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 루치아노 바사폴로, 마우로 까사디오, 제임스 페트라스, 헨리 벨트마이어 지음 | 윤영광, 황성원 옮김 | 2010.3.30

카이로스
작성자
갈무리
작성일
2018-03-11 09:23
조회
610


제국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세계화 동력학

Empire with Imperialism: The Globalizing Dynamics of Neo-liberal Capitalism

지난 세기 동안
라틴아메리카, 러시아, 중국, 중동, 아시아에서는
제국의 확장을 목표로 어떠한 일들이 벌어졌는가?

점증하는 저항과 위기 앞에서
이 체제는 과연 스스로를 지탱할 수 있을 것인가?

지은이 제임스 페트라스 외 | 옮긴이 황성원, 윤영광 | 정가 19,000원 | 쪽수 408쪽
출판일 2010년 3월 30일 | 판형 변형신국판(145*215) | 도서 상태 초판 1쇄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 도서분류 Mens, 카이로스 총서 17
ISBN 9788961950244 | 보도자료 제국은어떻게움직이는가_보도자료.hwp

인터넷서점 바로 가기 : 알라딘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


제국주의를 추구하는 권위주의는 이 순간 세 가지 근원적인 방해물에 직면해 있다. 대중 민주주의의 힘과 무장한 저항, 그리고 미 공화국의 쇠퇴가 그것이다. (……) 신자유주의 세계 질서를 수호하는 독단적인 신보수주의자들의 딜레마는 좌파에게는 기회이다. 제국주의의 힘에 도전하고 이를 약화시키기 위해 이라크 등 여러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저항의 힘에 대한 연대가 더 많을수록, 민주적 공화국의 기초를 다시 세우고, 대중 혁명운동을 건설 및 강화하며, 또 다른 세계를 만들어 낼 가능성은 더 커지게 되기 때문이다.

―『제국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저자 서문 중에서.


『제국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소개

이 책은 전 지구적 자본주의가 시장과 다국적 기업만이 지배하는 자율적인 제국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 책이 주장하는 것은 오히려 이와는 반대로 자본주의적 발전이 취하는 형태에 있어서 제국적 국가의 기능이 핵심적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라틴 아메리카, 러시아, 중국, 이라크를 비롯한 세계 곳곳의 사례를 바탕으로 한 폭넓은 논의를 통해 제국적 권력의 경제적 기초와, 제국을 유지하고 확장시키는 국가의 활동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조지 부시와 그 도당들의 의기양양한 선언과는 다르게 이라크의 저항은 펜타곤의 아랍 혐오자들과 이스라엘에 있는 그 일당들이 가지고 있는 인종주의적 이미지가 잘못된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아랍인들은 미국의 군사력에 겁먹지 않으며, 저항을 조직하는 데 무능하지도 않다. 군대를 떠나는 것은 수백 명의 미국 퇴역군인들이며, 중미 출신의 용병들에게 사기가 떨어진 미군들의 자리를 대신해달라고 절박하게 간청하고 있는 것은 미국 정부다. 여전히 제국이 번창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왕성한 활동이 필요하다.


『제국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상세한 소개

1) 제국인가, 제국주의인가?

이 책의 저자인 제임스 페트라스와 헨리 벨트마이어는 전작 『세계화의 가면을 벗겨라』(메이데이, 2008)에서 세계화는 불가피한 것이 아니며, 제국주의에 다름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이번 책에서 저자들은 전작에서의 논지를 이어, 세계화 이후 개편된 세계질서 속에서 제국주의가 아닌 제국의 등장을 주장하는 입장(하트와 네그리의 『제국』으로 대표되는)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정보혁명의 영향으로 세계시장은 국민국가가 힘을 행사할 수 있는 역량을 넘어서 전 지구화되고 이것이 새로운 전 지구적 주권의 출현으로 이어진다는 제국론이 등장한 이후, 여전히 중심국의 주변국에 대한 제국주의적 지배가 우세하다는 입장에 서 있는 사람들로부터 엄청난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이 책은 후자의 입장에서 주로 라틴아메리카의 통계자료와 경험적 사례들을 근거로 제국주의론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

