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공통장』 | 권범철 지음 | 2024.02.06

아우또노미아
작성자
갈무리
작성일
2024-02-05 14:16
조회
541


예술과 공통장

창조도시 전략 대 커먼즈로서의 예술

Art and Commons :
Creative City Strategy vs. Art as Commons

권범철 지음


자본주의는 우리에게서 생계수단을 박탈하는 과정(인클로저)에서 출발하여 우리에게 일하느냐/죽느냐의 선택을 강제하는 시스템이다.
이 책에서 공통장은 무엇보다 삶을 대안적으로 재생산하는 양식을 의미한다. 여기서 대안이란, 자본주의가 우리에게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유일한 방편으로 강제하는 임금노동과는 다른 방식이라는 의미이다.

우리 삶의 의미를 되찾고 현재 진행 중인 이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우리에게는 다른 식으로 삶을 재생산하는 방식이 필요하고 그 방식이 바로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공통장이다. 요컨대 공통장의 공통(共通)이라는 말이 가리키듯이 공통장은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새롭게 만들어 가는 삶의 방식이다.


간략한 소개

우리는 임금 노동이 숙명처럼 부여된 삶을 살아간다. 우리는 임금 없이 잘 곳도 먹을 것도 입을 것도 구할 수 없다. 하지만 임금에 의존하는 삶은 우리를 일의 늪에 빠뜨린다. 우리는 매일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삶의 거의 모든 시간을 일하는 데 바치며 어떤 의미에서 삶을 포기한다.

이 책은 노동에 속박된 삶에서 벗어나 조금 더 자유롭고 자율적인 삶을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가를 모색하기 위해 쓰였다. 이를 위해서는 임금에만 의존하는 삶에서 벗어나 기댈 수 있는 다른 무언가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 다른 무언가가 이 책에서 공통장(commons)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용할 수 있는 물질 자원이 거의 없는 도시에서도 삶의 기반이 될 수 있는 공통장을 찾을 수 있을까?

이 책에서 살피는 도시 공통장은 예술가들이 점거한 공간, 스쾃(squat)이다. 예술가 공동체는 스쾃을 통해 공동의 터전을 새롭게 만들어 내고(공간의 공통화), 예술을 모두의 것으로 만들었으며(예술의 공통화), 상호부조하는 관계를 형성했다(네트워크의 공통화). 예술가들은 이를 통해 스스로를 재생산하고, 지역 사회에서 공유되는 문화적 환경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공통의 부를 생산한다. 다른 한편 도시 경쟁력 향상을 위해 예술을 차용하는 도시 정부가 있다. 문제는 창조도시 전략으로 대표되는 그 과정에서 예술가의 활동이 도시 정부에 의해 왜곡되거나 흡수된다는 점이다. 다른 삶을 위한 욕망으로 시작했던 스쾃-공통장은 이제 도시를 ‘문화적으로’ 치장하는 투어리즘의 명소가 되거나 젠트리피케이션의 동력이 된다.

이처럼 이 책은 다른 삶의 기반으로서 공통장이 지닌 의의에 주목하면서, 그것이 ‘자본의 공통장’이 될 위험에 빠져 있음을 함께 지적한다. 집 안에서 비임금 노동을 통해 남성 노동자의 노동력을 생산하는 여성들처럼, 예술가들은 도시에서 ‘문화적 풍경’을 생산하는 비임금 노동자가 된다. 이 책은 이러한 인식을 기초로 공통장이 대안 담론으로 부상하는 오늘날 그것이 처한 위험에도 주목할 것을 요청하며, 공통장을 기초로 한 대안적 삶을 꾸릴 방안을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상세한 소개

이 책은 예술가들의 활동과 그것에 개입하는 도시 정부의 전략을 사례로 도시 공통장(commons)의 생산과 전유라는 문제를 다룬다. 우선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공통장이 무엇이며 그것의 생산과 전유가 가리키는 상황을 간단하게 살펴보자.

자본주의에서 노동력을 팔지 못하는 사람들

자본주의는 무엇보다 노동을 강제하는 시스템이며 따라서 우리에게 노동력을 팔지 않을 자유는 없다. 즉 임금노동을 해야만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노동력을 팔지 않을 자유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노동력을 팔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구조조정으로 일터에서 쫓겨난 실직자, 거리의 노숙인, 극심한 취업 경쟁을 이기지 못한 이른바 취업준비생, 은퇴한 노인, 아직 어린아이들 등 자신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임금으로부터 배제된 이들이 그러하다.

그렇다면 이들의 삶은 어떻게 유지되는가? 물론 이들을 지원하는 다양한 사적·공적 제도들이 있다. 실업 급여, 쉼터, 각종 구직 지원금, 부모의 돌봄 등이 그러하다. 그러나 이 형태들이 각각의 주체에게 위로부터 주어지는 것이라면, 이와 다르게 아래로부터 구성된 다른 무언가를 통해 삶을 재생산하는 이들이 있다. 이 다른 무언가가 바로 이 책에서 공통장으로 부르고자 하는 것이며, 이것은 임금에서 배제되었다는 사실이 비참함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가능성의 발현으로 나타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이 책은 그러한 주체들 중에서 특히 예술가에 주목한다.

