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 10/5 발터 벤야민의 생애와 사상/ 구제비평

작성자
bomi
작성일
2018-10-05 05:39
조회
1312
삶과예술 세미나 ∥ 2018년 10월 5일 금요일 ∥ 발제자: 손보미
텍스트: 발터 벤야민 『일방통행로/사유이미지』, 김영옥, 윤미애, 최성만 옮김, 도서출판 길, 2007


* 발터 벤야민의 생애와 사상


1. 1900년경~ (29~34)

유복한 시민 가정의 보호막 속에서 자란 유년기, 벤야민은 당시(빌헬름 제국 말기)의 계급적 갈등들을 파편적으로만 경험할 수 있었다.
[1900년경 베를린의 유년시절] 에서 그는 전쟁과 인플레이션으로 몰락하게 될 19세기가 지녔던 파멸의 싹들을 어린 아이의 감수성을 통해 감지해내려고 시도한다.

벤야민이 청년기에 품었던 생각은 "위기에 처한 유럽문화를 유대 정신으로 완성하고 구제"하는 일이었다. 그의 비평 태도는 대상을 파괴하지 않는 '구제 비평'rettende Kritiked으로 특징지어진다.
빈야민이 비판하는 것은 '정신'을 통해 계급적 갈등을 해소하고 사회주의적 이념을 실현할 수 있다고 믿는 정신지배주의Logokratie적 태도인데, 이 점에서 그는 이른바 '정통' 마르크시스트보다 더 과격한 마르크시스트적 특성을 보여준다.

2. 1915년경~ (34~36)

[독일 낭만주의의 예술비평 개념]논문제출 _1919년
[괴테의 친화력]집필 _1921년
[독일 비극의 원천] 집필 _1924

숄렘과 교류하면서 철학, 역사, 종교 및 언어의 본질에 관해 토론을 하게 된다.
[유토피아의 정신]을 발표한 블로흐와 교류하면서, 역사철학, 메시아주의, 정치 및 신학 등에 대한 자신의 생각들을 정리하기도 한다.

3. 1920년 후반경~ (37~41)

[일반통행로], [독일 비극의 원천] 출간 _1928년
[사진의 작은 역사] 출간 _1931년
[베를린 연대기] 집필 시작 _1932년
[파사주]의 개요 집필 _1935년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 [이야기꾼] 출간 _1936년
[보들레르에서 제2제정기의 파리] 집필 _1938년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역사철학테제)] 집필 _1940년

벤야민은 1920년대 인플레이션 등으로 몰락해가는 독일 시민사회에서 받은 파노라마적 인상이나 자신이 그동안 해왔던 철학적, 정치적, 문학비평적 관찰과 성찰들, 꿈, 여행기, 기억 등을 몽타주로 엮은 철학적 아포리즘 모음집 [일방통행로]를 출판한다.
[일방통행로]의 형식은 당시 파리에서 접한 초현실주의 운동에서 영감을 받은 바가 크다.
한편 벤야민의 에세이와 산문 단편, [사유 이미지]들은 기지에 찬 사상적 통찰들만이 아니라 그 문체와 아방가르드적 형식에서 독특함을 보여주는데, 이러한 측면은 최근에 와서야 벤야민 수용사에서 주목받아 연구되기 시작했다.

루이 아라공의 [파리의 농부]에서 자극을 받아 대도시 파리를 유물론적으로 서술할 "파리의 파사주"를 구상한다.
[파사주]Passage는 유리와 철제로 만들어진 지붕 아래 집결된 상점가(아케이드)로서 19세기 중엽 상품의 대량생산이 분격화되던 자본주의 초기를 상징하는 파리의 건출물들이다. 벤야민은 이 파사주들의 흔적을 더듬으면서 19세기의 역사를 구성하고자 했다.
벤야민은 이 저작을 위해 별도의 인식론을 개발할 필요를 느꼈다. 그리고 그 역사인식의 방법론의 일부가 [역사 개념에 대하여](=역사철학테제)라는 제목으로 사후에 발표된다.


* 구제 비평 (33)


[독일 비극의 원천], [괴테의 친화력]... 초, 중기의 저작들에서 우리는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에 이르기까지 벤야민의 사고를 관통하는 '구제 비평'의 방법과 의도를 충분히 읽어낼 수있다.
[독일 비극의 원천]에서 상징과 상징적 예술관이 지배한 서구의 예술철학에서 억압되고 폄하되어온 알레고리를 바로크 비애극이 특징적 형식으로 파악하고 그 고유한 아름다움을 구제한다.
이렇게 구제된 알레고리는 모더니티의 시인 보들레르에서 또 다른 형태로 부활하는데, 알레고리는 그가 예술철학적 틀 또는 신학적 틀에서 연구한 대상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 자신의 역사철학을 형성하는 요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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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아이콘] 세계는 구원을 기다린다
<출처>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65441

고대의 저자들을 세간의 편견에서 구해내는 것을 그(베냐민)는 ‘구원’(Rettung)이라 불렀다.

베냐민은 주로 ‘작품’을 구제하는 데에 관심을 보인다.
신이 인간을 타락의 상태에서 구원하듯이, 베냐민은 작품을 전승된 오해와 편견, 그리고 무엇보다도 세속의 망각에서 구원하려 한다.

하지만 ‘구제비평’에는 그보다 더 중요한 또 다른 차원이 있다. 가령 “결코 씌어지지 않은 것을 읽는다”는 베냐민의 비평 원리가 그것이다. 이는 텍스트 비평의 차원을 넘어서는 것이다. ... 하지만 사물과 기호는 다르다. 따라서 사물을 기호처럼 읽으려면, 먼저 사물과 언어 사이의 경계를 무너뜨려야 한다.

‘결코 씌어지지 않는 것을 읽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할까? 사실 우리는 마치 문헌을 읽듯이 사물을 읽어낼 수가 있다.

‘비평’(kritik)은 ‘위기’(krise)의 산물이다. 둘은 동일한 어원에서, 즉 ‘가르다, 나누다’라는 뜻을 가진 그리스어 ‘kritein’에서 유래한다. ‘구제’로서의 비평은 위기의 시대에 사물을 구원해야 한다.

위기에서 아도르노는 비평을 통해 모더니즘 예술을 구제하려 한다. 현대예술은 내용 없는 형식이기에, 그의 비평 작업은 형식을 읽는 것, 즉 사물을 읽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

비평이란 어디까지나 작품이나 사물을 언어로 분절화하는 작업이다. 한마디로 그것은 가르고 나누는 불화의 작업이다. ... 비평은 사물과 작품을 구원하기 위해 외려 그것들을 냉정히 가르고 나누어 해체한다. ‘구제비평’이라는 표현은 언뜻 형용 모순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안에서 구원이라는 ‘호의’와 비판이라는 ‘적의’는 하나로 종합된다.

‘문화비평’이라는 이름의 글쓰기는 결국 말없는 사물을 읽는 작업이다. 그것은 말없는 사물에 인간의 목소리를 주어 그것들이 스스로 자신을 말함에 이르게 해야 한다. ... 구제비평은 사물을 명명하던 아담의 작업을 연장하는 일이며, 그로써 신을 도와 신의 창조 사역을 완성하는 길이다. 위기의 시대에 세계는 구원을 기다리는 사물들로 가득 차 있다. 예민한 비평가의 귀에는 사물들의 그 소리없는 구원의 요청이 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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