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고원 발제 p367~378

작성자
floor
작성일
2019-01-17 20:43
조회
538
8. 세 개의 단편 소설 또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단편소설은 일어난 일과 관련하여 현재를 사건화해서 과거와 현재를 연결시키는 선을 펼친다. 이는 후설이 말하는 현재의 다시 당김 retention 이다. 모든 것이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라는 물음 주위에서 조직된다. 이에 반해 콩트는 앞으로 일어날 일과 관련하여 현재를 사건화한다. 후설의 현재의 미리 당김 protention이다. 현재를 활성화하고 현재와 동시간적인 상이한 운동들의 관점에서, 하나는 현재와 함께 운동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것(현재)이 현존하자마자 과거로 던져지며 (단편 소설), 동시에 현재를 미래로 끌고 간다(콩트). 탐정 소설은 이들의 잡종장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콩트작가와 단편소설의 <작가의 현재>는 완전히 다르다. 단편소설은 과거의 기억이나 반성과 관계가 없고 그것은 근본적으로 망각 위에서 작용한다. 극단적으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바로 아무 일도 아닌 것이 우리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도록 만든다. “ 내가 내 열쇠를 어디에 두었는지 잊어버리고 이 편지를 보냈는지 더 이상 알지 못하게 되기까지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 단편소설은 근본적으로 <비밀>과 관련이 있다. 그리고는 주름들이나 감쌈들로 존재하는 <몸과 정신의 자세>들을 등장시킨다. 반면 콩트는 가장 뜻밖의 펼침들과 전개들인, <태도, 입장들>을 작동시킨다. 어떤 일이 일어나고 그에 따른 몸이 놀랐을 때의 어떤 <상태>가 선호된다. 몸의 자세들에는 일종의 악마성이 있어 이 자세들의 성, 포르노그라피, 분뇨담이 들어 있다. 중요한 것은 단편 소설에서는 과거와 연관이 문제가 아니라 현재 자체 안에서, <일어난 어떤 일의 형식적 차원>과의 결부가 중요하다. 단편 소설은 다음과 같은 연쇄를 갖는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이는 양상 또는 표현) – <비밀>(이것은 형식) - <몸의 자세>(이것은 내용이다)

헨리 제임스의 소설, <철장 안에서>에서 들뢰즈와 가타리는 세 가지 선을 설명하면서 세 가지 삶의 방식과 관련하여 설명한다. 세 가지 선의 문제는 일차적으로 삶의 문제라는 것을 보여준다.

세 가지 선분에 대해서 보자, 선분적 선은 점에 의해 절단된 선으로 양 끝이 명확하고 시점과 종점의 역할을 하는 두 점을 통과하는 선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상이한 양상이 나타나는데, 하나는 그 점을 통과하는 모든 요소들에 대해 획일적으로 적용되고, 그 선분 안에 있는 한 선분성의 요구를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강제하는 선분>이다. 예를 들어 “여기는 식당이냐 밥 먹는 곳이지 책 읽는 곳이 아니야. 책은 도서관에 가서 읽어! “ 이런 식의 삶의 방식이다. 다른 하나는 개개의 분자적인 움직임이 만드는 유연한 선분이 있다. 경직된 선분(그램 분자적 선분) 안에도 사람마다 그리는 분자적 선분들이 미세한 균열의 선분을 그리면서 존재하는 법이다. 어떤 사람은 식당에 오지만 꼭 밥 먹기 위해서 오는 것이 아니라 각기 다른 이유에서 식당에 오는 경우도 있다. 나머지 하나는 도주선, 탈주선으로 선분성의 형태를 띄지 않는다. 기존의 선에서 벗어나는 이탈의 성분(클리나멘)을 통해 정의되며, 이탈의 최소각을 갖는 새로운 생성과 창조로 정의되는 선이다. 이것은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힘을 만들어 낼 때에만 비로소 그려지는 선이다.

단편소설도 살아 있는 선들, 살의 선들의 견지에서 정의된다. 단편 소설은 그 선들에 관해 매우 특수한 계시를 보여준다. 마르셀 아를랑은 “단편소설은 뉘앙스에까지 이르는 순수한 선들일 따름이며 또한 말의 순수하고 의식적인 힘일 따름이다.”라고 말했다.
첫 번째 단편 소설, 헨리 제임스의 <철장 안에서>에서 젊은 전신수인 여주인공은 많이 재단되고 아주 계산된 삶을 사고 있다, 그녀의 삶은 견고한 선에 의해 분할되어 있다. 마치 우리의 삶처럼. 거대분자적인 거대 집단들인 국가, 제도, 계급뿐만 아니라 개인과 개인들의 관계도 이렇게 분할되고 그렇게 우리의 삶은 여주인공의 삶처럼 보증되고 통제된다. 잘짜여진 영토들의 놀이이다. 여기엔 미래만 있지 생성은 없다. 그것은 견고한 분할선 또는 그램 분자적 분할선이다.(~ p373)

