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3 민중의 세계사 1부 프롤로그 ~ 2장 발제문

작성자
qjwskan
작성일
2019-11-20 17:00
조회
82
크리스 하먼, 『민중의 세계사』 제1부 中 프롤로그 ~ 2장(29-51) 발제문


김형근


1. 프롤로그, 인간 본성에 대한 하나의 편견

크리스 하먼은 머리말에서 자신이 책을 집필하는 동안 줄곧 ‘두 가지 편견’과 맞서야 했다고 말한다. 하나는 “지금껏 존재한 사회들과 인류 역사의 중요한 특징들이 어떤 ‘변하지 않는’ 인간 본성의 소산”(19)이라는 생각이다. 소위 인간은 야만적이고, 경쟁적이며, 탐욕스럽다는 인간본성에 대한 전제가 그것이다. 또 다른 편견은 “인간 사회가 과거에는 변했을지 몰라도 더는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20)이다. 후쿠야마는 『역사의 종언』에서 “사회주의나 공산주의가 자유주의나 민주주의 앞에 굴복한 오늘날이야말로 ‘역사의 종언’ 때이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크리스 하먼은 ‘인간 본성’은 “역사 발전의 산물이지 그 원인이 아니다”(20)라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인간 본성이란(‘본성’이라는 개념과 대치되기는 하지만) 고정된 무엇이라기보다 서로 다른 문화와 역사적 흐름 속에서 탄생한 부산물이다. 또한 인류의 긴 역사를 통해 볼 때, 역사의 종언은 역사에 대한 무지의 소산에 불과하다. 10만년 이상 지구에 있었던 인류지만, 자본주의는 기껏해야 수백년의 역사만을 가졌을 뿐이다. 더불어 자본주의는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도전받고 있다.

「프롤로그 : 계급 이전」에서는 경쟁과 불평등, 억압과 착취의 역사가 10만년 인류 역사 중에서 5천년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오늘날의 대부분의 사람들의 편견과 달리 수만년 간 인간은 위계질서와 계급 구조, 경쟁 없는 사회 속에서 살아왔다.

“우리 종의 역사는 10만년이 넘는다. 이 시기의 95퍼센트에 해당하는 기간에는 오늘날 ‘인간 본성’ 탓으로 돌려지는 속성들 대부분이 존재하지 않았다. 인간에게는 오늘날의 사회를 이 지경으로 만들 수밖에 없는 어떤 고정된 생물학적 속성도 없다.”(30)

최초 인류의 조상은 4~5백만년 전 아프리카 유인원 종에서 진화했다. 직립보행을 하고, 채집으로 살아가기 시작하며 사회성이 형성되었고, 경쟁보다 협동을 통해 생존하는 방식을 배웠다. 이후 약 15만년 전에서야 비로소 아프리카에서 현재의 인류, 그러니까 “의사소통 수단(언어)과 그것을 통해 직접 느낄 수 없는 사물을 개념화하는 능력(즉, 인류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와 그 안에 존재하는 자기 자신을 인식하는 능력)”(31)을 가진 인류가 태동했다.

인류는 아프리카, 중동, 서유럽, 아메리카 대륙 곳곳으로 뻗어나갔고 각각의 지역 환경에 맞추어 고유의 생활방식과 문화를 형성했다. 다만 공통적인 핵심은 이러한 고대 시기의 채집 사회에서 인류는 무리를 지어 살면서도 투쟁과 경쟁의 방식이 아닌 평등한 사회 속에서 서로 협력하며 자신을 내세우는 사람들을 견제하고 어려운 동료를 지원했다는 것이다. 예컨대 콩고의 피그미족의 사례를 보면, 두드러지는 개인은 합당한 실용적 이유로만 드러났으며 법 질서는 강제보다 협력으로 유지되었다(33). 계급은 없었으며, 사적인 토지소유도, 노동분업도 없고 ‘스스로’ 자신들의 역할을 결정하고 합의하여 집단 활동을 결정했다. 저자는 이러한 “호혜주의 원칙”을 대륙과 환경을 막론하고 어느 수렵-채취 사회에서나 공통으로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33). 주목할 점은 설사 무리 내 분쟁이 일어나더라도 “보통 당사자들 가운에 한 집단이 무리를 떠남으로써 해결”(34)된다는 것이다. 수렵-채집 사회에서는 한 지역을 떠나도 다른 지역에서도 충분한 생활을 영위할 수가 있었다. 그리하여 어느 영토를 차지하기 위해 애써 전쟁을 하면서까지 충돌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사회는 인류에게 뿌리 깊은 공동체 정신과 평등주의적 사상을 증거한다. 사회 내의 계급의 존재는 물론 여성과 남성에게도 성별 노동 분업만 있을 뿐, 위계는 존재하지 않았다. 또 한가지는 사유재산에 대한 집착이 없었던 것이다. 환경적으로 식량은 저축될 수 없었고, 부의 축적보다 그날 그날 협동하여 살아가는 것이 중요했다. 이러한 역사는 인류의 발전과 함께 조금씩 달라졌다. 원시적 물질 조건이 극복됨에 따라, 부의 축적이 생겨났고 특권이 형성된 것이다.

