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8 <허랜드> 자료와 토론꺼리

작성자
JH
작성일
2023-06-28 17:32
조회
426
1. 샬럿 퍼킨스 길먼
1860년 7월 3일 미국 코네티컷 주 하트퍼드에서 탄생.
어린 시절 아버지 가출로 어미니와 여러 친척집을 전전하며 성장. 가난 때문에 학교를 일곱 곳이나 옮기는 등 제도권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다 열다섯에 그만 둠. 대신 도서관에서 책을 읽음
1878년 로드아일랜드디자인스쿨 입학, 카드 디자이너와 가정교사, 화가로 활동.
1884년 화가 찰스 월터 스텟슨과 결혼. 다음해 딸 캐서린 비처 스텟슨을 출산. 심한 산후우울증이 찾아옴
1888년 별거 시작. 딸과 캘리포니아 주 패서디나로 이사. 여러 페미니스트 및 개혁가 단체에서 활동
1895년까지 태평양여성언론인협회 발행하는 문학잡지 <임프레스> 편집장
1896년 이후 여성 참정권과 노동 등 사회운동가로 활발히 활동.
1897년 4개월간 강의 투어 후 남녀 성차별과 경제를 주제로 연구 진행
1900년 사촌 조지 휴턴 길먼과 재혼
1903년 <가정: 그 역할과 영향> 집필. 여성이 가정에서 억압받으며, 환경이 건강 상태에 맞게 개선되어야 함 주장
1909년 잡지 <선구자> 창간. 1916년까지 여성운동을 주제로 한 시, 소설, 논픽션 발표
1910년대 미국 참정권 운동이 승리가 목전에 있을 때 참정권 이후의 목표, 즉 여성의 경제적 독립과 가사, 모성의 사회화라는 급진적 쟁점을 제시함. 1909년 11월~1916년 12월까지 잡지 <선구자>에 연재한 소설 <허랜드>를 통해 이론서 <여성과 경제학>(1898)에서 주장한 내용을 반영해 실험적 대안 사회를 제시함
1935년 유방암을 비관해 자살.

2. <허랜드>
페미니즘 인식을 기반으로 쓰인 <허랜드>는 여성만으로 이루어진 이상사회를 제시한다. 당대 사회의 모순과 갈등을 극복한 이상적 대안 세계를 그리면서 사람들이 은연 중에 당연시하던 지배적 사회질서의 이데올로기적 구성에 대해 변화 가능성을 보여주고 현실 문제를 개선하고자 하였다. 동시에 사회 전체의 공동선을 성취하는데 있어 젠더 억압과 편견에서 벗어난 여성들이 시민공동체의 중요한 구성원으로써 공적 활동을 통해 각자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때 미래 사회가 보다 합리적으로 효율적으로 진보할 수 있다고 믿었다.
당시 1세대 페미니스트를 비롯해 사회 개혁가들이 여성의 역할에 주목하게 된 데는 진화론의 대중화와 우생학의 등장, 1873년 대불황으로 인한 자본주의의 위기 등 시대정신의 변화가 배경이었다. 개인간의 경쟁과 자기 이익추구보다 공동체적 협동, 이타심을 강조하게 만들었다. 사적 영역에 머무르던 모성과 여성적 특질들(이타심, 협동, 연대, 공감 등)이 가정의 울타리를 넘어 인류 진화의 동력으로 강조될 수 있었던 것. 곧 허랜드의 배경 설정은 작가의 순수한 상상력의 결과물이라기보다 당시 시대적, 사상적 요구에 의한 담론의 반영이었다.

3. 최초의 본격 페미니스트 유토피아 소설
- 유토피아 담론: 당대의 문제를 폭로하고 비판하여 미래의 바람직한 사회상에 대한 급진적인 상상을 보여줌으로써 그에 대한 공동체적 실천을 요구하는 반면, 사회 공동체의 대의를 위해 구성원 개개인의 다양한 욕구를 희생시키는 경향 때문에 전체주의적, 제국주의적 사고의 표본으로 비판을 받기도 한다. <허랜드>는 페미니즘 관점에서 당대 남성중심적인 지배 이데올로기에 맞서 대항 이데올로기를 제공 한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되나 전통 유토피아 담론의 한계를 공유함.

