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거리] 4월10일 삶과 예술 세미나 플라톤의 대화편 '이온 '

작성자
youn
작성일
2020-04-08 02:12
조회
479
@@ 플라톤과 소크라테스의 차이점

그런데 소크라테스가 말한 이 ‘무지의 앎’은 통상적 의미에서의 앎이 아니다. 이 앎은 소피스테스가 자랑하는 기술, 지식, 정보와는 다른 차원의 앎이다. 말하자면 주체의 각성, 깨달음 같은 것이다. 이 점에서 철학적 앎은 과학기술적 앎과 다르다. 근대 이후 철학이 과학화하면서 많이 희석되었다지만 여전히 둘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철학(특히 고대 철학)은 대상에 대한 인식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주체의 자각을 중시한다.
다이너마이트 니체/ 고병권 지음 /천년의 상상 30쪽~31쪽에서 인용함

플라톤은 진리를 위해 단 하나의 올바른 눈, 단 하나의 퍼스펙티브만을 허용한다. 이런저런 견해가 경쟁하겠지만 결국 옳은 것은 하나라는 것이다. 그러나 니체는 그런 보편적이고 초월적인 눈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에 따르면 ‘퍼스펙티브적인 것은’ “모든 생명의 근본조건이다.” 즉 모든 생명체는 저마다의 퍼스펙티브로 파악한 세계 속에서 살아간다. 예컨대 거미는 거미의 퍼스펙티브를 따라 나타난 세계를 살고, 개구리는 개구리의 퍼스펙티브를 따라 나타난 세계를 산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이들 중 어떤 동물이 더 참된 세계를 사는 것은 아니다. 각각의 퍼스펙티브는 오류와 한계를 갖지만 나름의 힘과 미덕 또한 갖고 있다. 플라톤주의는 불행히도 이 각각의 퍼스펙티브가 갖는 독특성을 이해하지 못한다.
다이너마이트 니체/ 고병권 지음 /천년의 상상 35쪽~36쪽에서 인용함

다이너마이트 니체의 저자인 고병권님은 니체를 통하여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의 차이점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소크라테스는 저의 앞선 글에서 이야기했지만 감각대상중 인식된 것을 개념화하는 문제에 집중하였으며, 그러므로 언어적, 인간적이라고 할수 있는 특징을 가진다. 감각대상에 대한 헤라클레이토스의 생성의 철학과는 어떤 면에서 다른 맥락과 특징을 가진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단지 감각대상중 인식된 것으로 제한하는 철학으로 소크라테스를 바라본다면 인식론으로 소크라테스의 철학은 전락하고 말 것이다.

미셸 푸코에 따르면 주체가 진실에 다다가기 위해 치러야 했던 ‘자기 변형’문제가 사라지면서.근대 철학은 사실상 인식론이 되고 말았다고 이야기한다.(주체의 해석학/미셸 푸코 지음/ 동문선/ 61쪽에서 참조)

하지만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대상에 대한 인식 만큼이나 주체의 자각을 중시하는 철학으로 본다면 소크라테스의 철학과 사상은 지식과는 다른 차원의 앎으로 발전할수 있을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반면에 플라톤의 철학은 극단적인 객관주의적 실체론으로 볼수 있다. 플라톤은 위에서도 말했지만 진리를 위해 단 하나의 올바른 눈, 단 하나의 퍼스펙티브만을 허용하며, 보편적이고 초월적인 눈이 있다고 생각한다.

제가 이렇게 장황하게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철학의 차이점에 대해서 서술하는 이유는 앞으로 문제를 제기할 예술의 문제와 위의 내용이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플라톤의 작품 ‘이온’ 에 나타난 예술?

이온에서 플라톤은 소크라테스를 통해 지식 혹은 기술과 예술을 구분하는 것 같다. 그는(소크라테스) 철학자가 지식에 근거하여 사물을 탐구하는 것과 달리, 시인이 체계적인 지식 없이 신적인 영감을 받아 신들린 상태에서 작시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맥락에서 이온이 호메로스를 찬양할 수 있는 것은 기술, 전문지식 덕분일 수 없다. 이런 이온은 스스로 원하는 것처럼 “호메로스에 관해 아름다운 것들을 많이 안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이런 비판에 직면해서 이온은 “호메로스에 사로잡혀서 알지도 못하면서 멋진 말을 늘어놓는 불의한 자”가 되지 않으려면 신적 영감의 매개자로 만족해야 한다. 이처럼 소크라테스는 지식의 관점에서 비극시인과 음유시인을 비판적으로 조명함으로써 비극과 대결하고 그것의 몰락을 예비한다.
플라톤전집3/ 플라톤 지음 /천병희 옮김/숨 304쪽~305쪽에서 인용함

플라톤은 소크라테스를 통해서 시인은 기술이나 전문지식을 가진 자가 아니라, 신적 영감의 매개자로 정의한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조금 상세하게 구분하자면 전문지식과 기술은 철학과도 구분되어야 한다. 이를 아래의 글에서 다시 한번 확인해보자.

