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호] 『도리스 레싱, 21세기 여성 작가의 도전』 민경숙 저자와의 인터뷰

인터뷰
작성자
자율평론
작성일
2023-12-29 17:06
조회
132
 

『도리스 레싱, 21세기 여성 작가의 도전』 민경숙 저자와의 인터뷰



Q. 선생님께서는 2004년에 출간한 첫 도리스 레싱 연구서인 『도리스 레싱 : 20세기 여성의 초상』을 위해 연구하신 기간을 포함하여 이번에 출간하는 『도리스 레싱, 21세기 여성 작가의 도전』에 이르기까지 총 24년간 도리스 레싱을 연구해 오셨습니다. 어떤 계기로 도리스 레싱을 연구하게 되셨는지, 도리스 레싱 연구를 계속해 오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제 박사 논문은 조셉 콘래드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콜로니얼리즘, 특히 유럽의 아프리카 식민지화 그리고 그에 따른 아프리카인들의 고통에 대한 관심이 컸습니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현대소설 강의를 하던 중 레싱의 첫 작품 『풀잎은 노래한다』를 가르치게 되었고, 레싱의 강력한 저항의지, 반항심, 아프리카에 대한 연민, 불의에 대한 분노 등으로 인해 계속 읽게 되었습니다. 제가 끝까지 레싱을 놓지 않은 이유는 초고령에 다다른 여성작가의 도전 정신을 끝까지 추적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Q. 지난 몇 년간 한국 사회에서 미투 운동 등 여성인권, 페미니즘 관련 이슈들이 계속해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도리스 레싱의 작품들이 한국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레싱은 1960년대 질풍노도의 영국을 목격한 사람입니다. 이때에는 오늘날의 한국처럼 영국이 이념대립, 핵무기반대운동, 세대 간의 대립, 여성해방운동, 환경운동으로 거리가 매일 시끄러웠던 시기입니다. 누구보다도 저항심, 반항의식이 컸던 레싱이지만 영국의 소요사태를 겪으면서 저항심과 반항의식을 초월하게 된 듯이 보이며 인간의 기초적인 것, 즉 마음의 평형, 정신적인 것과 육체적인 것의 조화 등 다소 동양적인 사상으로 서양의 이항대립적 사고를 뛰어넘으려 하였습니다. 레싱은 이기적인이고 개인적인 자기주장보다는 전체 속에서 부분을 보는 전체론적 사고, 입장을 바꾸어 놓고 사고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방법을 우리에게 가르쳐 줍니다.


Q. 도리스 레싱의 작품들은 아직 국내에 많이 번역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의 독자들께 꼭 추천하고 싶은 아직 번역되지 않은 작품을 골라주신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또 그 작품을 고르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다음 작품들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사대문의 도시』 는 사실주의 작품에서 사변소설로 진입하는 과정과 이유를 보여주며 레싱의 전체 사상을 보여줍니다. 『제3, 4, 5 지대 간의 결혼』은 남녀관계에 대한 레싱의 사고를 보여줍니다. 『제8행성의 대표만들기』에서는 죽음과 멸종에 관한 레싱의 동양적 사고와 현대 과학의 만남을 볼 수 있습니다. 『어느 좋은 이웃의 일기』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한국 사회에 초고령인들을 위한 복지문제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클레프트』는 태초에 여성만 있었고 후에 돌연변이로 남성이 태어났다는 의식 전환의 발상으로 남녀관계를 파헤치고 있으며 신화/역사에 대한 일반적 신뢰를 전복시킵니다.


Q. 레싱이 우주, 과학소설 같은 테마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아프리카에서 밤하늘을 주시하던 아버지의 영향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늘을 보면서 하늘에서 지구를 바라보고 있을지 모르는 어떤 존재를 생각하는 역지사지의 사고 또한 이때 갖게 된 것으로 생각됩니다. 레싱이 어렸을 때는 영국이 세계 최고의 제국주의적 국가였습니다. 여기에서 사고를 확장하여 지구를 식민행성으로 두고 있는 카노푸스 제국을 상상한 것으로 보입니다. 짐바브웨라는 영국의 식민지에서 식민자라는 갑의 입장으로 살다가 영국으로 귀화하면서 을의 입장이 되어버린 것 또한 역지사지의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고 생각합니다.


Q. 사변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대해서 좀더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사변소설이란 작가가 갖고 있는 어떤 이념이나 개념을 바탕으로 작품을 구상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변증법적 사고를 갖고 있던 레싱이 『제3, 4, 5 지대 간의 결혼』에서 제3지대와 제4지대를 결합시키고 그 후 제4지대와 제5지대를 결합시킨 후 각각의 결과를 다시 결합시키는 것이 그 예입니다. 이념소설과 다른 점은 여기에 판타지, 과학소설 등의 상상적 요소가 첨가된다는 것입니다. 판타지나 과학소설은 현 세계와 다른 세계를 상상하지만 결국에는 현 세계를 비판하고 교정하려는 목적에서 구상된 세계입니다.


*


도리스 레싱, 21세기 여성 작가의 도전


※ 편집자 주 : 이 인터뷰는 <도리스 레싱, 21세기 여성 작가의 도전> 보도자료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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