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2019년 9월 28일 모임 후기 및 안건

작성자
Hyunjin Shin
작성일
2019-09-28 22:04
조회
393
신현진 전시리뷰 입니다.
‘오늘날의 영상미술'이라는 주제를 내세웠던 아르코의 <미디어 펑크> 전은 얼마 전 열린 <미완의 폐허>와 유사하게 현대미술 전반을 논제의 일부로 택한 기획이었다. 이 전시는 동시에 아르코의 아카이브를 되돌아보는 전시이기도 했는데, 전시라는 매체가 주제없이 몇몇 하이라이트가 되는 작품을 내보인다고 보도자료에 내놓기는 쑥스럽기 때문에 ‘오늘날의 영상미술’이라는 주제는 앞에 내세운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드는 전시였다. 내가 그러한 선택과 결정이 좋고 나쁘다를 논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너무나 오늘날의 영상미술이라는 포괄적인 주제를 6명의 작가의 작품으로 맛보게 한다는 구성은 전시라는 매체가 주제를 피력하기에 효과적인 매체일까, 혹은 명료한 진술이 가능할까, 명료해야하는 것이거나 그것이 가능하기나 하며 혹은 얼마만큼 명료해야하는 것일까? 라는 질문이 떠올랐다. 전시 기획이란 큐레이터의 직접적인 진술이 아니라 작가의 모호한(그래서 예술인 작품의) 진술을 통해 진술하는 일이라면, 전시는 작품의 위상과 유사하기도 해서 전시의 한계를 생각하게 하는 전시였다.

그럼에도 전시는 무척 흥미로웠는데 그중 <오염된 혀>와 를 비교하면서 시각예술 자체의 특성을 잘 살리는 작품이란 어떤 작품일까라는 생각을 떠올렸다. <오염된 혀>는 무척 강렬한 인상을 주는 작품이었다. 그것이 소도시 스텐드바에서 볼 수 있을 법하게 짙은 화장에 저렴한 그래도 캐주얼이 아니라 원피스 드레스를 입은 한 중년여성이 국가의 허망함을 다룬 구슬픈 가사의 트로트를 부르는 영상이었다. 가사가 얼마나 중요한 걸까? 주제의 명료함, 감각적으로 강한 인상을 주어서 잊기 어려운 뮤직비디오 작품이었던 <오염된 혀>. 하지만 이 작업은 대체로 가사에 이미지를 덧입힌 것이어서 시각적 요소가 부가적인 역할을 한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는 1996년도 연대 앞 시위 현장을 찍은 흑백의 도큐멘타리 푸티지와 지금 아이돌이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은 예쁘장한 젊은 청년이 1996년 푸티지에서 발견되는 1996년 당시 청년의 손동작을 따라 해보는 이미지가 교차하면서 보여졌다. 굳이 점수를 매기라면 나는 작업이 1996년도의 뉴스가 주는 정서와 이를 20여년 이후 오늘날 형성할 수 있는 공감대를 감각과 직관으로 서술하는 데 성공한, 시각예술의 특징을 잘 살린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화염병을 던지는 동작을 따라해보는 청년의 팔모양이 내 기억 속의 1996년의 청년들과 달라서 어색한 느낌, 오늘날의 청년은 1996년을 어색해 하고 나는 그를 어색해한다. 1996년을 타자처럼 바라보는 젊은 세대의 입장은 생각해보지 못했던 지점이었고 그 또한 1996년은 생경하겠구나 하는 깨달음을 감각/상황으로 보여주었기 때문에 공감대가 형성되었다는 점. 이것을 나는 적어도 두 가지로 해석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앞서 언급했듯이 이 작품은 주제를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손동작을 보여주면서 전달했고 이 점에 점수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이 작품의 또다른 주제는 가짜뉴스를 믿게 되는 과정, 의식화 과정이라고도 부를 수 있을 것 같은 사고의 전환점이라는 구체적 내러티브를 다뤘는데 직접 경험하지 않은 사실에 대하여 그것의 진실/가짜 여부를 알 수 없기는 마찬가지라는 감정적 층위에 대한 호소이다. 다만 내가 1996년을 체험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러한 공감대를 형성했을 지는 미지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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