그런데 소크라테스가 말한 이 ‘무지의 앎’은 통상적 의미에서의 앎이 아니다. 이 앎은 소피스테스가 자랑하는 기술, 지식, 정보와는 다른 차원의 앎이다. 말하자면 주체의 각성, 깨달음 같은 것이다. 이 점에서 철학적 앎은 과학기술적 앎과 다르다. 근대 이후 철학이 과학화하면서 많이 희석되었다지만 여전히 둘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철학(특히 고대 철학)은 대상에 대한 인식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주체의 자각을 중시한다.
다이너마이트 니체/ 고병권 지음 /천년의 상상 30쪽~31쪽에서 인용함

그러면 여기서 두가지 질문을 던져 보자.

첫째, 소크라테스의 철학이 소피스테스가 자랑하는 기술, 지식, 정보와는 다른 차원의 앎이라 했을 때 철학과 예술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될수 있는가?

둘째, 미셸 푸코에 따르면 주체가 진실에 다다가기 위해 치러야 했던 ‘자기 변형’문제가 사라지면서. 근대 철학은 사실상 인식론이 되고 말았다고 이야기한다.(주체의 해석학/미셸 푸코 지음/ 동문선/ 61쪽에서 참조) 그렇다면 고대 철학의 문제는 근대철학과는 다른 것이어야 한다.
특히 소크라테스의 철학은 그러하다. 하지만 여전히 소크라테스의 철학은 언어적이며 인간적이기도 하다. 특히 플라톤의 철학은 객관적인 실체론자라고 불릴만큼 독단적이고, 보편적이고 초월적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소크라테스의 철학에서 나타나는 언어적인 측면과 플라톤의 철학에서 나타나는 독단적이고 보편적인 측면들이 예술적 측면에 반영되었을 때 어떠할까?

@@ 김경주 시인의 시집(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을 통해서 본 시의 세계

외계(外界)
김 경주

양팔이 없이 태어난 그는 바람만을 그리는 화가(畵家)였다
입에 붓을 물고 아무도 모르는 바람들을
그는 종이에 그려 넣었다
사람들은 그가 그린 그림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그의 붓은 아이의 부드러운 숨소리를 내며
아주 먼 곳까지 흘러갔다 오곤 했다
그림이 되지 않으면
절벽으로 기어올라가 그는 몇 달씩 입을 벌렸다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색(色) 하나를 찾기 위해
눈 속 깊은 곳으로 어두운 화산을 내려보내곤 하였다
그는, 자궁 안에 두고 온
자신의 두 손을 그리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김경주 지음/ 문학과 지성사 13쪽에서 인용함

여기에서 김경주 시의 두 가지 중요한 출발점이 포착된다. 시는 불가능성에 대한 추구라는 것, 다시 말하면 쓸수 없는 것을 쓰는 것이 시라는 것, 다른 하나는 시는 시를 가능하게 하는 매체에 대한 시라는 것, 시는 결국 부재하는 언어에 대한 언어라는 것, 이 지점에서 김경주의 시는 낭만적 포즈를 뛰어넘어 부재하는 언어에 대한 시적 퍼포먼스 차원에 도달한다. 이 시의 제목이 ‘외계’ 인데, 그것은 바깥 세계라는 의미에서의 낭만적 지향을 포함하지만, 그 지향이 자기 몸의 부재하는 일부일 때, 그 외계는 단지 내부에 대한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찾아가는 외부라는 시적 맥락을 동시에 포함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그리는 내용 혹은 결과가 아니라, 그리는 행위이며, 그 행위의 불가능성이며, 불가능성의 시적 가능성이다.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김경주 지음/ 문학과 지성사
불가능한 감수성/ 이광호(문학 평론가)의 해설에서 인용함(170쪽~1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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