하트와 네그리의 책은 전 지구적 발전의 동학을 분석하려는 의도에서 출발했지만, 저자들에 따르면 과학과 기술력의 결과로 전 지구적 자본주의는 오늘날 시장과 다국적 기업들에 의해서만 지배되는 자율적인 “제국”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이 논제에 직접 반대하면서 자본주의적 발달이 취하는 형태를 결정하고 그 체계를 보존하며 그것을 변화하는 조건에 적응시키는 제국적 국가의 역할을 하트와 네그리가 심각하게 저평가하거나 무시했다고 주장할 것이다. (…) 제국적 국가는 오늘날 변화와 발전의 전 지구적 동학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여전히 중요할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신자유주의, 세계화 및 제국주의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힘들이 서로 적대적으로 대면하고 있는 전 지구적 정치학의 각축장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1장 제국주의의 향기」, 19~20쪽)

2) 세계화 시대의 국가 중심성

제국과 제국주의 간의 논쟁은 자본주의의 역사 및 성격과 관련된 고전적인 쟁점이라면, 세계화와 국가의 역할 간의 관계와 관련된 논쟁은 최근 세계화라는 현상이 급부상하면서 제기된 새로운 쟁점이라 할 수 있다. 네그리의 제국론을 비롯하여 세계화이론가(globalist)들은 세계시장의 확장으로 인해 개별국민국가의 힘과 역할이 축소되었다는 입장이다. 반면 저자들은 가장 큰 다국적 기업들의 [대다수가] 미국(48%), 유럽(35%), 아니면 일본(11%) 기업인 상황에서 “세계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반박한다. 세계은행과 IMF 같은 국제금융기관들은 새로운 전 지구적 단일 국가를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권력과 기금을 제국적 국가들로부터 끌어내고 있기 때문에 세계화가 아니라 제국주의가 국가간 갈등과 기업 간 경쟁을 이해하는 핵심 개념이다. 특히 이들이 제국주의 국가라고 부르는 강대국(superpower)의 권력이 여전히 건재함을 밝히고 있다.

3) 그렇다면, 제국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저자들에 의하면 미국이 지배하는 “제국적 국가 체계”의 지배적인 행위자는 자본주의 국민국가와 거대 자본주의 기업들이다. 이러한 자본주의 기업들이 표현하는 경제적 이익은 제국적 국가 체계를 구성하는 국민국가의 이익으로 수렴된다. 제국적 국가인 미국은 직접적인 방식(국무부와 국방부를 통해)과 간접적인 방식(세계은행과 IMF 같은 금융기관들에 대한 통제력을 가지고) 모두를 동원하여 세계 체제를 운영하는 일종의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다. 이 체제를 유지하고 세계적으로 운영하는 데는 미국 납세자들의 희생이 뒤따르며, 제국의 경제적 비용은 그 체제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 있다. 모든 형태의 제국주의는 결국 그 체제에 대항하여 결집된 저항과 반대의 힘을 만들어 낸다. 얼마 안가 이러한 힘들이 제국주의가 그 내적 모순의 무게와 그 모순이 만들어 낸 정치적 힘 때문에 붕괴하게 될 때, 그 체제를 와해시킬 수 있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4) 제국 건설의 전리품―라틴아메리카

저자들은 제국주의의 대표적인 희생 지역으로 라틴아메리카의 사례를 들면서 라틴아메리카에서의 제국 건설 과정, 식민화 과정을 네 시기로 나누어 세세하게 분석하며, 풍부한 자료들을 통해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서의 미국의 만행을 드러낸다.

라틴아메리카에서 미국의 군사력이 증대되고 그대로 투영되면서 제국 건설자들은 더욱 공격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되었다. 베네수엘라에서 미국 정보부는 군사 및 민간 쿠데타와 사업주들의 공장폐쇄를 조직했다. 콜롬비아에서는 미군의 개입으로 인해 대학살이 심화되고 수백만 농민들이 땅을 빼앗기게 되면서 반란대중들이 생존물자와 식품의 지원을 받을 수가 없게 되었다. 워싱턴은 쿠바(“반체제 집단”이라고 부르는)에 적대적인 반혁명 요원 중핵들을 공공연하게 조직하여 선동 및 신병모집에 간여해온 한편, 임박한 군사적 목표물이 될 만한 혁명적인 정권의 목록을 명시적으로 나열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 전역에 있는 미군기지는 종속정권이 다수대중들에 의해 전복될 수 있는 곳에 앞으로 개입할 목적으로 건설되었다.(「4장 제국의 전리품―라틴아메리카에서의 미국」, 133쪽)

5) 공적개발원조의 실상을 폭로한다.

