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정권기 경제개발 | 김보현 지음 | 갈무리 | 2006.10.22

카이로스
작성자
갈무리
작성일
2018-03-10 20:16
조회
755


민족주의와 발전

민족이냐 반민족이냐, 발전이냐 저발전이냐 라는 질문을 넘어
민족주의와 발전에 대한 회의와 비판으로!

지은이 김보현 | 정가 15,000원 | 쪽수 400쪽
출판일 2006년 10월 22일 | 판형 변형신국판(145*215) | 도서 상태 초판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 도서분류 Potentia, 카이로스 총서 9
ISBN 89-86114-92-5 04300 | 보도자료 박정희-보도자료2.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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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정권기 경제개발은 권력블록에 의해 민족주의 기획으로 주장되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민족주의 기획의 특수한 한 형태였다. 박정희 정권기는 반민족주의가 아니라 민족주의의 시대였던 것이며, 그 시대의 소산들 다수가 바로 민족주의의 결과물들이었다. 당시 특정 사회구성원들에게 집중된 삶의 고통들과 희생들 또한 박정희 정권기 경제개발의 민족주의적 속성들과 분리시켜 생각할 수 없다. 그들의 고통들과 희생들이 박정희 정권기 경제개발의 모순을 상징한다고 할 때, 그것들은 바꾸어 말하자면 ‘민족주의의 모순’이자 ‘발전의 모순’이었고, 이 중앙에 ‘새로운 사회관계=자본주의’가 놓여 있었다.


이 책의 의미

이 책은 ‘박정희 시대’와 ‘한국 근대사’에 대한 ‘진보담론’의 내적 성찰이란 문제의식 아래서 다음과 같은 논점들을 제시한다.

1) 박정희 정권기 경제개발은 민족주의 기획의 한 형태였다.

이 책은 기존 진보적 논자들 다수의 주장과 달리 박정희 정권기 경제개발이 당대의 권력블록에 의해 민족주의 기획으로 주장되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민족주의 기획이었음을 밝힌다. 박정희 정권기는 반민족주의가 아니라 민족주의의 시대였으며, 그 시대의 소산들 다수가 바로 민족주의의 결과들이었다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이 책은 박정희 정권기 주요 사회-정치적 문제상황을 민족주의의 좌절이나 근대화의 굴절, 종속과 저발전의 심화가 낳은 귀결물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로 ‘실현되어간’ 민족주의와 발전, 경제자립화 과정의 모순적 결과물이었다고 파악한다.

2) 민족주의 기획의 구체적인 한 형태로서 박정희 정권기 경제개발이 존속할 수 있었던, 동시에 균열-와해되어가지 않을 수 없었던 핵심적 사회기반은 가속적 발전의 효과이자 조건이었던 ‘자본/임노동관계’였다.

이 책은 박정희 정권기 경제개발에 대해 간과할 수 없는 상당한 수준의 헤게모니를 획득한 기획이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또한 그 헤게모니가 안정적일 수도 영구적일 수도 없었던 조건과 원인을 분석한다. 경제개발의 추진으로 초래된 자본축적의 성격 변화와 자본/임노동관계의 일반화가 내장하고 있던 모순 속에서, 경제개발 기획의 존립과 균열-와해 근거들을 포착한다는 것이 이 책의 중요한 특징이다. 그 점에서 이 책은 ‘박정희 시대’ 권력블록의 헤게모니를 간과하는 입장, 그 시대의 위기와 균열을 외면하는 입장, 그 시대의 위기와 균열을 정치적 독재에 맞선 계몽된 중간층의 성장에서, 혹은 국민경제의 대외의존성과 경기변동이란 측면들에서 찾았던 기존 논의들과 구별된다.


『박정희 정권기 경제개발』 상세한 소개

이 책은 크게 박정희 정권기 경제개발을 민족주의 기획의 한 형태로 파악하는 사실 판단의 차원과, 민족주의 기획으로서 그것이 가졌던 사회—정치적 내용을 비판적으로 고찰하는 규범적 차원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이 두 차원들의 논의들은 기존 논자들이 전제해둔 민족주의관에 대한 비판 위에서 전개된다.

