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와 구더기 - 16세기 한 방앗간 주인의 우주관>을 시작했습니다.

미시사 연구에서 중요한 저작이기도 하고,
중세의 생활사가 궁금한 저희 세미나에 잘 어울리는 책이기도 하네요.

이번 시간에는, 저자의 대담과 이탈리아판 서문에 대해 주로 얘기했네요.
덕분에 미시사에 대한 저자의 의도와 목적의식이 많이 보였습니다.

저자의 관심은
종속계급 또는 민중의 문화를 역사적으로 드러내는 데 있습니다.

한데 난점은, 민중의 문화는 기록으로 남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어쨌거나 역사는, 특히 현대에서 멀리 떨어진 과거의 역사는 기록으로 이야기해야 합니다.
하지만 역사적 기록은 대부분 엘리트나 지배계급의 전유물이었고,
설령 민중에 대한 기록이라 하더라도 권력자 및 엘리트의 시선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민중의 문화를, 엘리트의 기록 속에서 볼 수 있을까요?
저자 진즈부르그의 의도는 이렇습니다.
지배계급의 문화와 종속계급의 문화는 언제나 상호교류 및 변형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배계급의 문화와 이데올로기를 민중들이 어떻게 변형시켰는지를 재구성하면 되고,
그 재구성이 전형적인 도식에 갇히지 않으려면,
독특한 개인의 일상과 사고방식을 세세하게 밝혀내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 과정이 미시사, 또는 '현미경으로 보기'입니다.
민중이 행하고 있는 미묘한 변형과 재구성에 주목할 때만,
민중 문화를 밝혀낼 수 있는 거지요.
그리고 결론적으로, 과거 민중 문화를 밝혀내야만 오늘날 민중의 해방도 가능하구요.

이런 계급적 문제의식, 기존 역사에 대한 회의적 태도 등이 어우려져
미시사를 추진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점이 미시사 연구를, 흥미 위주의 야사와 구별시켜 주는 것 같네요.

이런 내용의 밑그림을 그릴 수 있어서,
대담과 서문이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이어질 본문도 기대가 되네요.

다음 주에는 3장부터 9장까지 읽습니다.
재밌게 읽으시고,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