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 1/25 『이보디보』 8장나비는 어떻게 점박무늬를 갖게 되었나?

작성자
bomi
작성일
2022-01-25 18:00
조회
542
생명 세미나 ∥ 2022년 1월 25일 화요일 ∥ 손보미
텍스트: 『이보디보』 션B. 캐럴 지음, 김명남 옮김, 지호 pp. 255~281



8장 나비는 어떻게 점박무늬를 갖게 되었나?


지금까지 수많은 연구자가 나비의 날개에 큰 관심을 기울여 왔다. 베이츠(1859년)는 생명의 진화를 밝히는 데에 나비 연구가 매우 중요함을 알려준 첫 주자다. 그는 나비 날개를 연구하며 ‘상사적 유사성’, 즉 의태 현상을 발견했다. 의태 현상은 한 종이 다른 종의 색과 무늬를 흉내 냄으로써 자신을 보호하는 현상이다. 나비는 포식자인 새를 따돌리기 위해 새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비의 색상과 무늬를 따라한다. 다윈은 베이츠가 발견한 의태 현상 이야기를 듣고 몹시 기뻐했는데 이를 ‘자연선택 압력’이 작용한 전형적인 사례로 여겼기 때문이다. 이처럼 나비 날개 무늬 연구는 진화를 이해하는 데에 무척 중요하다. 다만 이보디보의 관심은 조금 다른 각도로 펼쳐진다. 나비들의 색깔-무늬 체계가 최초에 어떻게 발명되었는지 살펴보고, 그로부터 어떻게 변이가 진화하였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오래된 유전자들이 새로운 재주를 배워 새로운 형태를 진화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1) 나비는 무엇을 발명하였는가?

나비류는 다른 곤충의 계통으로부터 갈라져 나온 후에 날개 인편, 착색, 기하학적 무늬 체계를 발명했다.(262)
나비는 눈꼴 무늬를 이용해 포식자의 관심을 날개 끝으로 돌리면서 몸통을 보호한다. (264)

2) 눈꼴무늬 만들기: 오래된 유전자들에게 새로운 재주 가르치기

초파리 및 절지동물 부속지 형성에 관여한 툴킷 유전자 (디스탈리스) 가 나비 날개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작업을 한다.
사지 형성을 맞던 툴킷 단백질인 디스탈리스가 나비 날개에서 발현하여 점무늬를 만든다. 이는 유전자가 완전히 새로운 재주, 새로운 임무를 맡은 것이다. 디스탈리스 유전자가 새 재주를 맡을 수 있었던 까닭은 그 부분(무늬를 만들 부분)의 세포들에 해당하는 경도 및 위도 좌표에서 반응할 새 스위치를 갖게 된 덕택이다. (267)
또 다른 툴킷 단백질인 슈팔트와 인그레일드는 눈꼴무늬 중앙과 고리 모양에 발현한다. 슈팔트와 인그레일드도 오래전부터 다른 임무들을 갖고 있던 유전자들이다 이 유전자들도 새로운 스위치들이 진화함으로써 나비에서 새로운 임무인 눈꼴 무늬 만드는 일을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271)
§ <마이크로 코스모스>에서는 세포 조직이나 기관 단위에서 이뤄진 설명이 이 책에서는 유전자의 차원에서 반복되고 있는 것 같다.

3) 나비는 어떻게 무늬를 바꾸었나?

