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의 운명] 3장 토론거리입니다.

작성자
etranger
작성일
2019-04-28 21:55
조회
485
[질문] 랑시에르는 매체를 '고유한' 수단이나 소재가 아니라 전환의 표면이며 제작 방식, 보여지고 사고될 수 있는 방식을 규정하는 가시성, 이해 가능성의 형태들이 접합하는 이념적 공간이라고 보았다.(142) 그의 이런 관점은 사진기의 감관에 갇혀 '순수성'을 추구했던 바르트 비판에서도 드러났던 바다. 그의 매체관에 대해 생각을 나눠보고 싶다. 이러한 관점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질문] "현전과 재현은 말과 형태의 엮기의 두 체제이다. 현전의 '무매개성들'로 이루어진 가시성의 체제는 여전히 말들의 매개에 의해 배치된다."(149) 랑시에르는 회화적 형태들이 시의 위계질서에 종속됐던 것을 폐지하고, 말의 예술과 형태 예술 사이에 존재했던 어떤 연결을 폐지했다. 그러나 이 해방은 말의 분리가 아닌 다른 방식의 '이음'이었다. 그렇다면 앞서 그가 말한 현전의 '무매개성들'이란 어떤 것을 말하는 걸까?

[부연] 랑시에르는 헤겔이 말한 ‘예술의 종언’을 소재, 형식적 측면 즉 기술적인 부분의 종말로 보았다. 그렇다면 표면이 더는 둘로 쪼개지지 않을 때, 표면이 안료를 투사하는 장소에 지나지 않을 때, 예술은 어디로 더 나아갈 수 있을까? 랑시에르는 이 지점에서 헤겔이 “예술 작품보다는 앞으로는 ‘해석’만 있을 뿐임”을 선취했다고 보았다.(165-166) 공쿠르 형제가 샤르댕의 정물화들에서, 오리에가 <고갱의 설교가 끝난 후의 환상>에서 탈형상화적 서술을 통해 새로운 담론을 구축했듯 말이다. 한편 이런 해석의 중요성을 상기하고 나면, 공론장을 점유한 비평가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수많은 미술 작품들에 난무하는 '탈형상화 극장'(144-145)들. 구상성을 넘어 추상도가 강한 만큼 어디에도 끼워 맞출 수 있기에 불신감, 또 다른 진부함이 들기도 했다. 이는 미술에만 한정된 게 아닌 문학에도 만연한 현상이기도 하다. 수년 전 큰 파장을 일으켰던 신경숙 표절 사건의 이면에는 작가 개인의 윤리 문제만 아닌, 메이저 문학 출판사와 그곳에 소속된 비평가들의 주례사 비평이 있었다.

위와 같은 지점들에서 1) 랑시에르가 해석한 헤겔의 종언대로 소재, 형식적 측면은 정말 종언했는지, 유행처럼 예술계에서 소비되었던 포스트모던적 해석의 적절성에 관해 각자의 관점을 나눠보고 싶다.

2) 랑시에르는 “예술은, 그것을 예술로 보는 눈이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다.”(137p)고 했는데, 예술을 보는 우리의 눈은 특정 교육과 담론장을 점유한 전문가들이 구성해놓은 비평, 해석 체계를 의식. 무의식적으로 내면화하게 된다. 이런 토대 속에서 해석의 자율성을 갖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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