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보 2018.05.15] 흑인노예 소년, 어떻게 노예무역철페를 이끌어냈나? / 김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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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무리
작성일
2018-05-21 21:58
조회
117


[대자보 2018.05.15] 흑인노예 소년, 어떻게 노예무역철페를 이끌어냈나? / 김낙현(한국해양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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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노예서사(slave narrative)는 노예체험담에서부터 대영제국의 아프리카 노예무역 철폐와 미국의 노예제 폐지까지 다양한 출판물로 등장했다. 아프리카 흑인들이 백인 문명을 경험했을 때, 이들의 정체성 형성에 ‘이중 의식’(double consciousness)은 필수적이었을 것이다.

『노예선: 인간의 역사』(The Slave Ship)은 영국(1807)과 미국(1808)의 노예무역 폐지 2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2007년에 출판되었다. 이 책의 4장에 소개되는 아프리카 소년 올라우다 에퀴아노(Olaudah Equiano)는 어려서 이웃 부족에게 납치당하고 노예로 팔린 이후 서인도 제도, 영국, 아메리카, 북극해 등지를 오가는 선원 생활을 하였다. 32살에 자신이 모은 돈으로 영국 정부로부터 자유인의 지위를 얻었다. 이후 에퀴아노는 노예제 비판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문해능력(literacy)을 바탕으로 아프리카 노예무역 철폐 법안을 이끌어내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하는 인물이 된다.

아프리카 출신 흑인 소년 에퀴아노는 구전문화의 사회를 떠나 글자로 소통하는 문명사회로 진입하였다. 교회의 예배에 처음 참석하고 백인들의 지혜에 감탄하지만, 이들이 희생제물을 바치지도 않고 씻지 않은 손으로 먹는 것에는 의아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를 놀라게 한 것은 책읽기였다. 처음 책으로부터 소외당한 경험은 “책에다 말을 거는 행위”를 열망하고 배우도록 이끌었다.


주인님과 딕(Dick)이 독서에 몰두하는 모습을 자주 봤다. 나는 책에다 대고 말을 하는 것이 무척이나 신기했다. 두 사람이 독서하는 모습이 내게는 그렇게 비쳤다. 그리고 모든 것을 시작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도 신기했다. 나는 주위에 아무도 없을 때면 무엇인가를 시작하는 방법을 배우려고 자주 책에 대고 말을 한 다음 책에다 귀를 갖다 댔다. 책이 나에게 대답해 주기를 바라면서. 그렇지만 책이 침묵을 지키는 것을 보고 무척이나 걱정했다.(『에퀴아노의 흥미로운 이야기』 (The Life of Olaudah Equiano) p.101)

책은 백인들의 문명에 접근하고 싶어 하는 그의 열망을 대변한다. 독해능력을 갖춘 후 생겨난 가장 중요한 사실은 에퀴아노가 그의 문해능력을 노예무역과 노예제의 폐지를 위해 활용했다는 것이다. 이때 에퀴아노는 노예제 비판에 기독교적 정의를 동원한다. 하지만 자신을 노예로 만들었던 사람들의 종교에서 자신의 구원과 위안을 찾는 상황은 다른 노예 서사에서처럼 에퀴아노의 서사를 다른 시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고 있다. 결국, 아프리카 노예무역 폐지를 위한 적극적인 행위로서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작품이 에퀴아노의 서사라 할 수 있다. 에퀴아노가 노예제 폐지 운동에 동참한 것은 자신의 문해능력에 의존했다. 노예제 폐지라고 하는 정치적 결말을 만들어내기 위해 지적 잠재력과 문해능력을 활용한 아프리카인의 능력을 증거하는 글이기도 하다. 당시 노예제 폐지론자들은 흑인과 백인의 지적 능력에 차이가 없다는 점과 아프리카인은 가르침을 받아들일 능력이 있다는 점을 주장하였고 노예폐지론자들에게는 전형적인 예가 되었다.

현재에도 인간을 한낱 ‘물건’(thing)으로만 취급하는 사례는 세계 도처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각양각색의 대중으로부터 너무나 당연하고 인도주의적 목적이 담긴 인간을 억압하고 노동력을 착취하는 것에 반하는 인권회복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영국에서의 노예폐지 운동은 사람들에게 정치적인 영향이 담긴 권한을 부여하는 데 있어서 문학의 잠재력을 강조하였다. 에퀴아노의 경우, 문해능력이 노예무역 시스템과 대항하고, 아프리카인들의 이미지를 되살리는 도구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또한 『노예선』이 노예서술을 연구하는 데에 생산적이고 유익한 경험이 될 것이다. 특히 『노예선』은 동시대 세계를 추구하는 인도주의적 사안 위에서, 우리에게는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많은 영감을 주고 있는 명저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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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선 | 마커스 레디커 지음 | 박지순 옮김 | 갈무리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