경고하는 역할을 하는 예화이기도 했다.(34)

-이스라엘 민족 내부에서 부족 간 전쟁이 벌어지는 와중에 사로잡힌 여성들이 어떤 일을 당했는지 보여주는 이야기가 <사사기>에 담겨 있다.(35) (…) 당시의 질서에 따르면 합법적인 저 모든 강간 이야기에서, 성경이 강간당한 여성이 겪었을 곤경에는 전혀 무관심하고 가문을 위해 복수하는 아버지나 남자 형제들만 걱정하는 것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보디발의 부인 이야기) 자기중심적이며 탐욕스러운 남성이 유사 이래 한결같이 품어온 걱정거리를 반영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복수심에 불타는 여자가 거짓으로 성폭력을 당했다고 고발하는 바람에 훌륭하고 정직한 우리 동료가 졸지에 억울한 일을 당할 수도 있다는 걱정 말이다(36) (…) 이것은 어디까지나 히브리 남성의 관점에서 쓰인 이야기임을 잊지 말자. (…) 결국 보디발의 아내 이야기가 주는 도덕 교훈이란 무시당한 여자, 그중에서도 특히 비유대인 여자는 강간당했다고 거짓으로 주장해 훌륭한 남자를 지독한 곤경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비난받을 책임을 모조리 다른 인종이나 민족의 음탕한 여성에게 돌리는 이런 강간설화가 보편적으로 널리 퍼져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37) 승리의 과실을 취하면서 죄책감까지 면죄받을 수 있으니.(38)

-(강간과 결혼 그리고 재산) 영국의 관습과 고딕 문학의 낭만적 주제로서의 ‘상속녀 훔치기’

-13세기 말 에드워드 1세가 발표한 웨스트민스터법은 엄청나게 발전한 법적 사고방식을 보여주는데, 이때부터 왕이 처녀가 강간당한 사건뿐 아니라 모든 종류의 강간 기소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현대의 법에서 의제강간의 원칙, 즉 어린이와 육체 관계를 맺는 일을 그(46) 자체로 중죄로 보며, 이때 ‘동의’ 여부는 전혀 따지지 않는 원칙 역시 이 시대의 법에 기원을 두고 있다.(47) (…) 13세기 이후부터 20세기에 이르기까지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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