예술, 예술가와 도시

도시의 예술가와 예술의 관계는 매우 기묘하다. 예술가가 제도적 환경이 거의 부재하다시피 한 까닭에 비공식적인 영역에서 활동하는 데 반해, 예술 그 자체는 도시의 ‘재생’, ‘발전’ 혹은 ‘경쟁력’을 위해 요구되며 각광받는 실천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주변화된 예술가와 각광받는 예술이라는 대조에도 불구하고 예술가가 예술의 주요 생산자라는 점에서 둘은 연결되어 있고, 그런 까닭에 도시 정책상의 예술은 예술가를 계속 불러낸다. 이 책에서 주요하게 주목하는 지점 중 하나는 이 과정에서 예술가의 활동이 도시 정부에 의해 왜곡되거나 흡수된다는 점이다. 이것이 이 책에서 다루고자 하는 도시 공통장의 생산과 전유라는 문제다. 즉 한편에는 다른 방식으로 삶과 예술을 꾸려나가는 예술가들의 자율적인 활동이 있고(공통장의 생산), 다른 한편에는 도시 발전 전략을 위해 예술을 차용하는 도시 정부가 있다(공통장의 전유).

전술 공통장 : 아래로부터 대안적인 삶의 가치를 지향하는 실천

이러한 문제에서 공통장은 두 가지 수준으로 나타난다. 첫째는 이 책에서 전술 공통장이라고 정의한, 도시의 틈새에서 아래로부터 대안적인 삶의 가치를 지향하는 실천들이다. 이 책은 스쾃(squat)을 그 주요한 사례로 살핀다. 그곳의 예술가들은 ‘정상적인’ 삶의 경로를 거부하고 “자유의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자율적인 삶을 살아가고자 했다. 그에 따라 예술가들은 임금이 아닌 다른 무언가에 기대야 했고 그것은 이들이 공통장을 형성한 중요한 계기였다. 이들은 공통장을 통해 필요한 자원을 공유하면서 삶과 예술을 이어갈 수 있었다. 문래예술공단(예술가들의 네트워크)의 사례에서 그 공통장은 각자의 재생산에 충분한 조건은 되지 못했지만 임금에 대한 의존을 줄여 주었고, 그만큼 각자의 욕망을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삶의 양식을 시도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다. 또한 그들의 활동은 사적인 작업실 내에만 머무르지 않고 사회적으로 확산되었다. 그들은 공간과 예술을 공통화하면서 문래동 내·외부를 오가는 다양한 흐름을 생성했고 이는 그곳이 ‘새로운 예술의 발신지’로 부상하는 효과를 낳았다. 이러한 ‘아래로부터의 재생’은 도시 정부가 그들의 활동과 잠재력에 주목하는 계기가 된다.

전략 공통장 : 공통의 부를 흡수하거나 모의하는 행동 체계

그 지점이 이 책에서 전략 공통장이라고 부른, 사회적으로 생산되는 공통의 부(common wealth)를 흡수하거나 모의(simulation)하여 경제 발전으로 연결하고자 하는 행동 체계가 개입하는 곳이다. 문래동에서 그 개입은 창의문화도시라는 도시 정부(서울시)의 계획에 따라 시작되었다. 이 계획의 모태가 된 창조도시 담론을 먼저 살펴보면, 그 전략은 오늘날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동원되는 공동체의 활동을 보다 ‘생산적으로’ 활용하려 한다. 다시 말해서 사회적으로 생산되는 창조성을 경제 발전의 토대로 삼고자 하는 창조도시 전략은 창조성이라는 비물질적 특질이 오늘날 경제에서 점점 더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고 전제하면서, 그것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배양할 것인가에 관심을 둔다. 이러한 창조도시 담론은 사회 전체가 생산의 계기가 되었다고 이해하는 사회적 공장 및 삶정치적 생산 개념과 유사한 지점을 공유한다. 그러나 창조도시 담론은 자율주의적 맑스주의 계열의 논자들이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실질적 포섭의 상황(사회적 공장)을 오히려 긍정하면서 ‘생산적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점에서 두 관점은 결정적인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점에서 이 책은 창조도시를, 삶 활동을 노동으로 통합하는 삶정치적 기계, 즉 ‘생산적인’ 안전장치로 이해한다.