2. 신석기 ‘혁명’, 사회적 지위의 분화

신석기 혁명이란 “신석기 도구의 출현”(40)을 의미한다. 이때는 지금으로부터 1만여 년 전인데, 수렵-채집 사회에서 농업 사회로의 전환이 핵심이다. 이로 인해 인류는 촌락을 형성하고 정착지에 자리를 잡게 된다. 농업사회에는 여러 기술들과 지식, 지혜가 필요했으며 이에 느슨한 무리 생활보다도 규범과 체계에 따라서 삶이 이어지게 된다. 하지만 당시에도 여전히 “사회의 계층 분화는 아직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않았”(40)고, 오히려 여성의 지위가 높았을 것으로 추측되기도 한다. 사유지는 없었으며, 다만 전쟁에 쓰이는 무기가 발견되었다.
가치관은 여전히 협력적, 공동체주의적 가치관이 발달하여, 개인보다도 공동체를 위한 사람이 더 존경받았다. 누어족의 한 연구에는 “대체로 누어족의 촌락에서는 모두 굶어 죽기 전까지는 아무도 굶어 죽지 않는다”(41)고도 한다. 저자는 이런 이타주의 역시 “먹고살기 위한 필요에서 비롯”했다고 말한다(41). 그렇다면 오늘날 이기주의가 성행하는 까닭은 혼자 살아야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일까? 농업이 주요 생존수단이던 당시는 노동력이 중요했기 때문에 노동력을 상호 교환할 수 있어야 했기에 상부상조의 정신이 중시되었다. 이런 삶의 방식 변화는 재생산에도 영향을 미쳐 이때 인구는 지난 시기보다도 훨씬 증가했다고 한다.
한편 정착이 이루어지고 식량이 축적됨에 따라 침략의 유인이 제공되었고, 이에 사회의 단위에서 이루어지는 대응이 요구되어 공식 의사 결정 체계가 필요해진다. 촌장과 씨족 대표들이 생겨난 것이다. 다만 이러한 사회적 지위의 분화는 타인의 노동력의 결과로만 살아가는 일종의 계급의 탄생은 아니었다. 족장들의 핵심은 관대함이었으며, 무리 전체를 위해서만 존재해야 했다. 족장의 힘은 다른 구성원들에 비해 막강하지 않았기에 충분한 경제를 받았다. 계급은 그 이후, ‘도시 혁명’이라는 또 다른 생계방식의 변화로부터 이루어진다(45).

3. 최초의 문명, 계급의 출현

위에게 익숙한 이집트 문명 등은 5천 년 전의 일이다. 신석기 시대와 구분되는 문명 시대(청동기 시대)로의 전환을 고든 차일드는 ‘도시혁명’이라 불렀다(46). 전환의 핵심 계기는 생계방식의 변화였다. 농경시대에 식량 생산의 증가에도 갑작스런 자연재해로 인한 기근은 막을 수 없었고, 이 때문에 침략이 빈번하게 발생했고 기술 혁신도 이루어졌다. 획기적인 혁신은 가축을 사용한 괭이질, 관개시설의 마련 등이다. 이러한 신기술 덕분에 잉여가 생겨났고, 이는 사회관계를 변형시키기에 이르렀다.
우선 쟁기 기술은 중노동이었기에 여성보다도 남성 노동의 중요성을 가져왔다. 관개 시설을 건축하기 위해서는 다수의 협동 노동이 필요했고, 이를 관리하고 감독하는 사람의 등장을 초래했다(48). 또 잉여 곡식은 커다란 건물에 저장되었다. 크고 높은 곳에 위치한 곡식 저장 창고는 안정적인 생활을 상징했고, 곡식을 관리하는 사람들은 권위를 갖게 되었다. 이로써 그들은 “잉여를 모으고 저장하고 분배하면서 나머지 인구의 삶을 감독했다.”(48)

“창고와 창고 관리자는 사회 위에 군림하면서 사회의 번영을 보장하는 권력처럼 보이게 됐고 대중의 복종과 찬양을 받았다. 그리하여 창고와 창고 관리자는 초자연적인 위상마저 지니게 됐다. 창고는 최초의 신전이었고 창고 관리자는 최초의 사제였다.”(49)

최초의 문자는 이처럼 물품을 모으고 가리키는 필요성으로 말미암아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중동과 메소아메리카에서 기호와 기호를 상징하는 소리가 최초로 등장한다. 또 사제들은 달력을 발명했고, 달력 덕분에 생산량은 또 한 번 증가하기에 이른다. 도시문명은 이처럼 농업사회에서의 기술혁신으로 말미암아 창출되었다. 도시문명의 기원은 농업 사회의 내적 동학 때문인 것이지, 민족성의 우수 여부와는 관계가 없다고 저자는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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