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 5/26 예술과 다중, 지안마르코에게 보내는 편지 <추상적인 것에 대하여>

작성자
Gorani
작성일
2021-05-25 22:41
조회
449
1988년 12월 1일
지안마르코에게 보내는 편지 <추상적인 것에 대하여>
※ 지안마르코는 가상 인물이다.

[진리에 대한 개념 설정]

지안마르코는 “진리로 돌아가자”고 권유하지만 네그리는 이에 반대한다. 진리로 돌아가자는 말은 모호하기 때문이다.
네그리가 생각하는 진리는 가난한 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며 구축된 것이다.
지안마르코가 생각하는 진리는 이와 다르다. 하나의 실체적 존재를 망각했다는 걸 스스로 고백하게 만드는 것이 진리이다.

[추상적인 예술을 사랑하는 이유]

네그리는 예술이 추상적인 것이 되면서부터 예술을 사랑해왔다.
노동의 특이성이 추상적이고 유일한 집합에 참여하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추상적인 예술은 현실적인 전개를 답파(끝까지 걸어 돌파)하며 하나의 새로운 세계를 창조한다.
근대는 이러한 추상화이며 각각의 특유성이 행하는 노동의 참여이며 상호교환성이다. 즉 하나의 추상적인 공동체이다.

*네그리가 생각하는 추상적인 것 : 1. 추상적인 예술, 2. 노동의 특이성이 참여할 수 있는 유일한 집합/공동체, 3. 현실적인 전개를 답파하며 하나의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구성적 행위

[근대 논쟁에 대한 자신의 입장]

근대를 비판하는 논쟁을 네그리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 논쟁은 원한의 산물이다. 원한은 인간의 열정 중 가장 나쁜 것이다.
근대를 옹호하는 논쟁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 이유에 대한 설명이 이해하기 어려워서 본문 내용을 그대로 인용합니다.)

p. 45~46
<근대화가 역사적으로 아직 완성되지 않은 곳, 파푸아나 중앙아시아의 각 부족들마저도 근대는 이론적으로 충분히 완성되어 있습니다. 근대가 실현되는 것은 과정으로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본질로서이니까요. 근대가 나타나는 것은 결과라는 형태로서입니다. … 근대화가 사실이 되어 있지 않은 장소라고 해도 근대는 사실이 되어 있습니다. 과정의 시간과 결과의 사실성 사이의 이 역전된 관계야말로 낭만주의적인 모든 가능성을 빼앗는 것입니다. 삶을 탐구로서, 또 진리를 하나의 구축적 변증법의 생산물로서 각각 이해하려고 하는 가능성을 말입니다. 포스트모던이 집착하는 것은 바로 이점이죠. 근대가 바로 근대화로부터 분리된 것이라는 사실 말입니다.>

*위 글을 정리하자면 포스트모던은 근대가 근대화로부터 분리됐다고 말한다. 근대화가 역사적으로 완성되지 않아도 근대는 이론적으로 충분히 완성되어 있다. 근대화가 사실이 아닌 장소에도 근대는 사실이 되어 있다. 근대는 과정이 아닌 본질로서 실현된다.
⇒ 근대화는 과정의 시간, 근대는 결과의 사실성이라고 봤을 때, 보통은 근대화를 통해 근대가 있다고 생각한다. 근데 이것이 역전된다면 낭만주의적인 모든 가능성이 없어진다. 이 가능성은 삶을 탐구로서 이해하고, 진리를 구축적 변증법의 생산물로서 이해하는 것이다.

<관련 질문>
- 근대를 옹호하고 비판했던 논쟁의 맥락은 무엇일까?
- 포스트모던이 말하는 근대화와 근대의 분리는 어떻게 낭만주의적인 모든 가능성을 없애는걸까?
- 낭만주의적 가능성으로 얘기되는 삶을 탐구로서 이해하는 것, 구축적 변증법은 무엇을 말하는 걸까?

[포스트모던을 옹호하는 이유]

지안마르코는 포스트모던에 구역질을 느낀다. 포스트모던은 ‘그 자체가 실현되는 시간’(근대화)으로부터 분리되는 것으로 ‘스스로’(근대)를 규정하는데 이는 거짓이기 때문이다.
네그리는 포스트모던을 옹호한다. 포스트모던의 경험이 추상의 진리이고, 이 사실을 인정하는 게 경험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추상적 사건이나 새로운 의미 결정, 새롭고 특이한 공동체의 형상 등이 축적되는 과정은 이미 완성됐다.
이미 하나의 새로운 세계는 생겨났고, 모든 것은 이 새로운 세계의 내부에서 만들어진다. 포스트모던은 만들어진 것의 진리다.
만들어진 것은 공허가 아닌 존재다. 그것이 우리를 당혹하게 하고, 여러 그림자에 속을지라도 이 속임수는 강력하고 현실적인 것이다. 표면성(저는 속임수를 표면성과 같은 말로 봤습니다.)과 만들어진 것은 유일한 현실성이다.