데이비드 키즈는 다른 온도에서 디스탈리스 발현 형태가 어떤지 실험했다. 실험 결과에 의하면, 유충의 온도, 디스탈리스 단백질이 발현한 세포의 수, 성체 눈꼴무늬 크기 사이에 완벽한 상관관계가 있었다. 디스탈리스 유전자의 눈꼴무늬 스위치가 온도에 따른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그런데 스위치 자체가 온도를 감지하는 것 같지는 않다. 아마 유충의 몸 다른 곳에서 만들어진 모종의 호르몬 수치가 계절과 온도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일 것이다. 곤충의 호르몬은 인체의 호르몬과 마찬가지로 발생 단계를 조절하거나 특정 조직의 발생을 통제한다. 유전자 스위치들은 호르몬 효과를 궁극적으로 드러내는 매개체인 셈이다. (276)
이처럼 야생에는 분명히 자연선택이(온도에 따른 날개 패턴 진화) 작용하고 있다. 나비는 진화 과정에서 온갖 형태의 무늬들을 탄생시켰다. 이는 새로운 날개무늬를 진화시키는 일이 나비에게는 상당히 ‘쉽다’는 뜻이다. 그 까닭은 아마도 날개무늬의 유전적 조절 체계가 다른 신체부속들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은 채 쉽게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비의 진화는 실로 ‘날개 끝에 붙들린 우연’인 셈이다.(277) §조립식(모듈성) 신체를 구성하는 독립적인 신체 부속(날개 끝)의 돌연변이(우연)가 바로 진화의 핵심인 셈이다.

4) 의태와 색깔의 진화

겉모습이 엄청나게 다른 경우도 알고 보면 유전적 기초나 발생적 기초는 큰 차이가 없을 때가 있다. 예를 들어 타이거호랑나비 암컷의 두 가지 형태(호피부늬와 검은색)는 겉으로 보기에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지만 그 차이는 중앙부 인편들이 노란색소를 만드느냐 검은 색소를 만드느냐 하는 단 한 가지 유전적 선택으로 생겨나는 것이다. 의태 현상들이 대부분 그렇다. (280)
같은 지역에 사는 나비들은 종이 달라도 날개 무늬가 비슷한 반면, 같은 종이라도 다른 지역에 서식하면 무늬가 상당히 다르다. 일반적으로 나비의 포식자인 새들의 종류가 지역마다 달라서, 나비들이 서로 다른 선택압에 적응하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형태를 취했으리라 설명할 수 있다. 나비 개체군 사이에 드러나는 다양한 차이들은 대개 몇 종류 안 되는 유전자로 통제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헬리코니우스속 나비의 색깔 및 의태에 관련된 유전자들이 정확히 무엇무엇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유전자들의 정체가 밝혀지기만 하면, 환경 적합성과 유전자와 놀랍도록 다채로운 형태들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는지 손쉽게 연구할 수 있을 것이다. (281)

§ 8장 제목의 질문에서부터 저자의 강조점이 드러난다. 저자는 나비가 ‘왜’ 점박무늬를 갖게 됐는지 질문하기보다는 우선 ‘어떻게’ 점박무늬를 갖게 되었는지에 관심을 가진다. “나비는 왜?”라는 질문은 우리의 관심을 나비와 나비가 놓인 외부환경으로 돌리고, 자연스레 자연선택이나 적자생존 등의 설명방식을 따라가게 된다. 하지만 “나비는 어떻게?”라고 질문하면 일단 나비 자체의 형태발생 체계에 더 초점을 맞추게 된다.
저자는 “나비는 어떻게”라고 질문한 뒤, 유전자에 의한 형태발생, 그리고 동물 형태의 기본적인 특징인 “모듈성”에 근거해 나비 날게 무늬의 진화를 설명해간다. 하지만, 질문이 결코 ‘어떻게’에만 머물지는 않는다. 여기서 중요한 건 ‘왜’로 가지 않는 것이 아니라, 곧장 ‘왜’로 가지 않는 것이다. 형태가 만들어지는 방식(어떻게)에 충분히 관심을 두면서 ‘왜’라는 질문을 던지면, 곧장 ‘왜’를 질문할 때와는 다른 해석이 가능해진다. 나비 무늬의 진화를 단순히 자연의 압력에 적응한 결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날개 끝에 붙들린 우연”으로 보게된다.

§ 수많은 진화의 결과물들은 가장 우수한 설계도에 의해 만들어진 완제품이 아니라 무수한 마주침-땜질-으로 빚어진 ‘아름다운’ 작품이다. 환경 속에서의 적응이 아니라 이미 결정된 무수한 조건들과 규칙들을 활용한 나비의 모험과 발명. 필연들 위에서 우연의 춤을 추는 ...-나무-올빼미-나비-직박구리-무화과-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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