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4/19 『개념무기들』 6장 정치1

작성자
bomi
작성일
2021-04-19 02:58
조회
159
<토론 1>
사유의 생식성을 가로막는 4개의 매듭이 있다. 1) 차이를 개념의 동일성에 종속시키는 매듭 2) 차이를 지각 안의 유사성에 종속시키는 매듭 3) 차이를 부정성에 종속시키는 서술에서의 대립 4) 차이를 유들과 종들에 종속시킴으로써 판단을 내리는 매듭. 이 매듭들의 예시로 어떤 것들이 있을까?

- ‘그래봤자 어차피의 논리’가 있다. 예상치 못한 능력을 발휘하는 누군가를 보았을 때, 흔히 그 능력의 대단함을 깎아내리기 위해서 사용된다. 그래봤자 그냥 사람일 뿐이지, 그래봤자 어차피 공무원, 혹은 누구누구의 엄마일 뿐, 아버지일 뿐등. 이런 말들이 차이가 나는 것들을 계속해서 어떤 개념, 예컨대 가족과 같은 개념 속에 그냥 종속시켜 버리는 것이다. 독창적인 예술작품들도 어차피 음악이지, 미술이지 하면서 그 차이를 예술이라는 범주로 뭉뚱그려 버린다. 고유한 차이를 보지 못하게 만든다.
- 첫 번째 매듭과 네 번째 매듭은 어떤 게 다를까? 일상 경험에서 이 매듭들은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나타나곤 하겠지만, 각각의 매듭을 더 잘 이해해 보면 좋겠다.
- 눈에 띄는 것은 ‘판단’이라는 부분이다. 네 번째 매듭은 차이를 종속시켜서 어떤 ‘판단’을 만든다는 것이 특징적인 것 같다.
- 첫 번째 매듭에서 말하는 ‘개념’에는 특별히 위계가 설정되지 않는다. 그런데 ‘유들과 종들’은 위계를 만든다. 동물이라는 보다 상위 범주 아래에 인간이라는 종이 설정되는 것처럼. 동물이 더 상위 분류고 인간은 그 하위 분류다. 네 번째 매듭의 예시로 볼 수 있다.
- 인종 차별의 경우를 예로 들어 생각해 보면, 정말 네 개의 매듭들이 동시에 모두 작동하는 것 같다. 인간이라는 상위 범주 아래 다양한 인종들이 규정되고, 또 그 인종들이 각각 서열화된다. 백인종, 황인종, 흑인종 이렇게 만들어진 개념 속에 사람들을 종속시키면서 각각 인간 개인들의 차이는 제거된다. 와중에 정상성이라는 것이 또 작동해서 정상적인 인간의 범주에서 벗어나는, 그러니까 차이나는 인간은 제거되어야 할 인간, 부정적인 인간이 되고 실제로 무차별적인 폭력이 가해진다.


<토론 2>
들뢰즈 역설의 존재론에서의 ‘역설’과 ‘위선’은 어떤 점이 다를까?

- 들뢰즈의 ‘의미의 논리’에서 이 ‘의미’는 사실상 무의미에 가깝다. 명제를 통해서 표현될 수 있는 것들이 잠재적으로 과잉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드러난 내용으로만 보면 오히려 (논리적으로는) 말이 안 되는 것이다.
- 제도권 정치인들의 위선을 폭로하는 과정에서도 어떤 역설이 작동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다른 측면에서 보면, 호소력을 가지는 위선이라는 것도 있는데, 거기에도 역설의 힘이 작동하고 있는 것 같다.
- 역설은 힘, 강도의 차원을 함축하는 개념이고, 위선은 판단의 차원을 함축하는 개념 같다. 역설이 힘의 촉발, 다양한 힘들의 부딪힘 같은 것을 표현한다면, 위선은 어떤 지향성이나 의지적인 것의 표현 같다는 생각이 든다.
- 책에 의미를 생성하기 위해서는 역설의 영역에 들어서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역설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를 만드는 데 필요한 것일 텐데, 이를 위해 꼭 두 개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 두 가지가 그냥 보기에는 양립 불가능해 보이고 화해할 수 없어 보이는 것들이다. 이를 ‘문제’라는 말로 표현한 것 같고. ‘문제’라고도 표현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알아볼 수 있는 것들과는 다른, 그러니까 식별 불가능의 영역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영역으로 들어가야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의미가 생성되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거기, 즉 아무것도 알아볼 수 없는 그 영역에만 머무르면 그야말로 계속 무의미로만 남아있을 것이고, 따라서 거기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고, 어느 지점에서는 남들이 알아볼 수 있는 방식, 즉 기호로 표현되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들뢰즈는 기호체계를 비판하지만 그렇다고 기호는 불필요하다거나 등한시하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이 기호들을 더 잘 들여다보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호 작용이라는 측면을 ‘위선’과 연결해 보면, 설사 사악한 의도가 있다 하더라도, 사실상 선과는 아무런 관계없는 그것이 실현되기 위해 어떤 종류의 선한 제스처가 필요할 수 있다. 그것이 드러나기 위해서는 즉, 현실적인 것이 되기 위해서는 그것과는 전혀 다른 매게나 매체를 선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그루밍 성폭력이나 가스라이팅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 요즘 공손한 갑질이라는 말도 있다. 위선의 극단적인 예다.