제2장 「‘민족주의’라는 신화와 ‘박정희 시대’」는 기존 ‘박정희 시대’ 연구들에 대한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그리고 그 이하의 고찰을 위한 기초적 논의 차원에서 필자의 민족주의론을 개진한다. 필자는 박정희 정권기 경제개발을 민족주의 기획의 한 형태였다고 본다. 그러므로 제2장은 필자와 달리 당시의 경제개발을 반민족주의 기획이었다고 인식하는 연구자들, 그리고 이들과 친화적인 여타 논자들의 민족주의관들을 먼저 제시하여, 이들에 대해 비판하는 방식을 경유한다. 즉 민족주의 이해를 둘러싼 주요쟁점들을 확인하고, 지구적 근대화과정들과 맞물려 나타난 민족주의의 실제 사례들, 또한 이들을 연구한 국내외의 성과들에 비추어, 기존 민족주의론들의 편견과 오해를 적시한다. 그리고 이로부터 다음 장들의 논의에 필요한 수준에서, 민족주의의 개념적 내포를 몇 가지 명제들로 정리한다.

제3장 「경제개발의 개시 조건과 지속 기반」은 박정희 정권이 주도한 경제개발이 하나의 민족주의 기획으로 성립할 수 있었던 조건들로서 ‘해방 8년사’가 낳은 복합적 결과들을 논술한다. 즉 정치적 독립, 봉건적 사회관계들의 침식, ‘분단국가’의 형성, 내전을 동반한 냉전의 심화, ‘국민’ 정체성의 형성 등으로 인하여, 박정희 정권 성립 전후의 상황이 일제침략기 이후 존립해온 민족주의들과는 다른 형태의 민족주의가 성립·활성화될 수 있는 국면이었음을 밝힐 것이다. 다음에는 ‘새로운 민족주의’의 구체적 등장과 관련하여, 4·19시위 전후의 최대 문제상황이었던 대중적 빈궁화란 조건을 고찰하고, 그 안에서 자유당, 민주당 등 제도권 정치집단들과 저항엘리트들이 취한 전략들, 그리고 5·16쿠데타의 주역들이 취한 선택을 대비한다. 그리고 박정희 정권 성립 이후 본격화된 경제개발의 귀결로서 임노동기회의 증가추세를 확인하고, ‘모범근로자’ 유형의 노동자들을 통해 당시 권력블록의 프로젝트를 존립케 한 지지기반의 주요측면을 논술한다.

제4장 「권력블록의 민족주의 담론」은 앞의 조건들과 기반 위에 성립하고 존속한 박정희 정권기 경제개발 프로젝트를 담론 차원에서 분석한다. 우선 당시 권력블록이 생산해낸 담론들 속에서 ‘민족’과 ‘개인’을 동일화하여 전체주의—기능주의의 경향을 띠게 되는 민족주의적 사유의 핵심적 특징을 확인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고방식을 전제로 하여 전개된 ‘민족사 이야기’ 형태의 담론인 ‘민족중흥론’에 대해 논의한다. 여기에서 필자는 ‘민족중흥’이 ‘조국근대화’로, ‘조국근대화’가 ‘공업화’와 ‘수출입국’으로 제시되었다는 사실과 함께, 민족주의의 여타 사례들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전통’과의 선택적 단절론[‘전통’의 선택적 계승론], 정신혁명론, 권력정치론 등을 공유했다는 사실에 주의를 기울일 것이다. 그 다음에는 권력블록이 사회구성원들을 국민적 생산력증강에 매진하는 단일한 질서체계로 편성하기 위하여 산출한 담론들을 논의한다. 제4장의 마지막에서는 권력블록의 개발주의가 냉전주의, 그리고 ‘일민족 일국가’라는 민족주의의 원칙과 접합된 ‘승공통일론’을 볼 것이다. 승공통일론은 통일을 준비하는 사전작업으로서 무엇보다 경제발전을 통한 국력배양을 강조하였다. 승공통일론이 하나의 억압담론으로 기능하였음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반민족주의의 징표였다고 해석될 수는 없다. 승공통일론은 규범적 타당성 여부와 별개로 1990년대 이후 실현 가능성이 높아진 ‘흡수통일론’의 원형이었다.

