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호] 인구데이터에 녹아 있는 진보의 흐름 | 최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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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자율평론
작성일
2018-02-25 12:45
조회
2423
인구데이터에 녹아 있는 진보의 흐름
『자립기』 서평


최은주


미국문화라고 하면 으레 어떤 것을 떠올리게 되는가? 히피, 컨트리 뮤직, 실용주의, 팝, 빌보드차트? 메이플라워 호를 타고 이주한 영국의 청교도들이 건설한 나라 미국. 엄밀히 말하면 미 합중국의 역사는 18세기부터 시작되었다. 새로운 땅에 정착하고자 했던 영국 청교도들은 가족공동체를 통해 가족제도, 결혼제도에 있어서 엄격한 잣대를 적용했다. 결혼식 때 신랑에게 신부를 아버지가 인도하는 서양의 풍습은 딸의 감독권을 사위에게 넘겨준다는 숨은 뜻이 있다고 한다. 그러던 보수적인 미국의 문화가 변하기 시작했다. 1860년 남북전쟁을 치르고, 20세기 초에 이르러, 여성의 참정권이 허용되면서 여성은 단순히 집에서 가사를 돌보는 존재에 머무르지 않는다. 미국 소설가인 헨리 제임스나 이디스 워튼의 작품에 보면 미국 여성의 자유로운 삶이 그려진다. 그리고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1960년대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한번 떠올려보자.

-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인권 운동과 여성 해방운동, 히피 운동, 동성애 운동이 진행됨.
- 미국 뉴욕 주에서 3일간의 최대의 록 축제 우드스탁 페스티벌이 열리다.
- 베트남 전쟁이 극에 치닫게 되었음. 반전 운동 또한 극에 달했음.
- 비트제너레이션이라 칭하는 히피 문화가 발달함.

이 모든 현상들은 어떻게 일어났을까?
먼저 하나의 표를 살펴보도록 하자.



이 표는 인구 데이터를 기초로 하여 커플의 유형별 대도시 집중도를 조사한 것이다. 이 조사를 위해 A와 B의 두 그룹이 존재한다. 그룹 1을 A라고 하고, 그룹 2를 B라고 하여, 두 모집단의 모비율을 비교하는 것이다. 어떤 관심있는 사건이 발생할 확률을 p라고 하자. 여기서 Odds Ratio는 p/(1-p)이다. 어떤 사건의 odds가 클수록 실제 그 사건이 발생할 확률이 커진다. odds ratio를 사용하는 이유는 통계학적 이론과 모형이 쉽게 개발되기 때문이다. 자립기에서 저자 마이클 로젠버그는 미국 인구데이터 표본을 사용하여 흥미로운 연구를 진행했다. 이른바 한 개인이 가족으로부터 독립하는 시기가 빨라지는 시기를 자립기라고 하며, 자립기가 빨라지게 된 원인을 미국사회의 변화에서 찾았다. 더 자세하게 살펴보면, 거대한 표본 크기와 미국 인구조사가 실시되었던 역사적 기간을 사용해서 이전에 전국적 대표성을 지닌 대규모 포본으로 테스트해보지 못한 이론들을 실증적으로 테스트하고, 가족 이론에 대한 다른 견해와 관점들을 함께 그려보고자 한 것이다. 이인종 결합과 동성 결합은 다른 이론적 틀을 제시하는 서로 다른 학자들에 의해 따로따로 연구되고 있다. 하지만 로젠버그는 이인종 결합과 동성 결합 둘 다 과거에 사회 구조가 효과적으로 억압했던 비전통적인 종류의 가족이다. 이인종 결합과 동성 결합은 자립기라는 공통된 뿌리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음의 그래프를 살펴보자.



미국의 GSS는 약 2년에 한 번씩 수천 명의 미국인들을 무작위로 뽑아 설문조사를 한다. 이는 미국 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처럼 GSS도, 장기적인 연구 목적으로 조사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응답자를 여러 번 되풀이해 찾아가 다시 설문조사하지 않고 2년에 한 번씩 무작위로 뽑은 다른 사람들을 인터뷰한다는 의미이다. 연구자들은 같은 대상자들을 반복해서 인터뷰하는 진짜 코호트 연구와 구별하기 위해서, 때때로 이것을 인위 코호트라 부른다고 한다. (220)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연결한 인위 코호트의 점선을 따라간다면, 동성애자 권리에 대한 관용이 실제로 생애 과정을 따라서 올라갔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모든 코호트들은 그들은 30년 전인 1970년대에 비해 2000년과 2002년에 더 많은 관용을 보이고 있다. 관용은 생애 과정을 지날 수록 일반적으로 안정적이거나 증가했으며, 이는 <도표 7.2>의 실선처럼 단면의 데이터와 대중적인 지식과는 정확히 반대이다.

저자는 통계로 사회학을 연구하는 사회학자 답게, '오즈비(Odds Ratio)', '코호트'같은 통계학 용어를 자주 사용하고 있다.

미국을 흔히 모든 인종이 함께 살아가는 도가니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메이플라워호의 이주 이후로 발전한 수백년 미국의 역사는 전통과 비전통의 오즈비 사이에서 성숙과 진보를 향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최근 가톨릭 교회에서도 동성애, 이혼, 피임 죄악시 말라고 선언했다. 성서에서 조차 금기시 되던 한 줄이 새로운 고고학적 발견으로 달라지고 있는 세상이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사회 현상의 원인을 인구 데이터에 지나치게 의존한 점이다. 하나의 사회적 변화에 있어 가족 구조에 가리고 있었던 영향력을 식별하지 못한 듯도 하다. 통계학적 분석은 수치적 결과를 제공하지만 그 해석에는 다분히 인문학적 분석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다민족 국가인 미국이 다양성을 존중하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을 인구통계학을 이용하여 사회학적으로 분석한 점은 새로운 시도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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