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읽은 2장은 버제스 혈암 화석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한
사전 설명 느낌이었습니다.

지질학적 연대표나 다른 화석군들, 연체성 동물군의 화석이 만들어지기 위한 조건 등등.
이런 배경지식을 알아야 버제스 화석의 의미를 전복할 때
이를 함께 체험할 수 있겠지요.

유익했고, 실제로 세미나 때도 '공통선조'의 의미를 논의하기도 했습니다.
공통선조의 의미가 좀 헷갈리긴 했는데,
한편에선 '공통선조'의 의미를 다시금 묻게 만드는 게 책의 효과이기도 하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2장 끝의 '월콧의 발견과정'입니다.
사실 학문적이거나 개념상의 의의는 별로 없는 내용입니다.
빼버려도 되고, 혹은 '야사'처럼 처리해도 상관없을 정도입니다.

그런데도 굴드는 작은 챕터를 활용해 이를 상세히 쓰고 있습니다.
굴드의 다른 에세이 글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개념이나 주제로 달려가기보다 언제나 사람들의 '사소한' 이야기(?)들을 많이 씁니다.

왜 그럴까, 결국 이 모든 것이 '리얼한 이야기, 이야기의 총체'라는 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개념의 변화, 또는 사상적 전환만이 중요한 건 아니다, 그것만이 '이야기'가 아니다,
이에 영향을 주고 또 받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개념이나 진화사 만큼이나, 동등하게 이야기의 요소다.
굴드는 이렇게 이해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모든 존재를 동등하게 보는 게 굴드의 시선이라고 여기고 있었는데,
(살아있는 생물이든 멸종한 생물이든)
같은 의미에서
개념이나 이론과 동등하게 사람들의 스토리도 결코 '주변부'가 아닌 동등한 주제라는 게 느껴졌습니다.
역사나 시간이란, 그리고 우연성이란, 그런 게 아닐까요.
많은 과학책들이 설명해야할 개념을 촘촘하게 설명하는 데 머무른다면,
그 개념 만큼이나 이를 이뤄내고 실패하는 삶도 중요하다는 걸 굴드는 표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결국 사람들의 이야기다"처럼 다 '사람들'로 환원하는 것도 아니고요.)

뒤에 펼쳐질 버제스 이야기도 기대됩니다.

다음 주에는 3장에서 '버제스극' 전까지 읽습니다.
재밌게 읽으시고,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