제5장 「국가의 경제정책: 중상주의적 공업화와 성장드라이브」는 박정희 정권기 경제개발을 국가의 정책차원에서 고찰한다. 기존 논자들은 모두가 최소한 제1차 경제개발계획 ‘원안’에 대해서 민족주의 구상으로 평가해왔다. 그렇게 볼 수 있는 사람이라면 동 계획의 ‘수정안’과 이후 정책들을 마찬가지로 민족주의적 범주들 내에서 평가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제5장의 논점이다. 박정희 정권기 국가의 경제정책들은 ‘외세’의 영향권 속에서 일부 변경되지만, 애초의 복합적 방향성들을 많은 부분 유지하고 심지어 극대화하는 가운데 추진됐다. 그리고 당시 자본축적의 국내 동학은 ‘진보적 민족주의’ 성향 연구자들 다수의 생각처럼 ‘외세’의 논리가 전개되는 말단부에 불과했던 것이 아니다. 제5장의 마지막 절은 개발계획들의 이행 결과로서 그 기간 동안 국민경제의 발전과 자립화가 진척되었음을 확인할 것이다.

제6장 「경제개발의 모순과 ‘아래로부터의 균열’」은 박정희 정권기 경제개발의 지지기반이 균열되어간 경향에 대해 논술한다. 제3장에서 확인하듯이 박정희 정권기 경제개발이 민족주의 기획으로서 유지될 수 있었던 핵심적 기초는 자본축적의 성격변화와 결부된 ‘일자리’의 빠른 증가였다. 그러나 ‘일자리’의 증가는 단지 취업자 수의 증가만이 아니라, 자본주의적 임노동관계의 일반화 추세를 의미하였다. 이것은 자본축적의 산업적 측면 확대와 자본/임노동관계의 일반화가 자본축적의 노동 의존성을, 더 나아가 경제개발 전체의 노동 의존성을 현격히 확대하였고, 그 만큼 자본가들과 국가로 하여금 매순간 소요되는 노동력 비용의 수준과 생산과정 내에서 노동력이 운용·관리되는 실태에 민감하게 대처하도록 만들었다. 그리하여 비대칭성이 두드러졌던 당시의 노—자관계 속에서, 자본가들과 국가는 노동자들을 ‘회사’와 ‘국민경제’란 시스템들의 단순한 기능물들로 취급하였다. 또한 제6장은 1970년대부터 민중부문들 내에서 권력블록의 담론들을 상대화하는 경향이 점증해갔음을 논증한다. 이 때 기존 연구들이 드러낸 인식론적·방법론적 문제점들을 염두에 두어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이고자 하며, 민주노조운동을 비롯한 ‘저항’들을 포함하여 ‘충성’하지 않은 범주의 사람들이 보여준 생활전략들[‘탈출’, ‘공상’, ‘관망’, ‘일탈’ 등]이 가지는 의미들에 대해 논술한다.

그리고 제6장 마지막 절은 당대 저항엘리트들의 발상 및 실천이 지녔던 이중성과 이로부터 초래된 역설에 주의를 기울인다. 그리고 저항엘리트들의 역설을 낳은 주관적 요인들로 민중들을 적극적 의미에서 주체화하지 않는 소극성 내지 편협성, 변화의 요구들을 헌법개정운동으로 회수하는 편향, 종교적 상징에 의존한 도덕주의와 추상성 등에 대해서도 논한다.

제7장 「결론」은 앞에서 고찰·논의한 바들을 요약하고 이 책의 핵심 주장들과 그 의미들을 정리한다. 또한 최근 논의되고 있는 ‘대중독재론’[‘합의독재론’]을 비판적으로 논한다.


지은이 소개

지은이
김보현 (Kim Bo Hyun 1967 ~ )
1967년 충청북도 괴산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3살적부터 인천에서 성장하여 미우나 고우나 인천을 고향이라 생각하며 지냈고 현 거주지 또한 같은 곳이다.
유년기와 소년기에 남다른 모범생도 말썽쟁이도 아니었다. 지금은 종종 그 점을 못내 아쉬워한다. ‘화끈하게’ 무언가 해내거나 저지르지 못하였던 시절들. 당시 다소 내성적이었던 것 같다. 다만 학교에서 수업시간이고 휴식시간이고 어떤 주제를 가지고 무리지어 이야기가 오갈 때, ‘영, 아니다’ 싶으면 한 마디 꼭 던져야 직성이 풀리는 편이었다.
1987년 재수 끝에 성균관대학교를 입학하였다. 행정학과. ‘청운의 꿈’이 있었다. ‘고시 패스’를 하여 훌륭한 ‘관료’가 되리라 하는 꿈. 그러나 다행히(?!) 때는 ‘1987년’이었다. 그리고 얄팍한 지식욕을 채우고자 들어간 ‘교지편집위원회’. 이곳은 소위 ‘운동권’의 근거지들 중 하나였다. ‘운동’을 열심히 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두 가지 조건들은 세상을 완전히 새롭게 바라보기 시작한 계기들이었으며, ‘또 다른 꿈’을 향한 열망을 품고 그 열망을 의식한 ‘공부’에 관심을 쏟도록 만든 자극제들이었다.
이후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성공회대학교 사회문화연구원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박정희 정권기 사회와 정치를 자본주의와 민족주의, 근대주의 비판의 문제의식 아래 연구하고 있다. 이 외에도 1980년대 이후 전개된 ‘진보’운동/학문의 이론-실천을 성찰하는 작업에 관심을 두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사상계’의 경제개발론, 박정희 정권과 얼마나 달랐나?」(2003), 「박정희 정권기 저항엘리트들의 이중성과 역설」(2005) 등이 있다.