[지안마르코가 생각하는 현실성에 대한 비판]

지안마르코는 현실성을 다르게 생각한다. 삶은 현실성을 증명하기 위해 있다. 현실은 옳은 것과 그른 것, 진실과 거짓, 아름다움과 추함으로서 존재한다. 우리(지안마르코와 네그리)가 싸웠던(투쟁한) 것은 이러한 양자택일 사이에서였다. 우리에게 미학이란 저항, 탈신비화, 공격의 미학이었다.
68혁명을 통해 우리는 현실성을 우리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힘을 얻었다. 대안적인 창조를 할 수 있었고, 세계는 우리의 것이 됐다. 하지만 우리는 다른 녀석들이 우리의 발치에 구멍을 파고 있던 것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우리가 진리를 움켜쥐고 있는 사이에, 진리는 현실성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우리가 진리라고 하는 장에서 녀석들을 기다리고 있는 사이에, 녀석들은 진리로부터 그 근거를 빼앗음으로써 세계를 재구축해 버렸던 것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진실한 것을 몸에 떼어놓지 않고 계속 움켜쥐던 우리는, 녀석들에 의해 편집증이나 괴짜 취급을 받게 됐다. 세계가 괴물적 변형을 계속하고 있었음에도 우리는 그것을 전혀 보지 못하는 맹목적인 꼬마였다.

<관련 질문>
- 녀석들은 누구일까?
- 우리가 움켜진 진리로부터 그 근거를 빼앗음으로써 세계를 재구축해 버린 것은 당시 어떤 상황을 말하는 걸까?

[죽은 현실성, 이 광기의 이행을 살아내야만 해!]

진리로부터 현실성을 빼앗긴다면 더 이상 그것을 진리라고 부를 수 없다. 현실만이 진실한 것, 다른 하나의 진리가 된 것이다. 현실성을 경유해 하나의 진리로부터 다른 진리로 향하는 것은 추상적인 것으로 나아가는 우리 영혼의 심화이다.
우리는 이 죽은 현실성, 이 광기의 이행을 살아내야 한다. 삶을 다시 긍정하기 위한 역설적인 하나의 수단으로서 말이다. 우리가 추구했던 진리가 붕괴되는 것을 우리는 견뎌야 한다. 현실성이 변했다는 것과 동시에 진리도 또한 변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이 공허한 지평 위에서 현실을 찾으려하는 것, 현실이 우리의 수중에 들어올 때까지 찾는 것, 절망 가운데서 그것을 계속 찾아 헤매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포스트모던(현실의 진실한 추상화)은 세계를 재구축하기보다 새로운 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받아들여진다.

[구성적 노동, 추상적인 노동]

우리의 상상력은 공허가 가지는 무한의 가능성에 대면할 수 있을 만큼의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오늘날 관조의 대상은 자연 상태가 아니라 비자연적인 상태, 포스트 자연적인 상태, 포스트 인간적인 상태, 비인간적인 상태이다. 자연적 결정론, 역사적 흔적, 합목적성, 완성은 더 이상 대상이 되지 않는다.
우리의 노동은 재구축적 노동이 아니라 구성적 노동으로 불려질 것이다. 추상적인 것만이 우리의 자연이자 노동의 성질이고, 우리 모두가 속한 단 하나의 공동체는 추상적인 것이다.

<관련 질문>
- 네그리가 생각하는 구축, 재구축, 구성에 대한 개념적 차이는 무엇일까?

[예술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여정]

네그리는 지안마르코에게 새로운 모험을 함께 출발하자고 꼬득인다. 잃어버린 세계의 아픔은 위험을 무릅쓰고 헐벗은 미지의 대륙을 모험하여 어떻게 새로운 존재를 창조할 수 있을지 이해하는 것은 예술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과 같다.
료타르의 『비인간적인 것』에서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다. “사고한다는 것은, 그 자신의 특이성에 따라서 도래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즉 도-래로 열리는 것이다. 예술 작품이 하는 것은 이 이외의 다른 아무것도 아니다. 예술 작품은 세계로 찾아오면서, 이 작품 이전에는 상상 불가능했던 색채의, 혹은 소리나 말의 놀이를 현전시킨다. 이것은 특히 추상화가 창출된 이래의 현대 예술에서는 진리이다.”

<관련 질문>
- 당시(1988년)의 추상화는 어떤 작품이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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