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 12/17 『슬픈열대』, 39장

작성자
bomi
작성일
2019-12-17 17:44
조회
487
인류학 세미나: 2019년 12월 17일 / 발제자: bomi
레비스트로스, 『슬픈열대』, 박옥줄 옮김, 한길사, 39장


[39 탁실라의 유적]

1. 탁실라의 유적>
옛날에는 탁샤실라(Takshasila: 석공들의 도시)라는 산스크리스트 이름을 갖고 있었던 탁실라의 유적은 이중의 권곡 안에 있다. (...)두 개의 골짜기와 그것들을 갈라놓고 있는 언덕에는 1000 내지 1200년 동안 계속 사람이 살고 있었다.골짜기를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역사의 흐름을 따라 내려오는 셈이 된다. 가운데 언덕의 아래에 있는 비르 마운드는 가장 오래된 유적이다. 몇 킬로미터 상류에는 파르티아인 시대에 영화의 절정을 누린 시르카프 도시가 있고, 그 도시를 빠져 나오자마자 잔디알의 조로아스터 사원이 있는데, 이곳은 티안의 아폴로니오스(1세기경 소아시아 티안의 철인으로 『피타고라스의 일생』이라는 책을 썼다.)가 방문한 곳이다. 좀더 저쪽에 있는 것은 시르수크의 쿠샨 왕조의 도시 유적으로,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고원에는 점토의 초상들이 아로새겨진 모라 모라두, 자울리안, 다르마라지카등의 불교 사리탑과 승원들이 있다. (708,709)

2. 축소된 소우주>
기독교의 영향만을 제외하고 구세계의 문명이 받아왔던 모든 영향이 이곳에 모여 있다. 아득히 머나먼 곳에서 시발된 원천의 물들이 이젠 혼합된 물이 되어버렸다. 이 폐허에 대한 명상에 젖어 있는 유럽인인 나에게도, 잊힌 전통의 문화가 살아서 숨쉬는 것같이 느껴졌다. 구세계의 인간으로서는 자기에게 자기의 축소된 소우주를 잘 보여주고 있는 이 유적지 이상으로, 역사와의 유대를 유지하면서 자신의 근원을 돌아볼 수 있는 장소가 달리 어디에 또 있으랴! (711)

3. 불멸의 창조>
이슬람은 우리의 역사관에도 위배되고, 또 그 자신의 내부적으로도 모순되는, 역사를 대하는 태도로 적잖이 나를 당황하게 하고 있었다. 즉 그들에게서는 하나의 전통을 세워보겠다는 욕심은 항상 그 전의 것을 몽땅 깨뜨려버리겠다는 충동을 수반하고 있다. 군주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불멸(의 전통)을 창조하기 위해서 지속을 절단하고 있다. (713)

4. 우상 파괴>
여기 사람들의 말대로 '예술은 지하로 잠적해' 버렸다. 그것은 단순히 이슬람에 충실하게 하기 위해서만은 아니고, 나아가서는 아마도 인도를 거부하게 만들고자 하는 의도가 깔려 있는 듯하다. 우상을 파괴하는 것은 아브라함을 소생시키는 일이다. 예술을 짓밟는 것은 인도와의 결별을 의미한다. 왜냐하면 우상숭배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인도에는 건재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717)

5. 현실과의 접촉을 빼앗긴 예술가>
종교예술에 대해서 이슬람교도들이 내세우는 것은 자기네들의 유일한 관허 화가인, 영국의 수채화가 채그타이이다. 이슬람 예술은 그 전성기를 지나기가 무섭게 왜 그처럼 완전히 붕괴해버렸을까? 그것은 과도적 과정도 없이 단번에 궁전에서부터 시장 바닥으로 떨어져버렸다. 그것은 (현실을 베끼는) 그림을 배척한 데서 온 결과가 아니었을까? 예술가는 현실과의 접촉을 빼앗긴 나머지, 이제는 소생시킬 길도 없어졌고 또 풍요롭게 만들 수도 없어져버린 핏기가 전혀 없는 묵은 전통에 안주하고 있는 것이다. 그 전통은 오직 황금으로만 지탱되고 있을 뿐이어서 황금이 없으면 몰락할 수밖에 없다. (719)

6. 참가자 없는 공동사회>
이슬람교도는 인도에 사원과 분묘밖에는 짓지 않았다. 그러나 성채는 거처로 사용될 수 있는 데 반해서, 분묘나 사원은 사람이 들어 사는 곳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도 역시 이슬람은 고독을 생각하기가 어려운 종교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슬람으로서는 삶이란 무엇보다도 먼저 공동사회를 의미한다. 따라서 죽은 자도 언제나 하나의 공동사회 - 단 참가자가 없는 공동사회 - 의 틀 안에 자리를 잡는다. (719)

7. 극기로서의 관용>
(이슬람 교도들의) 관용은 관용이라기보다는 어쩌면 관용을 실행할 수 있다는 그 자체가 끊임없는 극기의 증거라고 말하는 것이 옳을는지도 모를 일이다. 예언자 마호메트는 관용을 권함으로써 이슬람교도들을 계시의 보편타당성과 복수 종교 신봉의 용인이라는 두 가지의 모순에서 생기는 영속적인 위험상태에 놓여 있게끔 만들어버렸다. 여기에는 파블로프가 말하는 의미에서의 역설적 상황이 있어서, 그것이 한편으로는 불안을 낳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자기만족의 근원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논리도 다 허사다. 그 까닭은 이슬람 교도들은 자유, 평등, 관용과 같은 위대한 원리의 보편적 가치를 설법하는 데서 허영심을 만족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동시에 자기들만이 이러한 대 원리를 실행할 수 있는 것이라고 단정함으로써 자기들이 갖기를 열망하고 있는 신용을 도리서 떨어뜨리고 있다. (721)

8. 자각되지 않는 불관용>
계시의 증거 위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외부와 유대를 맺는 능력의 결핍 위에 구축된 대 종교. 불교가 만물에 대한 자비를, 그리고 기독교가 대화의 욕구를 표방하는 데 대해서, 이슬람의 불관용은 불관용을 유죄시하는 그들 자신들끼리의 세계에서는 자각되지 않는 형태를 취하게 된다. 왜냐하면 설령 언제나 거친 방법으로 남에게 자기들의 진리를 받아들일 것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그들은 남이 '남'인 채로 그대로 자기들과 함께 공존하는 것을 견뎌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의혹이나 굴욕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딴 신앙 내지 딴 처세법의 증인인 그 '남'을 '소멸' 시키는 데 있다. 이슬람의 형제애는 비신도 배척행위의 환위명제이다. (형제애가 곧 비신도를 배척하는 행위다). 그러나 이 배척행위는 겉으로 드러낼 수 없는 성질의 것이다. 왜냐하면 공개적으로 그런 행위를 한다는 것은 사실상 이슬람교도 자신이 비신도의 실존을 인정하는 셈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725,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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