저자들은 흔히 대외원조라 불리는 공적개발원조를 원조자의 이익을 위해 고안된 것으로 보면서 1940년대 이래로 대외원조가 제국 질서 구축을 위한 도구로 이용되어 왔음을 폭로한다. 1940년대에 대외원조는 공산주의를 봉쇄하기 위한 미국의 대외 경제 정책의 유용한 도구로 출발했지만, 1983년 부채 위기 이후 대외원조는 프로젝트 대출이 아닌 정책 대출, 즉 자유시장을 지향하는 정책 개혁을 전제하는 대출이 되었고, 그리하여 오늘날 대외원조는 제국주의의 한 형태로서 잉여가치 이전의 메커니즘으로, 즉 개발이 아닌 퇴행의 촉매제로 기능한다.

6) 반제국주의 운동의 부상을 선언한다.

그러나 신제국주의 질서를 구추가기 위한 제국적 국가들의 노력만큼이나 반제국주의 정치(학)의 공세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저자들은 제국적 질서를 전복할 수 있는 반제국주의 운동이 어떤 조건 하에서 그리고 어떤 지정학적 위치에서 출현하고 확대되는지, 어떠한 조건 하에서 반제국주의 운동이 제국 내부에서 출현하는지, 반제국주의 운동의 잠재력과 한계는 무엇인지, 그리하여 오늘날 새로운 세계를 위한 가능성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에 대해 진지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대한 군사적 침략과 점령 이후 미국, 영국, 이스라엘의 승리주의적 수사에도 불구하고, 반제국주의 운동은 몇몇 전선들에서 기반을 획득해 가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반식민 운동이 재결집하고 있으며 몇 차례의 공격, 특히 식민지 점령의 비군사 기관들에 대한 공격을 개시했다. 더욱 놀랍게도, 이라크의 저항운동은 영국과 미국 점령군에게 매일 사상자가 발생하는 피해를 입혀 왔다. (…) 그러나 미국의 제국적 팽창과 생활수준 하락에 대한 대중적 불만의 고양이 가장 강렬하게 마주치는 곳은 바로 라틴아메리카이다. 마이너스 성장(1999~2005)과 미국·유럽으로의 부의 대규모 이전 이후, 라틴아메리카는 제국의 악행의 가장 분명한 상징을 표현하고 가장 실질적인 사례를 제공한다.(「7장 반제국주의 정치(학)의 계급 역학」, 220쪽)


지은이·옮긴이 소개

지은이
제임스 페트라스(James Petras)
뉴욕 빙햄턴 대학 사회학과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다. 아르헨티나 실업노동자 운동에 대한 연구와 더불어 지난 11년 동안 브라질 무토지 농업노동자 운동에 대한 작업을 해왔으며, 라틴 아메리카와 개발문제에 관해 36권의 저서와 300여 편의 논문을 냈다. 저작으로는 『게릴라의 전설을 넘어 : 라틴아메리카의 왼쪽 날개는 어디로 가는가』(마르꼬스 등과 공저, 생각의 나무, 2004), 『세계화의 가면을 벗겨라』(벨트마이어와 공저, 메이데이, 2008), Globaloney: El lenguaje inperial los intelectuales y la izquierada(2000), Hegemonia dos Estados Unidos no novo Milenio(2001), Cardoso's Brazil: A Land for Sale(2003), Social Movement and State Power(2005) 등이 있다. (홈페이지: http://www.rebelion.org/petrasenglish.htm)

헨리 벨트마이어(Henry Veltmeyer)
멕시코 싸까테까스 자율대학과 캐나다 핼리팩스 소재 세인트 메리 대학의 국제발전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세계 및 라틴아메리카 발전 문제에 대한 30여 권의 책을 (공동) 저술했으며, 최근 저작으로는 『세계화의 가면을 벗겨라』(페트라스와 공저, 메이데이, 2008), Transcending Neoliberalism: Community Based Development in Latin America(2001), System in Crisis(2003), Globalization/Antiglobalization(2004)이 있다.

