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고원 발제 (p767~795)

작성자
floor
작성일
2019-05-08 11:16
조회
351
1)기계적 문, 기계적 계열이란 인공적이거나 아니면 자연적인 <물질성>인데, 특이성과 표현의 특질을 가지면서 운동하고 흐르고 변화하는 물질이다. 이러한 <흐름으로서의 물질, 질료적 흐름>에 그대로 따를 수 밖에 없는 자들이 있다. 기계적 계통을 따르는 자이다. 대패질 하는 장인이 나무의 결에 따라서만 대패질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런 순종법은 좀 더 일반적인 과정의 순종법에 지나지 않는다. 노동자는 또 다른 방법으로 순종할 것을 요구 받기도 한다.
그러나 장인들은 동시에 채집가일 때만 완전히 장인일 수 있다. 재료 채집가와 상인, 장인을 분리시키는 <조직화>는 장인을 불구로 만들어 “노동자”로 전락시킨다. 직공은 물질의 흐름, 즉 기계적인 문(계통)에 순종하도록 정해진 자로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직공이란 편력자, 방랑자인 것이다. 이처럼 <물질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은 이동하는 것이며 방랑하는 것이다. 이는 <행동 중인 직관>이다.

2)장인이나 야금술사 이외에 이주민이 있다. 질료의 흐름이 아닌 다른 요소(이차적 요소)를 따라 이동하는 자이다. 가령 이동 목축인이나 상인이 그러하다. 그러나 시장에 따르는 파생적 이동(이차적 이동)이라 하더라도 이것 또한 어디까지나 하나의 흐름은 흐름이다 그리고 다른 조건에 파생되는 이동도 있을 수가 있다. 이들은 목축이나 상업에 필요한 것이 사라지면 그것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엄밀히 흐름에 순종하는 것이 아니라 불가피하게 이동하는 것이다. 흐름에 순종하더라도 이차적 이동이다. 이들은 흐름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회로를 그리고 있는 것이며 토지나 목초의 회로가 고갈되거나 회로가 고갈되거나 회로가 너무 확장된 탓에, 회로로부터 흐름이 빠져 나갈 때만 진정한 이동민이 될 수 있다. 흐름과 회로는 양자가 아무리 밀접하게 얽혀 있다고 하더라도 커다란 차이를 보인다.

3)유목민은 불가피하게 그렇게 되는 경우가 있을 지라도 규정상으로는 이주민이 아니다. 매끈한 공간을 점거하고 유지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유목민의 본질이다. 유목민이 이동 목축민이나 이동민일 수 있는 것은 매끈한 공간의 요청에 따를 때뿐이다. 유목민은 떠나지 않는 자 이다. 유목(매끈한 공간), 이동 생활(물질의 흐름), 이동 목축(회전)의 기본 개념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단지 혼합 형태가 존재할 뿐이다. 야금술사는 제국적 국가 장치와도, 유목민과도 관계를 맺으며 둘 사이를 오가는 존재이다. 이것에 대해서는 뒤에 다시 언급된다.


그렇다면 왜 물질의 흐름(기계적인 문)은 본질적으로 금속적인가? 왜 야금술과 관련이 있는 것일까? 그것은 이동 생활과 야금술 간에는 특별한 기본적 관계인 <탈영토화>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시몽동과 후설에 의하면, 야금술은 나무나 진흙도 관련이 있기도 하다. 풀의 흐름, 물의 흐름, 짐승 무리 흐름이 있고 이들은 각각의 계통, 즉 <운동하는 물질>을 형성한다. 다른 물질에서는 모든 조작은 그것을 위해 준비된 <물질을 구성하는 문턱>과, 구체화해야 할 <형상을 구성하는 문턱>, 이 두 문턱 사이에서 이루어진다. 가령 진흙과 거푸집 사이에서 검이 조작되는 것처럼 말이다.

