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되실까 해서 정리 자료 올려드립니다

작성자
absinth
작성일
2018-09-09 13:41
조회
557
1. 시몽동이 말하는 회귀récurrence란 무엇인가?
- 생명 현상에서 회귀를 이해하기 가장 좋은 사례는 바로 'feedback'과정 입니다. 가령 두 가지 단백질 구조 A와 B가 상호작용을 한다고 할 때, 일반적으로 A와 B는 A가 B에게 일방적인 작용을 가하거나, 반대로 B가 A에게 일방적인 작용을 가하는 식으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A가 B에게 작용을 가하는 동시에 다시 B가 A에게 작용을 가하고, 또 다시 A가 B에게 작용을 가하는 식의 역동적인 상호작용이 발생하기 때문인데요, 말하자면 인과성의 반복적인 회귀가 일어나게 됩니다.
- 시몽동은 이러한 회귀야말로, 혹은 비선형성이야말로 생명체를 규정하는 하나의 특징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 우리는 이 회귀를 들뢰즈의 '반복'과의 연관 위에서 다루어볼 수도 있겠습니다. 조금 더 나아가서 (들뢰즈가 해석한) 니체의 영원회귀와 연관지어볼 수도 있겠네요. 이러한 반복, 주사위 던지기, 계속해서 분리와 연접을 시행하는 것, 이것이야 말로 생명 혹은 욕망의 특징이기 때문입니다.

2. 시몽동은 왜 탐미주의를 참조하는가?
- 시몽동은 '폐쇄된 회로'와 '폐쇄되지 않은 회로'를 대조하면서, 생명은 '폐쇄되지 않은 회로'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폐쇄된 회로의 가장 대표적인 생물학적 예는 '반사궁'입니다. 생명체는 자극과 반응을 무수히 반복하면서 그 사이에 어떤 관계를 형성합니다. 거기에서 통합과 분화의 연결이 일어나게 되죠. 일단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서 생명체 내에서 통합은 인식과, 분화는 행동과, 정념은 고통이나 쾌락 같은 감정과 연결지어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반사궁에는 굉장히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서 우리의 '걷기'를 생각해봅시다. 우리는 뇌가 관여해서 걷기 운동이 일어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걷기는 반사궁의 한 예입니다. 한쪽 발끝에서 느껴지는 지면에 대한 감각이 다리로 전해지면, 그것은 단지 척수 수준까지만 도달한 뒤 뇌를 거치지 않고 바로 다른쪽 다리로 향합니다. 여기서 다른쪽 다리의 운동신경이 관여하게 되죠. 그렇게 다른쪽 다리가 운동을 하게 되면 동시에 그 다리의 감각 신경의 신호가 척수를 거쳐 원래의 다리로 옮겨가게 되고 그 자극을 받아 그 다리 또한 자신의 운동을 수행하게 됩니다. 이것은 완전히 폐쇄된 회로입니다. 그러나 생명체가 다른 '자동기계'와 다른 점은 그것이 이 폐쇄회로를 계속해서 수정하고 갱신해나갈 수 있다는 겁니다. 가령 우리는 대뇌의 입력을 받아 (혹은 시몽동의 단어를 따르자면 대뇌에서 기원하는 '정념'의 매개를 받아) 이 걸음걸이를 좀 늦출 수도 있고, 혹은 걸음걸이를 완전히 다른 형태로 (가령 채플린을 흉내내는 걸음걸이로) 바꿀 수 있습니다. 내가 만약 채플린의 영화를 '눈으로 보고(자극으로서의 통합)' 거기에서 어떤 정념성(와 웃기다!)을 얻은 뒤 그것을 행동화(분화)하게 되면 그 상황에서 저 스스로는 이미 외부와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하며 나의 내부환경을 바꾸는 존재자로 거듭나게 됩니다.
- 시몽동은 이처럼 외부와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과정이야말로 생명의 특징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탐미주의'는 그렇지 않습니다. 탐미주의를 설명하기 전에 일단 시몽동이 바라보는 '시적 상징주의'에 대해 살표보도록 합시다.
- 상징주의에서는 감각과 초월적 관념 사이에 직접적인 이행이 발생합니다. 현실에서의 '경험' 같은 것은 여기에 관여하지 않죠. 상징주의를 가장 극단적으로 표현한 문장이 바로 "이념에 감각적 의장(衣裝)을 입히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경우 단지 감각과 이념 사이에 어떤 순환적인 운동이 일어날 뿐, 감각이나 이념이 정념의 매개를 거쳐 행동화되는 과정이 생략되게 됩니다. 즉 우리는 다만 닫힌 폐쇄회로로서의 정신 안에 갇히게 될 뿐, 거기서부터 나와 무언가를 행동화하거나, 혹은 다른 행동으로부터 그러한 감각과 관념을 변화시키는 것을 지양하게 된다는 것이죠.
- 탐미주의자들은 현실의 변혁이나 혹은 현실적 교훈 같은 것에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예술은 단지 예술을 위해 행해질 뿐이죠. 예술과 현실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심연이 형성되어버립니다. 시몽동은 이러한 갇힌 폐쇄회로적 특징을 강조하기 위해 탐미주의의 사례를 드는 것으로 보입니다.