☞ 질문자의 변
역설과 위선의 차이를 질문한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는 현재 한국 제도 정치의 여러 국면에서 거론되고 있는 ‘위선’이라는 키워드가 오늘날 우리의 중요한 문제 중 하나로 느껴져서 들뢰즈의 ‘역설’이라는 개념과 연결해 이야기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둘째는 “의미를 생성하기 위해서는 역설의 영역으로 들어서야 한다”는 저자의 말이 언뜻 보면 마치 의미 생성을 위해서는 위선(혹은 위악)도 감내해야 한다는 말처럼 읽히는데, 동시에 과연 그렇게 연결해서 읽는 것이 맞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고, 또 이처럼 역설과 위선을 혼동했을 때 발생하는 오해들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것들을 잘 구별해서 세기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토론을 통해 ‘역설’과 ‘위선’의 차이를 알 수 있었고, 또 덧붙여 이 둘을 잘 구별하기 위해서는 ‘역설’과 ‘반어’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등장한다.
- “존재론의 최상위의 항은 존재가 아니다. 그것은 존재와 비존재를, 실존하는 것들과 내속하는 것들을 아우르는 한에서의 ‘무엇’이어야 한다. 그 ‘무엇’은 사물과 사건, 사태와 명제, 존재와 의미라는 두 가지 방향으로 생성하며 계열화한다. 이 ‘무엇’은 선불교의 역설 혹은 영미 철학의 무의미와 유사하다. 그것은 깊이를 추방하는 표면 사건들의 펼쳐짐으로서, 깊이와 높이의 기법인 아이러니에 대항하는 기법이다. 이때 물체들은 효과들의 실제 원인이다. 그리고 효과들은 서로 준원인으로 작용한다.”_ 『개념무기들』 p.215


[뉴스레터 TAPic을 위해 책에서 뽑은 각자의 한 문장!]

코뮤니즘을 생각할 수 있는 평면은 ... 결코 물질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통일성일 수 없다. 그것은 사건들 혹은 효과들의 통일성으로서 물체들의 통일을 따라다니면서도 그 평면 외부에 있는 시간이다. 그것은 언젠가 도달할 시간이 아니라 삶의 매 순간 어느 곳에서나 움직이고 있는 내속하는 시간이다. (222) -정연 님-

차이는 문제제기적인 것의 존재를 의미하는 것이지 부정적인 것의 존재를 의미하지 않는다. (205) -보미-

문제는 해와 관계를 맺지만, 물음은 응답과 관계를 맺는다. 해들이 문제들을 제거하기보다 그들이 의미를 가지는 데 필수적인 존속하는 조건들을 거기에서 찾아내는 것과 같이, 응답들 역시 물음을 억압하지 않고 또 그것을 메우지도 않는다. (220) -윤진 님-

우리는 들뢰즈와 네그리에게서 탈영토화하는 힘들의 자기구성양식을 부르는 서로 다른 이름을 발견할 수 있다. 도래할 민중을 부르는 이름인 ‘민중의 발명’(들뢰즈), 힘의 존재론적 경향이자 기획의 이름인 ‘다중’(네그리) (276) -no/mad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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