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호] 전 지구적 자본주의와 비디오 게임의 시대 | 손보미

이 책을 주목한다
작성자
자율평론
작성일
2018-02-26 09:36
조회
2109
전 지구적 자본주의와 비디오 게임의 시대
『제국의 게임』 서평


손보미(다중지성의 정원 회원)


* 이 글은 2015년 5월 25일 인터넷신문 『대자보』에 게재되었습니다.
http://www.jabo.co.kr/sub_read.html?uid=35616§ion=sc4§ion2


“그들은 알지 못한다. 그러나 행한다.”

‘모든 문화와 예술이 그러하겠지만, 게임만큼 시대의 무의식을 (이토록 적나라하게)행위로 드러내어 주는 것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전 지구적 자본주의와 비디오 게임” 이라는 부제를 달고 나온 <제국의 게임>은 “비디오 게임”이라는 매체를 통해 드러나는 현시대의 상황들을 구체적인 게임들(풀 스펙트럼 워리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그랜드 테프트 오토…)을 깊숙이 관통하며 보여 주고 있습니다.

책은 서문을 통해 <제국>이라는 용어의 정의에 대해 상세히 밝히고 있습니다. 이는 저에게 상당히 중요한 내용이었는데, 그 이유는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제국>이라는 단어는 –부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사라져 버린 먼 과거 혹은 게임 속 가상 세계만을 떠오르게 했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고대 로마, 19세기의 스페인,영국과 같은 민족에 뿌리를 둔 초기 <제국 주의> -아마도, 제가 떠올렸을- 와 달리 자본 중심의 네트워크로 지배되는 ‘하트와 네그리’의 <제국>에 대해 설명합니다.

-제국은 전지구적 자본주의에의 한통치이다. 하트와 네그리는 그러한 지배가 “네트워크권력”을 통해 작동한다고 말한다. 제국의 탈중심화되고 중층적인 제도적 장치들은 민족국가들을 포함하면서도, 마이크로소프트와 소니같은 다국적기업들, <세계무역기구>와 <국제통화기금>같은 세계경제기구들, <유엔>같은 국제기구들, 그리고 심지어 <적십자>같은 비정부기구들을 포함하는 것으로까지 확장된다. -(책의 서문 중에)

전지구적 지배라는 의미에서 과거 민족중심의 제국주의와 자본 중심의 네트워크 제국은 이어져 있지만 후자는 “이전의 어떤 것보다도 더 포괄적인 지배권”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이어 ‘하트와 네그리’의 <제국>에서 언급된 “새로운 혁명 권력”인<다중>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는데, 이때, 흥미로운 점은 저자는 ‘하트와 네그리’의 <제국>의 정의에 대해서는 일간의 비평을 받아들여 좀더 순화된 개념을 제시하면서도 <다중>에 대해서는 그 개념이 모호하고 낭만적이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이어서 ‘가상게임’을 다루는 맥락을 밝히는 부분이었습니다.

-전지구적 정의운동과 같은 것은 더 나은 대안의 씨앗들을 내포하고 있는데, 이 운동의 복합적 다양성에는 어느 비평가들보다도 하트와 네그리의 다중개념이 가장 근접해있다. 제국은 권력과 부로 가득차 있지만 혼돈에 근접해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가상게임을 다루고있는 맥락이다. -(책의 서문 중에)

“비디오 게임들이 <제국>의 패러다임을 전하는 매게 이면서도 동시에 그 <제국>에 도전하는 어떤 힘들의 메게”라는 저자의 가설은 비디오 게임이 <제국의 게임>임과 동시에 <다중의 게임>임을 나타내는 부분이라 생각됩니다. <다중의 게임>에 대한 내용은 본문 중 7장에 나와 있는데, 안타깝게도 저의 지극히 개인적인 “비디오 게임” 경험 때문인지 앞 장들에 비해 다소 공감하기가 힘든 부분들도 있었습니다.

7장에서 저자는 <다중>이 의미하는 바를 좀 더 자세히 밝히고 있습니다.

