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크툴루의 부름』, 『광기의 산맥』 자료와 토론거리

작성자
bomi
작성일
2022-10-26 01:39
조회
476
1. H. P. 러브크래프트

미국의 공포, 판타지, SF 작가.
1890년 로드아일랜드 출생.
세 살 때 아버지가 정신병원에 입원. 하지만 외조부의 집에서 방대한 책을 읽으며 유복한 유년시절을 보냄.
외조부 사망 후 낙담하여 폐쇄적인 생활을 하며 독서와 창작에 몰두.
<위어드 테일스>등에 기고하며 작품을 알림.
1920년대에 크툴루를 비롯한 무수한 창조물과 네크로노미콘 같은 가공의 책을 다룬 저작을 남김.
1934년부터 병으로 고통받다 1937년 사망.


2. 팬데믹 시대의 공포, 러브크래프트의 공포

*출처: 「밤의 공포보다 긴 촉수: 러브크래프트의 부름」복도훈

팬데믹 시대. 우리가 경험하는 바이러스와의 이상한 동거 또는 ‘공생’은 인간 생명에 예외적인 비상사태일까, 생명의 핵심에 내재한 어떤 다른 것일까. 지금은 우리 시대의 첨단과학조차 코로나19 바이러스 앞에서 이렇게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가장 오래되고 강력한 인간의 감정은 공포이며, 그중에서도 가장 오래되고 강력한 것이 바로 미지에 대한 공포이다.”(러브크래프트, 『공포 문학의 매혹』中)
러브크래프트의 촉수 괴물들은 2020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출현과 더불어 놀랄 만큼 생생하게 꿈틀거리며 되살아나는 강력한 문학적 비유처럼 보인다. 러브크래프트가 고안한 공포는 물론 한 가지 종류의 공포는 아니다. 그 공포의 크리처들은 러브크래프트가 생애 내내 느끼고 체감하고 상상했을 무수한 공포를 놀라울 만큼 기이하고도 섬뜩하리만치 물질적인 형상으로 압축한 것들이다. 개인적으로 불행했던 작가의 생애, 러브크래프트가 살았던 시기의 대공황과 뉴딜 정책으로 인한 이민자들과 새로운 사상의 유입에 따른 불안과 공포, 그의 소설의 주요 무대로 청교도의 마녀사냥과 인디언 학살이 벌어졌던 뉴잉글랜드 지방에 내려오는 핏빛 괴담들.
러브크래프트는 단일한 이미지나 관념으로 환원되지 않는 작가다. 도나 헤러웨이는 그를 명백한 인종주의, 성차별주의 작가로 못 박지만, 조애나 러스에게 러브크래프트는 매혹의 원천을 제공하는 작가로만 언급된다.
현재 러브크래프트 소설은 새로운 사변철학의 토템으로 숭배되고 있기도 하다. 객체지향존재론의 철학자 그레이엄 하먼은 러브크래프트를 기이한 실재론의 철학자로 소개한다. 그에게 러브크래프트는 새로운 철학의 주인공이다. 하먼의 철학적 관심에서 크툴루는 기이한 객체이다. 하먼에게 객체는 객체를 이루는 요소의 총합으로도, 객체가 인간과 사회에 행하는 바로도 환원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코로나19 바이러스라는 객체는 과학적 지식으로도, 정치사회적 고찰로도 말끔히 이해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미지의 것에 대한 공포라는 러브크래프트의 유명한 구절은 코로나19 바이러스라는 객체가 우리에게 주는 두려움의 측면에서 새롭게 이해될 필요가 있겠다. 객체는 과학의 분해와 조합으로도, 사회정치적 담론 투쟁의 영역으로도 환원되지 않는 어둡고, 은밀하며, 불투명하고, 한마디로 기이한 존재다. 그렇다고 그것은 현상 너머 본체를 가리키는 형이상학적인 가상도 아니다.
하먼이 기이한 리얼리즘이라고 이름 붙인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에서 기이한 것은 인간의 내부로부터 온 것이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그것은 철저하게 외부세계의 무엇이 이 친숙한 세계에 균열과 난장을 일으키며 침입하는가의 여부와 관련이 있다. 러브크래프트적 크리처의 외부성.
러브크래프트의 ‘코스믹 호러’에서 공포의 어떤 측면은 분명히 역사적이다. 특히 인종과 성, 사회주의 등에 대한 러브크래프트의 공포는 그의 수많은 소설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따라서 그의 위어드 픽션의 후예들은 코스믹 호러의 핵심을 보존하는 동시에 작품에 내재된 차별적 요소를 극복하는 과제에 골몰했다.
공생은 다만 두 생명체가 그저 사이좋게 동거하는 현상을 지칭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숙주와 기생, 존재와 비존재, 적과 동지, 생명과 질병, 사랑과 혐오 등의 모순적 공존을 뜻한다.
러브크래프트적 공포의 핵심은 세 가지, 즉 인식, 정서, 재현에 있어 보인다. 1) 그것은 인간 존재가 이 지구 행성에서 플라톤이 말한 것처럼 이데아가 없는 ‘머리카락과 진흙, 먼지’ 만큼이나 보잘 것 없는 피조물에 불과함을 인식하게 만드는 인식론적, 존재론적 공포다. 2) 그 공포는 다만 미지의 존재에 대한 혐오를 구성 성분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존재에 대한 당혹스러운 매혹에도 빠져드는, 혐오와 매혹이 공존하는 정서적 공포다. 3) 러브크래프트의 공포는 형이상학적이고 비가시적인 것이 아니라 물질주의적이며 형상적인 공포다. 그리고 이 세 가지 공포의 층위를 관통하는 것은 매혹이다. 소설의 화자나 주인공들이 미지의 대상을 탐사하고 발굴하고 마주치고 묘사하는 일련의 서사적 과정이 독자에게 매혹을 선사하며 또 증대시킨다.
마크 피셔는 러브크래프트를 자신의 작품에 권위적인 지배를 행사하는 창조주가 아닌 “독립적인 존재들, 캐릭터들, 공식들의 창안자”로 간주한다. 러브크래프트가 고안한 『네크로노미콘』은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에서 부분적인 인용, 삭제된 여백 등으로만 존재하는 책이다. 이처럼 파편과 인용 등으로 인해 열린 틈은 그의 소설에 대한 다른 작가들의 창조적 개입과 함께 쓰기를 개방하고 유도하는 공간으로 기능한다.
우리는 전 지구적 팬데믹, 중국과 일본의 대홍수에서 호주의 산불, 남극 영구동토층의 해빙 등에 이르는 일련의 기후변화의 사건들, 우리의 시공간적 지각과 인식을 단번에 뛰어넘어서는 사건들의 소용돌이 속에 놓여 있음을 그 어느 때보다 실감하고 있다. 우리는 기후변화 안에서 기후변화를 이야기하는 중이다. 이제 기후변화 속에서 칸트적 숭고의 조건이었던 안전한 거리는 소멸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마치 러브크래프트 소설의 공포에 들린 화자처럼, 시공간의 선험적 범주를 구부리고 난입하는 온갖 초과객체들, 미세먼지와 플라스틱, 플루토늄의 빗방울, 팬데믹 속에서 살고 있다. 우리가 맞닥뜨릴 기후 실존적 감정이 있다면, 그것은 숭고가 아니라 공포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의 상상과 감관을 마비시키는 공포가 아니며, 공격적인 혐오로 뒤바뀌는 공포도 아니다. 비록 그 공포는 우리를 한없이 위축시키고 한동안 무기력에 젖어들도록 하겠지만, 동시에 인간종의 조건을 제고하고 다른 종과의 공생의 의미에 천착하도록 이끄는 감정일 수도 있다.
2020년에 닥친 팬데믹은 엄연히 기후변화의 산물이다. 그것은 우리가 이 지구 행성에서 어느 곳에 서 있는 주체이자 객체인지를, 어떻게 다른 종을 멸종시키면서 저 홀로 외로운 종이 되었는지를, 또 어떠한 과거 및 미래와 기이한 연관을 맺을지를 돌이켜보게 만든다. 그리고 앞으로 어떠한 문학과 상상력이 필요한지를 요청하도록 한다.