루치아노 바사폴로(Luciano Vasapollo)
로마 대학의 통계과학 교수이자 사회경제연구소인 CESTES의 책임자이며, 『사회과학과 국제사』 저널을 맡고 있다. L'Europa vista dai Sud: Uno sguardo da Cuba(2004), La dolce maschera dell'Europa(2004)를 비롯하여 수많은 저술활동을 하였으며, 마우로 까사디오, 제임스 페트라스, 헨리 벨트마이어와 함께 Competizione globale (2004)를 썼다.

마우로 까사디오(Mauro Casadio)
사회-정치학 분야의 독립연구자이다. 독립사회경제연구 저널인 『공산주의 네트워크』(Rete dei Comunisti)의 책임자이며 『사회 비평을 위한 실험실의 과학 위원회』(Comitato Scientifico del Laboratorio per la Critaca Sociale)의 회원이다. No/Made Italy Eurobang: la multinazionale Italia e ilavoratori nella competizione globale(2001), Clash! Scontro tra potenze(2004), Competizione globale(2004)를 비롯한 수많은 저술 활동에 참여했다.

옮긴이
황성원(Hwang Sung-Won)
환경단체에서 활동하다가 현재는 대학원에서 기후변화와 산림관리 거버넌스 등과 관련된 공부를 하고 있다. 역서로는 『세계의 빈곤 누구의 책임인가』(이후),『혁명을 표절하라』(이후), 『불경한 삼위일체』(삼인, 공역). 『음식의 종말』(갈무리) 등이 있다.

윤영광(Yoon, Young Gwang)
<연구공간 L>(www.commonblogl.net)의 연구회원이며, 안또니오 네그리의 『혁명의 만회』(갈무리)를 번역했다.


저자 서문

조지 W. 부시의 2004년 “새해 국정 연설”(StateoftheUnion)은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미국”을 찬미하는 내용이 아니었다. 그것은 해외의 제국주의와―우크라이나가 정치적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은 이를 두고 “미국이 국제사(事)에 대해 국제적 독재 정권을 세우려 하고 있다”고 묘사했다―국내의 준파시즘(quasi-fascism)에 대한 것이었다. 그것은 제3세계의 파탄국가(failedstate) 혹은 깡패국가(roguestate)(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대한 정복을 찬미하는 연설이었고, 정치적 갈취 수단으로서 무력을 칭송한 것이었으며(리비아), 중동 전역에 새로운 제국적 짐을 지우겠다는 선언이었다. 그 연설은 부시 정권 정책의 가장 퇴행적인 요소들―일방적인 무력 사용, 예방 전쟁, 적국과 동맹국들의 국가 주권에 대해 최고의 지위를 갖는 미국의 제국적 명령 등―을 되풀이한 것이었다. 의회를 가득 채우고 있는 아첨꾼들과 일당들의 지지를 받으며, 미국의 제국적 정복을 칭송하며 미소 짓는 대통령은 일종의 “뉘른베르크 축소판”(Nuremberglite)이었다. 제국 대통령의 완성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연출된 시나리오였던 것이다.

제국의 황제 부시는 제국의 정복을 옹호하고 새로운 군비 지출을 계획할 때조차 제국적 의도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의 연설은 “승리주의”와 허위를 넘어선 것이었다. 그것은 “선택받은 사람들”의 미국이 그 적들을 절멸시키고 꺼림칙해 하는 동맹국들을 강제로 계몽하게 될, 거룩한 우주의 중심에 미국이 위치하는 기상천외한 전망에 근거한 것이었다.

부시는 천년왕국의 신봉자로서, 머리에 기름을 부어 성직에 임명된 신의 사도로서, 정의의 칼(혹은 집속탄)을 가지고 악마들(“테러리스트들”)을 처단하겠다며 연설을 했다. 하지만 승리주의와 찬양 사이에서 황제는 적들의 폭력에 대한 공포심을 유포하여 제국주의적 사명을 정당화하고자 했다. 이 사명은 과대망상을 통해 보완된다. 즉, “테러리즘”이 몸을 숨기고 변장한 채로 도처에 널려 있고, 언제든지 사악한 힘이 9/11을 재현할 수 있다는 과대망상 말이다.

