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1 『어둠의 왼손』 자료와 토론거리

작성자
bomi
작성일
2023-10-11 14:40
조회
267
1) 페미니즘
*출처: 『SF 연대기』셰릴 빈트,마크 볼드 (지은이),송경아 (옮긴이)허

1960년대 중반. 많은 국가에서 몇 가지 법적 평등(선거권, 교육권, 재산권 등)은 성취됐지만, 여성에 대한 구조적 차별은 계속됐다. 서구 국가들에서 페미니스트들은 재생산권, 가정폭력과 성폭력, 핵가족 때문에 영속되는 노동 분업 등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 시기 많은 여성 SF 팬들, 편집자들, 작가들과 학자들은 페미니즘을 받아들이고 페미니즘의 통찰을 통해 SF를 변형시키려고 했다. 가장 유명했던 조애나 러스는 그의 에세이 「SF에 나오는 여성의 이미지」(1970)에서 SF가 가진 외삽적, 사변적 잠재력을 정치적 실천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어슐러 르 귄,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앨리스 셸던), 새뮤얼 R. 딜레이니 등이 이 논쟁에 참여했다.

르 귄의 『어둠의 왼손』(1969)은 영구적인 성이 없는 사회를 상상한다. 게센인들은 주기적으로 ‘케머’에 들어간다. 케머는 연인의 한쪽이 다른 쪽이 겪고 있는 변화에 대응해 남성적이나 여성적인 두 번째 성적 특징을 갖는 단계다. (이 소설이 비판받고 있는 이성애가 필수라는 시각은 유지한다.) 주인공 겐리 아이는 다른 젠더 역할과 기대를 갖고 있는 고정된 성적 자웅이체 세계에서 온 사절이다. 르 귄의 정치적 음모와 협상 이야기는 성과 젠더 차이라는 관념이 가정이나 행동에 얼마나 무의식적으로 침투해 있는지 강조한다. 아이는 계속해서 사람들과 사건들을 오인하고, 그 때문에 생명이 위험에 처하는 실수를 하게 된다. 그 후 게센인과 상호작용을 할 때는 젠더와 무관하다는 것을 알고 다듬과 같이 경고한다. “남자는 자신의 강인함을 인정받고 싶어 하고 여자는 자신의 여성스러움을 인정받고 싶어 합니다. (게센에서는) 그런 것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람은 한 인간으로서만 존중받고 판단됩니다. 그것은 끔찍한 경험이었습니다.”르 귄은 젠더가 없는 게센인에게 남성 대명사(he)를 씀으로써 영어 문법의 가부장적 가정을 비판하고 후대의 SF가 성 중립적 대명사를 사용하도록 격려한다.


2) 인지적 소외
*출처: 『에스에프 에스프리 』셰릴 빈트 (지은이),전행선 (옮긴이),정소연 (해제)arte(아르테)

『과학소설의 변신 Metamorphoses of Science Fiction』에서 다코 수빈은 SF란 경험적 세계와의 급진적인 불연속성을 전제로 한 문학이지만, 그것의 특징들은 경험적 세계 속에서도 “불가능하지 않다”라고 주장한다. 그의 관점에서 과학소설은 “현실의 반영일 뿐 아니라 현실에 관한 것”이다. 수빈은 “역사적 잠재력”에 따라 SF장르를 정의하면서 어슐러 K. 르 귄, 스타니스와프 램, 필립 K. 딕과 같은 작가의 텍스트를 높이 평가했다. 이들 작품은 “정적인 미러링”보다는 세상의 “역동적인 변화”를 제시하기 위해 장르소설의 기법을 이용한다.
수빈은 SF를 “인지적 소외의 문학”으로 정의한다. 이는 연극에서의 관객 소외에 관한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서사 기법에서 발전시킨 개념인데, 관객 소외란 관객들이 극의 설정이 단순히 현실 그 자체가 아니라, 현실의 구성이라는 것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인지와 소외는 우리가 작품 속 이야기의 세계를 인식하게 할 뿐 아니라 그것을 이상하게 바라보게 하고, 텍스트의 세계와 우리 자신의 세계 사이의 차이에 대해 창의적으로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성찰하게 촉구한다. 이처럼 인지적 소외를 일으키는 작품은 노붐novum을 통해 이 효과를 성취하는데 노붐이란 텍스트의 세계와 독자의 세계 사이에서 차이를 불러일으킬 촉매제로 작용할, 텍스트의 세계에 도입된 새로움을 의미하는 용어다. 수빈에 의하면 SF에서 노붐은 “전체 서술 논리를 결정할 만큼 너무도 중요하고 중대한 것”이어야 하고 소외는 단순한 눈속임 역할만 할 게 아니라, 소설 속의 세상을 반드시 변화시켜야 한다.
수빈은 사회 비평의 도구로 기능하기 위해 SF에는 특정한 설정, 기술적 또는 존재(외계인이나 로봇)의 목록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SF는 우리에게 다른 전제에 기초한 세계를 제공하면서 자연스럽고 불가피한 것처럼 보이는 아이디어와 관습에 맞서도록 강요한다. (인지적 소외에 의해 도입된) 친숙한 것과 낯선 것 사이의 변증법적 상호작용은, 일상 경험의 친숙한 세계를 형성하는 기초 구조물에 대해 더 결정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이상하게 보이기 시작하는 평범한(현실, 일상) 세계, 그리고 SF 세계에 몰입해 들어갈수록 점점 더 정상화되어 가는 이상한 세계 사이를 오가는 이러한 움직임은, 현실을 반영할 뿐 아니라 현실에 관해 숙고하는 이 장르의 능력의 원천이다.


