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4_발제] p.296-304

작성자
objectapple
작성일
2019-11-23 22:25
조회
436
2절

두 번째 공준 : 공통감의 이상
사유한다는 것이 어떤 인식능력의 자연스런 실행이고 이 인식능력은 어떤 선한 본성과 선한 의지를 지닌다는 점은 사실적 차원에서 이해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양식(사유할 수 있는 역량)은 이 세상에서 가장 잘 분배되어 있는 것이라는 데카르트의 그 유명한 구절은 단지 어떤 오래된 농담에 의존하고 있을 뿐이다. (데카르트는 이 농담을 이용하여 권리적 차원에서 어떤 사유의 이미지를 일으켜 세운다.)

권리상 선한 본성은 사유에 속하고, 또 참과의 친근성도 사유에 속할 것이다. 따라서 자연적인 양식이나 공통감은 순수사유의 규정으로 간주된다.

이때 식이나 감의 역할은 자신의 고유한 보편성을 예단하는데 있으며, 또 자신을 권리상 보편적이고 권리상 전달 가능한 것으로 미리 상정하는 데 있다.

사실적 차원에서 사유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 하지만 사실적 차원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권리적 차원에서는 여전히 가장 쉬운 것으로 통한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방법 자체는 사유의 본성의 관점에서는 쉽다고 말해지는 것이다. 철학이 권리상의 타당성을 주장하는 어떤 사유의 이미지 안에서 자신의 전제를 찾고 잇는 이상, 우리가 이 전제를 반박하기 위해 반대의 사실들을 들이대는 것으로 만족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토론을 권리적 차원 자체에 위치시켜야 하고, 또 이미지가 순수사유로서의 사유의 본질 자체를 배반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권리상 타당한 한에서 이 이미지는 경험적인 것과 초월론적(선험적)인 것 사이의 특정한 할당을 전제한다. 그리고 이 할당이야말로 판단해야 할 대상이다. 다시 말해서 그 이미지 안에 함축된 이 초월론적 모델을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사유와 독사
재인의 모델. (재인 : 똑같은 것으로 가정된 어떤 대상에 대해 적용되는 모든 인식능력의 조화로운 일치)

어떤 대상이 재인되는 것은 ... 모든 인식능력들 전체가 스스로 그들에게 주어진 소여는 물론이고 그들 자신마저도 대상의 어떤 동일성 형식과 관계지을 때이다.

재인은,
‘모든 사람들’에게 인식능력의 협동이라는 어떤 주관적 원리를 요구하고, 다시 말해서 인식능력들의 조화로운 일치에 해당하는 어떤 공통감을 요구한다.
대상의 동일성 형식은 철학자에게 어떤 근거를 요구하고, 이 근거는 다른 모든 인식능력들을 양태로 하고 있는 어떤 사유하는 주체의 통일성 안에 있어야 한다.
코기토는 주체 안에 있는 모든 인식능력들의 통일성을 표현한다. 따라서 코기토는 모든 인식능력들이 주관적 자기동일성을 반영하는 어떤 하나의 대상 형식과 관계할 수 있는 가능성을 표현한다. 코기토는 공통감이라는 전제에 어떤 철학적 개념을 제공한다. 코기토는 그 자체가 철학적 성격을 띠게 된 공통감이다. ... “나는 생각한다.”의 자아가 지닌 자기동일성이다.

하지만 바로 여기서 끌어들여야 하는 것은 상호 보충적인 두 심급인 공통감과 양식 사이의 정확한 차이다. 왜냐하면 순수 자아와 이 자아에 상응하는 이러저러한 대상 형식의 관점에 서 있는 공통감이 동일성의 규범이라면, 경험적 자아들과 이러저러하게 질화된 대상들의 관점에 서 있는 양식은 배당의 규범이기 때문이다.

양식과 공통감은 사유의 이미지 안에서 전적으로 필연적인 방식으로 서로를 보완한다. 즉 양식과 공통감, 이 둘은 독사doxa의 두 반쪽을 구성한다.
 