한 부유한 커플이 주인공이 일하는 우체국에 들어 온다. 그들은 주인공에게 다른 삶의 계시, 확증을 전해준다. 암호화되고 가명으로 서명된 여러 전보들이 그것이다. 전신은 이제 유연한 흐름을 형성한다. 그 흐름은 <양자>에 의해 표시된다. 전신수 여인은 “비범한 해석술” 덕분에 그 남자가 지닌 비밀이 그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는 것을 파악한다. 작품에서 하나의 비밀의 질료가 그의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던 순간 헨리 제임스는 그런 관계에 도달한다. 그 비밀의 형식이 중요하다. 일종의 비밀의 분자화 말이다. 전신수는 그 남자와의 관계에 의해서 낯설고 열정적인 공모를 펼쳐나가며 강렬한 분자적 삶을 전개한다.

계급, 성, 인물들, 느낌들은 결코 동일한 방식으로 고려되지 않는다. 아주 다른 두 유형의 관계가 있다. ① 하나는 잘 결정된 집합들 또는 원소들을 작동시키는 커플들의 내부적 관계들이고, ② 다른 하나는 항상 자기 자신의 외부에 있으며 국지화하기 힘든 괸계들로 이는 차라리 사회 계급, 남자와 여자, 이런 저런 인물들을 벗어나는 흐름들과 입자들에 관련되어 있다. 이는 커플관계이기보다 분신 관계이다. 그 남자는 그녀의 다른 자아였다. 여기에는 다른 선이 있다, 유연한 분할선 또는 분자적 분할선이다, 이 선위에서 현재는 정의 된다. <현재의 형식>은 우리가 거기에 아무리 가까이 있다 해도 <이미 일어난 어떤 것>의 형식이다. 왜냐하면 이 어떤 것의 파악 불가능한 질료는 전적으로 분자화되어 있으며 지각의 일상적 문턱들을 넘어서는 속도로 운동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선이 필연적으로 더 낫다고 말할 순 없다. 이 두 선들은 끊임없이 간섭하고 서로 반응하고 유연한 흐름이 됐든, 견고한 점이 됐든 한 선을 다른 선에 도입한다.

여주인공은 그녀의 유연한 흐름의 선 안에서 최대치의 양자에 도달한다. 그녀를 가로지르는 이 진동들을 인내할 수 있는 범위 너머로 밀어붙이는 것은 위험하다. 그 전신수와 전보 발신자와의 관계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라는 비밀의 형식 속에 용해된다. 아무 일도 안 일어났던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은 변했다. 여자는 자신의 약혼자와 결혼 할 것이지만 새로운 선에 도착한다. 이 선은 실재적이다. 더 이상 절편들을 용인하지도 않으며 이 선을 벽을 꿰뚤고 검은 구멍에서 빠져 나온 선이다. 일종의 절대적 탈영토화에 도달한 것이다. 이제 그녀는 더 이상 아무 것도 해석할 수가 없게 되었다. “그녀가 더 분명하게 볼 수 있도록 도와줄 그림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고 단지 섬광만이 존재했다. 과거 속에 주어진 <숨겨진 질료>가 그 비밀이다. 거기에 어떤 형식이 부여될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것은 흥미로운 것을 만드는 방식이며 그 비밀이 어떤 사물의 형식이 되었다. 여기서는 모든 질료가 분자화되고 지각할 수 없게 되고 지정할 수 없게 된다. 그것은 과거 속에서 주어진 것이 아니라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라는 주어질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세 번째 선 위에는 그 어떤 형식도 없으며 단지 순수한 추상적 선만이 있을 뿐이다.

① 자기 자신을 지각할 수 없게 되기, ② 사랑할 수 있게 되기 위해 사랑을 해체해버리기, ③홀로 되기 위해 그리고 신의 다른 쪽 끝에서 참된 분신을 만나기 위해 자기 자신의 자아를 해체해버리기, ④ 움직이지 않는 여행을 하는 은밀한 나그네, 모든 사람처럼 되기, ⑤ 더 이상 아무도 아닌 자가 되는 법을 아는 것. 이들이 생성이다.

첫 번째 선, 잘 구분되는 분할선위에는 많은 발화와 대화, 물음과 답변, 끝없는 설명들, 수정들이 있다. 두 번째 선, 분할적 분할선은 해석을 요청하는 침묵들, 암시들, 함축들로 이루어져 있다. 세 번째 선, 도주선이 섬광을 발한다면, 그 선은 달리는 기차와 같다면 우리는 그 무엇도 다른 것을 대신할 가치를 갖지 못하는 곳에 도달하는 자를 조용히 받아들이면서, 풀잎이건 파국이건 감각이건 그 무엇에 대해서건, “문자 그대로”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세 개의 선은 끊임없이 서로 뒤섞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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