조작과 종료를 나타내는 구체화된 형상은 다시, 새로운 조작을 위한 질료로 기능한다, 연속적인 문턱을 나타내는 고정된 순서에 따라서 말이다. 그러나 야금술에서 여러 가지 조작들은 항상 다양한 문턱들 사이에 걸쳐 있어서, 에너지를 내포한 물질성은 준비된 질료를 표출하고, 질적인 변환이나 변형은 형상을 표출한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1)가령 담금질과 형틀을 넘어서 단조와 연쇄하고 있다. 2) 주조작업을 하는 대장장이는 거푸집 안에서 일하는데 나아가 주조되는 강철은 일련의 탄소 제거 공정을 거친다. 3) 야금술은 물질에 주과-형태를 부여해 물질을 다시 이용해 재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다.

시몽동의 야금술에 대한 찬사이다. “야금술은 질료 형상 모델을 이용해서는 완전하게 고착될 수 없다. 야금술의 형틀뜨기는 눈에 보이는 형태로 일거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연속적인 조작>을 통해 이루어진다. 형틀뜨기와 질적인 변용의 순간을 정확하게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주물의 단조는 엄밀한 의미의 형틀 뜨기보다 먼저 이루어지고 담금질은 나중에 이루어진다. 하지만 단조와 담금질은 모두 <대상을 구성>하는 작업인 점에서 같은 것이다. “ (주석참조)

금속은, 저장이나 상품과는 전혀 다른 <특별한 형식>과 관계를 맺고 있다. 준비된 물질로부터 물질성이 해방되고 구체화될 형상으로부터 변형이 해방되는 <이중의 해방>을 표현하기에, 야금술은 환원자reducteur 라고 할 수 있다. 야금술은 형상과 물질이 딱딱하게 고정된 것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① <다양한 형상의 계기>들은 연속적으로 전개되는 형상에 의해, ②<다양한 물질들의 변화>는 연속적으로 변주되는 물질에 의해 대체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야금술과 음악을 모두 관통하는 것이 있어서 서로 분리된 형상들을 초월해 <형상의 연속적 전개>를 두드러지게 하고, 변화하는 다양한 물질을 초월해 연속적 변주를 우선시한다. 그래서 음악가로서 대장장이가 탄생하는 셈이다.

금속과 야금술에 의해 드러나는 것은 <물질 특유의 생명 상태>로서, 통상 질료 형상 모델에 의해 분리되고 은폐되어 숨겨져 있었던 <물질적인 생명성>이 물질에 밝게 드러나는 것이다. 야금술은 “물질-흐름”의 의식 또는 사유이며, 금속은 이 의식의 상관물이다. 물이나 풀, 나무 짐승 조차도 소금이나 광물적인 원소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이 모두가 야금술의 대상이 된다. 기계적 문은 야금술과 관련되며 사유는 돌보다는 금속과 더불어 발생한다. 곧 야금술은 물질의 현상학이다. 모든 물질은 비유기적 생명이며 기관 없는 몸체이다. 야금술과 연금술의 관계는 금속의 상징적인 가치나 이 가치와 유기적인 혼의 대응에 의해 성립되진 않고, 이 둘의 관계는 모든 물체에 들어 있는 물체성의 내재적 역량과 이 역량에 수반되는 단결심에 의해 성립된다.

