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호] 『자립기』를 읽고 | 김성은

이 책을 주목한다
작성자
자율평론
작성일
2018-02-25 12:39
조회
2329
『자립기』를 읽고
『자립기』 서평


김성은


최근 동성 커플과 이인종 커플 수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모던 패밀리라는 미국 드라마는 미국사회내의 동성결혼의 생활과 모습을 우리에게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는 과거에 비해 이러한 소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심지어 그들의 웃음의 코드를 이해함으로써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처럼 동성 결혼은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 점점 인정되고 합법화되어가고 있다. 이 책은 2001년 여름에 이인종(inerracial)커플 인터뷰라는 소규모 프로젝트에서 시작되었다. 그 뒤 3년간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저자는 몇 가지 패턴을 발견했다고 한다. 인터뷰 대상자 대부분이 어린 시절 살았던 공동체나 부모를 떠났다고 했다. 저자는 부모로부터 자립하는 현상이 역사적으로 새로운 것인지와, 보다 전통적인 형태의 커플들도 마찬가지로 부모로부터 독립적인지가 궁금했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된 작은 프로젝트는 미국 가족 역사를 완전히 재평가 하는 수준으로 커졌다고 한다. 따라서 우리는 이 책의 2장에 나타나 있는 식민지 미국과 19세기 초반의 미국, 신생 독립국과 빅토리아 시대, 19세기 여성들, 흑인 가족과 19세기 이인종 관계, 20세기 초반,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 2차 세계대전 이후의 거주지 분리와 교외화 현상을 통한 역사적 추이를 살펴봄으로써 현재 동성 결혼과 이인종 결합에 대한 사실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역사의 변이 속에서 변화된 “자립기”를 살펴봄으로써 특히 대학생, 결혼을 앞둔 사람들, 결혼제도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마이클 J. 로젠펠드는 말한다. “나는 젊은이들이 형성하는 가족 유형에 자립기가 영향을 주는지 조사한다. 나는, 자립기가 젊은이들을 부모로부터 분리시킴으로써 그들이 다양한 유형의 가족을 이루도록 만든다고 주장한다.

2002년에 스탠포드 대학에서 한 흑인 학생 토론자가 청중들에게 자신의 여자 친구는 백인이라고 말했다. 이를 싫어하는 사람이 학교에 있을 수도 있지만 자신은 그런 분위기를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고, 청중 가운데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한 학생이 백인 여자 친구의 부모님께서 둘 사이를 반대하지 않는지 물었다. 토론자는 이런 질문을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것처럼 어리둥절해하다 대답했다. “부모님 의견은 중요하지 않아요. 저희랑 멀리 떨어져 사시거든요.” (12)

요즘 부모는 자녀가 다른 인종이나 동성을 짝으로 선택하더라도 대개는 둘을 억지로 떼 놓으려 하지 않는다. 실제로 세대 간 결속이 느슨해졌다는 것은 인구 통계로도 나타나며, 그 권위와 불가침성은 점차 약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가족 통치 제도를 통해 모든 개인은 가족이란 집단에 속해 있어야 했다. 세대 이행의 상징으로 과거에 딸은 새신랑에게서 그녀를 경제적으로 지원해 주겠다는 동의를 받는 대신 지참금과 함께 남편에게 ‘인도되었다.’는 것에서 핵심은 젊은 여성이 처음부터 아버지의 소유물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딸을 ‘인도하는’행위는 지금 형식만 남았을 뿐이다.

이 책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미국 가족의 변화를 제시한다. ‘미국 가족’은 물론 한 가지 범주로 묶일 수 없다. 미국 가족은 이인종 커플과 동성 커플, 결혼한 커플, 이성애자 동거 커플뿐만 아니라 인종, 민족, 사회 계급, 종교, 국적에 따라 아주 다른 모습들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몇몇 학과들의 경계를 넘나들 수 밖에 없다. 자녀의 배우자를 선택하는 과정에 부모 통계와 사회 통제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전체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서 게이와 레즈비언 연구, 인종학, 사회사, 가족학, 법학 아동 발달과 사회 인구 통계학의 연구와 학문들의 문헌들을 수집해 보아야 한다.

