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정치의 사상과 행동』 5장 - '일본에서의 내셔널리즘' 발제문

작성자
atsh1n
작성일
2023-09-16 12:20
조회
255
230915 마루야마 마사오 세미나

제5장 일본에서의 내셔널리즘─그 사상적 배경과 전망
1.
일본은 근대국가로의 발전과정이 특수했던 만큼, 내셔널리즘의 특징을 고찰하는 데 특히 어려움을 갖게 되었다. 일본의 내셔널리즘에 접근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어려움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1) 구성내용 (2) 시간적 파동 면에서 그렇다.
(1) 구성내용: 아시아형 내셔널리즘 + 유럽형 내셔널리즘의 한 형태
(2) 시간적인 파동: 1945년 8월 15일 전후의 전환
그렇다면 오늘날(1951년) 아시아 내셔널리즘의 동향이 주목되는 가운데, 일본의 내셔널리즘은 어떤 방향을 취할 것인가? 울트라 내셔널리즘(초국가주의) 이후의 일본의 내셔널리즘의 동향은 어떻게 정해질 것인가? 여기서는 문제를 한정하여,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 내셔널리즘이 걸어온 발자취에 대해서 주로 그 정신구조(강조는 발제자)라는 측면에서 전쟁 이전과 이후의 관련성을 찾아내는 데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몇 가지 특성에 주목하면서, 앞으로의 발전 형태의 고찰에 대한 실마리로 삼고자 한다(200).”

2. 제1단계에서의 내셔널리즘, 근대적 내셔널리즘과 구별하여 ‘전기적’ 내셔널리즘
근대 일본의 내셔널리즘의 발생은 서양의 충격에 의한 것이었다. 유럽은 근세 민족국가가 나타나기 전 이미 하나의 보편주의universalism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아시아의 경우 “역사와 전통에서 아주 고도의 자족성을 지닌 인도, 중국, 일본이라는 문화권이 병렬해 있으며, 그 사이에 다양한 교섭관계가 있었다지만 그것이 유럽적 의미에서의 공동체 내지는 국제사회를 구성하고 있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하다(201).” 그래서 서양의 충격 이후 동양 국가들의 특권적 지배층 사이에서 “소박한 민족감정”이 생겨났을 때, “그들의 ‘민족의식’은 무엇보다도 전통적인 정치·사회체제를 유럽의 기독교와 산업주의의 침략으로부터 막아낸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201).” 이를 “제1단계에서의 내셔널리즘”, “‘전기적’ 내셔널리즘”이라고 부를 수 있는데, 그 전형적인 표현이 곧 ‘양이’ 사상이다. 그 특징으로는 이하의 두 개를 들 수 있다.
(1) 서민의 소외/적대시: “지배계급에 의해 그들의 신분적 특권유지 욕구와 떼놓을 수 없게 결부되어 나타났기 때문에 거기서는 국민적인 연대의식이라는 것이 희박하고, 오히려 국민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서민의 소외, 아니 적대시를 수반”(202)한다는 점.
(2) 정복/복속 양자택일으로서의 국제관계: “국제관계에서의 대등함이라는 의식이 없으며, 오히려 국내적인 계층적 지배의 눈으로 국제관계를 보기 때문에 이쪽이 상대방을 정복 내지 병탄하느냐, 아니면 상대방에 당하느냐, 문제는 처음부터 양자택일”(202)이라는 점.
서양의 충격을 맞은 구특권계층의 행보는 ‘동도서기東道西器’, ‘중체서용’과 같이 물질문명만을 받아들여야 하는 반응이 일반적이었다. 왜냐하면 전면적으로 유럽 문명을 받아들였을 때 자신들의 권력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난점은 있었다. “왜냐하면 이른바 물질문명이 그렇게 간단히 그것을 길러낸 근대정신과 분리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것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물질적 생활환경의 근대화가 사상이나 의식에 역작용하지 못하도록 막는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기 때문(203)”이다.
중국 지식인들의 ‘위로부터의 근대화 노력’은 결국 청나라의 보수세력 앞에 굴복해 반식민의 길에 들어서게 된다. 이후 열강 제국주의에 침탈당하게 된 중국에서는 “제국주의의 지배에 반대하는 내셔널리즘운동에 어쨌거나 구사회, 정치체제를 근본적으로 변혁시키는 임무를 부과(204)”했다. 즉 “구지배구조와 제국주의의 유착이, 다른 한편으로는 내셔널리즘과 사회혁명의 결합을 불가피하게 불러일으킨 것(같은 곳”)이다. 내셔널리즘과 혁명의 결합은 중국에서 가장 전형적으로 볼 수 있지만,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내셔널리즘에서 공통된 역사적 특질을 이루고 있다.
이와 달리 일본의 경우 위로부터의 근대화에 성공하게 된다. 하지만 이는 “근대화가 ‘부국강병’의 지상목적에 종속되었으며, 또 그것이 놀랄 만한 정도로 급격하게 수행되었다는 점으로 인해 주지하듯이 일본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뒤틀림 혹은 불균형이 생겨”(205)나는 원인이 된다. 일본의 내셔널리즘 운동은 초기에 이런 국가주의적 경향에 대해 반발을 보였으나, 이후 일본의 발전방향을 정당화하는 방식으로 기능했다. 그래서 “정점은 언제나 세계의 최첨단을 겨루면서도, 저변은 전통적 양식이 강인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일본사회의 불균형성의 구조법칙은 내셔널리즘의 이데올로기 자체 속에도 관철”(206)되게 된 것이다.
이 불균형적 구조는 “일본의 내셔널리즘의 정신구조에서 국가는 자아가 그 속에 매몰되어 있는 것과 같은 제1차적 그룹(가족이나 부락)의 직접적 연장으로 표상되는 경향이 강하며, 조국에 대한 사랑은 두드러지게 환경에 대한 사랑으로서의 향토애로서 발현된다는 것(206-207)”에서 특히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이데올로기를 바탕으로 행해진 ‘국민교육’은, 르낭이 지적하는 것 같은 자발성과 주체성을 수반한 근대적 공민公民으로서의 ‘국민’이 아닌 “충실하지만 비열한 종복”을 만들어내게 된 것이다.