최초의 가장 중요한 이주자 <장인>은, 목축민이나 농민도 아니고 이차적인 활동에 종사하는 사람도 아니다. 오히려 순수한 생산성을 지닌 물질-흐름에 순종하는 사람으로서, 광물적인 형태에 순종하는 사람들이다. 금속에 종사하는 대장장이는 최초의 전문화된 장인이었고 이러한 의미에서 직공으로서 하나의 단체를 형성한다. 대장장이가 왜 이주자이냐면, 지하의 물질 흐름에 순종하기 때문이다. 물론 대장장이는 타자들, 즉 토지, 대지, 하늘과도 관계를 맺는다. 이 말은 공동체를 덧코드화(초코드화)하고 있는 것들(신성한 제국 공무원들)과도 관계를 맺는다는 의미이다. 생존하기 위해서 그들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일을 통해 숲의 거주자들과 관계를 맺으며, 부분적으로는 이들에게 의존하고 있다. 그들은 필요한 숯을 얻기 이해 자신들의 작업장을 숲 근처에 마련해야 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공간 속에서 홈 패인 공간의 토지를 통일시키기 때문이다. 농부들이 사는 공간(평야)에는 광산이 없다, 사막을 가로질러 산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모든 광산은 매끄러운 공간과 소통하는 탈주선이다. 공간적으로는 광산(지하)이 매끈한 공간의 지면과 홈이 패인 공간의 대지 를 결합, 통일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광산 관리에는 항상 유목민이 얽혀 있다. 모든 광맥은 도주선이며 매끈한 공간과 통해 있다. 그런데 강력한 야금술 조직은 갖고 있으면서도 광산은 갖고 있지 못한 제국도 있다. 그런 경우 먼 곳에서부터 운반되어 와야 했다. 이런 상황들을 볼 때, 제국의 관료제가 강력하게 발달하고 원거리 통상로가 정교하게 조직되었을 뿐만 아니라 광산을 둘러싸고 일대 국가는 외부와 직면하게 되고, 광산 관리의 다양한 국면을 관리하기 위해 여러 민족과 대결하거나 타협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고 원정으로 광물을 구하고자 했다는 걸로는 불충분하다. 유목민이 야금술의 중심지들과 어떤 관계를 맺었는지를 좀 더 자세히 알아봐야 한다.

광산은 물질의 흐름, 혼합, 도주의 원류이다. 설령 제국이 광산을 소유해 이를 확실한 관리하에 두었던 때에도(중국, 로마제국에서처럼) 비합법적인 광산 개발은 활발히 벌어졌으며, 광부들은 광산에 침입해 들어오는 유목만이나 야만족, 농민 반란군들과 손을 잡았다. 대장장이는 유목민에게는 경멸을 당하고 정주민에게는 존경을 받았는데 이런 양가적인 상황은 이들(대장장이들)이 다양한 유형의 변용태(금속적 변용태) 를 시야에서 놓치게 만든다. 그래서 대장장이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연구하기 전에, ① 먼저 대장장이들 자체를 <타자>로 연구해야 하며 따라서 ② 정주민과 유목민에 대한 다른 변용태적인 관계를 가진 사람들로 평가해야 한다.

대장장이는 이동하는 자이다. 이것이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이다. 이들이 살아가는 공간은 광산 속에 들어 있는 광물 자체처럼, 즉 동굴이나 구멍, 지하 오두막에 산다. 구멍 뚫린 공간들에 산다. 원래 그렇게 사는 것이 아니라 필요와 기술에 의해 이런 식으로 혈거를 한다. 공간에 구멍을 뚫고 이렇게 뚫린 구멍들에 대응하는 경이로운 형태들, 즉 비유기적인 생명의 생기 있는 형태들을 만들어 내면서 사방으로 이동하는 인도의 순회 민족들의 모습을 한다. (…..) 인간은 여기서 아무런 저항 없이 인간이 강인함과 무력함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이 모든 것은 의도가 아닌 우연이다.

카인의 표지도 신체적이고 변용태적인 지하의 징후이다. 이것은 이동하는 자들의 방랑의 기호이며 농업과 목축을 동시에 피해간다는 의미에서 대장장이의 이중의 절도 또는 이중의 배반이기도 하다. 카인의 일족이라는 이름은 야금술적 민족에게만 사용해야 할지도 모른다. 예로서, ① 선사시대의 유럽에는 야금술적 집단인 <전투용 도끼를 든 민족>들이 사방을 가로질러 다녔다. ②거석 농업 문화에서 떨어져 나온, 종 모양의 도기로 알려진 종-민족들도 사방을 돌아다녔다.

이처럼 기묘한 사람들은 서로 뒤섞이면서 유럽 전체로 퍼져 나갔다. 유럽 공간의 곳곳에 구멍을 뚫어 우리의 유럽 공간을 구성하면서 광산을 유지하였다. 대장장이(이주민)들이 정주민과 유목민들과 필연적으로 교류하게 되는 것은 이들의 내재적 특수성인 이들이 이동자 또는 구멍 뚫린 공간의 발명자라는 점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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