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2021.07.28] [여여한 독서]가사노동, 사랑이라 부르지 말고 돈을 달라 - 〈캘리번과 마녀〉 / 김이경 (작가)

서평
작성자
갈무리
작성일
2021-08-24 20:34
조회
196


[시사IN 2021.07.28] [여여한 독서]가사노동, 사랑이라 부르지 말고 돈을 달라 - 〈캘리번과 마녀〉 / 김이경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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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격리를 하게 됐다. 어떻게 하면 시간을 잘 보낼 수 있을까 궁리하다 이참에 실비아 페데리치의 〈캘리번과 마녀〉를 읽기로 했다. 자본주의의 기원을 여성주의 시각에서 밝힌 기념비적 저작이라고 해서 필독 목록에 올려놓긴 했지만 각주만 40페이지가 넘는 걸 보고 엄두를 내지 못했던 책이다. 꼼짝없이 방에 있어야 하는 지금이야말로 이런 골치 아픈 책을 읽을 때다 싶었는데 과연 그랬다. 한 문장도 버릴 게 없는 밀도 높은 책에 코를 박고 있는 사이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 어느새 격리가 해제됐으니 말이다.

고맙게도 저자는 이 모든 의문에 답한다. 마녀사냥은 광기의 산물이 아니라 “자본주의적 관계의 확산을 저지하려는 여성들의 저항에 대한 공격”이며, 여성을 노동력 재생산 기계로 만들려는 국가 차원의 “정치적 기획”임을 분명히 한다. 그에 따르면 자본주의는 증기기관이 아니라 마녀사냥과 식민화, 노예노동이라는 폭력을 통해 확립되었으니, 마녀사냥은 중세의 암흑이 낳은 비극이 아니라 근대의 자본이 요구한 사건, “국가가 개시한 전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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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번과 마녀』 | 실비아 페데리치 지음 | 황성원·김민철 옮김 | 갈무리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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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영점』 | 실비아 페데리치 지음 | 황성원 옮김 | 갈무리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