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 8/11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

작성자
lynggaard
작성일
2021-08-11 18:30
조회
608
발터 벤야민, <발터 벤야민 선집2: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 – 사진의 작은 역사 외>> 최성만 옮김, 도서출판 길 2007[1936~39].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3판)


1
사람에 의한 예술작품의 복제는 과거에도 수행되어 왔지만 기술적 복제는 새로운 현상으로서긴 시간 간격을 두고 점점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그리스 시대의 주조와 압형도 기술적 복제로서 청동제품과 주화를 복제했고 목판의 등장으로 그래픽의 기술적 복제가 그리고 인쇄를 통해 문자의 복제가 가능해졌다. 그러나 사진술의 발명으로 영상의 복제 과정에서 처음으로 손의 역할보다는 렌즈를 투시하는 눈이 주요 기능을 담당하게 된다.

1900년 전후에 기술적 복제는 전승된 예술작품 전체를 대상으로 만들고 예술작품의 영향력에 심대한 변화를 끼치기 시작했을 뿐만 아니라 예술의 작업방식에서 독자적인 자리를 점유하게 될 정도의 수준에 도달했다. 이 수준에 대해 알려면 예술작품의 복제와 영화예술에 대해 살펴보아야 한다.

2
복제품이 결여하고 있는 것은 예술작품의 여기와 지금으로서, 곧 예술작품이 있는 장소에서 그것이 갖는 일회적인 현존재 (its presence in time and space, its unique existence at the place where it happens to be.). 바로 이 일회적 현존재를 통한 그 예술작품의 물질적 구조에서 겪어온 변화들과 그것이 편입된 소유관계의 변화가 원작(original)의 진품성을 결정한다.

문제는 기술적 복제에 대해 진품은 자신의 권위를 완전하게 유지하기 어렵다. 그 이유는 1) 기술적 복제는 원작에 대해 더 큰 독자성을 지님 (사진의 확대촬영이나 고속촬영은 자연적 시각이 포착할 수 없는 이미지를 포착) 2) 기술적 복제는 원작이 도달할 수 없는 상황에 원작의 모사를 가져다 놓을 수 있다.

복제 자체는 예술작품의 존속에 아무런 손상을 입히지 않지만 예술작품의 여기와 지금의 가치를 하락시킨다. … 어떤 사물의 진품성(authenticity)이란 그 사물의 물질적 지속성과 역사적 증언 가치까지 포함하여 전승될 수 있는 모든 것의 총괄 개념이다. 여기서 증언 가치는 사물의 물질적 지속성에 바탕을 두기 때문에 복제에 의해 이 물질적 지속성이 훼손될 경우 역사적 증언 가치 또한 흔들리게 됨. 이로서 사물의 권위도 흔들리게 됨. (105)

여기서 빠져나가는 것, 즉 기술복제 가능성의 시대에서 위축되고 있는 것은 예술작품의 아우라(aura, 독특한 분위기). … 복제기술로 인한 복제품의 대량생산과 수용자로 하여금 개별적 상황에서 복제품을 쉽게 접하게 함으로써 발생하는 복제품의 현재화는 복제된 것을 전통의 영역에서 분리시킨다. 이러한 전통의 동요는 대중운동들과 밀접한 연관 속에 있다.

3
인간의 지각이 조직되는 방식과 그 매개체는 자연뿐만 아니라 역사적 조건에 의해서 결정되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을 했던 빈 학파의 리글과 비크호프는 로마 후기의 특유의 지각 방식을 결정했던 형식적인 측면에만 주목한 채 그 지각 변화에 의한 사회적 변화 혹은 이러한 지각의 변화를 야기한 사회적 요인의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현재는 이러한 사회적 요인에 대한 성찰이 더 용이한데, 가령, 아우라의 붕괴와 관련하여 아우라를 먼저 정의하자면 자연적 대상의 아우라는 가까이 있더라도 멀리 떨어져 있는 어떤 것의 일회적인 현상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러한 아우라의 붕괴를 초래하는 두 가지 사회적 조건은 모두 대중의 중요성과 관련 있다.

