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 원더풀 라이프 1장 발제 올립니다

작성자
영대
작성일
2022-02-22 22:15
조회
335
다지원 – 생명 세미나 / 2022. 2. 22 / 박영대

『원더풀 라이프』
- 1장. 기대의 도상학

○ 캄브리아기 대폭발 및 책의 목적
캄브리아기의 생물대폭발은 5억 4200만 년 전에 다양한 종류의 동물화석이 갑작스럽게 출현한 지질학적 사건.

이 책의 주된 목적은 세 가지이다. 첫째, 이것이 가장 중요한 것인데, 이 책에 들어 있는 재해석의 표면적인 평온함 뒤에 감추어진 치열한 지적 드라마의 연대기이다. 둘째, 그 피할 수 없는 함축으로, 역사의 본질, 그리고 인류의 진화가 있음직하지 않다(improbability)는 엄청난 함의를 밝히는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 주제는 이처럼 근본적인 연구 프로그램이 왜 지금까지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는가라는 수수께끼를 파헤치는 것이다. 새로운 생명관의 열쇠를 쥔 동물인 오파비니아(Opabinia)의 이름이 생명의 수수께끼에 관심을 가진 모든 이들에게 누구나 아는 이름이 되지 못한 까닭은 무엇일까? (27)


○ ‘진보의 행진’

침팬지는 인류의 선조가 아니다. 그들은 친척종이고, 아프리카의 대형 유인원과 인류 사이에서 등장한 아직 알려지지 않은 공통의 선조로부터, 진화적인 의미에서 우리들과 등거리에 있는 존재이다. (35)

생명은 많은 가지를 분기시키며, 멸종이라는 냉혹한 죽음의 신에 의해 끊임없이 가지가 잘려나가는 관목이지 예측가능한 진보의 사다리가 아니다. ……
첫째, 내가 「생명의 작은 농담」이라고 부른 오류에서, 우리는 성공을 거두지 못한 생물 계통을 ‘진화’의 고전적인 ‘교과서적 사례’로 인용하는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사실상 강요당하게 된다. (42)
……
두 번째 큰 오류는 생명의 나무를 그리는 방식이다. 가령 우리는 사다리를 버리고 진화적 계통의 특징이 분기임을 인정할 수도 있지만, 여전히 생명의 나무를 예측가능한 진보에 대한 바람을 정당화하려는 전통적인 양식으로 그린다. …… (45쪽 주석. ‘동물’조차 ‘다계통적 집단’의 명칭.)
전통적인 도상은 이러한 수많은 가능성을 무시하면서 크리스마스 트리를 거꾸로 세워놓은 것과 같은 ‘역원뿔형 다양성 증대’라는 단일한 모형에 매달려왔다. 그것은 생명이란 한정되고 단순한 무엇에서 출발해서 점차 위를 향해 상승하며 끝없이 향상된다는 함축[함의]를 갖는다. …… (46쪽 주석. 식물의 이종교배. 그물망으로서의 생명의 나무. 또는 바이러스.) ……

마치 나무가 깔때기 모양으로 성장을 계속하듯, 가능성이라는 역원뿔들을 끊임없이 확장시키는 모습으로 진화가 전개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통적인 해석에서 역원뿔형 다양성 증대는 흥미로운 의미 융합을 선전한다. 수평방향의 차원은 다양성을 나타낸다. 즉, 맨 위쪽에서 나타나는 어류+곤충+달팽이+불가사리+곤충 등의 배열은 제일 아래쪽의 편형동물에 비해 옆쪽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수직방향의 차원은 무엇을 나타내는가? 문자 그대로 해석하자면, 상하방향은 지질학적 연대에서의 오래됨과 새로움만을 나타낼 것이다. 깔때기의 좁은 부분에 위치하는 생물은 오래되고, 끝부분에 위치하는 생물은 새롭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 우리는 위를 향한 이동을 단순성에서 복잡성으로, 원시적인 것에서 고등한 것으로의 이행라는 식으로도 해석한다. 즉 ‘단순한 시간적인 배치가 가치판단이라는 의미와 융합되는’ 것이다. (47-51)