공준들 자체의 침전 순서
사유의 이미지 (본성상 올바르며 사유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아는) - 사유의 이미지로부터 ‘권리상’ 따라 나오는 공통감의 순수요소 - 재인의 모델, 재현의 형식

사유는 본성상 올바른 것으로 가정된다. 왜냐하면 이 사유는 다른 인식능력들과 동렬에 있는 어떤 하나의 인식능력이 아니라 오히려 어떤 주체와 연관되어 있는, 다른 모든 인식능력들의 통일이기 때문이고, 이 인식능력들은 모두 이 사유의 양태들에 불과하기 때문이며, 게다가 재인의 모델 안에서 이 사유는 다른 모든 인식능력들이 같음의 형식을 향하도록 방향을 정해놓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성상 올바른 사유, 권리상 자연적인 공통감, 그리고 초월론적 모델로서의 재인이라는 이 3중의 가정된 수준이 구성할 수 있는 것은 어떤 교조적인 이상에 불과하다. ... 철학은 독사에서 본질적인 것, 다시 말해서 형식을 보존한다. 그리고 공통감에서 본질적인 것, 다시 말해서 요소를 보존한다. 또 철학은 재인에서 본질적인 것, 다시 말해서 모델(보편적인 것의 자격에서 사유하는 주체 안에 근거를 두고 있고 이러저러한 대상에 대해 실행되는 인식능력들의 일치)를 보존한다. ... 그러나 단지 독사의 경험적 내용만이 추상될 뿐, 그 내용에 상응하고 또 암묵적으로 그 내용의 본질적 측면을 보존하고 있는 인식능력 사용 방식이 계속 유지되고 있다면, 독사의 감옥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세 번째 공준 : 재인의 모델
먼저 재인의 활동들이 실제로 존재하고 또 우리의 일상적 삶의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 사유의 이미지에 대해 비난해야 할 점은 바로 정확히 자신의 가정된 권리를 특성 사실들, 게다가 그토록 무의미한 사실들의 외삽이나 확대 적용을 통해 근거지었고, 일상적인 진부함 자체, 본연의 재인을 통해 근거지었다는 데 있다. 이는 마치 사유는 좀 더 기이하거나 좀 더 위험스러운 모험들에서는 자신의 모델을 찾지 말아야 한다는 것과 같다.

재인되는 것은 일단 어떤 대상이지만, 또한 그 대상에 실린 어떤 가치들이기도 하다. (가치들은 심지어 양식이 실행하는 분배들 안에서도 본질적으로 개입한다.) ... 니체가 말하는 것처럼, 진리는 확실히 “어떤 순박하고 안락한 생활을 즐기는 피조물”로 나타나고, “이 피조물은 확립된 모든 권력에 대해 자신이 그 누구에게도 하등의 곤란을 초래하지 않을 것임을 끊임없이 확신시킨다. 왜냐하면 진리라는 이 피조물은 결국 순수과학일 뿐이므로...” 그 누구에게도 아픔을 주지 않는 사유, 사유하는 자에게도 그 밖의 다른 이들에게도 일체 고통을 주지 않는 사유는 도대체 사유일 수 있을까?

왜냐하면 새로운 것의 고유한 측면, 다시 말해서 차이는 사유 안에서 오늘도 내일도 여전히 재인과는 무관한 어떤 힘들을 자극하는 데 있고, 재인된 적도 재인할 수도 없는 어떤 미지의 대지 안에서 전혀 다른 모델의 역량들을 자극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로운 것의 그 고유한 측면은 도대체 어떤 힘들을 통해 사유 안으로 도래하는 것일까? ... 그것은 사유에서 ‘본유성’의 껍질을 벗겨내고, 또 매번 사유를 언제나 현존했던 어떤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제와 강요를 통해 시작하는 어떤 것으로 취급하는 바로 그런 와해와 더불어 도래하는 것이 아닐까?

재인을 위해 벌이는 자발적인 싸움들이란 얼마나 가소로운가? 여기서 싸움은 오로지 어떤 공통감이나 상식 아래에서 오로지 확립된 가치들을 둘러싸고만 벌어진 뿐이며, 통용되는 가치들(명예, 부, 권력 등)을 차지하거나 주무르기 위해 벌어지고 있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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