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호] 『모차르트 호모 사피엔스』 김진호 저자와의 인터뷰

인터뷰
작성자
자율평론
작성일
2023-12-27 10:55
조회
197
 

『모차르트 호모 사피엔스』 김진호 저자와의 인터뷰



Q. 제목의 의미를 간략하게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현대 사회는 모차르트가 호모 사피엔스의 일부라는 점을 망각한다는 의미인가요?

예, 그렇습니다. 망각하고 있거나, 그 의미를 잘 모르고 있습니다. 잘못된, 혹은 편협한 교육 때문입니다. 호모 사피엔스는 20만 년 전 지구상에 등장해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호모 사피엔스와 다른 인간 종의 공통 조상이 그 전에 있었고, 그 공통 조상의 조상이 또 있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조상 이야기를 계속 할 수 있고, 조상으로부터 진화하는 생명 현상과 그 생명이 가지는 마음의 특성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모차르트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해 인간에 대한 모든 인문학적/사회과학적 이야기의 배경이 될 수 있을 것이 (진화하는 생명 현상을 다루는) 진화론과 (그 생명이 가지는 마음 특성에 대해 다루는) 진화심리학입니다. 진화론과 진화심리학은 호모 사피엔스의 생물학적/심리학적 특성들을 알려줍니다. 이런 보편적 특성들을 무시한 상태에서 진행되는 음악학, 인문학, 사회과학 연구는 피상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제 책은 이런 특성들이 모차르트의 작품에 반영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모차르트가 호모 사피엔스의 일원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저의 방식입니다.


Q. 선생님의 전작 『매혹의 음색』과 이 책의 문제의식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또 어떤 방향으로의 확장/변형인지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매혹의 음색』이 20세기 이후의 새로운 실험적 예술음악에서 음색이라는 종합적 재료가 가지는 의미를 다루고 있다면, 『모차르트 호모 사피엔스』는 음색에 대한 사유를 비롯한 다양한 음악적 사유를 소개하며, 그 사유의 기저에 있는 인지적/통합적 마음 작용에 대해, 그 마음의 오랜 역사에 대해 다룹니다. 이런 점에서 『모차르트 호모 사피엔스』는 훨씬 넓고 깊은 관점으로 쓰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매혹의 음색』이 전문적인 음악학 저서라면, 『모차르트 호모 사피엔스』는 음악학과 심리학, 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을 넘나드는 시도로서 쓰인, 인간에 관한 책입니다. 두 책 모두 서양의 고전음악과 현대음악에 대한 비판적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같습니다.


Q. 현재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사회에서 “음악”이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면, “대중음악”의 절대적인 우위를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클래식 음악은 대중음악과 많은 점에서 다르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대중음악은 클래식 음악에 뿌리를 두고 있고, 그래서 대중음악과 클래식 음악의 공통 특성들이 확인될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 소개된, 클래식 음악에 대한 비판적 이야기가 대중음악에 대한 이야기로도 손색이 없다면 바로 이런 공통 특성들 때문일 겁니다. 이 특성들을 낳은 것이 작곡가의 마음입니다. 음악은 그 장르가 무엇이건 간에 어떤 재료를 써서 작곡가가 만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작곡가의 생각과 마음이 작품에 반영됩니다. 작곡가는 이런 생각과 마음을 세계로부터 얻습니다. 세계는 서로 다른 작곡가에게 어떤 점에선 동일하게, 어떤 점에선 다르게 보일 겁니다. 어떤 이에게 세계가 조화롭다면, 다른 이에게는 조화롭지 못합니다. 어떤 이에게 세계가 맞서 싸워야 할 것이라면, 다른 이에게 세계는 은총을 주는 것일 수 있습니다. 대중음악이건 고전음악이건 모두 작곡가의 마음 작용의 결과입니다. 인간이 완벽한 존재가 아니라면, 그의 마음도 완벽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어떤 음악이든 그것을 만든 이의 마음을 비판적으로 고려하며 그 음악을 듣고 평가해야 합니다. 몰입하며 세상을 잊는 경험이 아니라, 작곡가의 마음과 조우하는 경험이어야 합니다.


Q. 음악을 듣는 사람이나 만드는 사람이나 업계에 있는 사람이나, “마음의 위로”나 “기분 전환”을 위해서 음악을 듣고 만든다는 말을 흔히 합니다. 음악을 다르게 청취하기가 이 책의 주장인가요? 선생님께서는 어떤 “다른 청취”를 주장하시는 것인지요? 음악을 위로나 기분 전환을 위해 들으면 왜 안 되느냐는 반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답변할 수 있을까요?

“다른 청취”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음악을 경험하기”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음악을 위로나 기분 전환으로 들어도 됩니다. 하지만 그렇게 들을 때 얻는 이익보다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제가 말하는 “다른 방식의 음악 경험”을 통해서 말입니다. 음악을 들으며 작곡가의 마음을 고려하고 그의 마음을 낳은, 그가 살아갔던 세계에 대해 고려하는 작업, 이를 위해 음악을 듣지만 말고 관련된 정보를 얻으려고 노력하는 일들을 아울러 하는 것, 이를테면 독서와 음악 감상을 병행하는 것 따위가 “다른 방식의 음악 경험”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겁니다. 이런 일들을 하면서 우리는 지식을 얻게 되며 사유하고 성찰하게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음악적 경험에서 우리가 얻어낼 수 있는 훨씬 큰 이익이 아닐까요? 음악을 위로나 기분 전환으로 듣는 것은 이렇게 큰 이익을 놓치는 일이기도 하지만, 종종 우리에게 해가 되는 경험이기도 합니다. 제 책은, 해가 되는 음악 감상의 여러 역사적 사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


모차르트 호모 사피엔스


※ 편집자 주 : 이 인터뷰는 <모차르트 호모 사피엔스> 보도자료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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