3. 토론거리

1) 작품에 등장하는 괴물에 관해 이야기 해 보자. (메리 셸리의 괴물과 함께)
2) 작품 속 등장인물들이 겪는 공포에 관해 이야기 해 보자. (기후위기 속 우리의 공포와 함께)
전체 0

전체 487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추천 조회
공지사항
[SF읽기] SF의 전환; 도약 - 7월 26일 시작! (2,4주 수요일, 저녁7시)
bomi | 2023.07.16 | 추천 0 | 조회 3084
bomi 2023.07.16 0 3084
공지사항
세미나 홍보 요청 양식
다중지성의정원 | 2022.01.11 | 추천 0 | 조회 2617
다중지성의정원 2022.01.11 0 2617
공지사항
[꼭 읽어주세요!] 강의실/세미나실에서 식음료를 드시는 경우
ludante | 2019.02.10 | 추천 0 | 조회 5698
ludante 2019.02.10 0 5698
공지사항
세미나를 순연하실 경우 게시판에 공지를 올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ludante | 2019.01.27 | 추천 0 | 조회 5378
ludante 2019.01.27 0 5378
공지사항
비밀글 <삶과 예술> 세미나 참가자 명단 - 2019년 1월
다중지성의정원 | 2018.02.25 | 추천 0 | 조회 55
다중지성의정원 2018.02.25 0 55
429
1/ 25 『중력의 임무』 보충 자료
bomi | 2023.01.25 | 추천 0 | 조회 349
bomi 2023.01.25 0 349
428
1/25 할 클레멘트의 『중력의 임무』 세미나 공지
chu | 2023.01.24 | 추천 0 | 조회 240
chu 2023.01.24 0 240
427
1/1 『화씨 451』 자료와 토론거리
bomi | 2023.01.11 | 추천 0 | 조회 314
bomi 2023.01.11 0 314
426
1/11 레이 브래드버리의 『화씨 451』 세미나 공지
bomi | 2023.01.09 | 추천 0 | 조회 232
bomi 2023.01.09 0 232
425
12/28 조지 오웰의 『1984』 세미나 공지
bomi | 2022.12.27 | 추천 0 | 조회 252
bomi 2022.12.27 0 252
424
주디스 메릴의 『오로지 엄마만이』 보충자료
bomi | 2022.12.14 | 추천 0 | 조회 297
bomi 2022.12.14 0 297
423
12/14 주디스 메릴의 『오로지 엄마만이』 세미나 공지
bomi | 2022.12.11 | 추천 0 | 조회 387
bomi 2022.12.11 0 387
422
[SF 읽기] 올라프 스태플든 『이상한 존』 토론거리
chu | 2022.11.23 | 추천 0 | 조회 335
chu 2022.11.23 0 335
421
[SF 읽기] 11/23 올라프 스태플든 『이상한 존』 공지
chu | 2022.11.21 | 추천 0 | 조회 376
chu 2022.11.21 0 376
420
11/9 『어스름』, 『거기 누구냐?』 세미나 공지
bomi | 2022.11.07 | 추천 0 | 조회 416
bomi 2022.11.07 0 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