예술 공장(아트 팩토리)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요컨대 도시 정부는 도시를 바꾸어 가는 예술가들의 잠재력에 주목하면서 그것을 경제 발전의 동력으로 끌어안으려고 한다. 도시민의 삶이 아니라 각종 도시 지표의 순위에 집착하는 도시 정부에게 예술가들의 잠재력은 경쟁력 향상에 중요한 자원으로 인식되었다. 도시 공간에 “문화의 품격”, “문화의 이미지”를 입혀 서울만의 “매력”을 만드는 것은 관광객과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일로 여겨졌다. 그 일에 예술가들은 필수적인 인력이었지만 그들의 활동은 외부에서 조직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에 따라 ― 즉 생산 과정 자체에 개입할 수는 없으므로 ― 그들이 ‘노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사업이 시작되었다. 창의문화도시 마스터플랜의 첫 번째 핵심 사업은 서울시 곳곳에 예술 공장(아트 팩토리)을 짓는 것이었다. 그 공장은 레지던시와 기금이라는 두 가지 방편을 통해 적은 비용으로,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도시 곳곳에 예술을 공급할 수 있었다. 그 두 방편은 노동 유연화의 극대화된 형태로서, 예술가들을 경쟁하는 주체로 만들고 그들의 불안정함에 의존하며 그것을 지속시킨다. 그 과정에서 예술가들의 공통장은 자율적 삶의 기반에서 도시 경쟁력 향상의 도구로 흡수되고 있다.

공통장이라는 전장

이러한 지점은 오늘날 공통장이 복합적인 상황에 처해 있음을 말해 준다. 신자유주의의 위협과 더불어 대안으로 부활한 공통장에 주목한 것은 운동하는 주체들만이 아니었다. 축적 전략으로서 신자유주의 프로그램의 한계가 뚜렷해지면서 공통장은 그에 대한 하나의 대안으로 고려되기 시작했다. 이때 공통장은 (자본이 아니라)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안으로서 자본이 선택한 출구였다. 공통장은 국가와 시장의 대안으로서 굳건한 담론이 아니라, 자본주의 아래의 다른 많은 언어들처럼 오염되고 있다. 사회적 재생산이 위기를 맞은 오늘날 공동체가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로 호명되는 일은 그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포섭은 일방적인 과정일 수 없다. 이 책에서 다룬 예술가들의 활동에서 주목해야 하는 지점은 그들이 그러한 전유의 전략들을 재전유하는 실천을 수행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전략 공통장의 성격이 도시 정부나 자본의 의도에 따라 일방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상충하는 가치 실천들의 힘 관계에 달려 있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전유 메커니즘의 포섭을 인식하면서도 그것을 재전유하는 힘을 고찰하는 것이다. 우리는 공통장과 자본의 상호작용을 포섭이나 탈주라는 양극단이 아니라 끝없는 교전으로 이해해야 한다.

각 장의 내용

1장 「공통장에 대한 논의들」은 먼저 역사상의 공유지가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살핀 뒤 현대의 공통장 담론을 크게 두 부류로 나누어서 검토한다. 공통장을 제3섹터로 바라보는 관점과 반자본주의적인 대안으로 이해하는 관점이 그것이다. 첫 번째 관점에서는 주로 볼리어와 바우웬스가, 두 번째 관점에서는 네그리와 하트, 데 안젤리스, 페데리치 등이 중점 대상이 된다. 이들은 공통장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차이와 공통점을 드러내는데 이 책에서는 이들의 논의를 검토하면서 도시 공통장 분석에 필요한 이론적 자원들을 취한다. 특히 페데리치를 중심으로 한 페미니스트들의 논의는 이 책에서 도시의 예술가를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관점을 제공한다. 예술가를 사회적 공장의 노동자로 이해하는 이 책의 관점은 여성을 노동자로 재발견한 이들의 논의에 크게 기대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 책은 도시의 예술가를 집 안의 여성과 유사한 존재로 이해한다. 두 주체 모두 사회적 공장의 비임금 노동자들이기 때문이다.

2장 「도시, 공통장, 예술」은 플로리다의 창조도시가 어떻게 사회적 공장을 조성하기 위한 전략인지 분석한다. 이 새로운 공장에서 예술가들이 수행하는 노동과 그들이 생산한 공통장이 전유되는 과정을 이론적 수준에서 검토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여기서 창조도시 전략은 도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예술가들의 공통장에 의존할 뿐 아니라 그것의 생산양식을 차용한다. 이 책은 이 두 수준을 구별하기 위해 미셸 드 세르토의 전술과 전략 개념을 빌려 공통장에 적용한다. 전술 공통장이 아래로부터 공통의 부를 생산하는 자율적인 집단의 행동 양식이라면 전략 공통장은 사회적으로 생산된 부를 흡수하거나 모의하는 행동 체계다. 전술 공통장이 사회주의의 쇠퇴와 신자유주의의 위협 속에서 새롭게 주목받았다면, 전략 공통장은 전술 공통장의 저항에 대한 대응으로 출발했다. 또한 노동의 비물질화 경향에 따라 생산과정이 사회로 확장되면서 자율적인 그 과정을 관리하고 흡수하는 것이 자본의 핵심적인 문제로 대두한 것도 중요한 배경이다. 전략 공통장은 이러한 자본의 관심사에 따라 출현한다. 그것은 전술 공통장의 대안적 삶을 위한 가치들을 경쟁력 강화의 마디로 절합하려고 시도한다. 공동체의 협력을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저렴한 방편으로 전유하고, ‘대안적인 삶과 예술’ 활동을 도시의 스펙터클로 흡수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들에서조차 생산하는 능력은 공통장의 주체성인 공통인(commoner)들의 네트워크에 있다. 즉 전략 공통장은 전술 공통장에 기생한다.

