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 1/19 『프롤레타리아의 밤』 9장 사원의 구멍들

작성자
bomi
작성일
2022-01-19 13:40
조회
113
삶과 예술 세미나 ∥ 2022년 1월 19일 수요일 ∥ 손보미
텍스트: 『프롤레타리아의 밤』자크 랑시에르 지음, 안준범 옮김, 문학동네, 9장

1. 고니 이야기

고니는 사도 모세로부터 약속의 땅인 동양으로 가자는 편지를 받는다. 하지만 고니는 사도 모세와 자신을 동일시할 수 없다. 자신은 '강인한 노동자'가 아니라 어디에 있든 그저 '어쩔 수 없는 노동자 팔자'이기 때문이다. 사도가 말하는 '명예로운 노동의 속성들'이 고니에게는 강제 노동의 상흔일 뿐이다.
새로운 엑소더스는 프롤레타리아들을 다시 분열된 의식으로 나눈다. 원통함과 공화주의적인 희망이 수반되는 강제 노동의 '여기 지금'이라는 층위/ 오르페우스의 신비와 유사한 저-너머에 대한 예감이라는 층위. 고니의 선택은 "산업적인 미래의 위대한 도정에서, 저기가 아니라 여기서 다르게."다.
한참 후에 고니는 교부의 특별한 후견 덕에 철로 경비직을 얻는다. 그는 거기서 4년간 "근사한 여유"를 누리지만, 반란 에너리로 불타오르는 군중과 조우하고 또 노동자 평화군이 미화한 노예제와 새 봉건제를 전면적으로 파악하게 된다. 그리고 기계의 개량으로 마련된 산업적 지옥 모델의 네 권역도 관찰한다.
1권역은 번호가 매겨진 철공소들이다. 이 곳에는 고통의 아우성을 묻어버리는 전동장치들이 있고 사물이 군림한다. 2권역은 기관차에 석탄을 주입하고 수선하는 견인차고다. 전복의 위험을 빨리 감지하기 위해 판옵티콘 양식으로 지어졌다. 3권역은 특수한 건축물을 넘어서 예숙의 편재를 표시하는 제복(노동자 평화군 군복)이다. 마지막 권역은 신호소 또는 굴 안이다. 이곳에서 선로 변경 통제원들과 도로 보수 인부들은 무서운 감시에 시달리며 "동물처럼"된다. 정리하면, 자신의 전문성에 묶인 노동자의 예속 상태(1권역), 판옵티크한 고문의 바퀴(2권역), 하인 제복(3권역), 짐승으로의 최종적인 회귀(4권역). 이렇게 해서 새로운 인간에 대한 물질화된 꿈은 돈벌이가 된다.

2. 부알캥 이야기

남성 프롤레타리아들은 사도의 삶을 꿈꾸었지만 이루지 못한다. 그렇다면 프롤레타리아 여성은 어땠을까? 산파 자격을 얻은 쉬잔 부알캥은 사도직을 자기 직분으로 삼으려 하며 병을 치료해 미래의 여성을 키우고 미래 인류의 탄생을 돕는다. 그는 제 일을 인도주의적인 성직과 생업의 수단 사이에서 조화시키고자 했고 어느 정도 가능했다. 하지만 프롤레타리아적 실존의 우여곡절을 겪으며 결국 가족 부양을 책임지기 위해 여성 사제의 독립성을 포기하게 된다.
부알캥은 자신의 실존이 삼중적인 것이 (독립적, 사회적, 종교적) 되었다고 말한다. 삼중의 실존이란 삶 자체가 삼분의 일로 축소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부알캥은 이 중 "독립적 실존"을 확보하기 위해 "사회적이고 종교적인 삶"을 포기한다. 그는 가족들의 독립적이고 고상한 실존을 자신의 노동으로 확보하기 위해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개업"한다.
프롤레타리아들은 또다시 노동의 영토들로 추방당한다. 그곳에서 노동자들은 사랑 대신 쾌락을 찾는다. 이 타협을 통해 자신들의 추방을 잊으려 한다. 생시몽주의의 신앙은 세상의 회의주의에 부식된다. 하지만 이러한 불경함을 고발하는 것은 생시몽주의 근본주의 쪽이 아니라 푸리에주의로 넘어간 고급가구 제조인 르누아르다.

