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호] 재커리 심슨의 『예술로서의 삶』에 대한 서평 / 박남희

이 책을 주목한다
작성자
자율평론
작성일
2018-02-28 22:05
조회
3137
재커리 심슨의 『예술로서의 삶』에 대한 서평


박남희
(연세철학연구소 전임연구원, 철학아카데미 상임위원,
성프란시스대학 철학교수, 서울대 평생교육원 철학교수)


* 이 서평은 인터넷 신문 대자보에도 게재되었습니다.
http://jabo.co.kr/sub_read.html?uid=36136&section=sc4&section2=


미국의 오클라호마 과학예술대학교 철학 및 종교연구학과 조교수인 재커리 심슨(Zachary Simpson, 1979- )이 클레어몬트 대학에서 박사학위논문을 토대로 하여 쓴 <예술로서의 삶 Life as Art, 2012>이 2016년 갈무리 출판사에서 김동규 . 윤동민 두 사람의 공동번역으로 출간되었다.

이 책은 저자가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기존의 예술 관련 저서와는 사뭇 다른 특징을 가진다. 다시 말해 이 책은 그동안 많은 철학자들이 물었던 예술이란 무엇인가와 같이 예술 그 자체에 관한 문제보다는 예술이 과연 우리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종교철학과 신학을 공부한 사람답게 그는 신 중심의 사회가 해체되고 난 이후에 대하여 고심하며, 이를 대치할 수 있는 힘을 다름 아닌 예술에서 찾고자 하는 것이다. 즉 예술이 가지는 부정과 긍정에 따른 역동적인 창조성 그것이야말로 이전과 다른 새로운 시대를 구원(?)할 수 있는 길임을 보여주려 하는 것이다.

초월적 신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이끌어지던 가치와 삶에서 자기 스스로 자기를 만들어 가는 예술의 내재적 힘으로 전환하기 위해 심슨은 예술이 일상적 삶에 어떻게 관여할 수 있는지를 현상학과 비판이론, 그리고 실존주의들의 예술에 대한 서로 다른 입장을 일관되게 차용한다. 그리고 이를 ‘삶의 기술’(art of Living)이라는 이름 하에 예술의 창조성이야말로 이 시대에 중요한 윤리적인 일임을 피력한다.

그는 이를 위해 먼저 예술로서의 삶이 왜 요구되는가를 제1부 1장에서 ‘앞으로의 길’이라는 제하로 문을 연다. 그리고 제2장과 3장에서는 그렇다면 예술과 삶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해 나가야 하는지를 댄디즘과 니체와의 차이로 보여주면서 댄디와 다른 니체가 지향하는 예술적 삶에 대해 논구한다. 니체야말로 예술로서의 삶을 탄생시킨 사람으로 이야기하는 심슨은 니체가 추구하는 부정과 긍정의 미학에 따라 제2부와 3부를 저항과 긍정의 예술적 측면을 부각시키고 4부에서는 이를 새로운 창조로 연결해 간다.

예술의 저항적 측면에서는 테오도르 아도르노의 자본주의 사회문화비평과 헤르베르트 마르쿠제의 사회변혁의 문제를 다루고, 긍정의 측면에서는 마르틴 하이데거의 시 짓기와 메를로-퐁티와 마리옹의 표현의 주체로서 신체를 가진 존재사유 관점을 다룬다. 그리고 창조의 장에서는 이를 극복하며 자기로 살아가는 알베르 카뮈의 예술가의 삶과 구체적 실존 안에서 어떻게 행하며 있는가를 푸코를 통해서 보여준다.

심슨은 이를 개별적 미학으로 논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삶의 기술로서 예술이 왜 요구되는가 하는 문제에서 시작하여 예술의 변화를 모색하고 자기를 새롭게 만들어 가는 부정과 긍정의 창조성을 일목요연하게 철학자들과 연결하면서 예술적 삶의 구체적인 실례를 카뮈와 푸코를 통해 보여주려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각각의 예시를 병행하면서 말이다.

그의 이러한 전개는 각각 개별적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관 하에 이루어져 있다. 그는 지금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 앞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예술이 가지는 힘으로 늘 달리 새롭게 변화해 가는 역동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가장 요청되고 중요한 일이라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하는 것이 예술적 삶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늘 달리 새롭게 만들어 가고자 하는 사유하며 달리 행동하며 만들어 가는 삶이야말로 예술적 삶이라 하는 것이다.

예술적 삶은 한편으로는 자연과 정치와 종교를 넘어서 가는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 안에서 그것과 더불어 늘 달리 물어 나가며 달리 살고자 하는 한 그 모든 것이 예술적인 삶이 될 수 있음 또한 심슨은 여실히 피력하고 있다. 그러한 면에서 이 책은 예술과 관련해서만이 아니라 다양한 방면으로 읽혀질 필요가 있다. 특히 정치, 종교, 교육, 사회 등과 관련해서 ... 특히 이분법적 사고에 매몰된 사회에서...나, 가정. 사회에서도 문제를 인식하고 시정하고 달리 이루고 나아가는 삶을 살아가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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