3장 「전술 공통장 : 오아시스와 문래예술공단」은 1장과 2장의 논의를 바탕으로 국내에서 처음으로 예술 스쾃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었던 점거 프로젝트인 <오아시스 프로젝트>와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일대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의 네트워크인 <문래예술공단>을 각각 하나의 전술 공통장으로 이해하면서 그것의 배경과 진행 과정, 성격, 함의를 분석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각 공통장이 무엇을, 어떻게 공통화했고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이다. 이를 위해 공통화의 범주를 공간, 예술, 네트워크로 나누고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분석한다. 이러한 전술 공통장은 누군가에게 무엇을 요구하지 않으며 스스로의 활동 자체가 목적이 된다는 점에서 자기준거적이며 구성적인 새로운 운동으로서의 성격을 갖는다. 또한 예술가들은 공통장을 구성함으로써 임금 노동을 거부하고 다른 삶의 양식을 시도할 수 있었다.

4장 「전략 공통장 : 창의문화도시와 서울시창작공간」은 서울시의 창의문화도시 마스터플랜과 그 실행 계획인 서울시창작공간, 그중에서도 특히 문래예술공장의 문제를 다룬다. 우선 전략 공통장으로서 창의문화도시가 가진 성격을 검토한 뒤 그것의 구체적인 실행 단계에서 나타나는 갈등 양상을 분석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를 통해 도시 정부가 어떻게 전술 공통장에 기대고 있는지, 또한 그것의 전유를 위해 어떻게 전략 공통장이라는 장치를 가동하는지 검토한다. 서울시창작공간이라는 이름의 이 전략 공통장은 예술가의 부불노동에 기생하며, 이때 예술가의 노동은 도시 정부가 무상으로 누리는 공통재와 같다. 이것은 예술의 숭고화로 가능해지는데 이것은 가사노동이 사랑의 이름으로 숭고화됨으로써 경제 외적인 지위를 가지게 된 것과 유사하다. 즉 ‘예술이라는 선, 그리고 그것을 위해 자신의 내적 욕구에 따라 활동하는’ 도시의 예술가는 ‘사랑이라는 숭고함, 그리고 그것을 위해 자신의 본성에 따라 행위하는’ 집 안의 여성과 유사한 위치에 있다. 그러한 자연화는 두 사회적 노동자의 노동을 자본이 자신의 공통재로, 즉 무상으로 활용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여성이 임금에서 소외되면서 남성에게 종속되는 것처럼, 예술가는 불안정한 상태로 유지되면서 국가에 흡수된다. 전자가 공장의 노동력을 저렴하게 재생산하기 위한 메커니즘인 것처럼, 후자는 도시라는 사회적 공장의 경쟁력을 저렴하게 강화하기 위한 메커니즘이다. 이를 통해 여성과 예술가는 불안정하고 주변화된 비임금 노동자로 (재)생산된다.

그러나 아래로부터의 전술 공통장과 자본(과 도시 정부)의 전략 공통장의 관계는 일방적이지 않다. 공통장과 자본의 관계는 착취와 재전유, 갈등과 야합의 지속적인 뒤얽힘 속에 있다. 우선 필요한 일은 그 관계에서 누가 기생하는가를 밝히는 일이다. 생산이 사회로 확장될 때 누가 가치를 생산하며, 누가 기생하는지 식별하는 일은 점점 더 어렵게 된다. 노동 과정 자체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무엇이 노동인지 구별하는 일조차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누가 기생체인지를 밝히는 일은 가치 생산자를 복권하기 위한 노력에서, 그에 따라 공통의 부를 재전유하기 위한 싸움에서 점점 더 중요한 일이 되고 있다.


저자 인터뷰

Q. 공통장 개념이 생소한 독자들을 위해서 공통장이 무엇인지 알기 쉽게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그리고 책의 제목이 ‘예술과 공통장’인데 예술과 공통장은 어떤 관련이 있습니까?