3. 푸리에주의

푸리에주의는 이기주의와 헌신의 대립을 뛰어넘을 수 있는 유일한 과학, 오병이어의 과학을 제시한다. 푸리에주의가 말하는 물질의 복권은 섭리적인 계산과 가사 회계 사이에서 과학이 행하는 통합의 작업이다. 가사의 과학이 산업 종교의 표상들이 헛되이 약속하는 것의 토대를 제공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이중의 요청이 있다. 한편으로는 여성에게 독립적 실존의 수단을 보장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독립은 사적 공간의 산업화이기도 하다.
사회주의공동생활체(푸리에주의)는 산업 종교(생시몽주의)보다 이중의 장점을 갖는다. 그 시작은 해방의 물질적 토대다. 하지만 모성적인 정념 및 의무와 사회적 개입의지 사이에서 분열된 프롤레타리아 여성의 모순들에 해법을 찾으러 온 쥘리 팡페르노는 이 조직의 악폐를 곧 식별한다.
르누아르가 주장한 두 "힘" 중에서 화폐는 특권과 착취의 힘일 수밖에 없다. 또 다른 하나인 지성(과학)은 전자(화폐)의 힘에 너무 순응적이다. 화폐의 힘에 몸을 판 지성의 변장들은 감정의 미망들보다 더 위험하다.
갈등은 폭력이냐 우애냐, 성공이냐 실패냐의 관점에서 저 사흘(7월 혁명)을 해석하는 것에 있지 않다. 오히려 거기에서 새로운 시대의 출발을 인정하는 사람들과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대립에 있다.
전사들에게서 프롤레타리아들이 훔쳐낸 것은 마음의 힘이다. 그들은 이 힘을 과학과 물질적 이기심의 결탁에 대립시킨다. 인민의 힘이 소거된 사회과학은 착취의 과학일 수 있을 뿐이며, 그 사회과학이 프롤레타리아들에게 제시할 수 있는 유일한 진보는 그들을 부르주아적 인민으로 만들 진보다. 하지만 이러한 진보는 인민의 힘과 모순되기에 실현될 수 없는 꿈이다. 인민의 힘은 물질적 이기심과 결합한 과학의 계산에 등을 돌릴 때에만 비로소 진보의 물질적 발전을 위해 제대로 작동한다. (344)

4. 생시몽주의와 푸리에주의의 논쟁

생시몽주의는 푸리에주의의 "근사한 연합 프로그램들이 그저 프로그램일 뿐이고 그 어떤 현실에도 다다르지 못하기 때문"에 헌신을 강조한다고 비판한다. 이에 푸리에주의도 반박한다. 모든 인민 노동의 원천인 헌신이 고갈되었을 때 과연 어떻게 노동한단 말인가? 1840년, 프티부르주아 무리로 변모한 프롤레타리아 계급이라는 형상이 출현한다. 저축이라는 소유자적인 본능과 싸구려 안락함의 유혹에 정복당한 노동자. 계산되지 않는 헌신들과 계산할 수 없는 전복들의 원천인 "마음의 힘"인 인민의 힘을 박탈당한 노동자.
싸구려 안락함에 대한 변호. 이 변호에서 프롤레타리아 신봉자들은 현실적인 위협을 읽는다. "프리부르주아들로 이루어진 인민의 미래에 사실상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 소소한 소유...소소한 상점...소소한 정치적 권리를 지켜야 할 그런 인민에게서 말이다."

5. 새로운 종교를 넘어설(?) 진정한 종교

생시몽주의의 최후 부대는 푸리에주의 짐승을 무찌르기 위해 희생, 복음, 민주주의적인 제단과 과두 지배자들의 연회 테이블을 대비시키는 원리를 사용한다. 하지만 이는 뷔셰와 그의 제자들이 앙팡탱의 생시몽주의를 비난해오면서 이미 사용한 것들이다. 뷔셰는 새로운 종교들과 유토피아에 역행하여, 만인에게 타당한 몇몇 원리의 견고한 구조물을 건설했다. 인민의 진정한 종교는 다음 네 가지 속성으로 식별된다. 보편적(민주적), 도덕적, 사회적, 민족적. 여기서 이기주의에 맞선 투쟁의 사도들이 "완성시켜야"하는 "집단적 주권"은 프로테스탄트 민족들이 횃불을 든 이기주의에 맞서 민족적 사명을 실현하는 쪽으로 작동되어야 한다. 군주정 프랑스의 반봉건적인 중앙집중화와 공화정 프랑스의 해방적인 정복을 통해 추구되는 과업을 완수해야 하는 종교.
마음, 성별, 계급들의 생시몽주의적인 일치에 맞서, 매력들(이기심들)에 대한 푸리에주의 과학에 맞서, 옛 종교로의 회귀라는 덮개 아래, 새로운 종교가 다듬어진다. 민주적이고 도덕적이고 사회적이고 민족적인 종교. 노동자들을 위한 종교가 아니라 만인을 위한 종교. 만인에게 동일한 헌신의 도덕을 천명하는 전복 원리.
<라 뤼슈>의 생시몽주의 프롤레타리아들은 사회적이면서 진정으로 애국적인 새로운 당파를 세울 수 있으리라고 헛되이 믿는다. 이 당파에게는 도래할 세계의 잠재적 법칙인 교리가 필요하다. 이제 편집자들은 단 하나의 원리의 단일한 익명적 목소리를 바벨적인 다성 합창에 대립시키고자 한다. 그 저널의 이름은 <라틀리에>.


6. 토론거리
19세기 초, (1830년~1840년) 세계를 바꾸고 나의 삶을 바꾸고자 하는 노동자들의 욕망이 여러 운동들(생시몽주의, 푸리에주의, 푸르동주의등)과 뒤얽히며 난항을 겪는다. 생시몽주가 표방한 ‘새로운 종교’의 한계에 관해 (9장 전반부 내용), 이에 대한 푸리에주의의 대안과 그 위험성에 관해 (9장 후반부 내용) 이야기해 보자.
오늘날 세계와 나의 삶을 바꾸고자 하는 다중들의 욕망도 대의정치의 한계 속에서 여당과 야당의 갈등 속에 난항을 겪고 있다. 책의 내용과 연결해 이야기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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