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간에는 <중세의 가을> 6장과 7장을 읽었습니다.

교회의 체계 안에서, 성인이 갖는 아이러니한 위상을 잘 볼 수 있었습니다.
인간과 유일신을 이어주는 중재자로서의 역할이라면 충분하지만,
이것이 조금만 어긋나면 성인 자체가 어떤 권능과 문제의 해결사로 부상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엄밀한 의미에서 교리를 벗어나는 것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교회는 성인을 필요로 하지만 동시에 성인에 대한 지나친 숭배를 경계해야 하기도 했습니다.

중세 후기는, 이 아이러니가 불거져 나온 시기인 듯 합니다.
그런 점에서 중세의 '가을'이기도 하겠지요.

같은 의미에서,
기독교적 체계 안에서 다양한 균열들이 조금씩 발생하고 있음을, 이 책은 잘 보여줍니다.
일상의 지나친 성화(聖化)는 우스꽝스러워졌고,
종교를 거부하는 사람들도 나타나고,
신앙심은 강한 과시욕과 결부되기도 하고,
(물론 이를 그저 어리석은 중세인의 모순으로 보지 말자는 게 하위징아의 의견이기도 합니다)
수많은 성물을 통해서 신앙심을 높이고자 애쓰기도 하고.

중세가 저무는 가을은, 중세 사상과 문화가 외부의 무언가에 의해 공격받았다기보다는,
성스러움과 중세적 사상을 너무 지나치게 밀고나간 탓에 안에서부터 무너져 내리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것이 중세라는 시대의 역동성이기도 하겠지요.

다음 시간에는 8장과 9장을 읽습니다.
매 챕터는 일종의 망원경 같네요. 특정한 키워드를 가지고 중세의 삶을 조망하는 것 같네요.
종교적 판타지와 상징주의로 무엇을 보게 될지, 재밌게 읽으시고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