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체란 무엇인가

작성자
Kungfupanda
작성일
2020-07-06 11:08
조회
503
제가 존경하는 철학자 중 한분인 국민대 김명석교수님(<두뇌보완계획> 저자)이 정의한 '객체' 소개글을 옮깁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덧붙임에 설명한 thing을 object + event로 여긴 철학자 중에는 화이트헤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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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8. 객체

마음을 가진 주체는 생각하고 믿고 정보를 얻는 ‘그것’이 자기 앞에 있다고 생각한다. 자기 앞에 있는 그것을 다른 말로 “대상” 또는 “객체”라 한다. 영어 “오브젝트”는 “앞에 던지다”나 “앞에 놓다”를 뜻하는 라틴말에서 왔다. 철학에서 “오브젝트”는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주체의 마음 앞에 놓인 것을 말할 때 흔히 낱말 “대상”을 쓴다. 내 꿈속에서 만난 것도 나에게 대상일 수 있다. 한편 여러 마음 앞에 놓일 수 있는 것을 말할 때는 흔히 낱말 “객체”를 쓴다. 내 꿈속에서 만난 것을 “객체”라 하는 것은 조금 야릇하다. 주체에게 객체는 전체 우주일 수 있고 우주 안의 사물일 수 있고 나 자신일 수 있다. 그것이 어떤 사물이든 객체일 수 있다. 다만 객체는 여러 주체에게 공동의 대상일 수 있어야 한다.

플라톤은 이데아 같은 것을 객체로 삼았고 프레게는 수를 객체로 삼았다. 프레게에게 “2는 두 자연수의 나눗셈으로 나타낼 수 없다”는 객체에 관한 객관 진실이다. 마이농은 황금산이나 둥근 네모도 객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황금산은 우리 지구에 없다” 같은 정보를 갖게 된다. 황금산이나 둥근 네모처럼 없는 것을 객체로 삼는 일은 우리를 몹시 헷갈리게 한다. 2처럼 만져지지 않는 것을 객체로 삼는 일도 우리를 헷갈리게 한다. 내 생각에 2, 황금산, 유니콘, 둥근 네모 따위는 객체가 아니다. 그것은 ‘개념’일 뿐이다. 우리가 가장 눈여겨봐야 하는 객체는 물체와 사람이다. 자연과학은 주로 물체에 관한 정보를 얻으려 하고 인문사회과학은 사람에 관한 정보를 얻으려 한다.

덧붙임: 철학자들 가운데 thing을 크게 object와 event로 나누는 이들이 있다. 이 경우 thing은 "사물"을 뜻하고, object는 "물건"을 뜻하며, event는 "사건"을 뜻한다. thing이 구체 사물뿐만 아니라 추상 사물까지 모두 포괄하는 용어라면 thing은 being과 거의 뜻이 같다. 좁은 뜻으로 thing는 구체 사물만을 뜻하고 being은 구체 사물과 추상 사물을 모두 포괄한다. 내 생각에 '추상 사물'은 사물이 아니라 개념이다. 개념과 사물을 잘 구별해야 한다. "이순신은 사람이다"에서 "이순신"은 어느 한 사물을 가리키지만 "사람"은 어느 한 사물을 가리키지 않는다. "사람"이 가리키는 모종의 사물 따위는 없다. 하지만 갈래, 유형, 속성, 개념 따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하는 과제는 쉬운 과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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