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거리] 『정치경제학 비판』 pp. 285-294

작성자
bomi
작성일
2021-07-31 01:46
조회
376
자본이 증식하려면 유통이 자본 회전의 한 계기로서 꼭 필요하다. 하지만 유통 그 자체는 자본을 증식시킬 수 없고 오히려 유통 비용이 증식된 자본의 가치에서 공제된다. 따라서 자본의 회전과 증식에 있어서 유통시간은 필수지만, 동시에 지양되어야 할 시간이다. 유통 횟수가 많을수록, 유통 시간이 짧을수록 자본 증식에 유리하다. 따라서 자본은 유통 시간 없는 유통을 원한다.
이러한 자본의 속성이 오늘날 노동의 인지화와 정보화를 추동한 한 요인이기도 한 것 같다. 그렇다면, 별도의 생산물을 생산하지 않는 산업, 따라서 상품을 화폐로 교환하기 위해 별도의 유통과정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산업, 예컨대 서비스업, 지식산업, 엔터테인먼트 산업 등이 자본의 주요 사업으로 부상한 오늘날 자본의 잉여가치 창출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 것일까? “유통 시간 없는 유통” 이라는 자본의 꿈이 현실에서 이뤄진 것인가? 아니면 교환가치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다중의 꿈이 실현된 것인가?

*참고_ 『인지자본주의』 조정환 지음, 갈무리 pp.81-82
「인지노동에서는, 생산과정이 노동과정의 지속으로 나타나지도 않으려니와, 노동과정에서 분리된 생산물, 다시 말해 유통과정에서 교환될 생산물이 생산되지 않는다. 지적 정서적 정보적 소통적 노동에서는 일반적으로, 생산과정이 직접적인 소비과정(생산을 위한 소비가 아닌 맞대면하는 생산과 소비) 이기도 하기 때문에 노동의 ‘가치’는 교환가치에 의해 지배되기보다는 노동과정에서 그 노동이 갖는 구체적 유용성과 특수한 질에 의해 더 많이 지배된다. 인지노동에서는 교환이 생산을 매개하기를 중지한다. 그렇기 때문에 교환이전의 생산과정에서, 유통과정에서 교환되고 실현될 가치가 이미 생산되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인지노동에서는 생산과정이 곧 유통과정이자 소비과정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인지노동의 확장과 그것의 비중 증대는, 사회적 삶의 생산과 재생산에서 교환이 차지하는 역할을 축소하며 교환가치의 지배로서의 가치화를 침식한다.
그런데 이러한 진술이, 인지노동이 직접적이고 전면적으로 교환에서 독립적으로 되었고 사회적 삶이 교환관계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인지노동은 어떤 생산물도 낳지 않고 노동과정 속에서 직접 소비되곤 하지만 인지 노동자의 노동력은 여전히 교환되는 상품으로 존재한다. 인지 노동자들은 자신의 노동력을 판매함으로써만 살아 갈 수 있다. 그/녀의 노동력은 교환되는데, 그/녀의 노동은 생산물을 낳지 않기 때문에 교환을 거치지 않고 생산과정에서 직접 소비되어 가치화된다면, 교환되어야 하는 그/녀의 노동력의 그 교환가치는 무엇에 의해 측정되며 그 노동의 가치화는 어떻게 달성될 것인가?
이 난점은 논리적 남점이기 이전에 실제적 난점이다. 그것은 오늘날의 자본주의가 직면해 있는 실제적 어려움 그 자체를 반영한다. (자본이 잉여가치 창출을 추구하기보다 지대의 욕망으로 빠져드는 요인. 예컨대 유튜브는 현재 끊임없이 프리미엄 서비스를 –유료 서비스- 광고하고 있다. 최근 정책적으로 모든 영상에 광고를 많이 삽입한 이유도 광고비 자체의 수익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무료회원을 유료회원으로 유인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 난점은 노동의 인지화와 교환가치의 지배 사이의 실제적 모순과 갈등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인지노동들은 그 노동의 수행형태 상의 유사성이 커져감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에서는 점점 호환 불가능한 것으로 되어간다. 유사해지지만, 예컨대 변호사의 인지노동과 간호사의 인지노동, 교사의 인지노동, 증권회사 직원의 인지노동 등은 컴퓨터 앞에서 모니터를 보면서 손가락을 움직여 작업한다는 점에서 형태적으로 서로 유사해지지만, 이것들 사이의 질적 호환가능성은 점점 줄어든다. 질적 호환가능성이 줄어든다는 것은 양적 추상화를 점점 어렵게 만든다. 인지노동의 대두와 발전 및 그 노동들 사이의 호환가능성의 이러한 축소는 양에 기초한 가치화에 점점 더 큰 제한을 가하고 다른 가치화의 요구, 즉 가치전환의 요구를 더 강력하게 제기하는 힘이자 조건으로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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