사물을 공간적으로 또 인간적으로 자신에게 보다 더 “가까이 끌어 오려고”하는 대중의 관심사는 복제를 통해 모든 주어진 것의 일회성을 극복하려고 하는 경향으로 나타난다 (uniqueness and permanence of the object ––> transitoriness and reproducibility of the reproduction). 이렇게 아우라를 파괴하는 일은 오늘날의 지각이 갖는 특징이다.




4
예술작품의 아우라는 그 유일성, 제의에 사용되었던 점, 종교적 의식, 최근에는 세속적 형태의 숭배 행위 (수집가와 진품성) 등에서 드러난다. 아름다움에 대한 위기의 순간에 예술지상주의 이론은 “순수” 예술의 이념이라는 형태를 띤 부정적 신학을 통해 예술의 모든 사회적 기능을 거부하기도 하였다 (말라르메처럼).

그러나 예술작품의 기술적 복제 가능성은 역사상 처음으로 예술작품이 종교적 의식에 기생했던 삶의 방식으로부터 벗어나게 하였다. … 예술 생산에서 진품성을 가르는 척도가 효력을 잃게 되는 순간, 예술의 모든 사회적 기능 또한 변하게 된다. 제의에 바탕을 두었던 예술이 이제 다른 실천, 즉 정치에 바탕을 두게 된다 (112–113).

5
예술작품의 수용이 제의 가치에서 점점 더 전시 가치로 이동하고 있다. 전자에서는 그것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면, 후자에서는 전시의 기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기술 복제로 인해 예술 작품의 전시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고 (양적변화) 이는 예술작품의 본성의 질적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게 사진과 영화이다.

6
사진에서는 전시가치가 제의가치(초상사진)를 전면적으로 밀어내기 시작한다. 제의가치는 초창기 초상 사진에 남아 있었지만 이후 아제(Eugene Atget)의 사진처럼 파리의 거리를 포착한 사진에서 점점 사람의 모습은 사라지고 마치 범죄현장의 사진이 역사적 사건의 증거물로서 중요하게 등장한다. 아제의 사진은 특별한 수용 태도를 요구하는데 자유로이 부유하는 명상보다는 관찰자의 시각과 지침의 역할을 하는 설명 문구의 등장 등이 그 사례이다.

7
사진과 영화에 대한 질문에 있어서 사람들은 이것들이 예술인가라는 데 집중했지만, 이보다는 이들로 인해 예술의 성격 전체가 바뀐 것이 아닐까 라는 물음을 던졌어야 했다. 하지만 다수의 사변적 논의들은 오히려 영화를 예술로 인정하기 위해 제의적 요소, 초자연적 요소 등을 추가하려 한다 (전통적인 예술의 수준으로 영화를 끌어올리려 함).

8
무대배우의 연기는 연기자 자신을 통해 직접 관객에게 최종적으로 제시되지만 영화배우의 연기는 카메라맨의 지휘 아래 여러 각도에서 촬영되므로 카메라는 연기를 통일적인 전체로서 간주할 필요가 없다. 배우 역시 공연 도중에 관중에 맞추어 연기를 조정할 가능성을 상실하게 된다. 관중도 배우와의 접촉없이 카메라와 일치감을 느낄 때만이 배우와도 일치감을 느끼게 되므로 관중은 카메라의 태도를 취한다. 즉 관중은 테스트한다. (집합체의 신경감응과 관련하여 … “영화는 기계장치의 테스트를 통과한 ‘테스트 성과’를 전시가능하게 만든다. 영화가 보여주는 테스트 성과가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기계화된 노동의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장치의 테스트를 통과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그 장치와의 관계를 재조직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From 김남시)

9
영화에서 중요한 건 연기자가 기계장치 앞에서 자신을 연기한다는 점이다. … 124 배우는 (연기를 위해) 자신의 인격 전부를 바치면서도 그 인격의 아우라는 포기한 채 연기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아우라란 사람의 여기와 지금에 결부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우라의 모사란 있을 수가 없다. … 무대 위의 배우는 스스로를 자신이 연기하는 역할과 동일시할 수 있지만, 영화배우는 그러한 동일시에 실패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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