- ‘여성성’(feminity)의 윤리와 연결: 여성해방을 주도적으로 이끌던 당대뿐 아니라 지금까지도 새롭게 희망하는 사회상과 대안적 가치를 ‘여성’과 연결 짓게 됨. 남녀의 차이 혹은 동일성을 주장하느냐에 대한 입장 차이가 있으나, 페미니스트 유토피아 문학의 경우 공통적으로 바람직한 사회 변화를 위해 요구되는 가치를 여성성과 관련된 윤리로 연결시킨다. 이때 여성은 기존의 남성중심 지배이데올로기에 의한 젠더 편견적 여성이 아니라 이러한 남성적 특질로 인한 성취지향적, 경쟁적 자기이익추구의 파괴적 결과를 막고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파타하는, 건설적이며 생산적이며 협력적인 도덕적 자질로 재정의되는 여성이다.

4. 모성의 사회화
당시 남성 혈통이 전승되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은 생존전략으로 성과 여성스러움을 과대강조하곤 했다. 성은 경제적 의존에 대한 대가로서 남성의 쾌락을, 가정에서 출산 양육을 위한 도구였던 것이다. 길먼은 문제가 여성성, 모성 자체가 아니라 그것들이 제도화되는 정치 경제 사회적 문맥, 곧 가부장제라고 보았다. 그래서 젠더 억압 파타를 위해 ‘여성다움’과 ‘모성’을 재정의하였다. 어머니 역할을 사적 영역에 국한시키지 않고 공적 영역의 질서를 변모시키고 재구성하는 사회적 능력으로 확대시킬 때 국가 발전의 핵심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았다. 여성의 자아실현과 자율적 삶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희생적 모성, 의무로서의 모성 대신 권리로서의 모성으로 변화시키려 한다.

5. 디스토피아적 요소

- 비판: 수정다윈주의와 낙관주의적 진보사관에 입각해 <허랜드>의 이상향이 우생학에 경도된 인종주의, 동성애차별주의를 드러냄(김정화)
- 허랜드에서 인구 과밀 현상으로 소극적 우생학이 도입되었다. “우리 모두의 아이들을 위해 개인만의 행복은 통제되고 희생되어야 한다.” 나쁜 자질을 갖고 있는 여성은 아이 낳는 것을 허락받지 못하거나 다른 여성이 양육을 맡는다. 처벌 대신 예방책과 치료를 택함으로 우월한 인류가 사는 유토피아가 되었으나 이것은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여 개인의 자유와 욕망을 국가를 위해 포기하도록 통제하는, 푸코의 ‘규율 사회’이다.
- 혹자는 허랜드에서 미국식 백색 헤게모니의 인종주의가 보인다고 주장한다. 사회 개조와 진보를 위해 재생산과 모성에 초점을 맞추었으나 그것은 가족과 사회를 구성하는 기존 사회의 구조적 본성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점에서 백인남성중심의 가부장제적 예속을 공고히하고 여성중심의 사회라기보다 아이 숭배의 사회, 동성애 차별주의를 강조하는 부작용을 낳는다는 것이다.
- 곧 허랜드는 세심한 보살핌을 받는 완벽한 곳이라기보다 인위적으로 손질되고 정비된 공원처럼 보이기도 한다.

# 참고: 김미정, "샬롯 퍼킨스 길먼의 <허랜드>가 그리는 페미니스트 유토피아" <비평과 이론> 25권 3호(2020.가을), 79~100.


토론꺼리

1) 책 <허랜드>에 여성혐오적 시선을 가진 두 사람(테리와 제프)이 등장한다. 자신이 갖고 있던 남성적 시선으로 여성다움을 투사했음을 깨달아가던 화자 밴을 포함해 남자들이 허랜드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2) <허랜드>의 모성(애)는 통념적인 그것과 어떻게 다른가? 저자는 ‘여성들만의 나라’에서 왜 섹슈얼리티와 욕망을 제거하고 모성애를 중심에 두었을까? 여성에게 여성적 특질로서 모성은 필연적인가?
3) 허랜드의 친족 공동체에서 전통적인 결혼 제도는 들어갈 자리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도 저자는 허랜드에서 외부인 남성을 허랜드 구성원들의 남편으로 맞이하도록 설정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4) 허랜드에서 저자가 제시하는 여성적 특질들은 허랜드 밖의 '여성다움'과 대조적이다. 여성들만의 나라에서 지배적인 여성적 특질이라는 것이 가능할까?
5) 공동체적 이상이 현실화된 허랜드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우월한 유전자의 번식과 행복을 위하여 우생학적 배제와 전체주의적 통제가 시도된다. 저자가 상상했던 유토피아에 대해 논의해 보자.
6) 남성은 여성 해방의 동료가 될 수 있을까?
7) 허랜드 밖으로 나간 테리, 밴, 그리고 엘라도어는 어떻게 살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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