-다중은 제국의 원동력이자 반대자이고, 엔진이자 적인 사회세력이다. (………) 다중은 새로운 주체성의 새로운 형식을 뜻한다. (……..) 지구적 자본에 반대하는 새로운 운동으로 이끈다. (……..) 제국에 저항할뿐 아니라 대안을 개발하고, 보호하며 제안하는 능력을 연다. (………)- (7장 중 ‘다중과 미디어’ 중에)

이러한 다중의 “대항 게임 행위”는 밀라노의 미디어 활동가 집단인 <몰레인더스트리아>의 ‘전략적 게임’, 즉 현 시스템의 속성에 대해 성찰 하도록 하는 ‘대항 모의 실험’을 거쳐 ‘정치제 모의 실험기’라고 불릴 만한 기능성 게임인 <지바-퀘스트>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각 장의 말미에 덧붙여 지는 저자의 우려 섞인 부분은 “대항 게임 행위”를 위한 “모의 실험기”들의 유용성에 대해, 그리고 “새로운 게임?”과 “새로운 게임 행위”간의, 모호한 관계에 대해 간접적으로 드러내 주고 있는 부분으로 보여집니다.

-<몰래인더스트리아>와 다른 전술적 게임제작자들이 정치화된 게임문화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장르구분에 대안적인 이미지를 중첩시키는 것에서보다 더나 아가야한다.-(7장 중 ‘전술적 게임’ 중에)

-정치제 모의실험기는 설계상의 문제를 처리해야 한다.(……) 시민사회 게임들도 “비폭력은 언제나 성공한다”, ”개인의 재활용이 지구를 구할 수 있다”, “자선적인 기부는 빈곤을 해결한다”와 같이 확신할 수 없는 가정을 내재할 수 있다.- (7장 중 ‘정치제 모의 실험기’ 중에)

제국의 원동력이자 적인 <다중>의 “새로운 게임 행위”는 다중 접속 온라인 게임인 <우루>속 유저들의 “무단 정착” 행위를 통해 다시 드러납니다.

-“그들의 세계는 삭제될 것이다”라는 안내가 있었다. 산업은 그것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선언했다. 급작스러운 삭제에 대해 3백명의 거주자들이 모여 자신들이 고생스럽게 노동하여 만든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를 의논하였다.(………….)그리고 그들은 가능한한 많이 자신들의 사회를 자가조직하고 스스로 창조할 것이다.- (7장 중 ‘자기 조직화된 세계’ 중에)

다중 접속 온라인 게임은 5장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통해 퍼블리셔들의 온라인다중 에대한 통제가 얼마나 위태로운 상태인지, 또 동시에 규율을 지키지않는 이용자들의 참여가 세계의 기본적인 시장구조화에 의해 움직임으로써 미시상품화를 어떻게 심화시키는지를 분명히 보여주었습니다. 그럼에도, 다중 접속 온라인 게임은 그것의 특수한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다중>의 새로운 개임 행위의 장이 되었음이 분명해 보입니다.

책은 “비디오 게임”을 둘러싼 문화의 상반된 그림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반된 그림들은 “비디오 게임”이라는 매체의 특성이자, 이를 둘러싼 <다중>의 특성으로도 보여집니다. 참여적 문화, 참여적 예술… 등의 용어가 난무하고 있는 가운데, “비디오 게임”이라는 매체는 그 속성상 그야말로 실질적인 참여 많이 그 자체를 성립하게 해주는 매체이기 때문입니다.

40년전 군사 산업체 안에서 태어난 “비디오 게임”은 가정용 콘솔을 거쳐 광대한 네트워크로 연결된 개인용 컴퓨터를 거쳐 현재 무선 네트워크로 연결된 스마트폰으로 까지 확장되어 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비디오 게임”은 다중들을 포획하고, 훈련하고, 또 다중들에 의해 위협받고, 전복당하며 오늘날의 모습에 까지 이르렀습니다. 무수한 다중들의 영향으로 “비디오 게임”은 그 어떤 매체 보다, 빠르게 변화했고, 변해가고 있으며, 게임 행위를 통해 당대의 무의식과 욕망을 끊임없이 들어내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국의 게임>이 곧 <다중의 게임>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비디오 게임”은 속성상 오래도록 고정되거나 머무를 수 없는, 끊임없는 탈주를 향한 매체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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