3) 사변 소설
*출처: 『에스에프 에스프리 』셰릴 빈트 (지은이),전행선 (옮긴이),정소연 (해제)arte(아르테)

초기 SF 소설의 일부는 원래 펄프 잡지에 연재되거나, 단편 이야기 형태로 실렸다가 아이디어를 확장시킨 것이었다. 이렇게 SF는 점차 <어스타운딩 스토리>의 켐벨 같은 편집자 손에서 벗어나 독창적인 작품을 출판할 기회가 페이퍼백 시장에 열리게 되었다. 당시 필립 K.딕과 어슐러 K.르 귄같은 신예 작가들도 펄프에서 시작해 페이퍼백에서 그들의 명성을 확립했다. 이렇듯 새로운 길로 접어들며 SF 장르는 변하기 시작했다.
SF의 창의적인 가능성을 제한하는 일반적인 관습(켐벨과 그의 테크노크라시와 하느 SF의 선호에서 비롯된 듯 보이는)에 좌절한 1960년대 작가들이 출판 시장의 확장에 발맞추어 새로운 종류의 SF를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상상력의 문학 분야를 설명하기에는 너무 좁은 것처럼 보이는 “과학소설”이라는 용어 대신 “사변소설”이라는 용어가 통용되게 되었다. 이 시기 주디스 메릴은 『잉글랜드 스윙 SF』(1968)를 통해 영국 작가들의 아방가르드 SF를 미국에 소개했고, 할런 엘리슨의 선집 『위험한 비전』(1967)은 이 장르의 미국적 혁신의 중심이 되었다.
사변소설이라는 용어로 더 잘 정의될 수 있는 어떤 것으로까지 SF의 의미를 확장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영국 잡지 <뉴 월즈>의 편집자로 일했던 마이클 무어콕이다. 그는 <뉴 월즈>를 실험적이고 미학적으로 복잡하며 사회적으로도 관여하는 새로운 형태의 SF 양식을 위한 중심으로 탐바꿈시켰다. 그런데 이처럼 그 새로운 소설에 이상적인 역할을 한 것은 무어콕이 편집자를 맡기 전 잡지에 실렸던 J.G.밸러드의 글 <어느 쪽이 내부 공간으로 가는 길인가?> (1962)였다. 밸러드가 보기에 현대 SF의 어려움은 한때 경이로움을 자아냈던 미래상을 현실이 따라잡고 뛰어넘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이 장르가 유의미하게 남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기에, 우주 공간, 은하 전쟁, 외계인에서 눈길을 돌려 현대 문화의 혼란과 부조리 같은 “내부 공간”의 탐사 쪽으로 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그는 “나는 오직 과학소설만이 미래의 문학이 되기에 충분한 자격을 갖추었을 뿐 아니라, 그것이 급속한 기술 변화, 증가하는 사회적 고립, 그리고 후기 자본주의의 비인간화 효과로 구성된 현대 산업화 세계의 소외를 이해할 수 있는 적절한 사상과 상황의 어휘를 가진 유일한 매체라고 굳게 믿는다”라고 단언한다. 이러한 도전에 나선 것이 뉴웨이브였다. 뉴웨이브는 ⓐ 소설적 소외와 화학적으로 변화된 마음 상태 사이의 동질성을 모색하고, ⓑ 기술적으로 포화 상태에 이른 사회가 환경적 황무지로 변한 것을 디스토피아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고, ⓒ 광고와 유명 인사가 창조해 낸, 세상 곳곳에 널린 환상에 가까운 친밀한 이미지의 미디어 문화에 의해 야기된 편집증의 내적인 상태를 탐구했다.



