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터 벤야민, 『일방통행로』 – 121쪽

작성자
ujida
작성일
2018-10-12 19:34
조회
1439
『일방통행로』의 전반부에 실린 다수의 글에서 벤야민은 ‘꿈’과 ‘아이들’을 언급한다. 사유의 편린을 모아놓은 것처럼 읽히는 이 글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이 두 가지 용어를 통해, 벤야민이 당시 상황/사물/공간을 읽어낸 맥락을 조금이나마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다.

먼저, 벤야민에게 신체는 무의식과 의식의 경계를 매개하는 장소이다. 그는 「아침식당」을 통해 한 사람이 꿈(밤)의 세계에서 “밝은 대낮”의 상태에 이르기 위해서는 위에 음식을 넣는 물리적 행위, 즉 “정화 과정”이 수반된다고 보았다(71). 이러한 심상은 「중국산 진품들」에서도 반복된다. 벤야민은 잠옷을 입은 어린 아이에게 손님께 인사를 하게끔 시켜도 소용이 없다가, 얼마 후 아이가 발가벗은 모습으로 (몸을 씻고) 등장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벤야민에게 신체는 일련의 깨어나는 과정을 통해 밤과 낮을 매개하는 물리적 공간이다.

나아가, 벤야민은 신체라는 장소를 배경으로 일어나는 의식과 무의식의 세계에 경계를 짓지 않은 사유를 전개해나간다. 그는 꿈 속에서 등장했던 장소/사물/상황 등에 대해서 언급하다가 이를 실재하는 사물에 연관 짓기도 하고, 때로는 그 둘의 경계를 넘나든다. 벤야민이 언급한 괴테의 집(72-73), 게슈탈트 붕괴(71), 멕시코(78-79), 바이마르의 시장광장(92) 등에서 이를 알 수 있다.

『일방통행로』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상징계 이면에 존재하는 이들이다. 벤야민은 아이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이 공사현장의 폐기물들, 즉 의미나 상징으로 읽히지 않는 어떤 부수적이고 남겨진 것들이라는 점에 주목하며, 아이들은 그 조각을 모아 (어른의 시각, 혹은 이성)으로는 읽어지지 않는 어떤 세계를 구축해나가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그는 종종 어린 아이이던 당시 자신의 시각에서 글을 전개하거나, 꿈 속에서 어느 장소에 갔는데 어릴 적 자신이 썼던 서명을 발견한다거나 하는 등의 기술을 통해 이를 표현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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