‘사회주의’는 사망하였다. 그러나 ‘또 다른 꿈’은 진행형이다.


책 머리에

이 책은 필자의 박사학위논문[2005년]을 일부 수정하고 보완한 것이다. 논문을 거칠게나마 처음 구상한 때가 어언 8년이 되어 가니, 이 책은 그 내실을 떠나 상당한 고투(苦鬪) 끝에 내놓는 결과물이다. 좋게 이야기하면 필자의 진중함에 따른 결과라 평하겠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그것은 필자가 ‘공부를 업으로 삼은 사람’ 치고 과히 명민하지 못한 까닭에 초래된 일이다. 그러니 여기 감히 독자들에게 내미는 필자의 책이 어떤 ‘대작’의 면모를 갖추었을 리는 만무하다. 그러나 운수 좋게도 출판의 기회를 얻은 것에 감사드리고 기뻐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 책의 문제의식과 해석, 주장 등이 독자들에게 결코 사소하지만은 않은 의미[‘새로운 사고’의 계기 내지 매개]가 되어 주리라 믿기 때문이다.

이 책의 출발점은 ‘한국 근대[사]’와 관련된 ‘진보담론’의 내적 성찰을 시도해 보고픈 욕구였다. 그리고 그것은 필자가 1987년 대학이란 곳에 처음 발을 디딘 이후 10여 년간 공부하고 토론한 일체의 텍스트들, 또한 ‘한국사회’라는 현실 자체에 대해 근본적으로 재고하는 시점(始點)이기도 하였다.

한국사회는 과연 신식민지 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하였나? 가장 ‘맑스주의적’이라는 논자들조차 종속의 지속을 넘어 종속의 심화를 이야기하고, 그것이 한국자본주의의 물적 토대에 기본적 한계를 부과한다는 주장을 하였는데, 이는 타당한 분석의 결과인가? 기존 논자들에게 종속이란 곧 저발전, 사회적 생산력의 저위 및 정체를 의미하였다. 그렇다면 ‘진보’와 ‘보수’ 간의 주요 쟁점은 한국사회의 ‘발전’ 여부 및 정도를 둘러싼 것인데, 결국 양측의 결정적 차별성이 사실판단의 수준에서 드러날 뿐 그 둘의 기본 발상들은 내용 면에서 상당정도 비슷하지 않은가? 상대방과 크게 다르지 않은 문제설정을 견지하면서 표명하는 그들에 대한 사회·정치적 극복의 의지는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 ‘우리’의 문제의식이 ‘사회해방’[‘사회관계’ 차원의 것]이라면 ‘발전’이란 실상의 긍정을, 그리고 ‘경제자립화’라는 실상의 긍정을 두려워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발전과 경제자립은 결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과정이 아닐뿐더러, 종전의 그것과는 다른 ‘새로운 모순’의 국면으로 이행함을 뜻하지 않는가?

필자는 이러한 질문들을 던지고 또 그 질문들에 답하고자 ‘박정희 정권기 경제개발’을 논구대상으로 택하였다. 당시 제도정치권과 보수언론을 일차적 발원지로 하는 소위 ‘박정희 신드롬’이 회자되었지만, 그 분위기가 필자의 선택에 직접적 영향을 준 것은 아니다. 필자가 박정희 정권기 경제개발을 논구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진보’를 표방한 기존 논자들 가운데 한국 근대사 전체에서 ‘박정희 시대’가 점하는 위상을 제대로 짚어낸 이가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정확히 ‘사회관계로서의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관점에서 ‘박정희 시대’를 연구하고 평가한 이가 역시 없다는 판단을 하였기 때문이다.