4) 『어둠의 왼손』 머리말
*출처: 『어둠의 왼손』 어슐러 K. 르 귄 (지은이),최용준 (옮긴이)시공사

과학소설은 예언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하는 것이다.
과학소설가란 지금 여기에서 벌어지는 일들의 경향이나 현상들을 취해, 극적으로 각색해서 순화시키거나 강화시킨 다음 그것을 다시 미래로 확장하는 사람들이다.(→외삽) 그러나 이 책은 그런 류의 소설이 아니다. 만일 당신이 이 책을 읽고자 한다면 하나의 사고실험이라 생각하고 읽으면 된다. (→사변) 이런 소설 속에서는 도덕적 복합성이 결코 희생될 필요가 없고, 어떤 인위적인 죽음의 종말도 필요하지 않다. 사고와 직관은 실험의 제한된 경계 내에서도 얼마든지 자유로울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더 크게 확장할 수도 있다. (→ 사변과 망상의 차이) 이러한 ‘사고실험’의 목적은 미래를 예언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의 세계 즉 현재의 세계를 기술하는 것이다.
(용감한) 소설가들은 특별하고 이상한 방법을 통해 진리에 대해 알고 싶어 하고 말하고 싶어하고 봉사하고 싶어 한다. 그 방법이란 결코 존재하지도 않고 일어나지도 않을 소설 속의 인물과 장소와 사건들을 만들어 내서, 그것도 아주 상세하고 장황하게 감정을 불어넣어 이야기를 서술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 거짓말의 보따리에 진실이 있다고 말한다. 나(과학/사변 소설가)는 예술가이고 그러므로 거짓말쟁이다. 내가 말하는 것을 믿지 말라. 나는 지금 진실을 말하고 있다. 내가 이해할 수 있고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진리는 논리적으로 말하면 ‘거짓말’이고, 심리학적으로 말하면 ‘상징’이고, 미학적으로 말하면 ‘비유’이다.
이 이야기는 ‘에큐멘력 1490-97년’을 (미래를) 무대로 시작한다. 게다가 이 무대의 사람들은 남녀의 성 구별이 없는 남녀동성이다. 그렇다고 내가 천 년쯤 뒤 우리들은 남녀동성이 될 거라고 예언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단지 좀 특별하고 우회적이며 과학소설에 적합한 사고실험 방법을 가지고, 어느 시점에선가 누군가 우리를 보게 될 때, 우리가 하고 있는 모습을 관찰하고 있을 뿐이다. 이 이야기로 나는 예언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교한 상황적 거짓말을 만들어 내서, 심리적 실재의 어떤 측면을 기술할 뿐이다.
말이란 그것의 의미론적 쓰임새 외에도 그것이 갖고 있는 상징적 또는 은유적 용법 때문에 역설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모든 허구는 ‘은유’이다. 과학소설은 은유이다. 이 과학소설을 고전적인 허구 형태와 달라 보이게 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의 현대생활의 골간을 이루는 어떤 거대한 지배체제로부터 도출된 새로운 비유들을 사용하는 것과 관계있지 않나 생각된다. 이 은유들 중 하나가 바로 우주여행이다. 허구화된 미래란 그 자체가 곧 하나의 은유이다.


5) 토론거리

ⓐ 혜인(에큐맨)과 게센(카르하이드, 오르고린)의 유사성과 차이에 관해 이야기해 보자
차이점: 단성/양성, 마음의 소리/시프그래서, 개방된 사회/ 폐쇄적인 사회, 능동성/ 수동성, 신비적 집단/정치적 집단 (339쪽) ...
유사점: 인류, 우정, 사랑 ...

ⓑ 겐리와 에스트라벤의 관계에 관해 이야기해 보자;
이야기의 초반부 이들은 우호적 관계를 맺지만 서로를 충분히 믿지 않는다. 이것이 이후 고난의 씨앗이 된다. 하지만 고난 속에서 둘은 함께 역경을 헤치며 서로에 대해 더욱 진실하게 다가가고 신뢰를 쌓아간다.

ⓒ 게센의 신화와 종교에 관해 이야기해 보자
"한다가교에는... 당신도 알다시피, 이론이나 교의 같은 것이 없어요. 아마도 인간과 동물의 차이에 대한 생각도 없을 겁니다. 그보다는 유사성, 상관성, 그리고 살아있는 생명은 생명계 전체의 한 부분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지요."
'트로메의 노래'
빛은 어둠의 왼손
그리고 어둠은 빛의 오른손
둘은 하나, 삶과 죽음은
케어 연인처럼
함께 누워 있다
마주 잡은 두 손처럼
목적과 과정처럼
_『어둠의 왼손』 어슐러 K. 르 귄 (지은이),최용준 (옮긴이)시공사, 2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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