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 6/15 『생동하는 물질』 3장

작성자
bomi
작성일
2021-06-14 17:32
조회
450
이번 주 화요일(6/15, 오후 7:30)에는 『생동하는 물질』 '3장 먹을 수 있는 물질' 을 공부합니다.
발제는 rara님께서 맡아 주셨습니다.


지난 시간에는 '2장 배치들의 행위성' 을 공부했습니다.
우선 2장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미국의 복잡한 송전선망(전력망)을 '배치'로 바라보고, 또 이 배치의 행위성을 강조하는 것이었습니다. 제인 베넷은 전력망 배치의 요소들의 목록을 나열하며 인간-비인간을 포함한 모든 요소가 이 배치의 행위성을 만들어내는 각각의 행위소들임을 강조합니다. 그리고 이어서 이 전력망 배치가 수많은 행위소들로 이루어진 불안정한 혼합물임을 증명하기 위해 2003년의 대규모 정전사태에 대한 분석을 이어가는데요, 전력망을 배치로 바라보는 흥미로운 관점에 비해 구체적 사건인 '정전사태'를 분석하는 과정에서는 여러모로 아쉬운 점들이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2003년 미국 북동부 지역에서 발생한 심각한 재난 사태를 분석하면서 제인 베넷 역시 오늘날 미국의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충분히 의식하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표현된 단어나 문장들이 지금의 경제적 관계망을 잘 드러내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컨대 87쪽에 쓰여있는 '수요량을 늘린 소비자'라는 행위소가 그랬는데요, 베넷이 전제하고 있는 이 '소비자'라는 행위소는 전력망이라는 배치의 행위성을 잘 설명해 주기는커녕 오히려 모호하게 만들어버리는 것 같았습니다.
베넷은 전력 회사가 공급하는 전기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을 '소비자'라는 하나의 행위소로 뭉뚱그려 버립니다. 하지만, 자본주의적 관계망에는 전혀 다른 두 부류의 소비자가 존재합니다. 1) 자신이 직접 사용하기 위해 (사용가치) 전기를 소비하는 개인 소비자. 2) 상품(교환가치)을 만들기 위해 전기를 소비하는 기업 소비자. 하지만 베냇은 이 둘을 전혀 구분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이 뭉뚱그려진 행위소인 ‘소비자’는 베넷으로 하여금 당시에 대규모 정전사태의 원인의 하나로 지목됐었던 '공유지의 비극'(89) 이야기를 그대로 받아들이게 하는 결과를 낳습니다. (일명 ‘공유지의 비극’을 만들어낸 이 ‘소비자’는 도대체 무엇일까요?)
맑스는 당대의 정치 경제적 배치들을 분석하며 "기업=생산자, 개인=소비자"라는 단순 도식을 비판했습니다. (맑스는 '배치'라는 말을 직접적으로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그야말로 배치를 통해 세계를 바라본 학자였다고 생각합니다. '배치'라는 말 자체를 하나의 개념으로 만들어낸 들뢰즈도 맑스에게서 배웠다고 봅니다.) 맑스는 언뜻 보기에는 같아 보이는 소비행위도 (화폐를 주고 물건을 사는 행위도) 그 행위자(소)가 누구냐(무엇이냐)에 따라 -개인이냐 기업이냐. 다른 말로는 노동자냐 자본가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행위이고 따라서 각각이 사용하는 화폐 또한 겉으로 보기엔 똑같은 화폐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그 기능은 전혀 다른 것이라 말합니다. 이러한 차이를 알지 못하거나 혹은 알면서도 무시한 채, 과연 오늘날의 어떤 배치를 유의미하게 분석해내는 것이 가능할까요?
베넷의 애매한 사태 분석은 다소 납득하기 힘든 (설득되지 않는) 결론으로까지 이어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둔탁한 배치 분석이 '정치적 책임과 배치의 행위성' 문제에 이르러서는 양자택일의 문제로 귀결되고 맙니다. 2장은 다음의 문장으로 끝납니다.
"우리는 인간-비인간 배치들의 권력을 강조하고 비난의 정치에 저항하기 위해 분산된 행위성이라는 특질을 인정해야만 하는가? 아니면 특정한 인간의 책임을 드높이기 위해 물질적 행위성에 대해 말하는 걸 전략적으로 삼가야만 하는가?" (111)
1) 물질적 행위성에 대해 말하는 것과 2) 특정한 인간의 책임을 말하는 것. 과연 이 두 가지가 베넷의 말처럼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양자택일의 문제일까요? 제인 베넷 스스로가 이 둘을 충돌하는 문제로 만들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덧붙여, 포스트 휴먼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는 일명 '4차산업혁명' 시기에, 다양한 인간-비인간 행위소 중 어떤 행위소가 이 딜레마를 가장 반길까요?) 다음 시간에 함께 이야기 해 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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