우주가 인간을 중심으로 한 의미를 내재하고 있으리라는 우리의 바람을 키워내기 때문이다. (52)
우리는 이 멋진 신세계가 갖는 중심적인 함축[함의]를 파악할 수 없다. 만약 호모 사피엔스가 무성한 나무의 여러 가지들 중에서 하나의 작은 가지에서 발생했다면, 어떤 의미에서든 생물은 인류를 위해 존재하는 것도 인류 때문에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어쩌면 인류는 나중에 덧붙여진 무엇에 지나지 않으며, 일종의 우주적인 우연 또는 진화라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는 값싼 방울들 중 하나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54-55)


○ 생명의 테이프를 재생한다

해부학적 다양성의 폭이 최대에 달한 것은 다세포동물이 최초의 다양화를 이룬 직후의 일이었다. 그 이후의 생물진화의 역사는 확대가 아닌 축소의 과정으로 진행되었다. 어쩌면 현재의 지구가 일찍이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풍부한 종들을 보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대부분은, 해부학적 관점에서 보면, 몇 안 되는 기본적인 설계의 반복에 불과하다. (분류학자는 50만 종 이상의 딱정벌레를 기록하고 있지만, 그 대부분은 단 하나의 기본설계도에 최소한의 변경을 가한 복제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로 종수(種數)가 시간에 비례해서 증가했다는 견해는 수수께끼와 역설을 한층 격화시킬 뿐이다. 버제스 시대의 바다와 비교해서 오늘날의 해양에 사는 동물들의 종수가 더 많지만, 그 동물들이 기반하는 해부학적 설계의 종류는 훨씬 적다. (58)

평상시에 생물집단은 성공에 대한 다윈주의적 기준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이유로 번성하거나 사멸할지도 모른다. …… 그리고 만약 우리가 폐어의 유산이고 그 외에도 유사한 수천의 운좋은 우연들이 빚어낸 결과라면, 과연 우리의 지적 능력을 필연의 산물이거나 예측가능한 무엇으로 간주할 수 있을까?(60-61)

[결정론과 ‘완전함 임의성’을 벗어나서. 이분법의 문제. (63)]
내가 이 책을 쓴 까닭은 그 선을 벗어난 제3의 대안을 제안하기 위함이다. 나는 생명 테이프의 재생이라는 주제에 의해 해석된, 재구성된 버제스 동물군이 이러한 대안적 생명관을 강력하게 뒷받침한다고 믿는다. 다시 말해서 테이프를 아무리 여러 번 재생하더라도 그때마다 진화는 실제 이루어진 길과는 크게 다른 경로로 진행될 것이라는 관점이다. 그러나 재생의 결과가 매번 다르게 나타난다고 해서 진화란 무의미하며 의미있는 패턴을 결여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재생으로 나타나는 다양한 진화경로들은 진화의 역사에서 실제로 일어난 경로와 마찬가지로 사실을 근거로 ‘사후’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그 여정이 무수히 많을 수 있다는 것은 출발시점에서는 최종결과를 예측할 수 없음을 뜻한다. 여기에서 나타나는 매 단계는 각기 원인을 갖지만, 그 출발시점에서는 최종적인 도달점이 어디인지 확정할 수 없고, 어느 경로도 똑같이 되풀이될 수 없다. 수천에 달하는 단계들이 같은 순서로 되풀이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초기 단계에 작은 변화가 일어나면, 그 변화가 아무리 작고 당시 시점에서는 전혀 중요한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진화는 마치 폭포수가 갈라지듯 전혀 다른 물길을 따라 흘러내리게 되는 것이다.
이 제3의 입장이야말로 역사의 본질을 나타낸다. 그 이름은 우연성이다. 우연성은 그 자체일 뿐, 결정론에 임의성이 얼마간 들어가면 적정하다는 식의 보완적인 무엇이 아니다. 과학은 역사라는 다른 설명 세계를 자신의 영역으로 포함시키는 데 늑장을 부려왔다. 그리고 그 태만 때문에 우리들의 해석은 빈곤해졌다. 또한 과학은 역사를 경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역사에 눈을 향하지 않을 수 없을 때조차도, 어떤 식으로든 설명을 위해 우연성의 힘을 비는[빌리는?] 것은 시간을 초월한 ‘자연법칙’에 직접 기초를 덜 우아하거나, 덜 중요한 것쯤으로 간주되어온 것이다.
이 책은 역사의 본질을 다루고 있으며, 우연성과 생명 테이프 재생의 은유라는 주제에 의해 인류가 진화할 가능성은 압도적으로 적다는 것을 다루고 있다.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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