애초에 필자는 필자 자신이 지금처럼 이렇게 민족주의를 근본적으로 회의하는 사람이 될 줄은 몰랐다. 그러나 작업의 진척을 볼 때마다 ‘아, 민족주의는 아니야’라고 생각하게 되었으며, ‘우리’가 ‘사회해방’[‘새로운 사회관계’의 구성을 향한 부단한 실천들]이란 문제설정을 살려나가려는 한에서, ‘민족주의라는 강박관념’으로부터 탈주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우리’가 앞으로도 오랫동안 민족국가[국민국가]라는 사회·정치적 실체 안에서 살아갈 것이 거의 확실하지만 민족주의를 ‘우리의 깃발’로 삼을 수는 없다, 민족주의를 사고 및 행동의 중요한 조건 또는 환경으로서 이해하고 고려할 수 있지만 그것이 결코 ‘우리의 깃발’일 수는 없다는 판단에 이른 것이다. 결국 필자는 책 전반에 걸쳐 ‘본격적인 민족주의 비판’의 시선들을 담아내게 되었다.

거기에서 필자는 박정희 정권기 저항진영의 가장 체계화된 이론들 중 하나이자 이른바 ‘비자본주의적 발전론’의 잠재적 형태였던 ‘민족경제론’을 비판적 평가의 대상에 포함시킴으로써, 비록 암시적 수준이기는 하나 민족국가들 간의 발전경쟁동학 안으로 흡수·통합되어버린 ‘역사적 사회주의’ 기획에 대한 성찰과 필자의 문제의식을 연계시키고자 하였다.

독자들이 이 책에서 한국사회의 현재와 미래에 관련된 뚜렷한 ‘해답’을 얻을 수 없다는 점은 명백하다. 그러나 최소한 잘못 알았으며 잘못 생각해왔던 역사를 깨닫고 수긍하는 성찰의 기회, 동일한 사실관계일지라도 새롭게 달리 바라보는 전환의 계기를 구할 수는 있을 것이다. 이러한 기회 내지 계기는 비록 ‘약소한 시작’이나 ‘창대한 끝맺음’으로 나아가는 실마리가 될지도 모른다.

주변 분들에 대한 감사의 말들은 접고자 한다. 아마도 그 끝을 알 수 없을 것이기에. 지금까지 고마움과 사랑의 뜻을 담은 ‘변변한 선물’을 한 번 드리지 못한 부모님께, 역시 그에 값하지 못하는 것일 테지만, 이 책을 제일 먼저 드리고자 한다. 두 분들은 항상 필자의 선택이 많은 생각 끝에 내린 신중한 결정이었음을 믿어주셨고 또 그 만큼 가치 있는 것이라 평가해주셨다. 소박하게 표현한다면, 이 책은 어려서부터 두 분들께 배운 ‘바르게 살라’는 가르침을 나 나름대로 실천한 결실이다.

가을이 다가서니 담뿍 정들 것만 같은 항동골에서
2006년 9월 22일
김보현


목차

책머리에 7

제1장 문제의식과 구성 13

제2장 ‘민족주의’라는 신화와 ‘박정희 시대’
제1절 민족주의에 대한 오해와 편견 27
제2절 박정희 정권기 경제개발을 둘러싼 논쟁 55

제3장 경제개발의 개시 조건과 지속 기반
제1절 ‘해방8년사’의 이중적 귀결 78
제2절 대중적 빈곤과 ‘일자리=자본/임노동관계’의 확산 88

제4장 권력블록의 민족주의 담론
제1절 민족과 개인의 동일화: 민족중흥론 122
제2절 정신혁명을 통한 생산성 극대화: ‘생산적 국민’ 만들기 140
제3절 냉전주의와 접합된 민족주의: 승공통일론 157

제5장 국가의 경제정책: 중상주의적 공업화와 성장드라이브
제1절 미국 정부의 개입 의도: ‘거시경제’의 안정성 171
제2절 제1차 개발계획 ‘원안’의 특징 180
제3절 제1차 개발계획 ‘수정안’과 이후 정책의 특징 195
제4절 국민경제의 발전 및 자립 추세 222

제6장 경제개발의 모순과 ‘아래로부터의 균열’
제1절 새로운 문제상황: ‘짜내기축적’과 ‘공장전제’ 234
제2절 노동자들의 전략 분화와 ‘모범근로자’의 감소 251
제3절 저항엘리트들의 이중성 및 역설 285

제7장 결론 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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