이 책에서 공통장은 무엇보다 삶을 대안적으로 재생산하는 양식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대안이란, 자본주의가 우리에게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유일한 방편으로 강제하는 임금노동과는 다른 방식이라는 의미입니다. 자본주의는 우리에게서 생계수단을 박탈하는 과정(인클로저)에서 출발하여 우리에게 일하느냐/죽느냐의 선택을 강제하는 시스템입니다. 이러한 강제 속에서 우리가 수행하는 임금노동은 우리 삶의 대부분의 시간을 우리가 별다른 의미를 찾지 못하는 일에 바치게 만들어 우리의 삶을 궁핍하거나 권태롭거나 무의미하게 만들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자본주의의 과정 자체를 재생산하여 이 세계를 파괴(생태 위기)합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살기 위해 하는 일이 우리 삶을 무의미하게 만들고 결국에는 우리 삶의 터전까지 파괴하는 셈입니다. 따라서 우리 삶의 의미를 되찾고 현재 진행 중인 이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우리에게는 다른 식으로 삶을 재생산하는 방식이 필요하고 그 방식이 바로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공통장입니다. 요컨대 공통장의 공통(共通)이라는 말이 가리키듯이 공통장은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새롭게 만들어 가는 삶의 방식입니다.

그러나 임금노동에서 벗어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임금노동은 너무나도 정상적인 삶의 방식이기 때문에 그 바깥의 삶을 상상하기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임금노동을 강제하는 이 사회에도 그로부터 배제된 사람들(대표적으로 집 안의 여성, 거리의 노숙인, 일할 능력이 없다고 간주되는 장애인, 지역 자체가 저발전되어 일자리가 부족한 지역 주민들 등)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도 어쨌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그들이 (임금노동이 아닌) 다른 무언가에 기대어 살고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우리는 그 다른 무언가에서 공통장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공통장에 기대어 사는 삶의 양식을 찾는 가장 쉬운 방법은 임금노동에서 배제되어 다른 기댈 것을 만들도록 강제되는 사람들, 즉 (조금 어색한 표현입니다만) 비임금자(the unwaged)들이 어떻게 사는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이 책은 이러한 점에서 예술가들의 삶에 주목합니다. 예술가들은 다른 전문 직종 종사자들과는 다르게 많은 경우 공식적인 제도적 환경 외부에서 활동하는데, 이들을 위한 제도 자체가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즉 이들 역시 비임금자입니다. 이 책은 예술가들의 활동 중에서도 스쾃(squat)에 주목합니다. 스쾃은 본래 비합법적인 방식으로 점거한 공간 혹은 그 행위를 가리키는 말인데요. 이러한 스쾃은 사실 어디에나 어느 시대에나 발견됩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필요를 다른 어떤 수단으로도 충족하기 어려울 때 혹은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어딘가를 점거하는 일은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주목하는 스쾃은 68혁명 이후 공장에서 사회로 확산된 새로운 흐름과 함께 한 점거운동과 유사한 성격을 공유합니다. 이 시기 점거운동은 유럽 각지에서 전개되면서 공장 점거에서 빈 공동주택을 점거하는 공동체 투쟁으로 확장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일일보호센터, 공동취사, 인민건강센터 등 새로운 집합적 생활방식이 개발되었고, 이러한 점거 운동은 1970년대 중반 이후 주택에 한정되지 않고 정치문화적 센터(사회 센터)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의 점거로 확산되었습니다. 이러한 공간은 지역에서 대안 식당, 카페, 서점, 술집, 도서관, 공연장, 회의실, 극장, 주민 학교, 진료소 등의 기능을 하면서 자율적이고 집합적이며 대안적인 사회적 관계를 만들어 갔습니다. 이러한 스쾃은 점거를 통해 사적 소유권을 부정한다는 점에서 저항적인 성격을 가지며 또한 새로운 집합적인 삶의 관계를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구성적인 성격을 갖습니다. 이렇게 스쾃은 저항과 구성의 성격을 동시에 갖는 대안적인 삶의 양식, 즉 공통장이라 볼 수 있고, 이 책은 그러한 스쾃의 국내 사례를 주로 분석합니다.

Q. 이 책은 특히 오아시스와 문래예술공단을 주된 사례로 분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두 가지 고유명사가 무엇인지 간단한 설명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 안에서의 저자님이 함께한 활동은 어떤 것이었는지도 궁금합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이 책은 예술가들이 구성한 공통장의 구체적인 사례로 스쾃에 주목합니다. ‘오아시스 프로젝트’(이하 오아시스)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예술 스쾃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2004년 8월 15일 목동 예술인 회관(현: 대한민국예술인센터)을 점거한 예술가 집단의 이름이자 그들이 수행한 프로젝트를 가리키는 명칭입니다. 목동 예술인회관은 본래 1992년 대선 당시 문화예술인 종합복지공간 조성이라는 공약으로 시작되었으나 여러 문제로 인해 점거 당시 53%의 건설공정이 진행된 상태로 수년간 방치된 상태였습니다. 예술인회관은 개인이 아닌 공공 기관이 추진하는 사업이라는 점, 한국 사회에서 일반화된 부동산 임대 사업을 향한 욕망이 노골적으로 노출된 장소라는 점(사업의 취지가 본래 예술가를 위한 “종합복지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맡은 예총은 지상 20층 건물의 15개 층[6~15층]을 오피스텔로 임대할 계획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로 인한 공간의 사적 전유와 사회적 필요의 모순이 드러난 곳이라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본래 예술가를 위해 계획된 공간이라는 점이 예술가들에게 점거의 명분을 제공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아시스는 2004년 8월 15일 이곳을 점거하고 ‘예술가 독립 선언서’를 낭독한 뒤 경찰에 의해 쫓겨났습니다. 이들은 목동 예술인 회관 외에도 홍대 앞에서 거리를 점거하여 예술포장마차를 운영했고, 동숭동 문화예술위원회 소유의 빈 공간을 점거했으며, 이를 통해 현대 사회에서 예술의 문제를, 자본주의 도시에서 공간의 문제를 제기하며 스쾃 담론을 널리 확산시켰습니다.