승리주의라는 제국적 이데올로기는 영원한 취약성과 나란히 놓이게 되었다. 공포를 느끼면서도 [제국을] 찬미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2004년 국정 연설”의 비논리적이고 모순적이며 위선적인 본질은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다양한 변장을 한 이데올로기, 그중에서도 특히 스마트 폭탄과 미사일처럼 세계 지배를 염원하는 제국적 힘의 군사적 도구를 가지고 만들어 내는 자유와 평화라는 담론처럼 빤히 들여다보이는 이데올로기와는 너무나도 친숙하다. 중요한 것은 권력이다. 승리주의적 수사는 사악한 식민전쟁을 지속하기 위한 국내 자원(부풀려진 군사 예산과 군인들)을 모으는 데 사용되었고, 과대망상은 반전운동을 억압하고 침묵시키며 위축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자유를 제한하는 독재 권력(<애국자법>[USAPatriotAct]을 통해)의 집결을 정당화하는 데 사용되었다. (<애국자법 2세>[PatriotII]의 501항에 따르면, [불]법적인 행위에 연루된 미국 시민은 변호사, 언론 혹은 가족들과 만나거나 이들에게 알리지도 못한 채로 도로나 집에서 연행되어 비밀 군사 법정으로 끌려갈 수 있다. 수사관이 “그 행동을 가지고 그 시민의 수상쩍은 의도를 추정하기만 하면” 이 연행은 정당한 것으로 인정될 수 있다.)

세상에 실재하는 그 무엇도 세계 제국의 이 영광스런 전망을 구축하는 데 간섭할 수 없었다. [전쟁터에서] 살해당한 수백 명의 미국 장병들과, 불구가 되거나 팔다리가 절단된 수천 명의 군인들, 자살을 하거나 정신적으로 불안한 상태에 놓인 수천 명의 사람들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부시는 미국의 사망자들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이런 사실들을 언급하는 것이 제국을 칭송하려는 그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 이에 대한 언급은 미국 군인들이 취약하며(따라서 신의 선택을 받아 보호받는 “슈퍼맨들”이 아니며), 식민화된 사람들이 “무적의 군사 기계”에 효과적으로 저항하고 있었다는 것을 밝히는 꼴이 되기 때문이었다.

부시와 그 내부 측근들은 [전쟁에 대한] 열기가 좀 가시고 나면 이라크인들의 저항이 승리하고 미국인 사상자가 발생할 때마다 선거에서 부시의 지지도가 떨어지고 럼스펠드의 “권력에의 의지”가 훼손된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이라크에서 패배하게 되면 중동에서 무제한적인 전쟁을 벌이고 있는 펜타곤-시온주의자-군사주의자들의 전망이 조롱당하게 된다.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군사적 정복(이라크에 이어, 시리아, 이란 및 다른 나라들)에 대한 군사주의적이고 시온주의적인 천년왕국의 미래상은 바그다드 외곽의 전투와 바스라(Basra)의 수십만 명의 시위대, 그리고 도처에 심어 놓은 지뢰들 때문에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

이라크의 저항은 펜타곤의 아랍 혐오자들과 이스라엘에 있는 그 동료들이 만들어 놓은 인종주의적 이미지가 거짓임을 밝혀 왔다. 아랍인들은 미국의 군사력에 위협당하지 않으며, 저항을 조직하는 데 무능하지도 않다. 군대에서 물러나는 것은 수백 명의 미국 군인들이며, 사기가 저하된 미군으로 들어와 달라며 중앙아메리카 출신의 용병들에게 필사적으로 간청하고 있는 것은 바로 미국 정부다.