3. '잘못된 분화'란 무엇인가?
- 진정한 분화는 언제나 통합과의 상보적 관계 속에 놓여 있습니다. 인간의 신체가 어떤 행동을 할 때 그것은 단지 '의식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가령 나는 '아 저 여자는 굉장히 예쁘니까 내가 저 여자와 사귀어야겠다'라는 의식화된 사고를 가지고서만 그 여성에 접근을 하게 되는 것이 아닙니다. 일단 그 여성을 바라보는 인식이 있고, 그것이 통합이 되면서, 특정한 정념을 활성화시키고, 그것이 그 해당 여성의 선택으로 귀결되죠. 그런데 또 이런 통합과 분화 자체가 이미 무수한 층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가령 나는 그 여자라는 대상 전체를 인지하지 않고 그 여성이 흘리는 특정 미소를 보고서 그것을 매우 어린 시절 우리 어머니가 나에게 흘렸던 미소와의 관계 속에 무의식적으로 연결지을 수 있습니다. 혹은 그녀가 풍기는 특정 향수의 냄새 분자가 코 안의 후각 세포 내의 특정 분자를 건드리는 바람에 어떠한 방향성이 (세포적 수준의 정념성) 생기고, 그로서 어떤 선택 압력이 형성될 수도 있죠.
- 그런데 잘못된 분화라는 것은 여기에서 단지 '의식의 선택'만을 앞세우고, 지극히 인간주의적인 관점만을 우선시함으로써 매우 폐쇄된 자극-반응 모델로 고착되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시몽동은 "잘못된 분화는 사실상 분리된 인격" (이런 '분리된 고정된 인격'같은 건 사실 없죠) "의 내부에서 각각의 선택을 주체의 의식에 의한 선택으로 알게"한다고 말합니다.
- 또 시몽동은 "선택된 것은 선택의 대상이기보다는 선택 자체이다"라고 말하면서 동시에 폐쇄회로를 비판하며 그것은 "각 선택이 분화시켜야 할 에너지임에도 불구하고 통합해야 할 정보가 되게 하는 일종의 미적 활동이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풀어서 말하자면 선택이라는 것은 그 자체 외부와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말하는 것이며, 그러한 선택 자체가 '분화시켜야 할 에너지' 즉 '행동'을 수반하고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폐쇄적 관점은 그것을 '통합해야 할 정보', 다시 말해 '인식적 개념'으로 만들어버린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불교의 가르침을 떠올려볼 수 있습니다.
가량 달을 가리키는 노승의 이야기를 떠올려봅시다. 우리는 달을 가리키는 행동 자체(즉 분화)를 봐야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개념화하는(즉 통합) 데 그쳐서는 안 됩니다.


4. 시몽동이 말하는 '이완'이란 무엇인가?
- 우리는 고전적 관점에서의 '이완relaxation'의 개념을 생물학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고전적인 자극-반응 모델을 따라 생각해봅시다. 생물학적 주체는 가령 배고픔(긴장상태)을 없애기 위해 밥을 먹고, 밥을 먹음으로써 배고프지 않은 평정상태(이완상태)로 돌아가게 됩니다. 이것은 생명체를 완전히 폐쇄적인 회로로 간주하는 관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이런 종류의 이완은 시몽동이 말하는 '구성적 선택'과는 다릅니다. 왜냐하면 고전적 의미의 "이완이 주체를 주기적으로 이전의 중성적 상태와 동일한 중성적 상태들로 되돌리는 반면, 선택은 주체를 결코 이전의 상태들로 되돌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 우리는 여기서 다시 들뢰즈의 헐벗은 반복과 풍요로운 반복의 대비를 떠올려볼 수 있습니다. 헐벗은 반복은 법칙적인 반복이죠. 밥을 먹으며 배가 부르다. 배가 고프면 밥을 먹는다. 어떤 것이 아프면 피한다. 이런 식의 매우 단순한 자극반응 모델 혹은 인과관계를 말하는 것입니다. 반면 풍요로운 반복은 단지 반복 자체를 말하는 것입니다. 그 반복은 계속해서 새로운 개방성으로 열리는, 주사위를 던지는 반복이죠.
- 그리고 여기서 우리는 헤겔적인 부정의 의미를 볼 수도 있습니다. 헤겔이 그 유명한 정신현상학에서 욕망을 이야기할 때 빵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을 참조해봅시다. 우리는 빵에 대해 욕망하며, 빵을 먹음으로써, 즉 빵에 대한 부정을 행함으로써 욕망을 해소하게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빵에 대해 부정을 행해버리니 욕망의 대상이 없어져버린다는 것이죠. 그리고 이런 체계 속에서 욕망은 언제나 '결핍'개념과 연관이 되게 됩니다.

5. 시몽동의 '부정' 개념
- 시몽동은 정념성이 '부정'에 대한 새로운 사유를 가능하게 한다고 말합니다.
- 부정성에 대한 첫번째 관점에서 부정은 '제한 또는 결핍'으로 이해됩니다. 이런 관점에서 "무는 그것이 제한이나 순수 결핍으로 개입하는 적극적 맥락 없이는 파악될 수 없"게 됩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헤겔과 빵의 이야기가 생각나시죠?
- 반면 부정성에 대한 두번째 관점에서 그것은 다만 '특정 성질의 반대되는 성질'로 나타나며,
- 그런데 두번째 관점에 따르면 정념성에서 부정은 다만 결핍이나 제한이 아니라 '특정한 의미'를 부여받게 됩니다. 즉 시몽동에 따르면 여기서 무는 인식과 행동에서처럼 단순 제한 또는 결핍으로서가 아니라 정념성 안에서는 ”의미를 갖"습니다. "왜냐하면 거기서는 매순간 두 가지 역동성이 맞대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시몽동은 이렇게 대립되는 것들의 양극성 자체가 역동적인 자기동일성을 형성한다고 말합니다. 부정을 단순히 결핍이나 결여로만 이해하는 고전적 사유에 반대되게 부정을 적극적인 하나의 의미로 사유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게 되는 것이죠. (이런 점 때문에 많은 학자들은 라깡의 '결핍으로서의 욕망' 개념을 들뢰즈의 '생성하는 욕망'과 대비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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