문래예술공단은 2000년대 후반 서울시 영등포구 문래동 철재상가 및 인근에서 활동하던 예술가들의 모임을 가리키는 말입니다(물론 문래동에는 여전히 많은 예술가들이 있지만 이 용어는 이제 거의 사용되지 않습니다). 이들은 당시 반상회를 통해 조금씩 동네에서 관계를 구축하기 시작했습니다. 문래동에 작업실이 출현한 것은 2000년대 초반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본래 이 지역은 철재상과 소규모 가공업체가 밀집하여 왕성한 생산 활동을 벌이던 곳이었으나 서울시 산업구조의 전환 과정에서 조금씩 쇠락해 가는 중이었습니다. 1990년을 전후로 문래동의 많은 철재상이 경기도의 각종 공단을 비롯한 수도권 외곽으로 이전하였으며, 그로 인해 문래동3가에 있는 철재종합상가 건물 2, 3층의 대부분이 비기 시작했습니다. 이 공간은 소음과 먼지, 냄새가 거리를 에워싸는 외부 환경 탓에 오랫동안 비어 있었고 찾는 사람이 없는 까닭에 임대료가 매우 낮게 유지되었는데요. 이런 까닭에 예술가들이 빈 공간을 찾아 조금씩 모이기 시작했고 그렇게 들어온 예술가들이 다시 다른 예술가들을 끌어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오아시스 프로젝트를 주도했던 예술가들도 프로젝트가 끝난 뒤 문래동에 작업 공간을 구해서 활동을 펼쳤습니다. 이곳은 스쾃의 일반적인 의미처럼 비합법 점거 공간은 아니지만 스쾃을 대안적인 삶의 실험으로 이해할 때 문래동의 많은 작업실 역시 스쾃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곳들 역시 대안적인 형태의 전시장, 극장, 부엌, 도서관, 카페, 레지던시 등을 운영하면서 기존의 여러 예술 스쾃과 유사한 활동을 펼쳤기 때문입니다.

앞에서 스쾃이 저항과 구성의 두 측면을 갖는다고 말씀드렸는데, 이 두 사례에서 오아시스가 저항에 집중한 스쾃이라면 문래예술공단은 구성에 집중한 스쾃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이 책은 그 두 사건을, 스쾃의 두 선을 각각 대변하며 연결되는 하나의 흐름으로 이해합니다.

저는 2006년 5월 오아시스 프로젝트가 거의 끝나갈 무렵 참여했습니다. 당시 오아시스는 점거 프로젝트를 거의 끝내고 연속 토론회를 진행 중이었는데, 토론회에 청중으로 갔다가 아주 우연한 계기로 이후 오아시스가 출간하게 되는 책, 『점거매뉴얼북 Art of Squat: 자율적 공동체를 위한 실천 지침서』(2007)의 편집회의에 참석하게 되었고 그 이후부터 책을 함께 편집하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오아시스 주요 구성원들은 문래동에서 LAB39와 예술과 도시사회연구소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했는데 저는 이 두 곳의 주요 구성원으로서 시작과 끝을 함께 했습니다. 이 책은 그 시기 동안 있었던 많은 프로젝트와 프로그램, 연구, 토론회, 회의, 모임, 대화 등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이 책이 그 오랜 시간 동안 함께 했던 사람들과의 공동 작업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페미니즘과 공통장의 관계가 이 책에서도 언급되고 현재 실비아 페데리치의 『세계를 재주술화하기 : 페미니즘과 공통장 정치』라는 도서를 공동 번역 중이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자님이 생각하시는 페미니즘과 공통장의 관계는 어떤 것입니까?

