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정치의 사상과 행동』 2부 3장 - '파시즘의 제 문제' 발제문

작성자
atsh1n
작성일
2023-10-07 11:33
조회
227
제2부 이데올로기의 정치학
제3장 파시즘의 제 문제
전쟁의 종말이 곧 파시즘 세력의 종언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1953년 미국은 매카시즘이라는 반혁명의 반격에 의하여 오히려 자유가 후퇴하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 놓여있다.

1.
“파시즘은 20세기에서 반혁명의 가장 첨예한, 그리고 가장 전투적인 형태이다.”(298) 20세기의 혁명이란 러시아혁명이라 할 수 있는데, 이는 러시아혁명이 유일한 혁명이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파시즘=반혁명의 내용이 언제나 공산주의에 대응하는 것이 아니다. 만약 사회민주주의 정당이 혁명의 최전위라면 파시즘의 공격은 거기에 집중될 것이다. 즉 파시스트는 ‘혁명의 한계 상황’을 포착하여 ‘권력의 경제’에 따라 움직인다. 따라서 자유주의자나 사회민주주의자들 혹은 의회나 헌법이 존재하거나 활동/작동하고 있다하더라도, 지배 권력이 파시즘적일 수 있는 것이다.

2.
물론 파시즘의 발현 양상에도 ‘일정한 정치적 법칙성’이 있다. 그것은 바로 “국가 또는 그 국가의 ‘세력범위’에서의 혁명적 상황의 긴박성이 어느 정도로까지 높아진 때”, 즉 “구래의 지배체제의 안정성”이 흔들릴 때 파시즘이 발생한다는 것이다(302). 그런데 이 ‘혁명 상황’에 대한 인식은 객관적 사실의 문제가 아니라 동시에 의식적 차원의 문제이다. 즉 혁명이 당장 도래하지 않을 객관적 상황이 있다 하더라도 어떤 의식적 위기가 있다면 파시즘이 발전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이는 제2차대전 이전의 일본이 그랬다. 일본과 같이 일반적으로 ‘생활양식이나 이데올로기의 동질성’이 강한 사회일수록 ‘이질적’ 요소의 감염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이는 역으로 말하면 혁명 세력 및 이데올로기가 자신을 ‘풍토화’하는 것에 실패했던 것에 파시즘이 반응했던 것이다.

3.
파시즘은 기존의 국가구조와의 관계 보았을 때 위로부터의 파시즘과 아래로부터의 파시즘으로 나뉠 수 있다(물론 엄밀한 의미에서 후자는 존재할 수 없다. 파시즘은 새로운 사회, 경제체제를 지향하는 운동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반혁명은 혁명을 뒤집어 놓은 것인 만큼, 혁명세력의 조직이 강고할 때는 대중적인 조직화가 필요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아래로부터의’ 형태를 띠고 진행된다. 반대로 혁명세력의 결집이 약할수록 반혁명은 ‘위로부터’ 발전하는데, 전쟁이 발발한다는 위기가 절박한 경우 위로부터의 파시즘이 급격하게 진행된다는 특징이 있다. 물론 이 둘은 모두 ‘아래로부터의 대중조직과 상층부의 반혁명세력과 합류하는 운명’을 가지고 있기에, 현실에서는 두 형태의 파시즘이 만나 전진하는 형태가 된다.
파시즘의 두 유형에서 ‘양자의 전위부대’에 주목하여 비교하면, “반혁명의 첨병으로서 적과 가장 가까이서 대치하고 있으며, 따라서 가장 빨리 접촉한다는 위기적 상황에서 오는 유사성도 적지 않다.”(307) 예를 들어 일본 파시즘의 경우, 정통적 이데올로기는 나치스나 이탈리아 파시즘과 달랐지만 (1)“급진 좌익에의 대응” (2)“핵심분자가 대개 낙오한 지식층이나 좌익으로부터의 전향자, 나아가서는 시민적 생활의 일상성을 참을 수 없는 무법자 등으로 구성(308)” 되어있다는 점에서는 여타 파시즘 세력과 같았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국 내 반동단체들의 양상을 이 파시즘의 구조에 비춰 살펴보자,
미국의 반동단체 구성원들은 1920-1930년대 독일의 경우와도 비슷하게 “사회신분상으로 상승할 수 있는 통로가 폐쇄 또는 감퇴된 데서 오는 실의와 초조감, 생활의 적극적 목표를 상실한 데서 오는 불안과 절망, 사회적 연대가 결여된 데서 싹트게 된 고립감”(310)을 보인다. 이들은 “사회적 저변에 공포와 증오의 분위기를 퍼뜨리고 강제적인 이데올로기적 동질화를 ‘아래로부터’ 밀고나가는 데 머물게 될 것”이지만, 이 사회적 압력은 어느 정도 “상층부의 파시즘화”를 이룰 것이며, 이는 “돈벌이 전문가와 전쟁 전문가의 결탁”(311)으로 표현될 것이다.
독일의 경우 독점자본 세력이 혁명과 반혁명의 양자택일 속에서 나치스와 결탁하게 된 거였으나 곧 나치당의 성숙과 함께 ‘반자본주의적’ 강령은 점차 탈락되었으며, 일본 같은 경우도 자본이 점차 파시즘 전위부대를 길들여갔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미국의 파쇼화는 “독점자본에 의한 전위적 파시즘의 에너지의 흡수 및 군과 비즈니스의 융합이라는 점”에서는 이미 어느 정도 성숙된 요소를 갖추고 있다. 물론 미국이 당장 급격하게 파시즘화 되지는 않을 것이다—다만 “미국이 파시즘의 현 단계에서 수행하는 주요한 역할은 국제적 반혁명의 총본산”(314)이라는 점에 있다. 즉 미국이 확산시킨 반혁명의 형태는, 혁명세력과 직접적으로 대치해있는 곳에서 더욱 “파쇼적인 통치방법을 취하는 정권이 성립”되고 있는 상황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제2차대전 전에 서유럽의 유산 엘리트들이 “은근히 파시즘을 코뮤니즘에 대한 ‘보험’으로 찬미했다는 사실”에서 보이듯, 그들이 “아무것도 잊지 않았으며, 또 아무것도 배우지 않았”다는 걸 의미한다.

맺음말
파시즘은 언제나 새로운 사회적 체계나 이상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의 구호는 언제나 반혁명[anti-]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점에서 그들은 이데올로기적으로 항구화될 수 있다. 또한 그들은 선동에 의해 모든 계층의 동지로서 자신을 제시하는데, 이는 본질적으로 모순이 될 수밖에 없다. “파시즘의 가장 심오한 본질은 “반혁명의 전체적인 조직화 과정은 사회의 (…) 모든 이질 분자들—가능하고 현실적인 현체제의 반대세력—이 일소될 때 완료되는 것이다.”(317) 그러나 이는 현실적으로 있을 수 없으며, “그런 의미에서 파시즘은 영원히 ‘미완성’인 것이며, 그것은 그렇게 해서 반혁명의 전체적인 조직화로 향하는 이른바 무한한 운동으로서만 존재한다. 그리하여 그것은 근대적 사회에서의 ‘능동적 니힐리즘’의 궁극적인 숙명인 것이다.”(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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