“큐피드에게는 날개가 있겠지만, 분명 오랜 비행에는 적합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63) 이는 미국 도시에서 일어났던 배우자 선택이 거주지와 가까운 곳에서 만들어지고 형성되는 방식을 보여준다. 주요 사회학 학술지에 실린 연구들은, 두 사람이 멀리 떨어져 살수록 그 둘이 결혼할 가능성이 급격히 낮아진다는 것을 여러 차례 보여 주었다.

그렇다면 최근, 늦은 초혼 연령 현상은 어디서 기인한 것일까? 1960년 이후의 사회에서 독립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면서 생긴 결과다. 독신 젊은이들이 더 이상 부모와 살지 않기 때문에, 늦은 초혼 연령은 자립기를 연장한다. 현대의 젊은 남성과 여성은 약간의 교육도 받았고 노동시장에서 필요한 보통의 기술들도 갖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살아갈 수 있으며 살기 위해 결혼할 필요가 없다. 세대 간 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에게 비전통적 결합이 더 흔하다는 가정이 있다. 그 이유로는 첫째, 지성인은 그들의 역사적이고 지역적인 인종 정체성과 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인종에 얽매이지 않아 비전통적 결혼을 좀 더 쉽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둘째, 태도에 대한 연구에서는 사회 계급이 높은 백인일수록 흑인에 적대적인 의견이나 감정을 적게 가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셋째, 대학 교육을 통해 학생들은 기술을 배워 직업을 구할 수 있으며, 직업이 있는 젊은이들은 부모에게서 쉽게 독립할 수 있다. 넷째, 대학에 입학하는 것 자체로 대부분은 부모와 떨어져 지내게 되기 때문에 부모의 감시가 줄어든다. 다섯째, 고등교육을 통해 집단 간의 지역적 구분을 무너뜨리는 인본주의와 보편주의 정신이 촉진될 수 있다. 여섯째, 몇몇 대학 캠퍼스에 있는 동성애 관련 과목들은 동성애자 학생들이 ‘커밍아웃’할 가능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대학 교육이 비전통적 결합을 억압할 수 있다는 근거도 있다. 첫째, 어떤 학자들은 고등교육이 진보에 대한 진실한 믿음보다는 특권의식과 관습에 대한 순응을 촉진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둘째, 소수자들은 대학에서 민족과 인종에 대해 공부하여 민족주의 성향을 키우게 되고, 이것은 이인종 데이트를 그만두게 했을 것이다. 셋째, 흑인과 히스패닉은 백인과 아시아인에 비해 대학을 다니는 비율이 낮기 때문에, 고등교육은 이러한 인종들과의 만남을 감소시키고, 그래서 특정한 종류의 이인종 결합 기회를 줄인다. (161)

자립기는 인생 과정 중에서 다른 시기들에 비하여 새로운 시기이고, 이 시기는 젊은이들이 만드는 로맨틱한 결합들을 다양하게 함으로써 사회 구조를 재구성하고 있다. 과거에 인정되고 받아들여진 미국인 커플들은 언제나 동인종 이성애자 커플이었지만, 20세기 후반에 이인종 커플과 동성 커플은 가시적이고 중요한 소수 집단이 되고 있다.

사회와 부모의 통제가 배우자 선택의 제한 요인이라는 생각은 많은 개별적인 사회과학 문헌에서 빠르게 번져나가고 있지만, 이를 실증적으로 테스트하거나 정량화하는 경우는 드물다.

과거 젊은이의 결혼은 법과 관습, 그리고 부모의 직접적이 개입에 의해 조심스럽게 통제되었다. 자립의 시기가 등장한 시대의 부모는 자녀의 배우자 선택에 영향을 미쳤던 그들의 능력을 많이 잃고 있으며, 그 결과 동성 결합과 이인종 결합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 가족의 기본적인 인구학적 구조에서의 변화는 이인종 결혼과 동성애처럼 우리가 이전에 금기시했던 대상들에 대해 생각하는 방법과 새로운 가족들이 창조되는 방법에, 느리지만 꾸준하고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족 삶에서의 인구학적 변화는 2050년 이전에, 미국에서 동성애자가 결혼의 권리가 반드시 포함된 완전한 시민권의 영역으로 들어오도록 만들 것이다. (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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