언급하신 실비아 페데리치는 그 책에서 (뿐만 아니라 이미 국내에 출간된 저작들에서) 집 안에서 재생산 노동(페데리치는 가사노동이라는 말보다 재생산 노동이라는 표현을 선호합니다)을 하는 여성들이 자본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상품이라 할 수 있는 노동력을 (재)생산한다는 점에서, 그러나 무상으로 그 일을 한다는 점에서 (공장의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착취 받는 생산적 노동자라고 주장합니다. 자본주의는 자신에게 꼭 필요하며 지구상의 노동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그 재생산 노동을 무상으로 전유함으로써 어마어마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이 과정을 통해서만 지탱되는 시스템이라는 것입니다. 그러한 무상 전유가 가능해지는 것은 여성이 집 안에서 수행하는 그 노동이 사랑의 이름으로 숭고화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돈을 주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됩니다. 그리고 마리아로사 달라 코스따가 주장했듯이 임금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가 그 일(재생산 노동)이 착취 받는 일이라는 일을 효과적으로 감추기 때문입니다(우리는 돈을 주지 않는 일을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페데리치가 주장하는 전략은, 현재 자본주의의 기둥으로 기능하는 재생산 노동(최근 주목받고 있는 돌봄도 이에 속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식으로, 집합적으로 재구성하여 다른 삶의 토대로 만들자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페데리치가 이야기하는 재생산 공통장입니다. 페데리치는 여성들이 역사적으로 그 일을 담당해왔고 현재도 그러하기 때문에(페데리치는 이와 관련하여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 등지에서 진행 중인 투쟁과 공동체 실험을 사례로 인용합니다) 여성들의 재생산 공통장과 이들의 잠재력에 주목합니다. 이것은 집안일을 여성의 일로 자연화하는 것이 결코 아니며, 우리의 생명을 재생산한다는 점에서 버릴 수 없는 그 일, 재생산 노동을 다르게 재구성하자는 것입니다.

이 책은 이러한 논의를 이어받아 도시의 예술가 역시 집 안의 여성과 마찬가지로 착취 받는 생산적 노동자라고 주장합니다. 이들은 비임금 노동자라는 점에서 비슷한 성격을 공유합니다. 예술 역시 사랑과 마찬가지로 숭고화되면서 ‘예술이라는 선, 그리고 그것을 위해 자신의 내적 욕구에 따라 활동한다’고 여겨지는 도시의 예술가는 ‘사랑이라는 숭고함, 그리고 그것을 위해 자신의 본성에 따라 행위한다’고 여겨지는 집안의 여성과 유사한 위치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이 예술가를 이해하는 방식은 페데리치가 여성을 이해하는 방식에 크게 의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페미니즘과 공통장, 그리고 (이 책에서 다루는) 예술가는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습니다.


지은이

권범철 Kwon Beom Chul, 1978~

집 안의 연구자, 계간 『문화/과학』 편집위원, 생태적지혜연구소 협동조합 부소장, 동아대 융합지식과 사회연구소 연구원, 한신대 생태문명원 연구위원,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강사. 서울시립대학교에서 도시 예술가들의 공통장에 대한 연구로 도시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0년대 중후반부터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서 오랫동안 다양한 프로젝트와 연구를 했다. 공통장, 돌봄, 생태, 예술을 함께 엮어서 사고하며 활동하는 데 관심이 있다. 저서로 『예술과 공통장』(2024), 공동 저서로 『돌봄의 시간들』(2023), 『지식을 공유하라』(2022), 『서울의 공간경제학』(2018)이 있고, 옮긴 책으로 『역사의 시작』(2019), 『로지스틱스』(2017), 『빚의 마법』(2015), 『텔레코뮤니스트 선언』(2014)이 있다. 스쾃-공통장에 대한 또 다른 연구를 구상 중이다.


추천사

권범철의 책은 해독이 까다로운 공통장 개념과 그 실천 이론적 뼈대를 추려내고, 이를 사유의 무기로 국내 예술 공통장의 생동하는 질감을 드러내는 귀한 저작이다. 저자는 자신이 직접 현장에서 겪었던 예술인들의 공간 점거 운동과 도시 속 예술 자율 활동을, 시 정부가 구사했던 창작공간의 인클로저 전략과 대비시킨다. 우리는 그로부터 후기자본주의 구조 아래 놓인 예술 공통장이 지닌 모순적 긴장 관계를 발견하고, 다른 삶의 기획과 맞물린 예술 공통장의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 이광석, 『피지털 커먼즈』의 지은이

지금까지 예술과 도시의 공생과 도시문화적 전략을 다룬 책은 많았으나, 정작 예술가들이 투쟁해온 공통장이 어떻게 도시 자본으로 흡수, 포섭, 전유되어 왔는지를 밝힌 책은 거의 없었다. 이 책은 오늘날 도시 자본의 전투지가 된 서울을 바탕으로, 예술과 도시 그리고 공통장의 역학 관계를 논쟁적으로 파헤친다. 스쾃과 예술창작공간, 예술가와 젠트리피케이션, 자율 지대와 예술지원제도가 뒤얽힌 작금의 교착 상태로부터, 필자는 지배 질서에 맞서는 예술의 대안적 연대와 공통장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 심소미, 독립큐레이터