“제국의 지위”(StateoftheEmpire)에 대한 부시의 보고는 필연적으로 그 체제의 사회 및 경제적인 국내 성공에 대한 압도적인 찬양을 내포하고 있었다. 제국은 “총과 버터”로 만들어졌거나, 아니면 그의 메시지가 그런 내용을 전달코자 했던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여기서 그 이야기는 미국 대중들의 가장 후진적이며 광신적 애국주의 부문마저도 믿지 않을 정도로 신뢰도가 떨어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난 3년 동안 3백만 명의 미국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민간 보험과 제약(製藥) 제도가 잘못되어가고 있으며, 부시의 정책들은 소수 부유층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의 취약성을 증가시켜 왔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다. 부시는 미국 대중의 60% 이상이 그의 사회정책들을 거부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는 파시즘적이고 억압적인 <애국자법>을 확대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는데, 그 법의 조항들은 대통령이 모든 민주적 권리를 유보할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1930년대의 파시스트들과 최근 몇 년간 나타난 근본주의 종교 우파들처럼, 부시는 비非전통 가족들, 즉 동성 결혼 부부, 동성애자, 불법 이민자들(천만 멕시코인들에게 사면은 없다)에 대한 전쟁을 선포함으로써 근본주의적 기독교인들의 광범위한 기반을 동원하고자 했다.

부시는 연설에서 경찰, (억압적인) 법률의 제정 및 군대의 핵심적 역할을 국가 안보라는 수사로 포장해서 강조했다. 반면 80%에 육박하는 이라크의 실업률(또는 전쟁과 미국 점령에 대한 이라크인 98%의 반대)과 아프가니스탄 마을의 폭격, 매일매일 벌어지는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학살 또는 미국을 방문할 때면 범죄자로 추정되어 (사진 찍히고 지문날인을 당하며) 자신의 결백을 증명해야만 하는 비유럽인들에 대한 억압적인 경찰국가적 대우 등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날의 황제들처럼 부시는 제국의 국내 기초가 취약하다는 점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다. 혹은 제국에 재정을 공급하기 위해 “공화국”(국내 경제)에서 국가 자금을 대량으로 이전시켜, 엄청난 양의 재정 적자를 야기하여 2004년에는 그것이 5천억 달러 이상에 이르게 되었다는 사실을 전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오만함 아니면 아둔함 혹은 그 둘 다에 눈이 멀고, 제국적 경제 확장과 세계 지배라는 꿈에 이성을 상실한 부시는 자본의 과잉 유출과 미국 기업들의 해외 보조금 수출이 막대한 무역 적자를 야기하고 미국 통화를 손상시키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

그의 제국 선배들처럼 부시는 자유와 평화의 덕망 있는 제국의 보다 큰 선을 위해 “미국 사람들”이 희생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이 메시지는 준국가적 수준의 비굴하며 “자기 검열적인” 대중매체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미국과 전 세계로 퍼져나간다. 하지만 세계의 다른 곳에서는 이를 미국과는 다르게 받아들인다. 『르몽드 디플로마띠끄』(LeMondeDiplomatique)는 부시의 연설 이후 독자의 68%가 미국이 세계 평화에 막중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느꼈다고 보도하고 있다. 세계의 다른 지역들에서도 똑같은 의견들이 있었다(이스라엘을 제외하고). 사실 미국 국민의 15% 이하가 그 연설을 들었는데, 확신에 찬 일부를 제외하면 공공연한 지지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보다는 2주 뒤에 있을 슈퍼볼 미식축구 선수권 대회에 더 많은 관심이 있었다.

