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 6/2 안또니오 네그리, 『예술과 다중』 두 번째, 세 번째 편지

작성자
bomi
작성일
2021-05-31 17:17
조회
336
이번 주 수요일(6/2) 세미나에서는 『예술과 다중』의 두 번째, 세 번째 편지를 공부합니다.
* 가카를로에게 보내는 편지 -포스트모던에 대하여-
*지오르지오에게 보내는 편지 -숭고에 대하여-


<지난 세미나 후기>

네그리에게 있어서는 노동, 즉 생산하는 일이 곧 예술이고 따라서 생산하는 자, 즉 노동하는 다중이 곧 예술가입니다. 즉 네그리는 특정 분과로서의 예술이 아니라 생산하고 창조하는 일, 그 자체인 예술을 말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네그리가 (소위 말하는) 전문영역의 예술들을 배제하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점은 문학, 미술, 음악 등의 전문 분야의 예술도 더 크게는 다중이 하는 창조적 작업 중의 하나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겠지요.
네그리에게 있어서는 노동이 예술이기 때문에 그 시대의 예술이 어떠한지를 보려면 우선 그 시대의 노동의 조건이 어떠한지를 보는 것이 무척 중요합니다. 지난 시간에 공부한 『예술과 다중』의 첫 번째 편지가 -추상적인 것에 대하여-라는 부재를 달고 있는 것도 이러한 네그리의 관심사를 잘 드러내 주는 부분일 것입니다. 네그리는 바로 지금 펼쳐지고 있는 예술의 문제를 이야기하기 위해서 바로 지금 우리의 노동의 조건, 정동 노동, 비물질 노동 등으로 일컬어지는 이 노동의 조건인 '추상적인 것'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네그리가 말하는 오늘날의 '추상'은 '자연'과 대립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를 네그리는 '추상'이 하나의 새로운 자연, 즉 'n번째의 자연'이 되었다고 표현합니다. 즉, 'n번째의 자연인 추상'이 오늘날 다중이 노동하고 생산하는 조건입니다. 달리 말하면 우리의 예술은 바로 이 'n번째의 자연인 추상'에 기반하고 있고 따라서 노동, 즉 예술의 성질도 바로 추상적인 것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편지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 중의 하나는 바로 근대 이후 변화된 '공동체'에 대한 네그리의 정의였습니다. n번째의 자연인 추상의 세계에서는 공동체의 성격도 달라지는데 네그리는 이를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우리 모두가 속해있는 단 하나의 공동체는 추상적인 것입니다." (56)
자신이 직접 딛고 있는 땅이 노동의 조건이고, 자신이 직접 주무르는 흙이 예술의 조건이던 과거에는 '자연적 공동체'(예컨대 함께 땅을 일구며 직접적으로 먹을 것을 나누는 우리 마을)와 '추상적 공동체'(예컨대 한울님의 섭리가 작동하는 세계 혹은 우주)를 구분해서 생각하고 활동할 여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마을과 세계를 구별할 수 없습니다. 내가 먹는 밀가루는 태평양 건너 알지 못하는 누군가가 일군 것이고, 내가 찍어 SNS에 올린 사진은 곧바로 전 세계에 송출됩니다. 우리는 전 지구적으로 연결된, 즉 n번째 자연이 된 추상의 세계, 단 하나인 추상의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게 된 것이지요.

네그리는 근대에 시작된 세계의 추상화가 포스트모던에 이르러 하나의 진실, 분명한 경험적 진실이 되었다고 말하면서 포스트모던을 "현실의 이 진실한 추상화"(55)라고도 표현하는데요, 이 부분에서 Anomalie 라는 아티스트의 음악이 떠올랐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hfsJbU96Vw

아노말리는 신디사이저로 음악을 만드는 캐나다의 뮤지션입니다.
예전 음악들에서 들리는 신디사이저 음색은 새롭긴 하지만 종종 어색한 느낌을 주기도 했는데요, 이를테면 기존의 자연적인 드럼, 베이스, 피아노 등등의 소리에 비해 신디사이저가 만들어내는 드럼, 베이스 등등의 소리는 원본 악기들의 소리에 미치지 못하는 조악한 소리로 들리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신디사이저도 기존 악기의 소리를 흉내 내거나 몇몇 악기들을 어설프게 대체하는 수준을 넘어 점점 그것만의 독특한 소리와 배치를 찾아갔는데요, 최근 아노말리의 음악을 들으면서는, 이제는 신디사이저 음악이라는 것이 정말 완전히 다른 하나의 세계, 하나의 '자연'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네그리의 표현을 빌리자면 신디사이저가 이제는 자연과 구별되는 추상이 아니라 n번째의 자연인 추상이 되었다고나 할까`요?
다른 분들은 어떻게 들으실지 궁금하네요 ^^!
수요일 저녁 7시 30분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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