3.
세계사적 관점에서 패전은 보통 내셔널리즘을 더욱 부채질하는 사건으로 기능했으나, 일본 경우 내셔널리즘이 급속도로 침체되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중국의 중화주의는 문화적 우월감에 비롯한 것이지만, 일본의 황국관념은 무력적 우월을 전제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패전 이후 황국관념은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입었던 것이다. 또한 일본은 메이지유신 이후 동양의 ‘정신문명’+ 서양의 ‘기술, 물질문명’+ 일본 고유의 상무 문화의 접합으로서 국체 제시해왔으며, 그것을 모든 가치의 통합체로 제시해왔다. 즉 “일본의 사명감은 전체적인 것이었던 만큼 그것의 붕괴가 가져다주는 정신적 진공상태는 컸(211)‘던 것이다. 이제 일본의 내셔널리즘은 “구제국의 그것에 필적할 수 있을 정도”의 흡인력을 가지지 못하는 한 독자적인 힘으로서 발전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주목해야 할 지점이 있다. 종래의 내셔널리즘 의식이 사회적으로 분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앙으로의 집중력이 이완되어 “사회구조의 저변을 이루는 가족, 촌락, 지방적 소집단 속으로 환류”(212)하는 현상의 등장하고 있다. (1) 그러나 “그것은 그대로의 형태로는 결코 민주혁명과 결합된 새로운 내셔널리즘의 지주가 될 수 없다(214).” 이는 오히려 일본의 민주화가 단지 “국가기구의 제도적, 법적 변혁에 그치고 있어 사회구조나 국민의 생활양식에까지 침투하지 못하며, 하물며 국민 정신구조의 내면적 변혁에는 전혀 이르지 못하고 있음을 증명”(214)하고 있다. (2) 그렇다면 사회적 저변으로 환류된 내셔널리즘 감정은 다시 정치적 표면에 모습을 드러내어 낡은 제국적 상징을 목표로 동원될 것인가(214)? 물론 국제사회에서 일본은 다시 전쟁 이전과 같은 위신을 가질 수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전쟁 이전의 내셔널리즘이 그대로 부활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구 내셔널리즘의 방향, 즉 “국민의 애국심이 다시 그런 바깥으로부터의 정치 목적을 위해 동원된다면, 국민적 독립이라는 무릇 모든 내셔널리즘에서의 지상 명제를 포기하고, 반혁명과의 결합이라는 과거의 가장 추악한 유산만을 계승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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