역사가들이 “파시즘”이라고 묘사해 왔던 것의 미국적 형태는 몇 가지 점에서 그 앞에 있었던 것들과 상당히 다르다. 미국판 파시즘은 몇 억 달러어치의 대중매체 선동으로 표를 구매한다. 인정해 달라고 강요하거나 공공연하게 사람들을 겁 먹이지 않고 그 대신 “타인들”, 즉 내부와 외부의 적, 도처에 있는 적들에 대한 과대망상과 공포의 씨를 뿌린다. 군중들에게 최면을 거는 대규모 조직이나 큰 볼거리는 없지만, 그 대신 투표자들을 이간질하고, 50% 이상의 기권율을 양산하는 경박함과 진부한 거짓말들이 있다. 미국 대통령은 2004년에 대략 절반가량의 기권율과 “불법” 이민자(천만 명) 및 수감 경력자(4백만 명)의 배제를 전제로 한 상태에서 유효 유권자의 4분의 1이하로 당선될 수 있었다. 이렇게 배타적인 선거 과정마저도 [부시에게] 적합한 결과를 보장하는 데 충분하지 않았다면, 유권자 사기, 배제, 사법적 개입까지 일어났을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들은 이것을 “가벼운 파시즘”(fascismlite)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은 20세기 역사를 통틀어서 우리에게 알려진 가장 무거운 형태가 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이라크에서 미국 침략군의 지휘관이었던 토미 프랭크 장군(GeneralTommyFranks)(부시의 가까운 조언자)은 최근 미국에서 “주요한 공격”이 한 번 더 발생하면 헌법을 잠시 유보하고, 군사법을 선포하며 용의자를 심문하는 군사 재판소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시가 되풀이해서 <애국자법>을 옹호했던 것이 프랭크 장군의 준파시스트적 주장이라는 메아리로 되돌아온 것이다. 다시 말해서 체제 선동적인 도발은 미세하게 잡혀 있는 균형을 우리가 알고 있는 그 파시즘 쪽으로 옮겨 놓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제국주의를 추구하는 권위주의는 이 순간 세 가지 근원적인 방해물에 직면해 있다. 대중 민주주의의 힘과 무장한 저항, 그리고 미 공화국의 쇠퇴가 그것이다. 계급을 지배하는 신세계의 구성원들과 초국적 자본주의의 행위자들은 매년 스위스 다보스에 있는 리조트에서 만나 회의를 하는데, 이들은 분명 달러화의 지속적인 하락과 제국주의적 적대 및 “과도한” 경쟁의 결과물, 사회적 불평등과 빈곤의 불안정 효과, 문명들 간의 충돌, 테러리즘과 세계 질서에 대한 위협 요인들, 그리고 미국과 세계 질서에 대한 위협들 때문에 곤란을 겪고 있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하여 세계 지배계급을 구성하는 다양한 국가 단위 대표단들은 다보스나 그와 유사한 정책 포럼 및 정상회담에 모여서 미국의 이라크 침략을 지지하였고, 제국주의적 팽창과 미국 공화당의 쇠락 간에 연계가 있음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세계 질서를 수호하는 독단적인 신보수주의자들의 딜레마는 좌파에게는 기회이다. 제국주의의 힘에 도전하고 이를 약화시키기 위해 이라크 등 여러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저항의 힘에 대한 연대가 더 많을수록, 민주적 공화국의 기초를 다시 세우고, 대중 혁명운동을 건설 및 강화하며, 또 다른 세계를 만들어 낼 가능성은 더 커지게 되기 때문이다.


목차

감사의 말
서문:미국의 지위

1장 제국주의의 향기 19
제국은 제국주의와 공존하는가?
비장소(Non-place)로서의 제국
미제국주의
(과학적/기술적) 성공의 달콤한 향기?
신제국주의:“제국”의 대안
하위주체의 제국?
결론

2장 제국적 권력의 경제적 기초 53
제국의 경제학
제국적 중심들 간의 관계
결론

3장 제국적 국가 71
국민국가가 없는 상상의 세계
국가의 중심성
제국적 국가의 정치력과 군사력의 확장
국가와 대중매체
투쟁 지역으로서의 재식민화된 국가
국가는 왜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는가
결론

4장 제국의 전리품―라틴아메리카에서의 미국 102
라틴아메리카라는 “주변부”에서:제국적 국가와 종속국가 간의 관계
제국의 전리품들:상어 사육
제국적 통치의 기술
제국의 새로운 방향들/지침들

5장 공화국 미국과 제국의 영향력 135
미제국의 경제 구조
군사주의와 경제적 제국
공화국의 몰락
제국 전쟁과 공화국
제국간 갈등
빵이 없는 서커스

6장 제국 건설과 제국적 통치의 역학관계 168
미제국의 계급과 국가
제국주의 간 갈등과 국가 및 계급 갈등
제국 건설:관찰자의 눈에 비친 전능함
제국의 미래?