책 속에서

임금 노동에서 배제된 이들이 생산한 공통장은 대안적인 삶의 기반으로서 그 의의가 분명하다. 그러나 문제는 그러한 활동 또한 흡수의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이것은 공통장이 기존 질서의 대안뿐 아니라 지배 전략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리킨다. ― 서론, 15쪽

창조도시라는 도시 정부의 전략은 도시 자체를 창조경제의 생산 기지로 만들고자 한다. 이러한 전략에서 예술가들의 역할이 중대하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들의 활동은 자신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특정 지역에 축적되는 집합적 상징자본을 생산한다. 창조도시는 바로 그러한 공통장의 작동을 모의하는 전략이다. ― 1장 공통장에 대한 논의들, 89쪽

주택소유자는 화폐의 축적을 욕망하기 때문에 임대료 상승을 좋은 것으로 판단한다. 그리고 그 판단에 기초하여 행동함으로써 그러한 가치체계를 (재)생산한다. 요컨대 욕망에 기초한 가치 실천이 하나의 가치 체계, 하나의 공통장을 구성한다. 주택소유자의 욕망에 따른 가치 실천이 사적소유권의 확립과 강화라면 공통인의 가치 실천은 협력을 통한 공통장의 (재)생산, 즉 공통화다. ― 2장 도시, 공통장, 예술, 170쪽

‘답답함’, ‘싫음’, ‘미쳐버릴 것 같은’ 정동적 감각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자양분으로 삼는 현대 사회의 정동적 지배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임금 노동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이유다. 이렇게 임노동으로부터의 배제가 예술가의 주체적인 선택이기도 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3장 전술 공통장, 187쪽

예술가들이 ― 일반적으로 “공공예술”로 불리는 ― 그런 일들을 직접 조직해서 필요한 예산을 국가에 요구하는 것과 국가가 직접 사업을 기획해서 예술가를 동원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전자의 경우 예술가들은 자신의 사업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지만 후자의 경우 예술의 자율성은 “행정의 자율성”으로 포섭된다. ― 4장 전략 공통장, 316쪽

공공 기금의 재전유와 공공시설의 방향 전환 같은 그 실천들은 비록 작은 사례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공적인 것 안에서 공통 영역의 확장이라는 중요한 방향을 제시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은 ‘권력으로 세상을 바꾸는’ 실천이 아니라 지배 질서를 그 내부에서 ‘오염’시키는 아래로부터의 ‘전략’일 것이다. ― 에필로그, 373쪽


목차

서론 6

1장 공통장에 대한 논의들 37
제3섹터로서의 공통장 49
반자본주의적 공통장 56
체계로서의 공통장 81

2장 도시, 공통장, 예술 91
신자유주의와 공통장 92
창조도시라는 공장 121
도시 공통장을 둘러싼 갈등 : 전술 공통장 대 전략 공통장 158

3장 전술 공통장 : 오아시스와 문래예술공단 171
공통화의 배경 172
공통장의 생성과 변화 190
공통장의 성격 208
전술 공통장의 함의 268
전략 공통장의 출현 282

4장 전략 공통장 : 창의문화도시와 서울시창작공간 285
서울시의 전략 공통장 286
공통장을 둘러싼 갈등 316
자본의 요인으로서의 공통장 342
전략 공통장의 함의 354

에필로그 : 도시 공통장과 ‘우리’의 삶 371
감사의 글 375
참고문헌 378
인명 찾아보기 391
용어 찾아보기 394


책 정보

2024.2.6 출간 l 130×188mm, 무선제본 l 아우또노미아총서84, Virtus
정가 25,000원 | 쪽수 400쪽 | ISBN 9788961953382 93300
도서분류 1. 공통장 2. 도시사회학 3. 예술사회학 4. 정치경제 5. 사회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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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공통장』 | 권범철 지음 | 2024.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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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 1972~1990』 | 질 들뢰즈 지음 | 신지영 옮김 | 2023.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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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생성과 인지』 | 움베르또 R. 마뚜라나, 프란시스코 J. 바렐라 지음 | 정현주 옮김 | 2023.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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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우리는 당신들이 불태우지 못한 마녀의 후손들이다』 | 실비아 페데리치 지음 | 신지영·김정연·김예나·문현 옮김 | 2023.3.8
갈무리 | 2023.03.03 | 추천 0 | 조회 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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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과 종이 만날 때』 | 도나 J. 해러웨이 지음 | 최유미 옮김 | 2022.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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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뢰즈 다양체』 | 질 들뢰즈 지음 | 다비드 라푸자드 엮음 | 서창현 옮김 | 2022.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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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저민 레이』 | 마커스 레디커 지음 | 박지순 옮김 | 2021.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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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대서양의 무법자』 | 마커스 레디커 지음 | 박지순 옮김 | 2021.11.11
갈무리 | 2021.11.12 | 추천 0 | 조회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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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털 커먼즈』 | 이광석 지음 | 2021.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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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이야!』 | 피터 라인보우 지음 | 서창현 옮김 | 202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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