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정치의 사상과 행동』 3부 7장 - 현대에서의 태도결정 발제문

작성자
812pna
작성일
2023-11-18 08:45
조회
260
제 3부 7장 현대에서의 태도결정

1. 우리는 결단을 회피할 수 없다
‘개인으로서는 새로운 안보조약 비준에 대해서 반대하지만, 그런 문제에 대해서 좁은 서클에서 서명을 받는다거나 하는 것은 일종의 사상을 조사하는 것이 되므로 찬성 할 수 없다.’ 라는 누군가의 발언에 대해서.
서명운동 자체가 어느정도 사상을 조사하는 듯한 의미를 띄고 있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려우며, 개인의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침해할 위험이 있음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인식해야 한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를 진척시켜 해당 발언을 생각해보면, 그 또한 요점을 벗어난 사고방식일 수 있다.
애초에 현대란, 명확한 절차도 거치지 않고, 주체도 분명하지 않은 형태로 매일 말과 행동을 통해 직장, 지역 등에서 사상조사가 일상적으로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것은 주로 개인에 대한 이미지의 형성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여기서 유력한 작용 요인은 그 집단의 가치체계에 어느 정도 동조하는가 하는 것이다.
적극적인 의견의 표명이라든가 행동을 하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는 적극적인 태도표명이 정치적인 개입으로서 의미를 갖듯이, 거꾸로 행동하는 것이 당연한 분위기 속에서 침묵하는 것, 움직이지 않는 태도, 즉 ‘부작위’ 또한 첨예하게 하나의 정치적인 커미트먼트로써 두드러지게 된다.
반대자인가 순응자인가 하는 것은 일반적으로는 결정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 시시각각 행동 또는 행동하지 않음 중 하나를 과감하게 선택하지 않으면 안된다. 무릇 정치적 쟁점이 되는 문제에 대해서 선택과 결단을 회피한다는 태도는 그야말로 일본의 정신적인 풍토에서 전통적인 행동양식이며, 그것에 대한 동조의 정도가 높은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2. 불편부당이란 어떤 것인가
태도를 결정하는 문제에 있어서의 인식과 결단의 문제. 연구자로서 구체적인 문제에 대해서 가능한 다면적이고 풍부한 인식에 이르는 것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시시각각 이들 문제에 대해 좋건 싫건 간에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안된다.
인식이란 가설과 검증의 무한한 되풀이의 과정으로, 자신 속에 깃들어 있는 선입견을 끊임없이 음미하고 자신의 이론에 언제나 보류를 가하는 태도를 말한다. 그러나 결단을 내린다는 것은, 그러한 무한한 인식과정을 어느 시점에서 단절하는 것이다. 단절함으로써만이 결단이, 따리서 행동이 나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인식이라는 것은 가능한 다면적이어야 하지만, 결단은 그것을 일면적으로 달라서 취하는 것이다. 인식한다는 것과 결단한다는 것의 모순 속에 살아가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다.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그런 숙명을 적극으로 받아들이고, 그 결과의 책임을 지는 것이다. 좀더 깊이 연구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언제나 결단을 회피하는 것, 명확한 방향성을 피하며 양식적이라든가 불편부당하다든가 하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 그것은 어쩌면 정의라는 핑계에 숨은 '엉거주춤'일 뿐이다.
우리의 인식이란 어느정도 사회에서 형성된 다양한 이미지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우리는 부감이나 후경이 아닌 무대 속에 서서 세상을 바라보고 있으므로 우리의 인식은 언제나 편향을 수반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편향의 유무가 아니라 자신의 편향을 어디까지 자각하고, 그것을 이성적으로 통제하는가이다.

3. 부작위의 책임
영화 ‘로베레 장군’ 속 형무소 장면. 암거래를 하다 잡혀온 남자에게 레지스탕스 은행원이 말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 당신의 죄라고, 만약 모든 사람이 각각 의무를 다 하고 있었다면 이런 상황에 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나아가 자신의 목숨을 내건 레지스탕스는 자신의 행동을 ‘평범한 사람이 평범한 사회적 의무를 수행했을 뿐’이라 말한다.
영화의 시대배경과 현대에는 물론 큰 간극이 존재하지만, ‘부작위의 책임’은 현대의 많은 사람들이 부딪히고 있는 문제다. 보잘것 없는 사회적 의무를 우리가 도외시한다면 그런 부작위의 결과가 쌓여 비극이 초래할지도 모른다. 이를 테면 청원도 마찬가지다. 청원에서 한 사람의 비중은 매우 가볍지만 모두가 보잘 것 없이 생각해 참여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현실이 점차 쌓이게 되고, 그것 자체가 사회를 일정한 방향으로 밀고 나가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정치행동을 생각할 때, 일상에 아주 적은 일부라도 지속적으로 자리를 차지하는 일로서, 극히 평범한, '작은 사회적 의무의 이행'의 일부로 생각해야 한다. 그것이 데모크라시의 참된 기초다. 헌법개정은 이미 매일매일이 시작되는 과정이다. 오늘날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헌법의 규정 배후에는, 표면의 역사에는 등장하지 않는 이름없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어 놓은 무수히 많은 길을 토대로 당당히 걸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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