7장 반제국주의 정치(학)의 계급 역학 195
반제국주의 운동
반제국주의 운동의 출현을 위한 조건
역사적 관점에서의 반제국주의 운동
미국에서의 반제국주의
제국주의와 계급구조
몇몇 해결되지 않은 이론적 문제들
반제국주의적 운동과 정권들
근대 반제국주의 운동들의 전술과 전략
반제국주의 운동에 대한 성찰

8장 제국주의 간 경쟁의 동학 236
자본주의 간 경쟁의 동학
경제생산성과 복지국가
유럽연합의 정치 동학:복지국가에 대한 공격과 진보정치의 침식
유로화와 달러에 무슨 일이?
기술 경쟁:양날의 칼
유럽은 성장하고 있는 위협인가 아니면 뒤처지고 있는가? 생산성의 문제
에너지 자원과 지정학적 통제:제국주의 간 전쟁의 근거가 될 수 있는 것들
중앙아시아에서의 경쟁과 각축
탈레반 및 사우디아라비아와의 동맹

9장 제국 안의 러시아와 중국 295
궁지에 몰린 서구의 제국주의
제국주의의 눈에 비친 러시아:전략적 고려들
미국의 중국 증후군

10장 지역개발로서의 제국주의 321
1940년대와 1950년대의 원조:공산주의의 유혹과 싸우기
1960년대와 1970년대의 원조:개혁이냐 혁명이냐?
이행기 체제에서의 대외원조:1973~1983
세계화 시대의 원조:1980년대와 1990년대
세계화 시대의 대안적 개발과 제국주의:1983~2003
퇴행의 촉매제로서의 대외원조
결론

11장 전쟁으로서의 제국주의 338
네오콘이 행동을 취하다
네오콘과 미국의 전 지구적 제국
부시 독트린:거침없는 제국 건설
중동과 제국주의적 전쟁의 지정학
미제국주의의 희생양 이라크
이라크의 의미와 용도: 군사
력, 석유 그리고 기업 이익의 확보
결론

12장 제국과 제국주의에 관한 숙고 371
하트와 네그리:현실을 찾고 있는 이론
제국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다궤도 전략
2003~2004:진단, 예측 그리고 사후 검토
제국적 전쟁, 경제위기 그리고 대중봉기

옮긴이 후기 395
참고문헌 397
찾아보기 405
전체 299
번호 썸네일 제목 작성자 작성일 추천 조회
31
베르그손, 생성으로 생명을 사유하기 | 황수영 지음 | 2014.10.20
갈무리 | 2018.03.11 | 추천 0 | 조회 1303
갈무리 2018.03.11 0 1303
30
공산주의의 현실성 | 브루노 보스틸스 지음 | 염인수 옮김 | 2014.9.29
갈무리 | 2018.03.11 | 추천 0 | 조회 1088
갈무리 2018.03.11 0 1088
29
매혹의 음색 | 김진호 지음 | 2014.8.8
갈무리 | 2018.03.11 | 추천 0 | 조회 847
갈무리 2018.03.11 0 847
28
시민을 발명해야 한다 | 바바라 크룩생크 지음 | 심성보 옮김 | 2014.4.24
갈무리 | 2018.03.11 | 추천 0 | 조회 955
갈무리 2018.03.11 0 955
27
옥상의 정치 | 김만석·조정환 외 지음 | 2014.4.4
갈무리 | 2018.03.11 | 추천 0 | 조회 901
갈무리 2018.03.11 0 901
26
과학의 새로운 정치사회학을 향하여 | 프리켈 외 엮음 | 김동광 외 옮김 | 2013.11.31
갈무리 | 2018.03.11 | 추천 0 | 조회 1219
갈무리 2018.03.11 0 1219
25
위험한 언어 | 울리히 린스 지음 | 최만원 옮김 | 2013.10.20
갈무리 | 2018.03.11 | 추천 0 | 조회 811
갈무리 2018.03.11 0 811
24
몸의 증언 | 아서 프랭크 지음 | 최은경 옮김 | 2013.7.31
갈무리 | 2018.03.11 | 추천 0 | 조회 779
갈무리 2018.03.11 0 779
23
리듬분석 | 앙리 르페브르 지음 | 정기헌 옮김 | 2013.5.15
갈무리 | 2018.03.11 | 추천 0 | 조회 840
갈무리 2018.03.11 0 840
22
과학, 기술, 민주주의 | 대니얼 리 클라인맨 엮음 | 스티븐 엡스틴 외 지음 | 김명진, 김병윤, 오은정 옮김 | 2012.11.22
갈무리 | 2018.03.11 | 추천 0 | 조회 1003
갈무리 2018.03.11 0 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