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손가락을 바라보지 말고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을 보라는 말이 있다. 갑자기 철학책을 읽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철학을 이해하는 방법이 바로 손가락을 보는 방법이 아닌가?

철학에 있어서 개념은 발견이 아니라, 발명이다. 미리 있던 어떤 것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철학자 스스로의 사유를 통해서 만들어낸 발명품이다. 개념이 철학 그 자체로 여겨지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개념은 도구이기도 하다. 가야할 방향을 가리키는 나침반처럼 우리를 이끈다. 그런 의미에서 백번 천번을 강조해도 철학에 있어서 개념의 중요성은 지나치지 않는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문제는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개념에 지나치게 매몰된 나머지 정작 중요한 부분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한 철학자가 평생을 살면서 실천하려고 했던 지점은 철학자마다 각양각색이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은 바로 이 지점이다. 한 철학자가 개념을 통해서 가리키고 있는 지점이 무엇인가를 자꾸 우리는 철학을 공부하면서 놓치고 있는 것이다.

철학의 개념은 우리 스스로가 우리 삶에 적용했을 때 알수 있다. 우리가 철학자가 발견한 개념을 우리의 삶에 능동적으로 사용하지 않을 때 그 철학자는 살 수가 없다. 시대를 뛰어넘어 우리는 그 철학자와 공명을 하는 것이다. 들뢰즈를 살리고 죽이는 것은 들뢰즈 자신이 아니라 우리들 자신이다. 하지만 전제되는 조건이 있다. 한 철학자가 평생을 살면서 극복하려고 했던 실천적인 사유의 지점을 그 시대의 눈으로 이해하고 철학자가 발명한 개념을 통하여 아는 것이다. 그래야만 우리가 철학의 개념을 우리 시대에 사용함에 있어서 필연적으로 발생할수 있는 자의적인 해석을 방지할수 있는 것이다.

나는 지금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이란 철학책을 읽고 있다.
나는 손가락을 보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을 보고 있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